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br>... <br><br><br>머리를 둔탁하게 내려치는 <span class="re_green">그놈의</span> 한 마디에 충격을 받은 나머지 이명이 온 것인지<br><br><br>삐~ 소리 외에 아무런 소리도 <span class="re_green">안 들리더군요</span><br><br><br>그러고 보니 어제 <span class="re_red">새벽</span> 갑자기 이곳을 <span class="re_green">벗어나기까지</span> 영진이의 행동이 <span class="re_red">폴라로이드</span> <span class="re_green">사진처럼</span> 지나쳐가더군요<br><br>경계심을 가지고 최 후방에 서 있던 것도 <span class="re_green">다름 아닌</span> <span class="re_red">그 녀석이었고..</span><br><br><br>사실 최 전방에서 걷던 <span class="re_green">남성 두분</span> 보다 이단아 커플을 선두로 보내자는 의견 또한 영진이가 주도했거든요<br><br><br><br>이 외에도 <span class="re_green">여러 가지</span> 퍼즐이 조각이 모여 하나에 그림이 완성되는 듯 <span class="re_green">눈앞에</span> 여인이 <span class="re_green">피 칠갑을</span> 한 귀신처럼 보였습니다.<br><br><br>저도 모르게 전화를 받으며 그녀를 <span class="re_red">쳐다봤습니다.</span><br><br><br>하늘을 <span class="re_green">바라보는 듯</span> 고개를 쳐들고 흰자위를 내놓고 웃는듯한 표정으로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span class="re_green">미친 듯이</span> 빠르게 <span class="re_red">중얼거리더라고요</span><br><br><br><br><br><br>때마침 영진이가 육두문자를 섞어 소리치지 않았다면 저는 그 상태로 <span class="re_purple">정신줄을</span> 놨을지도 모릅니다.<br><br><br><span class="re_green">정신 차려</span> <span class="re_green">이 새끼야!</span> 지금 그 여자 어딨어? 전화기 들고 <span class="re_green">자리 좀</span> 피한다고 말하고 <span class="re_green">거리 좀</span> 떨어지면 이야기해줘<br><br>나도 지금 그쪽으로 가고 있으니까<br><br>병신처럼! <span class="re_purple">어버</span> 거리지 말고 새끼야! <br><br><br><br><br>어... 어... <br><br><br>조심스레 그녀를 피해 자리를 <span class="re_purple">옮기려던</span> 중<br><br><br><br><br>수화기 <span class="re_red">너머로</span> <span class="re_green">대화 내용을</span> <span class="re_green">들은 건지</span> 그 순간 여자가 제 손을 <span class="re_green">잡는 겁니다</span><br><br>여자 혼자 두고 <span class="re_green">어딜 가시냐고</span> 매너가 있네 없네 운운하면서 자신과 <span class="re_green">떨어지는 걸</span> 허락하지 않더군요<br><br>평소에 여성분이 이런 <span class="re_green">으스스 한</span> 곳에서 이렇게 말했다면 몰라도<br><br>이미 저는 그녀를 사람이 아니라 단정 지었기에 그녀의 모든 말에 겁부터 <span class="re_green">집어먹었던 거</span> 같습니다.<br><br><br><br>전화를 끊지 않은 상태였기에 영진이 녀석이 상황을 <span class="re_green">파악한 건지</span> 다급하게 그녀를 바꿔 달라 하더군요<br><br><br><br>한 <span class="re_green">2~3분여 간</span> 그녀와 영진이가 통화하는 모습을 <span class="re_green">지켜볼</span> <span class="re_green">수밖에</span> 없었는데<br><br>통화가 <span class="re_green">끝난 것인지</span> 그녀가 저에게 휴대폰을 주더군요<br><br>아직 통화가 가고 <span class="re_green">있는 걸</span> 봐선 영진이 녀석이 저에게도 할 말이 <span class="re_green">있나 보다</span> 하고 서둘러 받으려던 와중<br><br>그녀가 갑자기 통화를 끊더니<br></div> <div>웃는겁니다.<br><br><span class="re_red">관자놀이부터</span> 시작해서 온몸에 소름이 끼치더군요<br><br>다리에 힘이 빠져 흉한 모습으로 자리에 털퍼덕 <span class="re_green">주자 앉아</span> 버렸습니다.<br><br><br>그녀가 그런 저를 보며 쪼그리고 앉아 양팔로 본인 무릎을 감싸앉으며 말하더군요<br><br><br><br>친구분이 이리로 <span class="re_red">오신대요</span> 조금만 기다리면 오신다니까 그 안에 후딱 돌아보고 나오죠<br><br><br><br><br>떨어지지 않는 입술로 싫다고 <span class="re_green">말하는 게</span> 제가 할 수 있는 전부였습니다.<br><br><br>이럴 시간 <span class="re_green">없다고!</span> <span class="re_purple">씨발!</span><br><br><br><br>덥석 제 손목을 <span class="re_purple">낚아챈</span> 그녀가 가녀린 몸으로 저를 질질 끌고 <span class="re_green">건물 안으로</span> 들어가려는 겁니다<br><br><br>사자 앞 <span class="re_green">생쥐처럼</span> 온몸이 굳어 저항할 수 없었다 치더라도<br><br><span class="re_red">90킬로에</span> 육박하는 성인 남성을 손목만 잡아 <span class="re_green">끄는 게</span> <span class="re_green">가능한 건지..