몇일전 일찍 퇴근을 하였다. <div>가끔씩 가족이 많이 보고싶은 날이 있다.</div> <div>아침에 헤어졌는데 오후가 넘어가니 보고싶어졌다. 그것도 많이.</div> <div>그래서 일찍 퇴근을 하였다. 내맘이니깐. 편하다.</div> <div><br></div> <div>집에 오니 부인이랑 아기가 있다. 당연한거지만 기쁘다.</div> <div>그런데 안방이 아닌 작은방에 있다. 작은방이 안방보다 작아 난방비 때문에 그런거란다.</div> <div>맘이 아프다. 돈을 더 벌어야겠다. 그럼 퇴근하면 안된다. 딜레마다.</div> <div>눈치가 보였다. 와이프는 암말도 안했다. 고마웠다.</div> <div><br></div> <div>아이가 핑크퐁을 보고 있었다. 부인이 같이 놀아주다 힘들어서 그런거라고 했다.</div> <div>13개월인데 너무 빠른것 같다. 휴대폰을 빼앗으니 운다. 조금 울다 그치겠거니 했는데</div> <div>심하게 운다. 마음이 아프다. 계속 운다. 서럽게 운다. 내 마음이 찢어진다.</div> <div>다른걸로 놀아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div> <div><br></div> <div>1. 그림그리기</div> <div> 아이가 그림 그리는걸 좋아한다. 모르겠다. 그림 그리는걸 좋아하는건지 아니면 그냥 뭔가 행동을 했을 때</div> <div>결과가 나오는 과정을 좋아하는건지.</div> <div> 한참을 같이 그렸다. 내가 돼지를 그리고 아이는 그 그림에 줄을 직직 그어 알수 없는 형태로 만들고</div> <div>내가 오리를 그리고 아이는 그 위에 낙서를 하고 사자를 그리고 낙서를 하고</div> <div>서너장을 빼곡히 그렸다.</div> <div> 서울 대공원에 있는 모든 동물을 다 그린것 같다. 호비책에 나온 동물들을 유심히 봐둔 보람이 있다.</div> <div>호비책을 보기 전까지 사막여우라는 동물이 있다는것을 몰랐다. <span style="font-size:9pt;">인생은 배움의 연속인듯 하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 중간 중간 크래파스를 먹을려고 하는 아이를 말리느라 혼났다. 하나를 빼앗으면 다른 하나를 집어 입에 넣을려고 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 할수 없이 입에 넣어보고 맛을 보게 하니 안먹는다. 너도 이제 맛을 아는구나.</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아이 손톱 밑에 크래파스가 잔뜩 끼었다. 저녁에 잘때 몰래 잘라줘야겠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2. 연필꽂이 놓이</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 그림 그리기가 지겨워질때 즈음 연필꽂이에 아이가 흥미를 보였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 가져다 주니 좋아한다. 너가 좋아하는건 뭐든지 가져다 줄게 라고 속으로 다짐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 볼팬을 하나 빼서 옆으로 던진다. 난 주워다 담는다. 또 던진다. 난 또 담는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 누가 누가 잘 던지고 담는지 내기 하는것 같다. 중간에 아이가 화를 낸다. 담지 말란다. 그래 그럴게.</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 10개 정도 빼더니 더 던질게 없어졌다. 내 눈을 바라본다. '왜 없어?' 라는 표정이다. 난 웃으면서 다시 담아줬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 넌 던지고 난 담고. 볼펜을 담으면서 내 사랑도 담아줬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3. 먹자.</span></div> <div> 한참을 그렇게 놀다가 저녁 식사시간이 되었다.</div> <div> 부인이 오늘 식판을 사왔다고 했다. 군대에서 지겹게 썼는데... 라고 생각했지만 알고보니 아이 식판이었다.</div> <div>식판은 이른것 아닌가? 