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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1496095
    작성자 : 코코아의꿈
    추천 : 34
    조회수 : 4438
    IP : 121.186.***.7
    댓글 : 12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7/09/19 01:51:51
    원글작성시간 : 2017/09/18 21:16:36
    http://todayhumor.com/?humorbest_1496095 모바일
    [단편]보광제약 피실험자 도주 사건 下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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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험 27일 차
    주사를 놓고 나가려던 찰나의 발걸음을 멈춰 세운 것은 서겸이었다.
    아저씨, 이거 받아요.”
    서겸이 손에 쥐어 준 것은 작은 딸기맛 막대사탕 하나였다. 의아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SAVIOR에게 서겸은 괜히 시선을 돌리다 다시 침대에 등을 돌리고 누웠다.
    “…그냥, 고맙다고요.”
    그제야 의도를 눈치 챈 SAVIOR는 서겸의 머리를 한번 헝클이듯 쓰다듬어 주고서 방 바깥으로 나갔다. 이불을 뒤집어 쓰는 서겸의 귀 끝이 괜히 빨갰다.
     
    실험 34일 차
    사람이 반으로 줄었다. 더 이상 연구원들의 식사 시간에서 대화소리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것은 단순히 반복되는 일과의 폐해이기도 했으며, 동시에 암묵적으로 무언가에 대한 침묵이기도 했다. 침묵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모두가 알고 있지만 못 들은 척, 보지 못한 척 하고 있었다.
     
    아까 아저씨 오기 전에 어떤 애기가 끌려 나갔어요.”
    그 날 이후 서겸과 SAVIOR의 사이는 많이 가까워졌다. 서겸은 조금씩이지만 SAVIOR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고 SAVIOR는 흔쾌히 그것을 받아쳐주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작지만 큰 진전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일상은 평이했다. SAVIOR는 주사를 서겸의 손에 주입했으며 서겸은 덤덤하게 그것을 받아들였다. 그 날 이후 서겸도 그렇게 되면 어쩌나, 하는 불안함이 들었지만 그렇다 해서 거스를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한 실장에 대해 그렇게 불쾌감을 느끼면서도 정작 벗어날 생각은 하지 않는 모순이었다.
    저보다 더 어린 나이처럼 보였는데, 소리 지르면서 끌려 나갔어요. 저 유리벽 너머 일인데도, 소리가 다 들리더라고요.”
    어린 애들이 악쓰고 떼 부리는 거야 흔히 있는 일이니까.”
    “…그런, 게 아니었어요. 그때 그 여자분이 피 토하고 어떤 아저씨를 물던 그때 그 모습에 가까웠다고요.”
    서겸의 팔에 액을 주사하고 주사기를 정리하던 SAVIOR의 손이 순간 멈칫했다.
    아저씨.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에요?”
    “…”
    말해주세요. 다른 가운 입은 사람들은 물어도 알 필요 없다고 하고 같은 실험 참가하는 다른 사람들도 다 모른다고 하는데, 대체 뭐가 뭔데요?”
    그건,”
     
    안내말씀 드립니다. SAVIOR, SAVIOR 연구원은 안내방송을 듣는 즉시 실장실로 와 주시기 바랍니다.
     
    때 마침 들려오는 안내방송에 SAVIOR는 입을 다물어야 했다. 어쩌면 곤란한 상황에서 벗어난 것 임에도, 사실 자신 조차 아는 것이 전무하다 말하는 것이 과언이 아님에도 마음이 불편했다. 자신을 바라보는 서겸은 SAVIOR에게 일말의 기대를 품고 있었다. 그 눈빛이 조금은 간절해 보여 거짓된 사실이라도 지어내서 말해야 하나 하는 쓸모없는 고민까지 들 정도였다.
     
    “…일단 가봐야 돼. 나중에, 나중에 말해줄게.”
    아저씨.”
    “…사실, 나도 많이 아는게 아냐. 미안하다.”
    ….”
     
