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렸을 때 우리 집 화장실은 실내에 있지 않고 마당 한편 외양간 옆에 있었다. <div>물을 내릴 필요 없이 발사와 동시에 거름으로 숙성작업이 진행되는 친환경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div> <div>화장실에는 훗날 거름으로 사용될 재료들이 항상 가득 있었다. 자칫 실수로 빠지기라도 하는 날에는 아... 상상하고 싶지도 않다.</div> <div>물론 형은 고라니 보고 놀란 나의 괴성에 실족으로 거름창고에 빠져서 똥독에 옮아 학교를 못 간 적도 있었고</div> <div>유독가스가 가득 차 있는 위험한 그곳에서 불장난했다가 몽골반점이 채 사라지지 않은 뽀송뽀송한 엉덩이가 탈 뻔 한 적도 있었다.</div> <div><br></div> <div>어린아이라면 겁을 먹을 수 있는 화장실 위치와 각종 사건, 사고들 때문인지 어린 시절 나는 화장실 가는 것을 무서워했다. </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특히 어린 나이에 "똥을 참으면 약이 된다."는 그릇된 민간요법을 신뢰해 배변을 제어하는 것을 습득했다.</span></div> <div>하지만 배변 컨트롤 습득의 결과는 변비였다.</div> <div><br></div> <div>변을 보지 못해 고통스러워하는 내게 어머니는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전통 민간요법 들을 행하셨다. </div> <div>처음에는 오장육부를 부드럽게 하도록 식용유를 한 컵 마시게 했고, 그래도 효과가 없자 좀 어머니께서는 </div> <div>더 값비싼 들기름 한 잔을 마시게 했다.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그래도 나는 시원하게 변을 보지 못했다. </span></div> <div><br></div> <div>어머니는 화장실을 무서워하는 나를 화장실로 데려가려 했지만 울면서 화장실 가는 것을 거부했다.</div> <div><br></div> <div>"화장실에 응가 귀신 있어. 엄마 나 화장실 무서워. 가기 싫어." </div> <div><br></div> <div>내가 귀신을 보는 식스 센스의 꼬맹이도 아니고 사실 귀신 따위는 없었다. 무서워서 어머니께 거짓말을 했다.</div> <div>어머니는 잠시 고민을 하시더니 </div> <div><br></div> <div>"아가, 창고에 엄마 어렸을 때 아가처럼 응가 못해서 배 아플 때 응가를 할 수 있게 해준 마법의 요강이 있거든. 우리 아가도 </div> <div>마법의 요강에서 응가 해볼래?" </div> <div><br></div> <div>"응! 엄마 나 마법의 요강에서 응가 해볼께! 엄마도 옆에 있을거지?"</div> <div><br></div> <div>어머니는 창고에서 낡은 놋쇠 요강을 하나 들고 오셨다. 아들의 연약한 피부를 걱정하셨는지 깨끗이 물로 닦으신 뒤 </div> <div>나를 요강에 앉히시고 내 등을 쓰다듬어 주시며 작자 미상의 노래를 불러주셨다. </div> <div><br></div> <div>"우리 아가 응가 하자~ 아가 배에 있지말고 쑥쑥 나와라~"</div> <div><br></div> <div>값비싼 들기름의 효과인지, 어머니의 정성 때문인지 아니면 정말 그 요강이 변비를 탈출시켜주는 마법의 요강인지 </div> <div>눈에서 눈물이 글썽일 정도로 힘을 준 그 날, 어린<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아이에게서 보기 힘든 크고 아름다운 변을 생산했다.</span></div> <div><br></div> <div>삼십여 년이 지난 지금 스트레스를 받거나 야근을 하면 가끔 변비에 걸린다. </div> <div>요강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비데까지 장착된 편한 변기에 앉아 힘을 주고 있어도 복통이 해결되지 않을 때면, </div> <div>변비에 걸린 어린 아들을 걱정해 옆에서 등을 쓰다듬어 주시며,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노래를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불러 주시던 어머니의 손길이 그립다. </span></div>
출처
똥과 에세이를 결합한 '똥세이' 라는 장르를 개척하고 싶습니다.
** 바보 운영자님 혹시라도 이 글을 보신다면 모바일(참고로 저는 안드로이드 입니다.) 에서도
똥게 아이콘을 만들어주세요. 개인적으로 오유 아이콘 중에서 똥게 아이콘이 가장 귀엽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