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br></div> <div>안녕하세요 오유눈팅을 종종 즐기는 여징어입니다.</div> <div>고민상담을 위한 글은 아니고, </div> <div>어딘가에 뱉어버리고 싶은 속내가 있는데</div> <div>쏟아낼 곳이 없어서 이곳이 대나무숲이려니 하고 몇자 적어봅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chapter 1.</div> <div><br></div> <div>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div> <div>참 많은 문제를 가지고 계셨던 분이셨습니다.</div> <div>술 여자 도박 폭력 범죄 사기 돈문제 등..</div> <div>사연을 전부 나열하자면 밤을 새고도 모자랐지요.</div> <div>드라마에 나오는 웬만한 나쁜놈은 감흥이 없을정도였습니다.</div> <div><br></div> <div>어릴때부터 집에는 거의 들어오는 일이 없었고</div> <div>제가 초등학생 때부터 별거가 시작됐습니다.</div> <div>여자가 많았기에 여기저기서 지내셨거든요.</div> <div>저는 차라리 별거가 반가웠어요. 엄마가 맞는게 싫었거든요.</div> <div>저희 자매를 엄마가 갖은 고생을 하며 키우셨습니다.</div> <div>엄마의 곧은 인성 덕분에 풍족하진 않지만 저희는 올곧게 자랄 수 있었구요.</div> <div><br></div> <div>그렇게 20대가 되었고 저는 성공해야겠다는 생각에 돈벌이에 집착했고</div> <div>20대 중후반즈음 모은돈으로 학교도 졸업하고 동생 학비도 종종 보태줄 수 있고</div> <div>시집갈 돈도 어느정도 모아놨고</div> <div>나름 열심히, 행복하게 살았다고 생각했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chapter 2.</div> <div><br></div> <div>아버지에게서 오랜만에 연락이 왔습니다.</div> <div>처음에는 안부차였는데 그 뒤로 종종 통화하게 되었습니다.</div> <div>그당시에 아버지가 시작한 사업이 있었는데 </div> <div>제 전공분야 관련해서 자문을 구하려하셨어요.</div> <div>비지니스적인 통화였지만 저는 그마저도 반가웠습니다.</div> <div>아무리 미워도 어릴적부터 비어있던 아버지의 자리에 대한 결핍이 항상 있었거든요.</div> <div><br></div> <div>그러던 어느날 아버지가 제게 일을 같이 할 생각 없냐고 하시더라구요.</div> <div>솔직히 기존 매출보다는 올릴 자신이 있었습니다. (잘 아는 분야였고)</div> <div>다만 아버지 사업방식을 알기때문에 같이하는게 조금 꺼려졌지요.</div> <div>(매입매출 이런거 생각안하시고 들어오는 돈 족족 다 쓰고,</div> <div>사업을 점진적으로 키우는게 아니라 뻥튀기식으로 늘리려는 스타일)</div> <div><br></div> <div>당시에 저는 일을 잠시 쉬고 휴식을 가지려는 시기였습니다.</div> <div>마침 집 계약도 끝나서 이사도 해야하는 상황이였구요.</div> <div>아버지 옆에서 돈벌겠다는 생각은 애초에 포기했고</div> <div>같이 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div> <div>어머니께 상담했더니 네가 아빠랑 못누려본거 지금이라도 누려보라고 하시더라구요.</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chapter 3.</div> <div><br></div> <div>그렇게 저는 아버지 곁에서 일을 돕기 시작했고 그럭저럭 순탄했습니다.</div> <div>어느정도 돈이 들어오기 시작하자 아버지는 예전 습관이 다시 나왔고</div> <div>말도안되는 이상한 사업을 자꾸 벌이거나, 사고를 치기시작했습니다.