    어색해진 분위기를 뒤로 한 채 SAVIOR가 문을 열고 복도로 나갔다. 어쩐지 서겸이 경계를 풀지 않던 그 순간보다 더 불편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실장실이 위치한 층은 여전히 적막이 흘렀다. 올라오면서 얼핏 보았던 전자시계의 숫자는 이제 처음보다 반 이상으로 줄어들었다. SAVIOR가 텅 빈 복도를 바라보다 실장실의 문을 두드렸다. 잠시 정적이 흐르다 곧 들어오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문을 열었다. 이전과는 다르게 고급스러운 의자에 앉아 SAVIOR를 바라보며 평소 같은 미소를 짓는 한 실장이 있었다. 실장이 앉으라는 눈짓을 보냈다. 자리에 앉는 그 순간까지도, 무거운 분위기가 흘렀다.
    왜 불렀는지에 대해서는, 알고 있겠죠?”
    “…”
    그날은, 우연히 들었다 치죠. 사람이 살면서 실수 한번쯤 할 수도 있는 것이니.”
    “…”
    혹시 워다즈에 대해 무언가 알고 있나요?”
    순간 SAVIOR가 몸을 흠칫 떨었다. 차분함을 유지해야 함을 앎에도 본인도 모르게 나온 반사적 행동이었다. 한 실장이 의미 모를 미소를 지으며 서류 몇 장을 건넸다. 일단 서류를 받아 들었으나 예상치 못한 상황 탓에 글자는 들어오지 않았다.
    서류상 이름은 윤희승, 나이는 29. S대학교를 졸업. 꽤나 그럴싸해서 믿었는데 알고 보니 다 거짓말이더군요. 윤희승은 없는 사람이었고, 모든 사실들은 서류를 사거나 전산 조작으로 만든 허구에상당히 유감이지만 우리는 이 사람을 찾아야 될 상황 이에요.”
    “…찾아서, 어떻게 하실 겁니까?”
    당연히 죄를 물어야죠. 다른 연구소에서 보낸 스파이인지, 왜 이 곳에 신분까지 숨겨가며 들어온 건지. 그 정도는 물을 수 있잖아요?”
    그런건 경찰에 문의해도,”
    우리는 비밀스러운 실험을 하는 상황 이에요. 내부 노출이 될 확률이 1퍼센트라도 있으면 안 하는게 좋은건 SAVIOR도 모르지 않을 텐데요?”
    SAVIOR는 조용히 말라가는 입술을 혀로 훔쳤다.
    다시 한번 물을게요. 알고 있나요?”
    “…실장님. 대답하기 전에, 제가 먼저 물어도 되겠습니까?”
    의외네요. 따로 물어볼 것은 없는 것으로 아는데. 좋아요, 질문하세요.”
    “…10년 전에,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이번에는 한 실장이 입을 다물었다. 앞 상황과는 달리 숨기고자 하는 것이 드러날 수도 있다는 묘한 위기감에서 였다. 다시 한번 정적이 흘렀다. SAVIOR가 다시 한번 물으려 입을 여는 순간 타이밍 좋게 한 실장이 미소를 지었다. 평소와 같은 미소였지만 눈은 매섭게 노려보고 있었기에 SAVIOR는 등골에 소름이 끼치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궁금한가요?”
    “….”
    그렇다면 말해주는 것이 맞겠죠. 그래도 다른 연구원들에게는 비밀로 해줬으면 좋겠어요, 내가 SAVIOR를 따로 아껴서 그러는건 아니니까.”
    “…”
    혹시 무진도에 대해 들어봤나요?”
    SAVIOR가 잠시 고민하다 고개를 저었다. 처음 들어본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생소한 이름이었다. 한 실장이 자세를 편하게 바꾸어 앉았다. 여전히 의도를 알 수 없음에 오히려 초조해지는 것은 SAVIOR였다.
    “90년대 말에, 프로젝트가 하나 시작되었죠. 중국 당국과 합작으로 공동 해안 구역의 무인도들을 탐사해 천연가스와 자원을 얻어보자는, 아주 방대한 프로젝트가. 처음 스타트까지는 좋았죠. 문제는 이제 무진도를 탐사하는 것에서 시작되었지만. 한낱 섬에 이름이 붙어있는 그 순간부터 눈치채야 했는데.”
    “…무슨.”
    거기까진 비밀로 하죠. 말해도 믿을 것 같지는 않으니. 여튼 그 곳에서 발견한 것들 때문에 탐사는 중단되었어요. 대신 더 중요한 프로젝트가 시작되었죠.”
    “…”
    그러다 프로젝트 도중 피실험자 한명이 연구실에서 도망가는 사건이 발생하고 결국 인명피해가 나서 후원이 줄어들었,아니 끊겼죠. 이후에도 연구는 계속되었지만 예전만큼은 아니었고.”
    “…후원이 끊겼다면,”
    ,…굳이 정부만 후원해 줄 수 있는건 아니니까요.제 이야기는 여기까지. 워낙 비밀이 많은 이야기라 말할 수 있는건 적네요. 이제, SAVIOR가 말해줘야 할 차례네요. 워다즈, 어딨는지 아나요?”
    SAVIOR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한 실장의 눈을 바라봤다.
    “…아뇨, 전혀 모릅니다.”
    “…예상 외의 답변이네요. 그래도 나름 친해 보였는데.”
    “…죄송합니다.”
    “…피실험자가 반 이상 줄은 상황이니 그만큼 실험이 막바지라 생각하고 조금 더 맡은 피실험자와 같이 있는 시간을 늘리세요. 곧 헤어질 수도 있지만 친목을 도모해서 나쁠건 없잖아요?”
    SAVIOR는 말 없이 고개만 끄덕이고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상 앉아있다 정말로 한 실장의 페이스에 말려들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다 문득, 자리에 멈춰섰다.
    “실장님.
    “또 무슨 일이죠?
    “…그래서, 저희가 하는 실험이 무엇입니까?
    한 실장은 평소같이 미소지었다.
    “어차피 실험이 끝날 즈음에 알텐데 굳이 중요한 문제는 아니라 생각하는데요?
    무언가를 더 물으려던 찰나 한 실장의 휴대폰에 전화벨이 울리며 흐름이 깨졌다. 한숨을 내쉰 SAVIOR가 더 이상 얻을 것은 없다는 걸 알고서 묻지 못한 의문들을 가진 채 뒤돌아 실장실을 나갔다.
    , 그러고보니 SAVIOR가 맡은 피실험자 이름이 권서겸 이었던데, 잘 있죠?”
    “…”
    귀여운 아이던데, 잘 해줘요.”
    대답은 하지 않았다.



    실험 42일 차
    “…”
    “…”
    말없이 식기가 달그락거리는 소리만이 들려왔다. 서겸과 함께하는 시간을 늘린다는 명목 하에 식사를 받아 와 서겸이 있는 방에서 같이 먹는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그것이 무색할 정도로 적막은 무섭게 두 사람 사이를 파고들었다. 그나마 서겸과 자신이 친해졌다 생각했던 SAVIOR는 말없이 반찬을 천천히 씹을 뿐이었다. 매번 먹던 반찬임에도 돌을 씹는 듯한 느낌이었다. 안색이 평소보다 파리해진 채 국을 떠먹던 서겸이 갑자기 거친 숨을 내쉬며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숟가락마저 떨어트린 채 몸을 숙이고 한동안 기침을 멈추지 못하는 모습은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도 심각한 병을 앓는 모양새였다. 식판이 엎어져 바닥이 더러워지는 것도 신경쓰지 않고SAVIOR가 급히 서겸의 등을 두드렸다.
    “서겸아,권서겸! 왜 그래?
    “아저,커헉,,
    서겸은 대답하지 못한 채 기침을 멈추지 못했다. 턱턱 막히는 숨소리가 귓가에 무겁게 가라앉았다. 문득 싸한 기운이 SAVIOR의 온 몸을 훑고 지나갔다. 차마, 주머니에 있는 주사를 쓸 수 없었다. 서겸의 기침이 멎은 것은 시간이 조금 흐르고나서 였다. 단순히 사레가 들러서 나는 기침이 아님은 SAVIOR, 서겸도 알 수 있었다. 입을 가렸던 손을 떼어 내었다. 손에 흥건히 고인 피가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렸다. 서겸이 아직 여운이 가시지 않은 숨을 내쉬며 떨리는 눈으로 SAVIOR를 바라보았다. 입가에도 꽤나 많은 양의 혈흔이 번져 있었다.
    “아저씨.
    “…”
    “…저 이제 어떻게 되요?
    “…”
    “아저씨 연구원 이잖아요. 왜 아무것도 대답을 못해요?
    처음으로, SAVIOR의 머릿속에 낯선 감정이 잠식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무엇도 대답하지 못하는 무능력함에 대한 자책감과 두려움이었다.

    서겸이 정신을 잃고 쓰러진 것은 아주 찰나의 순간이었다.


    실험 43일 차
    서겸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전에 보았던 경비들이 찾아왔지만 SAVIOR가 억지를 부려 간신히 되돌려 보냈다.
     

    실험 45일 차

    8층의 ‘헨타이’ 말야, 담당 실험자한테 자기 꺼 빨라고 물렸다가 잘려 나갔다면서?
    “지금 이 상황에서 성욕이 생긴다고? 놀랍네.
    서겸이 쓰러진 지 3, 연구원들과 피실험자가 반의 반으로 줄어들었다. 더 이상 밝은 분위기는 없었다. 대화를 나누지만 그 안에 영양가는 없었다. 이미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무슨 일이 있는지 알고 있는 상황이기에 더욱 그러했다. 서겸은 그날 이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꽤나 고열이 오른 것은 물론 불규칙적으로 피가 섞인 기침을 토해내는 탓에 지금 당장 숨이 끊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SAVIOR는 덩달아 바빠졌다. 최근 들어 입맛이 영 없어진 것 때문에 식사를 거르는 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지만 서겸이 언제 피를 토해낼지 몰라 긴장을 늦추지 않아야 하는 것은 꽤나 큰 피로를 동반했다. 서겸을 돌보려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서겸의 방 안에서 머무는 것이 전부 였던 지라 잠시 물을 마시러 식당에 갔을 때 간간히 들리는 대화소리가 바깥 -이라 해도 결국에는 연구소 내부지만- 소식의 전부였다. 연구소에는 놀라울 정도로 응급처치 시스템 자체가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하다못해 그 흔한 해열제도 준비되지 않은 상태였다. 결국 SAVIOR가 할 수 있는 일은 수건을 물에 적셔 서겸의 이마에 올려주는 것이 전부였다.


