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하소연 글이에요. <span style="font-size:9pt;">너무 답답한 마음을 털 곳이 없어 익명의 힘을 빌려 글을 써 봅니다.</span></div> <div><br></div> <div>20대 후반 여자입니다.</div> <div><br></div> <div>사회생활 일찍 시작해서 또래에 비해 돈도 나름 잘벌고 (뭐 잘번다의 기준은 나름대로 다 다르겠지만요.)</div> <div>사회 현안 돌아가는 것에도 관심 많고.</div> <div><span style="font-size:9pt;">집순이에 시끄러운 것 싫어하고 명품 물욕, 여행욕구 없는데 보세랑 브랜드 섞어 알아서 잘 꾸미고 다니고.</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똑부러지고 차갑고 도도해보이는 이미지래요. 예의바르지만 차가워 보이는. 선이 있는 사람이라는 평가.</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취미는 보육원 봉사다니기.</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존예까진 아니어도 못생기진 않은 편이라 감사하게도 저 좋다는 남자 꾸준히 있고.</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전남친과 헤어진 이후 사실 저 좋아했다고, 잘해주겠다면서 사귀고 싶다는 고백도 네 번 정도 받았어요.</span></div> <div><br></div> <div>제 이미지 반듯하고 똑바르고 좋아보이죠. 자존감도 높아보이고. 자기애도 강해보이고요.</div> <div>근데 그렇게 보이는 이미지와는 달리 사실 제 자존감은 밑바닥이에요</div> <div>전남친 탓을 하고싶진 않아요 그런놈을 골라 만난 제 안목의 탓이라 생각하니깐.</div> <div><br></div>전남친은 오래 만났어요. 만 6년정도. 때리거나 <span style="font-size:9pt;">맞은적은 없어요 다행이라면 다행인가ㅎㅎ</span> <div>데이트 폭력 피해자들이 하는 말 있죠 아주 상투적인 말</div> <div><span style="font-size:9pt;">화 안 나면 진짜 잘해준다는.. 속은 착한 사람이라는.</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전남친은 가정환경이 엄청 불행했던 사람이었는데 </span><span style="font-size:9pt;">그런것에 상처가 있는걸 이해했고 만나는동안 안쓰럽기도 했었어요.</span></div> <div>사귄지 첫 한 달 정도까지는 정말 잘해줬어요.</div> <div>한 달을 기점으로 자신의 아픈 얘기를 했던 적이 있어요. 가정사나 이런 것들.</div> <div>그날 제 앞에서 눈물 흘리고 슬퍼하던 모습은 진심이었다 생각해요. 그 모습 때문에 6년을 만난거니까.</div> <div><br></div> <div>기본 옵션은 폭언+욕이었어요. 말 그대로 제가 그 사람의 감정 쓰레기통이었어요.</div> <div>화가나면 꺼져라부터 시작해서 자존감 후려치는말 해대고 오만 년자들어가는 욕은 다하면서 기분 풀릴때까지 무한 잠수.</div> <div>자기 꼭지 돌면 길바닥에 저 밀어버리고 가기도 하고</div> <div><span style="font-size:9pt;">제가 자기 짜증나게 한다며 자살한다고 생쇼해서 구급차 부른적도 있고</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열받으면 손에 있는 물건 집어 던지고 사라져버리고. 말하던 도중에도 그냥 횡단보도 뛰어 건너서 아무버스나 잡아타고 집에 가버리고.</span></div> <div><br></div> <div>자기 기분 풀리면 문자로 만나서 얘기하자. 만나면 눈물보이면서 잘못했다 미쳤던 것 같다.. 용서해달라 <span style="font-size:9pt;">계속계속 반복했어요.</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집 가난한거에 자격지심도 있었어서 아버지 원망하는 소리 듣기 싫어 돈도 많이 해줬어요.</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사귀면서 이 사람과는 별개로 제가 속해있던 그룹의 사람들한테 크게 상처받았던 경험이 있는데</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니 성격이 이상해서 왕따당하는거라는 얘기를 너무 아무렇지 않게 후려치면서 했던게 큰 상처예요</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왜 만났나싶네요 이런 말 모질지만 진짜 인생에서 지우고싶어요 그 남자를 알게된 것 자체를 후회해요</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악연이었다고 생각해요. 지금 그사람을 미워하진 않지만 진짜 다신 내 인생에 나타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span></div> <div>제 안목이 그것밖에 안되는게 한스럽고.