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b>홀리다</b></div> <div><br></div> <div>우리 할머니가 어릴 때 겪은 이야기이다.</div> <div><br></div> <div>집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신사가 있었다고 한다.</div> <div>그 신사의 경내는 아이들이 놀이터 삼고 있어서,</div> <div>동네 아이들과 같이 놀곤 했다고 한다.</div> <div>어느 날, 해질녘이 되어서 이제 그만 집에 돌아가자고</div> <div>다 함께 논두렁길을 걸어 집으로 가는데...</div> <div>아무리 걸어도 걸어도 집이 나오지 않았다.</div> <div>평소와 같은 걸음걸이였지만 정신이 들고 보면 같은 장소로 되돌아와 있었다.</div> <div><br></div> <div>길을 잃은 것 같긴 했지만 그래도 계속 걸었더니</div> <div>논두렁길 한쪽에 농부로 보이는 아저씨가 앉아 있는 게 보였다.</div> <div>아저씨는 통나무에 걸터 앉아서, 담뱃대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div> <div>어른이 보이자 안심되어서 아저씨 쪽으로 걸어 갔더니</div> <div>담뱃대 끝의 불이 밝게 빛났다.</div> <div>그러자 점점 그 불이 커지더니 아저씨 얼굴을 가릴 정도로 커졌다.</div> <div>아이들은 깜짝 놀라 울면서 도망쳤다.</div> <div>그러자 어디서인지 "옛끼 이놈!"하고 소리가 났다.</div> <div>그 소리가 나는 곳을 돌아보니, 신사의 신관님이 서 있었고</div> <div>주변에 보이는 것도 평소에 놀던 경내 풍경으로 돌아와 있었다고 한다.</div> <div><br></div> <div>신관님 말씀이, 아이들은 계속 신사 경내를 걷고 있었고</div> <div>같은 길을 빙글빙글 돌고 있길래 저게 무슨 놀이인가 하고 계속 봤더니</div> <div>갑자기 애들이 울기 시작해서 이상하다 싶어 소리를 질렀다고 한다.</div> <div><br></div> <div>할머니 말씀이</div> <div>"아마 여우에게 홀렸던 게지..."라고 말씀하셨다.</div> <div><br></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