    “…”
    서겸의 몸에 차가운 물수건을 대자 체온보다 낮은 온도에 반응하듯 서겸이 잘게 떨었다. 눈도 못 뜨고 식은 땀을 흘리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간간히 무어라 웅얼거리기도 했지만 열이 올라 헛소리를 하는 것이라는 생각에 크게 중요한 문제로 여기지는 않았다. 기껏 해줄 수 있는 것이 너무나 작아 밀려오는 자괴감에 SAVIOR는 한숨을 내쉬었다. 서겸이 반쯤 뭉개지고 갈라지는 목소리로 SAVIOR를 불렀다. 여전히 땀에 절어 눈은 반쯤 못 뜨는 채 였다.


    “…아저씨.
    “정신이 들어?
    “…저는, 이제…어떻게 되는,거에요?
    “금방 나을거야. 걱정하지 말고 한숨 자.
    “…죽기 싫어요. 여기에…죽어도 되니까 온 건…맞는데…”
    “죽긴 누가 죽어. 여기서 죽을 리가 없잖아.
    “…다른 사람들은, 저처럼, 쿨럭, 피 토하고 사라졌…잖아요. 저도…그럴 거잖아요.
    아니라 대답을 하려 했지만 정작 자신조차 어떻게 되는지 모른다는 사실에 SAVIOR는 서겸의 몸을 닦아주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서겸의 몸이 여전히 뜨거웠다.




    실험 47일 차

    “권서겸군 몸 상태는 조금 어떤가요?
    “…여전히 고열에 시달리며 간간히 각혈을 하고 있습니다.
    “사흘 줄게요. 열이 떨어지지 않고 상태가 그대로면 실험 종료 하세요.
    한 실장의 단호한 말에 SAVIOR는 반박할 말을 찾지 못했다.


    실험 49일 차

    그로부터 이틀 뒤, 새벽이었다.
    “…씨. 아저씨.
    서겸의 손을 닦아주다 침대에 몸을 기댄 채 잠시 잠이 들었던 SAVIOR가 누군가의 흔들어 깨우는 손길에 눈을 떴다. 불편한 자세 탓에 뻐근한 몸을 움직이며 마른 세수를 한 SAVIOR가 자신을 깨운 사람을 찾아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아직 잠이 깨지 못한 눈은 반쯤 감겨있었다.
    “권서,
    “아저씨, 아직 머리 울려요. 조금만 조용히.
    상황 파악을 다 마치지 못한 SAVIOR에 서겸은 본인 역시 피곤한지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아저씨가 저 돌봐줬어요?”
    “…. 물수건 갈아주고, 땀 닦아주고.”
    “…안 힘들었어요?”
    “…그게 내 일인데, .”
    피곤해요?”
    “….”
    더 자요. 저도 졸려서 더 자고 일어날래요.”
    “…그래, 더 자자.”
    침대 위로 올라와서 잘래요?”
    반쯤 감긴 눈을 비비며 SAVIOR는 침대 위로 올라왔다. 1인용 침대에 남성 두 명이 눕자 꽤나 비좁아 졌음에도 두 사람은 피곤한 것이 우선인 것인지 느릿하게 눈을 감았다 떴다.
    아저씨, 아저씨 이름이 SAVIOR 였죠?”
    SAVIOR가 눈을 감고 잠에 취해 점점 작아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SAVIOR가 아니라……그게 내 이름이야….”
    곧 잔잔한 두개의 숨소리가 방 안에 퍼졌다.
     
     
    실험 50일 차

    서겸은 며칠 앓아 눕느라 창백해진 안색과 식은땀이 흐른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지만 이전보다는 꽤 많이 상태가 호전되어 보였다. SAVIOR가 스스로 몸을 일으켜 침대에 기댄 채 앉아있던 서겸의 이마에 손을 가져다 댔다. 아직 열이 남아있었지만 분명 떨어진게 확실했다. 목이 타는 듯 몇번 헛기침을 하자 SAVIOR가 물 한컵을 서겸에게 건냈다. 금세 한 컵을 비워낸 서겸이 아직 열기가 가시지 않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고마워요.
    “…됐어, 연구원이 할 일이 그건데.
    “솔직히 무서웠거든요. 제가 봤던 사람들 처럼 어딘가로 끌려갈까봐.
    “…곧 죽이랑 올거니까 조금만 기다려.
    “예전에, 할아버지가 얘기해 준 적 있어요. 온 몸이 썩어 들어가는 채로 사람을 뜯어먹는 사람들. 그게 진짜 있던 일인지 할아버지가 지어낸 일인지는 모르겠는데 열나고 피 토할때 그 생각이 먼저 나더라고요. …나도 그렇게 되지는 않을까.
    “할아버지?
    “권 서자 겸자. 저랑 이름이 같아요. 더 정확히는 그냥 길바닥에 버려져 있던 저를 할아버지가 데려와 키우다 제가 땡깡부린 거지만.
    SAVIOR
    가 그제야 동명의 이름을 가진 가족관계에 대해 의문이 풀린 듯 놀란 표정을 지으며 서겸을 바라봤다.서겸은 잔기침 몇 번만 할 뿐 평온한 표정이었다.열이 내려서 인지, 자신의 과거사를 밝혀서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할아버지는 독립 운동을 하셨던 분이었어요. 중국에서 사시다 같이 살던 다른 분이 먼저 돌아가시고 나서 한국에 오셨는데 그냥 길거리 떠돌던 저를 발견하고 어릴 적 모습이 보여 데려 오셨대요. 입양까지 하려고 하셨는데 그건 조건이 안 맞아서….
    “그러면,여기 오게 된건 그 할아버지가 보내서 온거야?
    “아뇨,그건 아니고. 제가 초등학교 들어갈 무렵에 돌아가셨어요.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입양 하려고 노력 하셨는데…결국 실패하셔서 제가 양육원 들어가기 전에 한가지 땡깡을 부렸어요. 다른거 다 필요 없으니 제게 할아버지 이름을 달라고. 지금 생각해도 말도 안되는 요구기는 한데 그래도 할아버지는 마침 아무 이름이나 붙은 채 불리는게 마음에 걸린다고 한자만 바꿔서 같은 이름을 붙여 주시고양육원에 맡기고 돌아가셨어요”
    서겸이 다시 잔기침을 했다. SAVIOR가 물 한잔을 다시 따라 건냈다.
    “그럼, 그 양육원에서 널 보낸 거야?
    “그건 또 아닌데….불이 났어요. 저는 그때 감기 걸려서 병원에 갔다 오려고 나간 상황 이었는데….
    “…”
    “가스 유출 이라고 했어요. 너무 상상 이상으로 커서 어떻게 손 쓸 수도 없이 모두가 다 죽어버릴 정도의. …다른 양육원 알아볼 생각은 하지 못하고 한참 떠돌아 다녔어요. 그러다 본게 여기 실험 참가자 모집한다는 광고였고….
    서겸이 물을 마저 들이켰다.
    “그냥 잠깐이면 끝나는 합숙형 임상실험 이라는 걸 곧이곧대로 믿은 내가 잘못이지만요.
    SAVIOR
    가 말 없이 물컵을 서겸의 손에서 가져갔다. 서겸이 잠시 눈을 비비다 침대에 누웠다.
    “…그냥,고마워서 말했어요. 처음 만났을 때 궁금해 했잖아요.
    “아직 피곤해 보이는데 일단 자.
    “저 조금만 잘게요. …사실 배는 그닥 안 고파요.
    SAVIOR
    가 조용히 서겸의 등을 토닥여 주었다. 아직 몇 없는 가구들 만이 존재하는 방 안에 고른 숨소리가 울려 퍼졌다.


