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매일 잠 잘 못자고 순간순간 화가 치밀고 울고 구역질나는데
여기라도 털어놓으면.. 기분이 나아질거 같아서 올려요.
제 기준에서 쓰는거라 주관적인 시각이 많이 들어갈거에요. 감안해주세요.
며칠전에... 몇 달 전 함께 작업했던 제일 연장자 남자 선배님이
팀원들이 모두 같이 맞추었던 물품을 저만 못 받은걸 챙겨놨다고
주겠다고 불러서 감사한 마음에 만나러 갔었어요.
이런 작업이 처음이라 서툴었던 저를 착하고 귀엽다고 칭찬 많이 해주시고
좋은 조언도 정말 많이해주시고
작업 기간 내내 잘 챙겨주셨던 분이라 제겐 정말 감사한 분이었어요.
저랑 나이차이도 꽤 많이 나고, 한번도 이성적으로 뭔가 제게 한 적도 없고.
무엇보다 제가 배운 선생님들과 형누나동생 하는 사이라
같이 작업하게 된 저를 선생님이 내 제자 잘 부탁한다 하던 분이라 더 의심없었고요.
첫 약속은 저녁 8시 까페였는데. 6시쯤 제가
뒤에 수업이 있어서 한 30~40분만 뵙고 가야할거같다 미리 말씀드리니
자기도 일정이 생겨서 늦는다고 아예 제 수업 다 끝나고 잠깐 보자고 하시더라구요 ?
밤 11시. 제 수업 다 끝나고 근처에 오셨대서 갔었죠.
애초에 그때 주시겠다는 물건만 받고 핑계대고 피하지 못한게 제 탓이고 제 잘못인거 같아요..
나 준다고 여기까지 오셨는데.. 예의상 까페서 뭐라도 사드려야지 싶은 마음에.
보자마자. 식사를 못했다고 나 여기까지 왔는데 아직 밥못먹었다 밥이나 한끼 먹자 하셔서
머뭇거리다가 예 알겠다고 했습니다.
그냥 간단한 일반 음식점 갈 줄 알았는데 그 위층 이자카야(그러나 음식점같은 경계가 애매한 곳)으로
먼저 들어가셔서 쫄래쫄래 따라갔어요.
앉자마자 소주 3병 시키시더니.. 주문 알아서 하시고..
전 술을 잘 못하거든요. 작업 기간 내내 있던 술자리들에서도 거의 물 위주로 먹었었고.
그걸 이미 잘 알고계시고요.
너 술 잘 못 먹는거 알지만, 그래도 이런 자리에서 받는게 예의라고.
배우는 술자리 피하면 안 된다고. ㅇㅇ보라고 걔는 술못해도 술자리 꼬박꼬박 앉아있는다고.
중간중간
어허 어디서 술을 홀짝홀짝.. 무조건 원샷하라고.
하.... 지금 생각하면 개소리.
저는 제 기준 제일 많이 먹어본게 소주 1병이었어요. 이미 말씀드렸고..
그때까지도 저는 되게 믿었던거 같아요. 그간 여럿이 혹은 이 사람 포함 두세명이 했던 술자리에서도
한번도 뭔가를 제게 한 적이 없었던 분이거든요.
오히려 괜찮냐고 무리 하게 먹지 말라고 했었지.
그리고 지금까지 배우 생활하며 있던 모든 술자리에서,
아니 성인되어 어떤 자리에서도.
누군가를 사귈때나 썸타던 사람과 단둘이 만난 자리에서도..
술 한잔만해도 엄청 벌겋게 변하는 타입이라 누구도.
이렇게 일부러 저한테 술을 계속 끊임없이 먹이고 강요한 적이 없었던 터라 더 면역이 없었던거 같아요.
얘기는 진행되어...
이미 소주를 저 혼자만해도 2병 넘게 마셨고. (최종적으론 소주 6병 정도 비슷하게 두사람이 나눠 먹은거 같아요).
작업기간 내내 있던 일 얘기 하던 중
"너 팀원들한테 솔직하지 않았잖아. 항상 마지막엔 벽을 치고 있었잖아.
배우가 그러면 안돼. 좀 솔직해져보라고."
전 좀 의아했었어요. "저 정말 솔직했었는데요..." "내가 볼땐 전혀 아니었는데."
그러면서 시작하신 가위바위보와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 한가지씩 하기.
대답 못하겠으면 마시기.