속으로 생각했지만 그려려니 했다. 알아보고 샀겠지.</div> <div> 아이 식판에 밥 두부 김 멸치 계란이 있다. 다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이다.</div> <div>요즘 부쩍 이유식을 먹여줄려고 하면 수저를 빼앗아가는 통에 너무 힘들어졌다. 자기가 스스로 먹고 싶어졌나보다.</div> <div> 인생은 결국 혼자 사는것이지만 그걸 너무 빨리 알지는 말았으면 좋겠다.</div> <div>숟가락을 들고 있지만 밥과 반찬을 푸지는 못한다. 그냥 찍어서 거기에 묻어있는 밥풀이나 반찬을 먹는 모양새다.</div> <div> 웃음이 났지만 나도 처음엔 저렇게 어설펏겠지 생각하니 오히려 대견해 졌다.</div> <div>나와 부인이 다 먹고도 아이는 20여분 정도를 더 먹었다. 중간 중간 잡지 못하는 반찬들을 먹여주었다.</div> <div> 조미 안된 김을 제일 좋아하는것 같다. 내가 먹어보니 아무 맛도 없던데.</div> <div>배가 부른지 수저를 던졌다. 마무리가 화끈한 아이구나 라고 생각했다.</div> <div><br></div> <div>4. 부인은 설겆이를 하고 난 아이가 흘린 음식을 바닦에서 치웠다.</div> <div> 먹은것 반 흘린것 반 같았다. 어째 담은 음식의 양이 많은듯 했는데 흘린게 많아 먹은양은 적당할듯 하다.</div> <div>아이 턱에 구멍이 뚫린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입 주위와 귀 옆에도 닦아줬다. 온 얼굴로 먹은듯한 모양이다.</div> <div> 밥풀을 닦아주니 운다. 나중에 이런 얼굴을 사진 찍어 말 안들을때 보여줘야겠다. 당황하는 사춘기 아이의 </div> <div>얼굴을 생각하니 절로 웃음이 난다. 난 야비한 아빠다.</div> <div><br></div> <div>5. 머리끈 놀이</div> <div> 실컷 먹었으니 다시 힘이 솟구치는지 <span style="font-size:9pt;">아이가 엄마에게 전력 질주로 기어갔다. 4족보행계의 우사인 볼트 같다.</span></div> <div>부인 종아리를 잡고 쳐다볼때 까지 엄마 라고 부른다. 고무장갑을 낀 손으로 못 안아주는 부인을 대신해서</div> <div>내가 아이를 잡아 부인 옆에 서줬다. 반짝이는 부인 머리끈에 흥미가 생겼는지 엄마 머리채를 잡아 당긴다.</div> <div>부인의 고개가 획 졎혀졌다. 부인 입에서 컥 하는 소리가 나온다. 엄청 아플듯 하다. 그런데 웃음이 나는건 기분탓인가.</div> <div>부인이 씩씩 대면서 역시 머리검은 짐승들은 키우는게 아니라고 혼잣말을 한다.</div> <div>왜 단수가 아닌 복수로 표현을 하는지 궁금하지만 굳이 물어보지 않고 도망나왔다.</div> <div>눈치 없이 아이는 깔깔 거린다. 눈치 없는건 날 닮은듯 하다. 그럼 세상 사는게 피곤해 질텐데. 걱정이다.</div> <div><br></div> <div>부인 머리끈을 몇개 가져와서 아이와 놀았다. 팔목에도 끼워주고 발목에도 끼워주고 손가락에도 걸어줬다.</div> <div>스스로 손목에 끼워볼려고 낑낑 대는 모습이 귀엽다. 새끼 손가락에 걸려서 더 안들어간다.</div> <div>내가 슬며시 끼워주니 손목에 걸린 반짝이는 머리끈이 신기한지 요리 조리 살펴본다.</div> <div>발목에 걸린 머리끈을 빼낼려고 힘껏 당겼다가 손을 놓으니 머리끈이 발목을 때렸다.</div> <div>깜짝 놀랜다. 나보고 안아달라고 한다. 원래 실수 하면 아픈거야 라고 말해주고 싶었다.</div> <div><br></div> <div>머리끈을 한손에 숨기고 어느손에 숨겼는지 맞춰보라고 했다.</div> <div>10번을 하면 10번 모두 오른손 부터 찾는다. 왼손에 있는 머리끈을 보호 매번 놀라고 좋아 손뼉치는 모습이 웃기다.</div> <div>아이가 도박에는 소질이 없는것 같아 다행이다. </div> <div><br></div> <div>6. 걸음마 놀이</div> <div> 아이가 이제 5걸음 정도는 걸을수 있다. 4족 보행 생물이 2복 보행 생물로 진화하는 모습을 매일 지켜보는게 신기하다.</div> <div>침대에서도 혼자 내려가는 겁없는 아이가 엉덩방아 찢는게 무서워 다섯걸음 이상 안걷는게 아이러니 하다.</div> <div> 혹시나 해서 양손을 잡고 같이 걸음마를 하였다.</div> <div>10걸음을 걸었다. 