    서겸에 대한 보고를 올리기가 무섭게 한 실장이 서겸을 찾아왔다. 평소에는 그럴 기미도 안 보이던 사람이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자 SAVIOR는 당황스러울 뿐이었지만 일단은 그저 입을 다물고 있을 뿐이었다. 한 실장이 서겸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오랜만이야?”
    서겸이 순간 몸을 흠칫 떨며 SAVIOR의 뒤로 숨었다. 한 실장의 미소에 묘한 기쁨이 묻어났지만 SAVIOR는 그 이유를 정확히 이해할 수 없었다.
    우리 전에도 본 적이 있지? 앞으로는 더 자주 볼 것 같으니 잘 지내보자?”
    한 실장이 악수를 청하려 손을 뻗었지만 서겸은 바라만 볼 뿐 잡을 생각은 하지 않았다.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는 행동이었다. 기분이 나쁠 법 함에도 한 실장은 태연했다. 오히려 그러한 부분이 더욱 소름 돋게 만드는 암묵적인 이유 중 하나였다. 한 실장이 SAVIOR에게 잠시 나와보라는 손짓을 했다. SAVIOR가 자신의 뒤에 숨어있던 서겸을 떼어낸 뒤 방 바깥으로 나와 문을 닫았다.
    무슨 일이십니까?”
    일주일 뒤에 권서겸 군을 서울로 옮길 생각입니다. 협조 부탁해요.”
    ?”
    처음 듣는 말이었다. 애초부터 계약서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내용이었다. 당혹스러운 표정을 숨기지 못하는 SAVIOR와 달리 한 실장은 여유로웠다.
    미리 결정된 사안이니 이해해줘요. 급히 결정된 건 아니지만.”
    급히 결정된 사항이 아니면 미리 제게 말씀해 주실 수도 있지 않습니까. 제가 담당하는 아이입니다.”
    “SAVIOR, 예전부터 느끼는 거지만 너무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는 경향이 있어요. 윗선에서 결정된 일이면 그냥 받아넘겨주는 것도 미덕이에요.”
    하지만,”
    더 이상 말은 듣지 않겠어요. 사흘 뒤에 다시 보죠.”
    자신의 말이 끝난 한 실장은 여유롭게 뒤를 돌아 유유히 복도를 벗어났다. 아직도 어이없다는 표정을 차마 숨기지 못한 SAVIOR는 안중에도 없다는 의미였다. 한 실장을 불러 세울 생각도 하지 못한 채 결국 한 실장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저 멀리 사라지고 나서야 정신을 차린 SAVIOR는 우선 방 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유리 창 너머로 한 실장을 바라보고 있던 것인지 창을 빤히 바라보던 서겸은 그제서야 경계태세를 풀었다.
    아저씨, 저 사람 안 보면 안되요?”
    무슨 일 있었어?”
    “…만졌어요.”
    ?”
    처음 신체검사 때, 귀엽다면서하여튼 안 보면 안되요?”
    SAVIOR가 할 수 있는 일은 서겸이 진정할 수 있도록 등을 쓸어내려 주는 것이었다.
     
    실험 51일 차
    SAVIOR는 더 이상 한 실장을 믿을 수 없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보였던 기분 나쁜 웃음부터 자신의 의견은 일체 존중하지 않는 태도까지, 불편한 것 투성이였다. 더 이상 주사를 놓아주지 않아도 된다는 말에 식사를 서겸과 같이 하는 정도만 하고 있었지만 갑자기 종종 찾아오는 한 실장 탓에 서겸은 불편해 하면서도 불안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전날의 이야기로 보아 자신이 모르는 이야기가 더 있는 것도 확실했다. 서겸에게 저녁 먹을 시간에 돌아오겠다며 잠시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SAVIOR는 침대에 누워 생각을 정리하다 이내 몸을 일으켰다. 이대로 있을 수는 없었다. 한 실장이 화를 내는 것은 보지 못했지만 화를 내는 한이 있더라도 자신의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랍 속에 있는 보고서를 꺼내 들었다. 이것을 핑계로 실장실에 올라갈 생각이었다.
     