저야 딱히 선배님한테 물을게 없고. 솔직히 관심도 전혀 없고.
그리고 나이 차 때문에 어려우니..
"요즘 목표가 어떻게 되세요, 결혼은 생각 없으신가요, 이번 작품은 어떤거 하실 계획인가요. 배우 중에 누가 제일 좋으셨나요" 등 이었고.
선배님의 질문은. 아직도 기억이 나네요.
제가 작품 끝나고 만났던 분이랑 최근에 헤어졌다고 하니.
너 ㅁㅁ(다른 팀원오빠)랑 작업 중에 진짜 뭐 없었냐?
너 얼굴에서 가장 자신있는 부분이 뭐야?
몸 중에 가장 자신있는 부위가 어딘데?
니가 가슴이 제일 크다며 사이즈 몇인데?
너 며칠 전 헤어진 걔랑 잔 건 아니지?
너 가장 좋아하는 체위가 뭐야?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이제와 생각하면 참... 내가 왜 저거 듣고 저 자리에서 안뛰쳐나왔지...싶어요.
일어나서 제대로 걸어 나갈 수 있을 지도 의문이었지만.
앵간하면 상대방 다 맞춰주려 하고 내 편이다 싶은 사람들한텐 거절 잘 못하고
연장자한테는 싫은 소리 못하는 제 성격이 참 지금은 증오스럽네요.
사람에 대한 호불호가 심한 편인데.
한번 좋은 사람이라 제게 각인되면, 그 사람이 뭘하든 최대한 좋게보고 이해하려하거든요.
그 때까지도.. 멍청하게. 술 때문에 머리는 빙빙도는 중에.
저런 질문들 어떻게 대처해야하지 마셔야하나.. 하면서도
그냥 배우로써.. 내가 이런거에도 덜 깨졌나 싶어.
수치심드는 거에도 익숙해지게 연기 충격요법 쓰는 것 처럼
일부러 저러는 건가 믿고싶었죠. 바보같이.
그런 게임들 때문에 벌주 등으로
저는 제 최고주량의 몇 배는 더 마신채로 휘청거리고 있었고. 간신히 정신줄만 잡고 있었어요.
계산하고 이제 드디어 가는가 했더니
1층 바로 옆에 있던 노래방으로 휘청거리는 제 몸... 여기저기 만지며. ... 하.....부축하며 라고 믿고싶어요.
데려가더라구요.
술 깨게 노래나 부르고 가자고...ㅎㅎㅎㅎㅎㅎ;;
시키는 건 해내야하니까.. 이 저주스러운 FM
노래 한 곡 간신히 부르고 바로 저는 구역질하러갔고..
제가 화장실에서 나오자마자 노래바꿔서
너 그때 ㅇㅇㅇ(팀원들 술자리)에서 팀원들 앞에서 했었던 춤 춰보라고
네 선배님. 하며 진짜 어떻게든 흐느적거리고 있는데
어느새 다가와서 붙어서 제 허리 붙잡고 가둬서 몸 밀착해서 제게 비비적거리더라구요.
이미 발기해있었고. 허리 퉁기며 제 몸에 비비적거리고.
귓가에 '오 섹시해' 하며.......
지금도 그때도 너무나 소름 끼쳤어요. 지금 글쓰고있는 중에 또 속 울렁거리고 토할거같아요.
다행히 좀전에 화장실에서 술 조금이나마 게워내서 정신이 조금이나마 돌아왔는지
아니면 위기상황에서 마지막 나온 본능이었는지
어떻게든 여기 벗어나야겠다 싶어서. 정말 큰일나겠다 싶어서.
바로 바닥에 쓰러져서 몸 못가누는 척하고.... 몸 놓아주자
다시 화장실가서 몇 번이나 더 게워내고..
나와서 선배님 저 정말 더 이상 못하겠어요 만 반복하며
집에 가야겠다고 하면서 앉아서 테이블에 이마 기대고 엎어졌고.
아마 이때 진짜 몇 분은 정신 잃었을지도 모르겠어요.
제가 진짜 정신 못차리는것 같으니 가자고 하시더라구요.
아직도 제 몸은 제 상태가 아니었고... 저 끌어안듯 부축해서 나가더니...
도로로 가다말고. 모텔 앞에서
너 상태 너무 안좋다.