</div> <div>내가 내 부모님과 소원한걸 그 사람을 통해 도피하고 싶었구나 그런 생각을 지금와서는 해요</div> <div><br></div> <div>헤어지고싶다는 생각은 사회생활 시작하면서 계속 했어요</div> <div>하지만 취준 얼마나 힘든지 겪어봐서 제가 더 잘 알고</div> <div>힘든 시기에 버린 여친이란 기억 남기고 싶지않아서 만 3년을 매달려 뒷바라지 해줬어요</div> <div>그런 제 맘을 못헤아리고 정신못차더라구요</div> <div>그 때 당시 나이 30되가는 마당에 불규칙한 생활에 겜돌이, <span style="font-size:9pt;">공부 안하고 알바만 하는 꼴을 못봐서 헤어졌네요</span></div> <div><br></div> <div>이런것들이 하나하나 다 폭력이었다는걸 헤어지고 나서 깨달았어요</div> <div><br></div> <div>마음의 절박함을 해소할 방법이 없어서 잠도 안자고 일만 하고 스트레스 풀 방법이 없어 매일 집에서 퇴근 후 술만 퍼마시다가</div> <div>나이가 20대 후반밖에 안됐는데 과로로 작년에 쓰러져 2주 입원한적도 있고.</div> <div>2017년 말부터는 일상 생활이 안 될 정도로 우울증도 심하고 특히 공황장애가 생겨서 약먹으면서 치료했어요</div> <div>약 끊은지는 2달 되어가요. 여전히 상담치료 없이는 힘들고요.</div> <div>제 성격상 자존심이 세서 이런 나의 약한 모습을 절대 내 주변사람들이 알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div> <div>가장 절친한 친구들 아니고서는 말하지도 않았어요.</div> <div><br></div> <div>올 봄부터 여름은 말 그대로 자살하고 싶은 마음을 이겨내느냐고 힘든 시간을 보냈어요</div> <div><span style="font-size:9pt;">이 미친연애를 끝낸지는 만 2년이 되어 가네요.</span></div> <div>남자는 꼴도보기 싫어서 흔히 말하는 철벽녀가 되어가고 있었습니다.</div> <div>절 좋아해주는 사람이 나타나도 다 똑같을거란 생각에 곁을 절대 내어주지 않았어요.</div> <div><br></div> <div><span style="font-size:9pt;">근데 가을로 접어들면서.. 좋은 사람이 나타났어요.</span></div> <div>나이는 저보다 한 살 어리지만 생긴것도 제 눈에는 잘 생겼고 착하고 순해요.</div> <div>처음에는 저보다 어려서 관심이 없었어요.</div> <div>회사 후배이기도 하고 그냥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너무 어려서.</div> <div>어리다는게 철이 없다 이 느낌보단 경험이 없어서 세상을 보는 시야가 좁다고 해야하나.</div> <div>오히려 단순히 생각해서 열심히 해야겠다고 하는게 제 신입때 보는 것 같기도 하고.</div> <div><br></div> <div>그런데 이사람이 제 철벽을 깬 계기가 참 단순해요</div> <div>회식 후 추워하니까 자기 옷을 어깨에 입혀줬어요.</div> <div>차가 오면 자기쪽으로 끌어 당겨줘요. <span style="font-size:9pt;">늦게 끝나면 꼭 집 앞까지 차로 데려다주고.</span></div> <div>사소한 칭찬을 잘해줘요. 이름이 예쁘다던지, 눈 동공이 커서 예쁘다던지 뭐 이런거 있죠.</div> <div><br></div> <div>알아요. 그냥 매너라면 매너인거.</div> <div>내가 살면서 그런 호의를 겪어보지 못해서.</div> <div>내 눈에 괜찮아 보이는 남자에게 제대로 받아본적이 없어서 익숙하지가 않으니</div> <div>감정이 헷갈리는거라 생각했어요.</div> <div>그냥 착한 애지. 그런 마음에 계속 밀어냈어요.</div> <div>그냥 그렇게 계속 엄청 친하게 몇 달을 지냈어요.</div> <div>좋은 사회생활 선배, 좋은 누나로 잘 챙겨주면서. 아마 절 그렇게 생각하겠죠.</div> <div>여자보다는 멘토라고. 회사에서 진짜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라고.</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그리고 전 좋은 기회가 생겨서 연봉도 더 오르고 이직하게 됐어요. 내년 초에요.</span></div> <div><br></div> <div>퇴사할 때 쯤 되니까 알겠어요 <span style="font-size:9pt;">나는 얘를 좋아해요.</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이런 사소한 것에 여전히 마음이 흔들리는 내가 한심해요.</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이 친구는 제가 자기 좋아하는 것 몰라요.</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아마 모르니까 서로 이렇게 평행선이겠죠. 저게 매너가 아니었으면 또 다른 한 방이 있었을테죠?</span></div> <div><br></div> <div>다가가는게 무서운게 아니에요</div> <div>내가 다가가서 이 사람의 진짜 모습을 알게 됐을때 또 똑같은 인간이면 어쩌지</div> <div>그 상처를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요.</div> <div>정말 지난번 연애가 끝났을 때 전 살고싶지 않았거든요</div> <div>내가 내 감정가는대로 행동했을 때 책임을 져야하는데 잘 되지 않았을때 어쩌나,</div> <div>또는 잘 되고 나서도 헤어졌을 때 내가 이 상처를 감당할 수 있나 생각이 꼬리를 물고</div> <div>감정을 드러내는 일이 병적으로 무서워요</div> <div><br></div> <div>눈물이라도 펑펑 나면 속이 뚫릴텐데 그냥 답답하기만 하네요</div> <div><span style="font-size:9pt;">이렇게 지내다보면 무뎌질까요 무뎌지겠죠 그렇게 생각해야죠</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마음이 너무 힘드네요</span></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