     
    여전히 고요한 복도를 지나 가볍게 실장실 문을 노크하자 돌아온 것은 잠잠한 침묵이었다. SAVIOR가 조용히 귀를 가져다 대어보았다. 지난번처럼 통화 소리가 들리지도, 인기척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다시 한번 노크를 한 SAVIOR가 천천히 문고리를 잡고 돌렸다. 고요한 내부, 그 곳에 한 실장은 없었다. 아무래도 잠시 외출을 한 모양이었다. 곧 저녁 식사 시간이라 서겸에게 내려가 볼 생각이었기에 SAVIOR는 다음에 다시 와야 하는지 고민하며 보고서를 한 실장의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
    그러다 문득, 무언가 눈에 띄었다. 대문짝 만하게 폐기자료라는 도장이 찍힌 파일 이었다. SAVIOR가 파일철을 집어 들었다. 얼추 살펴보니 장문의 레포트와 몇 장의 사진이 있는 보고자료 였다. SAVIOR가 반쯤 열려 있는 문을 한번 살피다 이내 자료를 한장씩 넘겼다. 크게 보이는 것들만 읽었을 때 눈에 띄는 것은 반쯤 머리가 무너진 채 인간의 몰골을 벗어난 무언가 였다. A4종이 1/4 크기의 인쇄된 사진 속에는 철창에 갇힌 채 반쯤 깨진 머리에서 피를 흘리며 절규인지, 구조요청인지 알 수 없는 비명을 지르는 한 여자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보고서를 한 장 더 넘기자 이번에는 동공이 풀린 채 정면을 응시하는 남자의 사진이 실려 있었다. 남자의 머리는 반쯤 움푹 패인 채 허여멀건 액과 굳어버린 피가 합쳐져 기괴하기 그지없는 모양새를 연출하고 있었다. 종이를 넘길수록 점점 괴랄해지는 모양새의 사람들에 SAVIOR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문제는 그 사진들 안에 SAVIOR가 아는 사람들의 얼굴이 보인다는 것이었다. 아주 잠시였지만 같은 방을 썼던 연구원들부터 얼마 전 피를 토했던 여자 피실험자까지. 자료를 더 넘겨보려던 순간 바깥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급히 자료를 품 안에 숨긴 SAVIOR는 혹시나 종이 한 장이라도 떨어질 새라 팔을 몸에 최대한 붙였다. 곧 한 실장이 한 손에 휴대폰을 들고 실장실 내부로 들어왔다.
    무슨 일이죠?”
    “…마지막으로 보고서 제출하러 왔습니다.”
    따로 보고서 제출은 필요 없는데.”
    “…”
    거기 놓고 가요. 이제 곧 SAVIOR군의 실험은 종료니까 짐 정리도 좀 하고.”
    SAVIOR가 보고서를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는 눈짓을 보낸 뒤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바깥으로 나갔다. 자신을 끈질기게 따라오는 한 실장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그것을 아는 체 했다가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지는 않았기에 있는 힘껏 시선을 외면해야 했다.
     
     
    그날 SAVIOR는 서겸의 방에 오지 않았다. 서겸은 유리 벽 너머로 SAVIOR가 오는지 몇 번이고 내다 보았지만 보인 것은 다른 연구원들과 이제는 몇 남지않은 같은 층의 피실험자들 중 한명이 다른 피실험자들처럼 피를 토하며 끌려 나가는 모습이었다. 방 안에서는 보안 카드 없이 문이 열리지 않아 서겸은 결국 기다림에 지쳐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 쓰고 잠이 들었다.
     
     
    SAVIOR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숙소 문을 걸어 잠궜다. 몇 번이고 잠긴 것을 확인한 뒤 품 속의 자료들을 꺼내 펼치자 실장실 내에서는 대충 보느라 확인하지 못했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사진 속 사람들의 몰골은 인간의 몰골이 아니었다. 철창 안에 갇혀 머리가 부서진 채 뇌를 드러내며 울부짖는 남자, 이빨이 반쯤 나간 채 무언가의 피를 가뜩 묻힌 여자, 그리고 절규하는 연구원의 위에 올라타 어깨를 물어뜯고 있는 아이까지. 혼란스러워지는 머릿속에 SAVIOR가 이번에는 글을 읽어 보았다.
     
    무진도에서 발견 된 생명체는 조사 결과 살아있는 생명체가 아니었다. 뇌수와 뇌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무언가를 물어 뜯고 먹는 행위를 하려는 동작을 취하지만 정작 그 대상은 인간에 국한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것은 곧 신() 생명체의 등장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무진도 탐사를 위해 나섰던 다섯 명의 대원들이 숭고한 희생을 해준 결과
     
    다른 페이지들을 집어 들었다.
     
    …10(명명할 마땅한 단위가 존재하지 않아 임의로 라 칭함)신 생명체를 포획해 조직을 추출하여 조사한 결과 독특한 형태의 바이러스가 발견되었다. 독감 바이러스와 유사한 형태를 띄는 것으로 보아 변형 종자인 것으로 추정된다. 10구의 생명체들에게 쥐를 건네 준 결과 섭취하는 방식이 인간의 식사 방법과 동물의 식사 방법이 혼합된 기이한 방법을 사용함을 알 수 있었다. 조금 더 연구가 필요할 듯 싶다.
     
    바이러스를 개발해서 신종 바이러스를 만들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정부 측에서는 기각하였으나 A 건설 측에서 자금을 대어 보광약품을 인수, ‘보광제약으로 이름을 바꾸어 바이러스 연구에 총력을 다 하기로 확정 지었다. 연구가 마무리 되면 바이러스를 분사하여 퍼트리는 동시에 항체를 개발하고 그것을 비싼 가격에 판매하여 수익을 분배하는 형식으로 합의를 보았다.
     
    그러나 피실험체가 도망 간 이후 A건설의 후원이 종료되었다. 항체 역시 개발되지 않았다. 바이러스는 개발되었다. 항체를 인위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닌 항체를 가진 사람을 찾아 개발하는 것으로 계획을 수정하였으나 우선은 또 다른 후원자가 나타나기 전 까지는 일반 제약 분야에 총력을 다하기로 결정이 내려졌다.
     
    정부에 제출한 계획안이 기각되었다. 대신 P 그룹이 후원을 자처했다. 서울 외곽의 1호 연구소와 2호 연구소에서 각각 피실험자를 뽑아 항체를 가진 사람을 선발하기로 결정했다. 실험은 참가자의 몸에 개발된 바이러스를 주사하는 것으로, 항체 보유자가 나올 때까지 진행된다. 기밀 유지를 위해 실험 참가자는 실험 실패 시 폐기 하거나 개별적으로 제작된 공간에 감금한다. 연구원은 참가자와 같은 공간에 감금한다. 실험이 성공하면
     
    손에 들고 있던 자료들을 내려놓은 SAVIOR가 떨리는 손으로 마른 세수를 했다. 예상치도 못했던 것은 둘째 치고 짧은 시간 내에 너무 감당하기 힘든 것들을 알아 버렸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
     
    실험 52일 차
    아저씨?”
    “…”
    아저씨!”
    서겸의 외침이 들리고 나서야 SAVIOR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고개를 들어 바라본 서겸은 자신을 이상하다는 눈빛으로 보고 있었으며 식판에 가지런히 담겨있었던 음식들은 어지럽게 헤집힌 채로 간이 식탁을 더럽히고 있었다. 괜히 무안해진 SAVIOR가 가운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본인이 더럽힌 식탁을 닦았다.
    진짜 무슨 일 있어요?”
    “…, 미안. 딴 생각 좀 하느라.”
    저한테도 좀 말해주면 안돼요?”
    “…”
    아저씨는 매번 이러잖아요. 뭔가 있는 걸 알면서 꼭 말 안해. 내가 모를 줄 알았어요?”
    “…”
    SAVIOR가 작게 앓는 소리를 냈다. 자신이 보았던 자료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지 머릿속으로 정립되지 않는 탓이었다. 서겸이 한숨을 내쉬며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됐어요. 밥 그만 먹을래.”
    “…미안.”
    곧 헤어질지도 모르는데 끝까지 이러는 거, 솔직히 섭섭하거든요?”
    “…”
    나는 아저씨랑 친해졌다 생각했는데, 아니에요?”
    차마 설명하기가 복잡한 탓에 SAVIOR는 한숨으로 답을 대신할 수 밖에 없었다. 그저 서겸의 식판까지 대신 치워주는 것 외에는 할 일이 없었다.
     