</span> </div> <div> </div> <div> </div> <div>끌려가는 와중에 그녀는 쉬지 않고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는데 테이프를 <span class="re_green">빨리 감는 것처럼</span> <span class="re_green">빠른 속도로</span> 중얼중얼 거리더군요<br><br><span class="re_green">그중에</span> 욕설과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섞었는데 한국말 같진 않았습니다.<br><br><br>공포에 사로잡혀 아무런 저항도 못하고 있는 저는 이대로 죽는구나 <span class="re_red">싶더라고요</span><br><br>갑자기 전화가 끊어졌는데 영진이 녀석이 다시 연락하지 않는 걸 보면 아마도 이곳에 급하게 오려고 <span class="re_green">하는가 보다</span> 생각했지만<br><br>지금 당장 이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면 녀석을 만나 보기도 전에 끝나겠다 싶었습니다.<br><br><br>온몸에 힘을 줘서 버텨보았지만 시간만 지연시킬 뿐 건물과 <span class="re_green">가까워지는 것은</span> 어쩔 수 없었습니다.<br><br>이런 상태라면 얼마 못가 <span class="re_green">건물 안으로</span> <span class="re_green">끌려갈 텐데</span> 뭔가 제 마음속 한 곳에서 현관 안으로 절대 <span class="re_red">들어가면 안 돼!</span> <span class="re_green">외치는 거</span> 같았죠<br><br>진짜 살면서 그렇게 힘을 <span class="re_green">써본 적이</span> <span class="re_green">없었던 거</span> 같습니다</div> <div> </div> <div><br>뭐라도 하지 않으면 죽는다 싶은 지경에 이르러 저는 주머니를 막 뒤져보기 시작했습니다<br><br>여자친구와 <span class="re_green">재미 삼아</span> 봤던 <span class="re_purple">점집에서</span> 산 싸구려 부적이라던가 절실한 <span class="re_red">크리스천인</span> 여자친구가 선물해준 커플용 묵주라던가<br><br><span class="re_red">개중</span> 하나만 있더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주머니에 있던 쓰레기들까지 모두 꺼내어 던졌습니다.<br><br>뭐가 있었는지 모르지만 나오는 족족 던지니 그녀가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 보더군요<br><br><br><span class="re_purple">키키키키키키키키키키키키키키키킼</span><br><br><br>저는 바닥에 누워 그녀를 <span class="re_green">올려다보는</span> 상태였는데<br><br>내려보고 있던 그녀가 허리를 숙이고 막 <span class="re_green">웃는 겁니다</span><br><br>살면서 사람이 웃는 모습을 보며 소름이 돋긴 <span class="re_red">처음이었습니다</span><br></div> <div>저도 모르게 으어어! 소리치게 되더군요<br><br>이리 내놔!!<br><br><br>뭔지는 모르지만 미쳐 던지지 못하고 꽉 쥐고 있던 종이를 갑자기 뺏더니 <span class="re_green">미친 듯이</span> 찢으면서 좋아하더군요<br><br><br>이때다! 지금 도망치지 않으면 죽는다! 싶어 벌떡 일어나 <span class="re_green">미친 듯이</span> 뛰었습니다<br><br><br><span class="re_green">젖 먹던</span> <span class="re_green">힘까지라는</span> 말이 무엇인가를 <span class="re_green">느낄 만큼</span> 말 그대로 진짜 <span class="re_green">젖 먹던</span> 힘까지 쥐어짜 차가 서 <span class="re_green">있는 곳까지</span> 뛰었습니다<br><br><br>뒤를 돌아볼 여유도 없었습니다<br><br><br><span class="re_green">미친 듯이</span> 달리면서 주머니를 뒤져봤는데 아무것도 <span class="re_green">잡히는 게</span> <span class="re_green">없는 겁니다.</span><br><br><br>이런 미친! <span class="re_purple">씨발!!</span> 차 창문으로 달려오는 그녀가 보이니 마음이 조급해져 더 <span class="re_green">못 찾겠는 겁니다.</span><br><br><br><span class="re_green">그 순간</span> 아차 했습니다. <span class="re_green">조금 전</span> 정신없이 그녀에게 물건을 <span class="re_green">던질 때</span> 그 안에 <span class="re_green">차 키 또한</span> <span class="re_green">포함되어</span> <span class="re_green">있었던 거죠</span><br><br><br>이 나이에 글이라도 말하기 창피하게 .. 아니 그 상황을 <span class="re_red">겪는다면</span> 누구나 <span class="re_green">그럴 것이라</span> 생각합니다<br><br>제 자신을 원망해봤자 건물 앞에 떨어진 <span class="re_green">차 키가</span> 다시 주머니 속으로 들어오는 것도 아닌데 하염없이 울었습니다<br><br><br><br><br>영진아!! 영진아!!!!!!!!!! 이 개X끼야! 빨리와!!!!!!!!!!!!!!!!!!!!!!!!!!!</div> <div>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