너한테 진짜 아무짓도 안할테니까 여기 모텔가서 누웠다 가라고 X 3
아니에요.. 아니에요. 저 먼저 가보겠습니다.. 하며 진짜 힘짜내서 뿌리치고
눈앞에 차 오가는 도로로 어떻게든 달려가서 택시 막아서서 타고 창문 닫아버리고
"기사님 ㅇㅇ역으로 가주세요 " 하고 기절..
집에가는 심야 버스가 있는 역에 도착해서 기사님이 깨워주셔서 겨우내리고.
가방에 마침 있던 봉투에 몇 번씩 게워내고...
기절했다 눈뜨니 버스 와있어서 어떻게 타고.. 종점에서 정신차려서 택시타고 집에 들어오고.
다음날 오후까지 위액역류랑 숙취로 계속 화장실 들락날락하며 고생했다가.
이제 삼일째네요. 당연히 그 이후 제게 연락은 하나도 없고요.
몸이 낫고난 뒤에 지금까지도 계속
계속 생각나고 울기도 수시로 많이 울고
자책도 엄청하고.. 내가 애초에 택배로 보내달라 할 걸 왜 갔지.
왜 그 술 자리에서 안 뛰쳐 나온거지
후회도 자책도 참 많이하고
화도 하루에도 몇 번씩 그 사람한테도 나자신한테도 치밀어 오르고..
생각나면 어디서든 속이 울렁거리고 구역질이 나요.
스무살 때 비슷하지만 더 위험했던 일을 아는 사람들이 시도했어서.
다행히 마지막에 겨우 도망쳐나와 신고해 무사했었지만.
그 트라우마로 몇 년 동안 사람도 못만나고 누군가를 진지하게 만나지 못했었어요.
그거 다 극복했다고 생각했었는데.
아니었나봐요.
최근에도 해외 여행 갔을 때 붙은 스토커가 새벽에 호텔 방문 열려고 하며 제 방에 들어오려고 해서
CCTV판독에.. 경찰이다 뭐다 난리나고 해외라 딱히 도움받을 수 있는 것도 없어서..
다른 도시로 도망가고...
그때 그 사람은 초면이고 미친X인거 같아서 정말 개에 물린 거구나 싶었는데요.
오히려 그 기억은 쉽게 떨쳐내고 강해질 수 있었는데.
알고 오랜시간 신뢰했던 사람이. 믿었던 사람이.
정말 진심으로 고마운 사람으로만 각인되었던 사람이.
한치의 이성적인 감정도 없이 동료로 믿고 의지했던 사람이.
그런 눈으로 절 보고 그런 행동을 한게 믿겨지지가 않고
지난 감사했던 조언들 마저 혼란스러워져요.
그리고 제게 정말 행복했던.. 소중하고.. 즐거웠던 팀 작업이고
감사한 기억들과 소중한 팀원들이었기에.
그 너무나 행복했던 기억들이 통째로 더럽혀진 기분이에요.
그 사람 아닌 다른 팀원들과 만나도 웃으면서 대화할 자신이 없어요.
그렇다고 같이 일했던 친구나 동료 배우들한테 말하기도 애매한게 ㅎㅎㅎㅎㅎ
소문 나기 더 쉬운 곳이잖아요 그쵸 ㅎㅎㅎ
제 앞에선 위로해줘도 나중엔 언제어디서 누가 쟤한테 그랬다더라 그러게 왜 나갔대 하며 안주거리되고 까일지 모르는 곳인데..
지인들이 선생님들이 이 바닥은 누구도 믿지 말라하셨는데.
근데 서로를 믿어야 할 수 있는 연기인데 이젠 어떻게 해야하죠.
자초지종 들은 분노하신 선생님이 경찰에 신고하고 싶냐고 하시는거
그냥.. 그 선배.. 아니 그 사람과 상종하기 싫어서 연락도 받기 싫다고 하니.
몇 시간 뒤에 그 사람과 통화했다고..
통화로 대충 제게 한 행동들 인정했고
(저 조금이나마 안정되고..) 며칠 뒤에 사과전화 하라는 말에 그렇게 하겠다는 대답 받아냈다하셨어요.
너 이거 사과라도 안 받으면 트라우마 생긴다고. 니가 잘못한 게 없는데 왜 피하려하냐고.
사과라도 받음 니 마음이 좀 나아지지 않겠니 하시면서.
그런데 선생님 어쩌죠. 이미 트라우마는 생긴거 같아요.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