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하고 폭력적인 부모 밑에서 학대받고 불행하게 자라서 그런지

성인이 되어서도 사랑에 대한 갈구가 심했어요

누군가에게 따뜻한 보살핌과 사랑을 주고받고 싶다는 욕망이

내면에 깊이 박혀 있었는데 그 대상이 자연스럽게 남친들이 되더라구요

하지만 너무 아픈 성장기를 보냈고

그 누구에게도 배우지 못한 사랑의 표현들은 노력해도 잘되지 않더라고요

말이 안 되면 행동으로 보여주면 내 진심을 알아줄까 하는 마음과

내가 행동으로 따뜻하게 감싸주고 챙겨주면

그들도 나에게 똑같이 해줄 거라고 하는 생각에

연애할 때 정말 최선을 다했는데 이상하게 결말은 항상 비극이었습니다.

남자 복이 없는 건지 사람 보는 눈이 없는 건지

시간이 갈수록 남녀 관계라기보단

아들 키우는 엄마의 포지션이 되어 있거나

바람둥이거나. 놈팡이거나,

폭력적이라 안전 이별을 걱정 한 적도 있고...

연애라는 게 처음엔 다들 가면을 쓰고 좋은 모습만 보여 주니

시간이 지나 제가 마음을 열고 사랑을 줬을 때는

처음 제게 다가왔던 그 남자의 모습은 없더라구요

그렇게 몇 번의 힘든 연애를 겪고

사랑과 사람에 회의감이 들어서 그냥 혼자 살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철벽치고 오랜 시간 지냈는데

요즘 들어 마음이 너무 공허하고, 너무 외롭고 아파요...

어쩌면 제가 쌓은 철벽은 견고한 성이 아니라 모래로 만든 성인가 봐요

가끔 주변에 다가오는 사람이 툭 쳐서 한쪽 모래 벽을 허물어 버리면

두려운 마음에 방어하려고 그 사람을 밀쳐 내고

나도 모르게 정신없이 벽을 쌓다가 돌아보면

나에게서 멀어져 떠나가는 사람을 볼 때마다

제가 쌓은 성 전체가 와르르 무너지는 기분이에요

그래도 유일한 가족이자 친구였던 반려견이 있을 땐

그 친구에게 의지하고 나름 단단하게 지낸 것 같은데

작년 10월에 그 친구를 떠나보내고 나선

이제 정말 진짜 혼자가 되어 버렸다는 생각 때문인지

공허함과 외로움 우울함이 점점 더 심해져서

이제는 약이나 술 없이는 잠도 못 잘 정도가 되었어요.

최근 또다시 무너진 모래성을 보며

언제 다시 쌓아 올리지 하는 걱정을 나눌 이가 하나도 없다는게..

기댈 곳이 정말 다 사라져 버렸다는 생각에..

너무 괴롭고 힘들어서 자꾸 눈물이나요...

그래도 또 울면서 벽을 쌓아 올리는 저겠지만..

이젠 그냥 다 그만하고 지구를 떠나고 싶어요

할아버지랑 반려견 친구 만나러 가고 싶다는 생각이 너무 들어요...

그곳에선 더 이상 걸핏하면 무너지는 이 성을 쌓아 올리지 않아도 될 테니까..

제 인생에 유일하게 항상 제 편이었던 할아버지랑 우리 테슬라 만나러..

다 포기하고 진짜 떠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