</div> <div>폭행문제로 합의금을 물어주기도 하고</div> <div>이상한곳에 투자하느라 돈날리기도 하고</div> <div>주변 사람에게 투자권유를 해서 사기로 소송당하기도 하고..</div> <div><br></div> <div><br></div> <div>결국 상황은 악화되기 시작하고,</div> <div>들어오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나 빚이 눈덩이처럼 많아지기 시작했습니다.</div> <div>나중에는 인건비나 거래처 대금결제도 문제가 생기면서</div> <div>제 개인돈이 들어가기 시작했구요.</div> <div>와중에 아버지는 대출도 어마어마하게 받고</div> <div>저 몰래 중간거래처들한테 받은 수수료나 대금을 빼돌렸습니다.</div> <div>물론 아버지도 악의를 가지고 저에게 사기를 친건 아니였습니다.</div> <div>본인이 욕심을 부리다가 상황을 악화시킨거지요.</div> <div><br></div> <div>자세한 상황을 모두 기재할 순 없지만</div> <div>정신을 차리고 보니 저도 아버지도 빚더미에 올라가있더라구요.</div> <div>사태를 막지 못한 저도 잘못이겠지요. 수습하려 했는데 역부족이였습니다.</div> <div>수년간 모아온 돈은 전부 날라갔구요. </div> <div>아버지가 제 명의로 사채까지 받아썼습니다.</div> <div><br></div> <div>공과금 한번 밀려본 적 없던 제게는 너무 힘든상황이였습니다.</div> <div>매일밤 악몽에 시달리고 잠을 2시간 이상 연이어 잘수가 없더라구요.</div> <div>머리숱 많은게 컴플렉스였던 제게 스트레스성 탈모가 와서 머리숱이 반이 날아가더라구요.</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chapter 4.</div> <div><br></div> <div>매일 잠들면 깨고싶지 않은 고통속에서 그나마 버틸 수 있었던건 남자친구였습니다.</div> <div>이해심도 많고 쿵짝이 참 잘맞는 사이였습니다.</div> <div>만나면 즐거웠기에 잠시라도 힘든일을 잊을 수 있었죠.</div> <div>아버지 때문에 결혼을 두려워하던 제게 결혼할 마음을 만들어준 사람이기도 했죠.</div> <div><br></div> <div>그런데 제 상황이 너무나 악화되기 시작했습니다.</div> <div>아버지는 이미 파산신청 상태고 집과 사무실에는 딱지가 붙고</div> <div>저도 신용불량자에 채권추심에 소송도 들어오는 상황이 됐습니다.</div> <div><br></div> <div>저는 결국 아버지 곁을 도망치듯 떠났고,</div> <div>하루에 2~4시간씩 자며 평일주말없이 돈을벌고 빚만 갚기 시작했습니다.</div> <div>그 와중에 연애같은게 제대로 될리가 없지요.</div> <div>데이트는 커녕 통화조차도 힘들었고 통화도중에 잠든적도 한두번이 아니였지요.</div> <div><br></div> <div>남자친구가 아무말 없이 이해해주는게 오히려 더 미안했습니다.</div> <div>메뉴판을 보며 우물쭈물 하고 이핑계저핑계 만남을 회피하는 절 위해</div> <div>공원에서 데이트를 한다던지 계산을 미리 해버린다던지</div> <div>제 자존심을 지켜주려고 안보이는 배려를 많이 했습니다.</div> <div>움직이는거 싫어하는 놈이 손잡고 걷는 데이트가 로망이라고 말해주더라구요.</div> <div><br></div> <div>그렇게 예쁘게 잘 만났나구요?</div> <div>아니요.. 헤어졌습니다.</div> <div>연애해보신 분들은 알거에요. 좋아하는만큼 줄 수 있는게 없을때 참 힘든거.</div> <div>만나면 좋은감정보다 미안한 감정만 자꾸 드는게 가장 힘들었습니다.</div> <div>(남친도 당시 이직을 위한 취준생이라 돈이 별로 없었습니다)</div> <div><br></div> <div>또 내 상황이 몇년안에 해결될지도 모르고 평생 따라다닐지도 모르는데</div> <div>결혼으로 이사람에게 피해를 주는것도 두려웠고,</div> <div>잠도 거의 못자는 상황에서 스스로가 몸도마음도 난장판이였습니다.