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div> <div>여러번 생각해 보다가 고민게시판에 글 올립니다.</div> <div> </div> <div>한달전에 (설 연휴 시작날) 어머니께서 쓰러지셨습니다.</div> <div>지주막하출혈이라고 하는데 의사가 설명하기로는 이 병은 발병의 전조도 없고 발병하면 1/3은 발병한 곳에서 죽고, 1/3은 발병 후 병원에 와도 손 못쓰고 죽고, 나머지 1/3이 살긴 하는데 대부분은 정상으로 돌아가기 힘들다고 하더군요.</div> <div>저희 어머니은 발병 후 저와함께 119 구급차를 타고 병원에 갔을때 까진 의식이 있으셨으나 병원에 도착하고 5분도 안돼 의식을 잃고 숨도 멎으셨고 간신히 심장만 뛰는 상황이었져. 그 상태에서 우선 할 수 있는 응급처리를 하고 의사가 CT를 첫번째 찍었을 때는 뇌출혈이라고 판단했고, 조영제를 넣고 두번째 찍었을때 정확한 병명이 나왔는데 지주막하 출혈이라고 설명하면서 위에 1/3 이야기를 하시더군요. 그러면서 저희 어머니는 중간에 해당하는 상황이라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다고 준비 하시는게 좋다고 하시더군요. </div> <div>뭐라도 해 볼 방법이 없냐고 했을때 방법이 있긴 한데 정상으로 돌려 놓는 방법이 아닌 다만 생명을 연장하는 정도의 수술이 될꺼라고 했을 때 머릿속에는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더라구요. 나이는 먹었는데 모아놓은 돈도 없었고, 결혼을 한 것도 아니고, 누나가 둘이 있는데 둘다 벌이가 썩 좋은 것도 아니고, 아버지께서 벌어놓은게 있는 상황도 아니였져. 의사가 이런 이야기를 했을 때는 사실 돈이 감당이 되겠냐는 물음처럼 들렸고, 머릿속에는 경제적인 생각이 오만가지가 넘게 들면서도 자식 입장에서 어떻게 부모를 포기 할 수 있겠는가 싶어 바로 일단 뭐라도 해 봅시다 했습니다.</div> <div> </div> <div>그렇게 우선 머리에서 피를 뽑는 수술을 하고, 뇌에서 터진 동맥을 막는 수술을 이차로 하고 어머니가 돌아가시는건 막았습니다.</div> <div> </div> <div>수술이 끝나고 자가 호흡이 어느정도 돌아왔다고 했을때 가족들은 돌아가시지 않은 것만이라도 다행이라고 했고, 의사는 2~3주 사이에 의식이 돌아올꺼라고 했지만 한달여 가까이 되는 사이에 몇번의 크고작은 수술이 더 진행되었는데 아직 의식이 돌아오고 계시지 않습니다.</div> <div> </div> <div>어머니 차도는 없으시고 병원비는 감당이 안될 정도로 나오는데 이 상태가 언제까지 갈지 모르니 처음에는 돌아가시지 않은 것 만으로도 다행이라고 했던 가족들이 이제는 슬슬 어떻게 이 상황을 감당해야 하는지 고민에 빠져버렸습니다.</div> <div> </div> <div>저는 막내지만 장남이고 나이도 어느정도 있는지라 누나들과 아버지 한테는 어머니가 곧 깨실꺼라고 다독이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병원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건 큰누나고, 지방에 살면서 거의 한달을 올라와 있던 둘째 누나도 자신의 삶을 거의 포기하면서 병원에 붙어 있는데, 정작 저 자신은 그래도 밥벌이, 병원비는 벌어야 하기에 출근을 하고, 회사가 필요로 하면 야근도 하면서 그렇게 살아가고 있습니다.</div> <div> </div> <div>어머니가 아직 의식이 없으시고 차도가 없으신 날이 길어지면서 가족들의 신경은 날카로워 지고, 이미 나온병원비를 어떻게 감당 할 것이고 이후에 나올 병원비는 또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에 깊은 고민을 합니다. </div> <div> </div> <div>사실 제 나이 43인데 제 또래 친구들 중에 누구 하나 살아가면서 이런 일 한번 안겪은 사람 있겠습니까? 사람이 살아가면서 누구나 이런일 정도는 겪고 살겠져.. 다들 그렇게 살텐데.. 머리는 그렇게 생각하는데.. 그래서 아버지나 누나들 한테도 의연하게 마음을 갖고 긴 호흡으로 생각하자 하면서도 돌아서면 제 자신이 제일 자신 없어지는 겁니다.</div> <div> </div> <div>좋은 친구들 많이 사귀었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내 속에 깊은 고민과 슬픔을 털어 놓기 힘들고, 가족들에게는 더욱 힘들더군요.</div> <div>어떻게 감당하면 좋을지, 얼마나 이 슬픔을 견뎌야 할지... 막막하기만 합니다.</div> <div> </div> <div>어머니께서 지금 상태로 오랫동안 시간을 보내면서 경제적으로 갈때까지 가는 상황이 올때, 그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어머니를 살리자고 판단했던 내 판단이 잘못된건 아닐까 하고 후회하게 되는 순간이 올까봐 제일 두렵습니다.</div> <div>자식은 그래서는 안되는거잖아요. 그래서 돈과 상관없이 할 수 있는 수술 다 하자고 했고 그렇게 어머니 돌아가시는걸 막았잖아요. 근데 형편이 어려워서 병원비를 감당 못하는 상황이 왔을때 어머니를 살리는 걸 후회한다고 하면 그게 자식일까요? 이런 생각하면서도 이런 상황이 올까봐 두렵습니다.</div> <div> </div> <div>저나 저희 가족은 사실 많은걸 바라지 않습니다. 다만 어머니께서 몸이 불편하시더라도 사람은 알아보고, 말은 정확하게 못 하셔도 손짓 발짓을 해서라도 의사소통은 가능한 정도만이라도 돌아오길 바랍니다.</div> <div> </div> <div>저는 종교를 믿지 않지만 오유분들에게 기도 부탁드립니다.</div> <div> </div> <div>어머니께서 건강을 찾을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고, 제가 인간의 탈을 쓰고 할 수 없는 생각을 못하도록, 그런 상황이 오지 않게 기도 부탁드립니다.</div> <div> </div> <div>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