    실험 53일 차
    SAVIOR는 다시 서겸의 방에 오지 않았다.
     
    실험 54일 차
    이른 새벽, 무언가를 고뇌하던 SAVIOR가 이내 서랍 속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민철이 도주하기 직전 연락할 일이 있으면 쓰라 쥐어 준 휴대폰이었다. 그날 한번 펼쳐본 이후 보지 않았던 터라 손때 하나 묻지않은 종이를 펼치고 휴대폰의 전원을 켰다. 경쾌한 알림음이 생각보다 크게 울려 퍼졌다. 혹시 누가 올 새라 문을 한번 바라본 SAVIOR가 번호를 조심스레 눌렀다. 통화 버튼을 누르자 연결음이 잠시 들리다 이내 달칵, 하는 소리가 들렸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도와줘.”
    한동안 대화소리가 방 안에서 끊이지 않았다.
     
    실험 56일 차
    한 실장이 서겸의 방에 방문했다.
    앞으로 우린 자주 보게 될 거야. 알지? 네가 SAVIOR군 밑에 있는 걸 알고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 SAVIOR군은 내가 아끼는 사람이거든.”
    “…”
    한 실장이 평소같이 웃으며 서겸의 볼을 쓰다듬었다. 서겸이 본능적으로 한 실장의 손을 쳐냈다. 순간 표정이 굳어지는 듯 싶었지만 한 실장은 다시 미소 지으며 서겸의 허벅지로 손을 뻗어 위 아래로 천천히 쓸어 내렸다. 서겸의 표정이 벌레가 기어가는 것을 보듯 일그러졌지만 반박하는 말을 꺼내지는 못했다.
    나는 네가 그렇게 건강하게 일어나서 다행이라 생각한 사람이야. 너 같이 귀여운 사람이 어디 흔하니?”
    “…가세요.”
    어른이 말하면 네, 해야지. 그래, SAVIOR군도 올 테니 오늘은 가볼게. 나중에 또 보자?”
    “…”
    , 신체 검사 때 귀여웠는데 지금은 너무 딱딱한거 아니? 힘 풀어.”
    한 실장이 서겸의 엉덩이를 콱 움켜쥐고서 유유히 방을 빠져나갔다. 헉 하고 숨을 들이 마쉬다 그대로 주저앉아버린 서겸은 반쯤 할 말을 잃은 채 한 실장의 뒷모습만 바라보고 있었다. 여전히, SAVIOR는 서겸의 방에 오지 않았다.
     
    실험 57일 차
    몇시간 뒤, 새벽이었다. 기다리다 지쳐 잠든 서겸의 몸 위로 그림자 하나가 어리더니 이내 서겸의 몸을 흔들어 깨우기 시작했다.
    으응….”
    갑작스레 깨우는 누군가의 손길에 작게 앓는 소리를 내다 이내 뻑뻑한 눈을 뜬 서겸은 눈 앞에 보이는 인영에 순간 놀라 큰 소리를 낼 뻔 했다.
    아저,”
    .”
    SAVIOR는 평소와 같은 연구소 가운이 아니었다. 목에는 보안카드 겸 연구원증이 걸려있었지만 평범한 사복을 입은 채 꽤나 크기가 있어 보이는 가방 하나를 매고 있었다. 아직 잠이 덜 깬 서겸을 일으켜 세운 SAVIOR가 보안카드를 찍고 문을 열었다.
    가자, 지금 가야 돼.”
    어디 가는데요?”
    “…이따 설명해 줄게.”
    “…지금 설명 안 하면 안 가요. 매번 이런 식이었잖아요.”
    당장 주저앉을 기세로 자신을 노려보는 서겸에 난처한 표정을 짓던 SAVIOR가 결국 서겸의 팔을 잡아 끌었다.
    여기 있으면 우리 둘 다 죽어.”
    “…?”
    여기서 다 말해주기에는 진짜로 길어서 힘들고. 확실한 건 우리 둘 다 가만히 있다간 죽을지도 모른다는 거야.”
    “…”
    경비원들 오기 전에 가야 돼. 서두르자.”
    벙찐 서겸은 그대로 SAVIOR의 손에 끌려 나왔다. 평소에도 고요한 편이었던 복도는 이전보다 더 조용했다. 방 바깥으로 나온 SAVIOR가 주변을 살피다 엘리베이터 대신 비상구 쪽으로 향했다. 잠금 장치는 생각보다 복잡한 구조가 아니었다. 다만 여닫았던 횟수가 몇 안되기에 생각보다 뻑뻑하게 녹이 쓸어 있었다. 잠금 장치를 옆으로 밀자 귀를 자극하는 날카로운 소음이 들리더니 이내 묵직한 소리를 내며 문이 열렸다. SAVIOR가 뒤를 한번 살피는 사이 서겸이 문턱 너머를 흘끗 바라보았다. 어둑한 조명 아래 끝없이 이어진 계단이 아래로 쭉 이어져 있었다.
    “…가자.”
    SAVIOR가 서겸을 이끌고 천천히 계단 아래로 내려갔다. 아주 잠시동안 서겸의 머릿속에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뭐해?”
    “…아니에요, 아무것도.”
    서겸은 우선 SAVIOR의 말을 따르기로 결정했다.
     
     
    꽤나 고층에서 내려가던 탓에 계단은 끝도 없이 이어졌다. 어둑한조명 아래 발걸음 소리, 그리고 간간히 들리는 숨소리만이 울려 퍼지는 공간은 꽤나 음산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서겸이 잡고 있던 SAVIOR의 손을 더 꽉 쥐었다. 긴장감이 맴돌았다. 자신이 이렇게 빠져나가는 이유를 정확히 알지 못함에도 그러했다. SAVIOR가 계단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두컴컴한 아래는 꼭 자신을 삼키려 드는 뱀의 몸뚱아리 같았다.
    “…아직 멀었어요?”
    “…거의 다 왔을거야.”
    민철이 통화상으로 말한 것에 따르면 계단 끝의 문을 지나가야 했다. 이제, 끝이 보였다.
     
     
    계단을 내려가자 바로 보이는 철문은 외관만 보아도 보안용이라는 것이 확실해 보일 정도로 견고해 보였다. 문의 뒤쪽으로 길이 하나 더 나 있었지만 무슨 길인지 알 수는 없을 뿐 더러 불도 꺼져 있어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암흑이었다. SAVIOR가 보안카드를 철문의 인식장치에 가져다 대었다.
     
    사용자의 카드가 아닙니다.
     
