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지하 세계</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사람이 살지 않는 이 산지는 얼마 전부터 땅속으로부터의 웅성거림과 소음이 들려와</div> <div>이곳을 지나는 사람들에게서 신고가 들어온 곳이다.</div> <div><br></div> <div>경찰들이 이미 몇 번을 수색했지만, 그곳에는 동굴도, 지하도도 없었다.</div> <div><br></div> <div>하지만 들려오는 소음은 경찰도 들은 참이다.</div> <div>경찰은 마치 웅성거리는 마을의 소리와도 같았다고 이야기 했다.</div> <div><br></div> <div>고고학자인 나는 동료 K와 더불어 이곳을 찾았다.</div> <div>굴착기와 더불어 말이다.</div> <div><br></div> <div>난, 지하세계를 믿는다.</div> <div><br></div> <div>학자인 내가 하기에는 어이없는 소리일지도 모르지만,</div> <div><br></div> <div>음... 이야기를 거슬러 보자면, 아마 내가 10살 부근일 때쯤인 것 같다.</div> <div>자연사 박물관에서 발견된 오래된 시계가 내 관심을 끈 건</div> <div>그 시계의 디자인 때문이기도 했지만.</div> <div>그 시계 표면에 무언가로 긁히듯 쓰여 있는 [P에게]라는 글귀였다.</div> <div><br></div> <div>P는 내 이름 이였기에 신기해하며 부모님 말씀드리니,</div> <div>아마, 동명이인이 였을거라 하셨지만,</div> <div><br></div> <div>난 그이후로 줄곧 박물관을 다니며, 고고학에 관심을 보였다.</div> <div><br></div> <div>그 시계는 오래된 성당 터 주변에서 발굴되었다고 하며,</div> <div>그 성당은 1~2차 세계대전으로 불타 없어졌지만,</div> <div>과거 중세암흑기에 활약을 했던 곳이라고 한다.</div> <div><br></div> <div>그렇게 고고학에 관심을 보이던 차에,</div> <div>그 당시 발굴된 책속에서 땅속마을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된다.</div> <div><br></div> <div>땅속에서 사람들의 말소리와 소음과 들린 적이 있었고,</div> <div>심지어 지하세계 사람이 나온 적이 있었다고 한다.</div> <div><br></div> <div>뭐, 책에서는 성당이니 만큼 지하세계 사람을 악마로 묘사했고,</div> <div>바로 화형 시켰다고 했지만, 장소가 장소이니 만큼 당연했을지 모른다.</div> <div><br></div> <div>여러 곳의 정보를 찾아다니다 바로 이곳의 소문을 들은 건 불과 3일전이다.</div> <div><br></div> <div>K는 벌써 굴착기를 설치하고 있었다.</div> <div><br></div> <div>장비를 설치하고 기다리니 이윽고 땅속에서 소음이 들려왔다.</div> <div>웅성거리는 듯한 소리, 무언가를 부딪치고 있는 소리, 고함소리</div> <div><br></div> <div>여러 소리가 섞여서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분명 사람 목소리 같았다.</div> <div><br></div> <div>K와 눈짓을 주고받은 난,</div> <div>서둘러 굴착기를 동작시켰다.</div> <div><br></div> <div>[쿠르르르를]</div> <div><br></div> <div>굴착기는 빠르게 땅을 파고 들어갔다.</div> <div><br></div> <div>굴착기가 땅을 파내는 동안 난 서둘러 녹화를 위한 장비와, 노트를 준비했다.</div> <div><br></div> <div>[쿠르르..스스스르르...]</div> <div><br></div> <div>굴착 음이 바뀌었다, 무언가의 공간에 도착한듯했다.</div> <div>서둘러 굴착기를 빼어내니 소음과 목소리가 더 선명하고 크게 들렸다.</div> <div><br></div> <div>난 녹화기에 긴 줄을 매어 던져 넣었다.</div> <div><br></div> <div>구멍으로 던져 넣은 녹화기는 떨어져 내리더니 </div> <div>다시, 구멍에서 솟구쳐 올라 왔다.</div> <div><br></div> <div>“응? 왜 이러지?”</div> <div><br></div> <div>몇 번을 다시 시도해봤지만, 마찬가지였다. </div> <div>처음에는 지하세계 사람이 다시 던지나 싶어,</div> <div>노트나 다른 물건으로도 해보았지만,</div> <div>시간상 누가 받아서 던지는 건 아닌듯했다.</div> <div><br></div> <div>심지어 던져 넣은 동전조차 다시 돌아왔다.</div> <div><br></div> <div>K와 난 직접 들어가기로 했다.</div> <div><br></div> <div>주변 나무에 단단히 밧줄로 고정하고, K가 먼저 몸에 두른 체 들어갔다.</div> <div><br></div> <div>K가 들어가고 30분이 지나도록 소식이 없었다.</div> <div>K에게 소리쳤지만, 응답은 없었다.</div> <div><br></div> <div>줄을 잡아당겨 이번엔 내 몸에 묶었다.</div> <div>몇 M를 내려갔다고 느낀 순간 위화감이 몸을 휩쌌다.</div> <div><br></div> <div>분명 줄을 잡고 내려간다고 느꼈지만, 어느새 올라가는 모습이 되었다.</div> <div><br></div> <div>순간 깨달았다. </div> <div><br></div> <div>"중력 역전!!!"</div> <div><br></div> <div>어찌 보면 당연했다.</div> <div>지저세계인들이 공중에 떠서 다니는 게 아니라면</div> <div>반대쪽으로 중력이 가해져야 했다.</div> <div><br></div> <div>다행인건 굴착기의 드릴 홈이 벽면에 나있어, 올라가는 게 불가능하진 않았다.</div> <div>힘겹게 구멍을 기어 올라가 고개를 내밀었다.</div> <div><br></div> <div>안개가 낀 마을이 눈에 들어왔다.</div> <div><br></div> <div>마을의 광장에는 커다란 불빛이 보였다.</div> <div><br></div> <div>[철커덕]</div> <div>카메라를 들고 몰래 다가가려는 순간 발에 무언가가 밟혔다.</div> <div><br></div> <div>시계?</div> <div><br></div> <div>K의 시계였다.</div> <div><br></div> <div> </div> <div><br></div> <div>시계를 들어 보던 난 소스라치게 놀랐다.</div> <div> </div> <div> </div> <div><br></div> <div>시계 표면에는 칼로 긁은 듯 이렇게 쓰여 있었다.</div> <div> </div> <div><br></div> <div>[P에게]</div> <div> </div> <div> </div> <div><br></div> <div>“여기다!!!“</div> <div>“여기에도 악마가 있다!!!”</div> <div><br></div> <div>난 급히 시계를 던지며 도망쳤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시계는 진흙에 박혀 깊이 빠져들었다.</div> <div><br></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오지마!!!!]</div> <div><br></div> <div>뒷면은 급하게 쓴 K의 글씨가 달빛에 반짝인다.</div> <div><br></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