</div> <div>일상이 망가진 상태에서 연애도 힘겨웠던 저는 그사람에게 이별을 고했습니다.</div> <div>앞에선 마음이 식은척 하며 매정하게 말하고 뒤에서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chapter 5.</div> <div><br></div> <div>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div> <div>아프지 않다, 외롭지 않다를 스스로에게 세뇌하며</div> <div>인간관계를 일절 끊고 돈을 벌어 빚만 갚아나갔습니다.</div> <div>저와 아버지의 관계는 최악의 상태였습니다.</div> <div>종종 오는 연락도 도움요청이나 돈빌려달라 소리 뿐이여서</div> <div>저는 아버지에 대한 분노가 극에 달했고, 오는 연락도 무시하기 시작했습니다.</div> <div><br></div> <div>그러던 어느날, </div> <div>제가 연락을 받지않자 아버지가 문자를 남기셨더라구요.</div> <div>제 앞으로 온 청구서가 아버지 주소로 날아갔고 그걸 알려주시더라구요.</div> <div>그것도 물론 아버지의 빚이였지요. 제 이름으로 되있었을뿐.</div> <div><br></div> <div>삶에 지치고 이별의 아픔으로 벼랑끝에 서있는 기분이였던 저는 아버지에게 퍼부었습니다.</div> <div>해준 게 없으면 뺏지나 말지 얼마나 더 내가 바닥을 쳐야 멈출거냐고 했죠.</div> <div>이럴 줄 알았으면 아둥바둥 살지나 말걸,</div> <div>나도 먹고싶은거 다먹고, 입고싶은거 다사고, 여행다니고 데이트하고</div> <div>가끔은 사치부리면서 그렇게 살고싶었다고.</div> <div>내가 아빠한테 뭐 바란적 있냐고.. 그냥 다른 부녀처럼 지내고 싶었다고.</div> <div>남들처럼 사는게 그렇게 어렵냐고 말이죠.</div> <div><br></div> <div>아버지는 침묵으로 답하셨습니다.</div> <div>둘다 오랜 침묵끝에 아버지는 미안하다고 한마디 하셨고 통화를 끝냈습니다.</div> <div>막상 뱉고나니까 후회스럽더라구요.</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chapter 6.</div> <div><br></div> <div>그렇게 며칠이 지났고, 한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div> <div>아버지가 돌아가셨다구요.</div> <div>순간 머리가 하얘지고 아무 생각도 들지 않더군요.</div> <div>병원까지 가면서 불길한 예감이 틀렸기를 되뇌었습니다.</div> <div><br></div> <div>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았고,</div> <div>아버지는 예상대로 스스로 목숨을 끊으셨습니다.</div> <div><br></div> <div>참... 야속하더군요.</div> <div>어쩜 이리 가는길까지 나를 이렇게 힘들게 하는지..</div> <div>가는날까지도 이렇게 못나게 가야했는지..</div> <div>장례식장에 앉아있는데</div> <div>아버지가 그렇게 힘들게 했던 나날은 생각이 안나고</div> <div>제가 마지막으로 아버지에게 했던 말들만 계속 떠오르더군요.</div> <div>아무리 미워도.. 그러지말걸 그러지말걸..</div> <div><br></div> <div>그때의 기억이 2년이 지난 지금도 저를 가끔씩 괴롭히네요.</div> <div>엄마에게도 동생에게도 친구에게도 할 수 없는 얘기가 되버렸어요.</div> <div><br></div> <div><br></div> <div>덧.</div> <div><br></div> <div>아빠, 나 아빠 참 많이 미워했어. 그런데 또 많이 사랑했어. 진짜로</div> <div>그곳이 더 편하고 행복해서 간거라고 생각할게. 생일축하해</div> <div><br></div> <div><br></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