    ?”
    당황스러운 마음에 다시 한번 가져다 대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허둥대는 SAVIOR를 바라보며 정확한 상황을 모르는 서겸까지 덩달아 마음이 조급해졌다. 민철이 설명해준 상황에 이러한 것은 존재하지 않았기에 더욱 당혹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왜 안 열리지?”
    뭐가 잘못된 거 아니에요?”
    아냐, 그럴 리 없어. 분명 최대한 빨리 도착해서 기다리겠다 했었는데,”
    그 문은 제 보안카드로만 열리니까요.”
    뒤에서 갑자기 들려오는 목소리에 두 사람은 급히 뒤를 돌아보았다. 낯선 목소리가 아니었다. 어두운 공간이었지만 충분히 누군지 알 수 있는 목소리와 인영이었기에, SAVIOR는 다시 한번 당황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고 서겸은 본능적으로 SAVIOR의 옷깃을 붙잡았다. 한 실장은 미소 짓고 있었다. 그러나 평소처럼 사람 좋은 척 하는 웃음이 아닌 두 사람을 대놓고 비웃는 조소였다.
    여기서 보게 될 줄은 몰랐네요, SAVIOR. 길을 잃었나요?”
    “…”
    나름 아끼는 사람이었는데 이렇게 뒤통수를 칠 줄 몰랐네요. 조금은 실망이에요.”
    “…실망하실 것도 없지 않습니까.”
    농담은. 안이 그렇게 궁금하면 열어줄 수는 있어요. 하지만 바깥으로 나가는 건 안되요, 어차피 그 문도 내 보안카드로만 열리는 문이니까.”
     
    서겸이 SAVIOR의 등 뒤로 숨었다. 한 실장이 두 사람 쪽으로 걸어오자SAVIOR가 급히 몇 걸음 물러섰다. 한 실장은 상황을 오히려 즐긴다는 듯 재밌다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 모습 자체를 즐거워하는 모습에 서겸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한 실장이 보안카드를 인식기에 가져다 댔다.
     
    인식 완료되었습니다.
     
    두꺼운 철문이 옆으로 열렸다. 귀를 자극하는 마찰음을 내며 열리는 문에 아주 잠시 귀를 막았던 SAVIOR와 서겸은 그 다음 순간 보이는 광경에 숨을 잠시 멈추고 말았다. 문에서 일직선으로 나 있는 길과 그 끝에 위치한 또다른 철문. 그리고 그 양 옆에는 얼굴이 반쯤 썩어 문드러진 사람들과 머리가 깨져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사람들이 괴악한 소리를 내며 철창 사이로 손을 뻗고 있었다. 무슨 말을 하려 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였으며 오히려 먹이를 갈구하는 짐승의 소리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서겸이 순간 중심을 잃을 뻔 한 것을 SAVIOR가 잡아 일으켜 주었다. 한 실장이 두 사람을 바라보며 철창 사이 길로 걸었다. 길이 생각보다 넓어 사람들의 손이 한 실장에게 닿지는 않았다.
    “SAVIOR, 지난번에 궁금해하지 않았나요? 무슨 실험을 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 이미 자료를 가지고 가서 읽었을 테니 무슨 실험을 하는지는 알고 있을테죠.”
    “…”
    곧 경비원들이 올거에요. 그러면 서겸 군은 서울로 가는 차에 탑승하고 SAVIOR군은…”
    서겸이 처음 듣는 얘기에 SAVIOR를 바라보았다.
    서울? 아저씨, 이게 무슨 말이에요?”
    “…”
    “SAVIOR군이 말을 안 했나봐? 하긴, 피실험자에게 얘기해서 좋을건 없겠지. 너는 앞으로 서울로 올라가 주요 연구 대상이 될거야. 네가 실험 시작 이래 처음으로 성공한 대상이니까.”
    “…?”
    “…그런 일 없을겁니다. 저는 여길 나갈겁니다.”
    무슨 수로? 곧 경비원들도 도착할 텐데요?”
    정말로 퇴로가 없다는 판단이 들자 SAVIOR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여기서 빠져나가지 못하면 더 이상의 기회는 없다는 것을 알았기에, 점차 좌절감이 머릿속을 잠식해 나가기 시작했다. 서겸이 불안해하는 SAVIOR의 모습에 어찌할 줄 몰라했다. 한 실장이 승리자의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때였다.
     
    경비가 해제되었습니다.
     
    “…뭐야?”
    건너편의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예상치 못한 상황인지 두 사람을 포함한 한 실장 역시 놀라고 당황한 눈빛을 지우지 못했다. 문이 이내 금속간의 마찰음을 내며 열렸다. 그리고 그 앞에는 민철이 서있었다. 낭패라는 표정을 지은 민철이 급히 소리쳤다.
    “SAVIOR!! 뛰어!!”
    ,저건!”
    빨리!”
    아저씨!”
    퍼뜩 정신이 든 SAVIOR가 급히 서겸의 손을 잡았다. 순간 비틀거리기는 했지만 이내 중심을 잡은 서겸이 SAVIOR의 뒤를 따라 발을 놀려 달리기 시작했다. 정신을 차린 한 실장이 급히 철문을 닫으려 했지만 아슬아슬한 찰나 철문을 통과한 SAVIOR와 서겸은 한 실장을 가까스로 빗겨 나갈 수 있었다. SAVIOR가 매고 있던 가방에 순간 얼굴을 맞은 한 실장이 짧은 단말마의 신음을 내며 비틀거렸다. 순간 철장 쪽으로 중심이 쏠려 넘어지는 듯 했으나 간발의 차로 사람들에게 잡히지 않은 한 실장은 처음 보는 매서운 눈빛으로 두 사람을 노려보았다. 때마침 경비원들이 도착했다.
    잡아!!”
    한 실장이 두 사람을 가리키며 외쳤다. 뒤를 힐끗 본 SAVIOR가 더 힘이 주어지지도 않는 다리에 간신히 힘을 주었다. 서겸은 한동안 달리지도, 큰 움직임이 있지도 않았던 다리에 몇번이고 힘이 풀리는 탓에 주저앉기 직전까지 가야했다. 멈춰 설 시간은 없었다. 멈추는 순간 모든 것이 끝나리라는 것은 불 보듯 뻔했다. 민철이 초조한 표정으로 두 사람과 뒤에서 맹렬하게 쫓아오는 경비원들을 번갈아 쳐다봤다. 전문적으로 훈련 받은 사람들과 아닌 사람들의 신경 차는 엄청났다. 꽤나 벌어졌다 생각했던 간격이 점차 좁혀졌다. 재촉하지 않으려 해도 불안해질 만 한 격차였다.
    빨리!!”
    불안한 눈빛으로 바라보던 민철이 급히 문 옆에 있던 닫힘버튼을 눌렀다. 점차 철문이 닫히기 시작했다. SAVIOR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이를 악물고 달리기 시작했다. 문이 반쯤 닫히고 두 사람 다 잡히기 직전인 동시에 문의 코 앞에 도달했을 때였다. 눈을 질끈 감은 SAVIOR가 서겸을 먼저 밀어 넣고 그대로 자신 역시 몸을 날렸다. 선두에 서서 달리던 경비원의 손 끝이 문을 막 통과한 SAVIOR의 옷깃을 잡기 직전이었다.
    -
    문이 닫혔다. SAVIOR가 다리에 힘이 풀려 넘어졌다. 동시에 서겸 역시 바닥에 널브러져 가쁜 숨을 골랐다. 민철이 바닥에 떨어진 피 약간과 손가락을 바라봤다. 주인을 잃은 손가락은 참혹할 정도로 피를 내뱉으며 바닥에 굴러다니고 있었다. 철문 너머에서 고통에 찬 비명소리와 철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곧 한 실장으로 추정되는 호통소리 역시 들려왔다.
    “…왜 이렇게, 늦었어?”
    자리에서 일어나 숨을 고르며 SAVIOR가 물었다.
    미안. 잠금 푸는데 생각보다 오래 걸려서.”
    아아…”
    일단 가자. 부탁한 건 다 챙겨왔지?”
    “…그때 못 가져갔던 장비들이랑, 한 실장 방에 있던 자료들?”
    이제 그걸로 못 다한 프로젝트를 완성 해야지. 저쪽으로 쭉 나가면 차 있어. 그거 타고 바로 나가야 돼. 가자, SAVIOR.”
    “SAVIOR 아니고 이진욱. 그 지긋지긋한 이름 때려쳐.”
    민철이 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SAVIOR, 진욱이 서겸을 일으켜 민철이 가리킨 방향으로 향했다. 두 사람 뒤에서 걸어가려 몸을 돌리던 민철이 순간 멈춰서서 철문을 바라봤다.
    뭐해?”
    , 잠시만. 바로 갈게.”
    민철이 닫힘버튼 옆에 있던 또 다른 버튼 하나를 바라보다 이내 망설임 없이 눌렀다.
     