더 잡고 더 걸었다. 20걸음을 걸었다. 잘못 걸렸다 싶었지만 이미 늦었다.</div> <div> 총 30분 정도를 같이 걸었다. 양손으로, 한손으로 다양하게 걸었다. 20분 정도 하니 허리에 감각이 없어졌다.</div> <div>허리를 다시 펼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거실에 누워 아빠는 이미 늦었어 날 버리고 너 혼자 가렴 하고 말해주니</div> <div> 내 손을 잡아 끈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내 손가락을 잡아 당기니 안 일어날수가 없다.</div> <div>자기도 계속 걸으니 신기한가 보다. 온 집안을 이곳저곳 다녔다.</div> <div> 아직 한번도 안신은 아이 신발을 신기고 어서 빨리 동내 놀이터라도 나갔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했다.</div> <div>마음속으로 한걸음 더 라고 계속 되뇌이며 아픔을 참고 걸었다.</div> <div> 부인의 목과 내 허리 둘다 힘든 날이다.</div> <div><br></div> <div>7. 이제 잘 시간이다.</div> <div> 자자. 도리도리. 자자. 도리도리.</div> <div>재울려고 눕히면 기를쓰고 일어나 앉아 도리도리 고개를 흔든다. 그리고 방문을 가리키며 이거 이거 라고 한다.</div> <div> 더 놀고 싶은가보다. <span style="font-size:9pt;">그래 더 놀자.</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오늘 부인이 장난감도서관에서 빌려온 소리나는 블록을 가지고 같이 놀았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 같은 모양의 구멍으로 블록을 집어 넣으면 되는 장난감이다.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 너무 연령대가 높은것 아닌가 싶었지만 이왕 빌려온거니 가지고 논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역시나 하나도 못한다. 안들어가니 짜증이 나나보다. 블록을 던진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 내가 넣는걸 보여주니 나한테 짜증을 낸다. 내가 우쭐하게 쳐다본걸 틀켰나보다.</span></div> <div>얼른 블록을 치우고 책을 읽어줬다. 오늘도 호비, 달님, 숨박꼭질 이야기 순으로 읽어줬다.</div> <div>오늘도 내가 감탄사를 내면 같이 감탄사를 낸다. 매일 읽어주지만 매일 새로운가 보다.</div> <div> 사운드 북은 이제 호불호가 갈린다. 곰세마리 노래를 틀면 항상 꿀밤 나무 밑 노래를 틀어달라고 한다.</div> <div>좋아하는 노래를 틀어주면 꼭 고개를 앞뒤로 흔들면서 손벽을 치고 몸을 흔든다. 흥이 많은 아이다.</div> <div> 이제 자기도 졸린지 하품을 한다. 이때다. 이때를 놓치면 한시간 더 고생이다.</div> <div> 준비한 분유를 입에 쏙 물리고 태세전환을 한다. 조명은 최대한 어둡게 아이 몸은 내몸에 최대한 밀착.</div> <div>4분의 4박자 리듬을 타면서 토닥이며 섬집아기 노래를 불러줬다.</div> <div> 분유병을 잡고 있는 아이 손을 잡으니 따뜻하다. 내 손도 따뜻해진다.</div> <div> 내 몸을 최대한 웅크려 아이 이마에 내 볼을 포갰다. </div> <div>내 볼을 타고 너의 이마로 내가 너를 얼마만큼 사랑하는지 전해졌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했다.</div> <div><br></div> <div>8. 그리고 그 후.</div> <div>아이를 재우고 서로 목과 허리를 주물러 주었다.</div> <div>자식놈 키워서 시집장가 보내면 의지할데는 마누라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div> <div>매일 애 보느라 힘들지? 라고 물어보니 시큰둥하게 뭐 그럭저럭 이라고 대답한다.</div> <div>우리 가족 모두 새로운 역활에 아직 적응중인것 같다.</div> <div><br></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