    철창을 해제합니다. 보호장비가 없으신 분들은 주의하여 주십시오.
     
    가자.”
    문 너머로 살이 찢어발겨지는 소리와 귀를 찢을 듯한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민철이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그러다 이내 몸을 돌려 두 사람과 함께 저 너머로 걸어갔다. 세 사람의 인영이 길 너머로 사라졌다. 비명소리도 점차 멎었다.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거야?”
    세 사람이 보광제약을 빠져 나온지 어언 이주일이 지났다. 급히 차를 몰아 민철의 아지트에서 머물던 진욱과 서겸은 생필품을 살 겸 민철과 외출을 했다 잠시 카페에 들어갔다. 혹시 자신들을 찾는 보광제약 관련 인물들이 있지는 않을까 가장 안쪽 자리에 앉은 세 사람은 앞으로의 일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 진욱이 자신의 앞에 있던 아메리카노를 한모금 마셨다.
    일단 살 곳을 찾아봐야지. 네 아지트에서 매번 신세질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 그러는 너는 어떻게 할 거야? 우리를 탈출 시키는 걸 도우면서까지 얻은 자료로 뭘 할건데? 물론 중간에 큰일 날 뻔 했지만.”
    내가 탈출할 때 까지만 해도 보안이 그렇게 복잡하지는 않았다니까?이건 내가 방심한 부분이고... 하여튼, 나는 프로젝트를 완성할거야. 한 실장은 이미 그것들한테 물어 뜯겼을 확률이 높으니 내버려두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일단 그거니까.”
    민철이 차를 한모금 마셨다. 진욱의 옆에 앉아있던 서겸이 자신의 앞에 놓여있던 레모네이드를 쪽 빨아들였다.
    지금 내가 가장 불안한건 보광제약 뒤에 뭐가 있냐는 거야. 일단 보광제약에서 자체적으로 준비한 계획이 아니고 누군가가 뒤에서 후원했다는 건데, 네가 가져온 자료에 나온 그룹만이 후원했다고 보기에는 뭔가 이상해.”
    그럼 네 말은,”
    누군가가 더 도와줬다는 거겠지. 그리고 보광제약이 도선리에 있는 그 연구소 하나만 있는게 아냐. 이미 수년 동안 수백, 수천명을 가지고 실험 해왔으며 그 ()생명체를 단순히 한둘만 가지고 있는건 아닌게 확실해.”
    “…”
    분명 그 사람들은 서겸이가 없어도 뭔가를 할 사람들이야. 느낌이 안 좋아.”
    자신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는 동시에 분위기가 어두워지자 서겸이 레모네이드를 마시다 순간 손이 미끄러져 잔을 떨어트리고 말았다. 쨍그랑, 하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잔이 깨지며 서겸의 바짓단이 흠뻑 젖었다.
    괜찮아?”
    , 네네. 저는 괜찮아요. 죄송해요, 제가 딴 생각을 좀 하느라…”
    소리를 들은 직원이 달려와 컵을 치워주겠다며 빗자루를 가져왔다. 괜히 일이 늘었다는 생각에 서겸은 죄송하다 인사를 하며 잠시 손을 씻으려 자리를 벗어났다. 직원이 유리 조각들을 치운 뒤 다시 자리를 뜨고나서 먼저 입을 연 것은 진욱이었다.
    그래서, 네 프로젝트 이름이 뭐라고 했었지?”
    “The Day of the Living Dead. 살아있는 시체들의 낮.”
    복잡하네.”
    그래도 내 프로젝트를 가장 잘 나타내는 이름이야. 이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고 내 친구들 묘에 가려고. 걔네들이 나한테 매번 그랬거든, 너무 허무맹랑 하다고. 나름 성공했다 말해줘야지.”
    “…좋아할거야. 네 친구들이니까 인정 해줄거고.”
    그랬으면 좋겠네. 직접 말해줬으면 기뻤을 텐데. …괜히 이런 얘기만 해서 분위기 어두워지고, 난리도 아니네. 서겸이 손 씻고 오면 가자. 장 볼 것도 아직 남았잖아.”
    진욱이 고개를 끄덕이며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더 마셨다. 두 사람과 거리가 있는 카운터에 낡은 라디오 한대가 주인을 기다리며 듣는 사람 없이 뉴스만을 흘려 보내고 있었다.
     
    다음 소식입니다. 최근 이유 없는 멧돼지 떼가 출몰하고 있어 농민들의 근심이 늘고 있습니다. 도선리에서 처음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멧돼지 떼는 점차 아래 지방으로 내려오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기존과는 다르게 작물 대신 닭, 오리, 돼지 등 가축들을 습격하는 성향을 보이고 있어 일각에서는 변종이 아니냐는 말 역시 나오고 있습니다. 관계자 측에서는 더 이상의 피해가 없도록 준비하겠다는 말을 반복하고 있으나 피해 주민들은 신속한 피해 보상과 2차 피해 방지를 준비해 달라는 의견을 내고 있어 마찰이 예상 됩니다….
     
    살아있는 시체들의 낮이 시작되었다.
     
     
     
     
     
    출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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