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였네요 <div>어제 저녁 일곱시 쯤에 갑작스럽게</div> <div>그친구 언니한테 연락을 받고</div> <div>새벽에 장례식장까지 갔다가</div> <div>오늘아침 여섯시쯤 다시 집으로 도착해서</div> <div>한숨자고 일어나니</div> <div>또 다시 머리가 멍해지네요</div> <div><br></div> <div>우리는 </div> <div>이 오늘의유머라는 커뮤니티를 통해서</div> <div>처음만났습니다</div> <div>지금은없어졌지만 옛날에</div> <div>정모게시판이라는 곳이 있었고</div> <div>그 정모에 나가서 우리는 서로를 처음 알게되었고</div> <div>그렇게 제 인생 첫번째 연애가 시작되었죠</div> <div><br></div> <div>연애라고는 해본적이 전혀 없었던 저에게</div> <div>그런 소심하고 용기없는 저에게</div> <div>먼저 다가와 손내밀고 고백했던 그사람</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그날의 행복감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네요</span></div> <div><br></div> <div>겉으로 볼때는 항상 밝고 항상 웃는 그런 친구였어요</div> <div>하지만 사실 그 마음 한쪽에서는 </div> <div>정말 힘들고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외롭고 지치고 무섭고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그냥 죽어버리고 싶고</span></div> <div>이런 생각을 갖고 있었다는 걸 알았었던 저였지만</div> <div>정말로 죽을거라고는 </div> <div>제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지는 못했나봐요</div> <div><br></div> <div>식장에 가는 길까지는 사실</div> <div>그렇게 슬프지 않았습니다</div> <div><br></div> <div>사실 저는 지금 그친구의 남자친구도 아니고</div> <div>그냥 한명의 지나간 옛 애인이었을 뿐인데</div> <div>언니에게 전화를 처음 받았을때는 </div> <div>너무 놀라고 당황해서</div> <div>정말 아무생각없이 옷갈아입고 차를끌고 나갔지만</div> <div>막상 식장까지 가면서 </div> <div>차에서 여러가지 생각도 들었던게 사실이에요</div> <div><br></div> <div>그래도 직접 연락와준 그친구의 언니를 생각해서라도</div> <div>가는게 맞다고 생각했고</div> <div>그렇게 새벽 두시반쯤 도착했을때</div> <div><br></div> <div>제대로 된 영정사진조차 없어</div> <div>저는 정말 수백번도 더 보았을</div> <div>아마도 핸드폰 셀카사진중의 하나 쯤으로 보이는 사진하나가</div> <div>걸려있는 그 모습을 보았을때는</div> <div>마음한편이 참 먹먹했습니다</div> <div><br></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한때나마 정말 사랑했던 사람의 그 사진을 보면서</span></div> <div>진심을 다해 절을 하고 나니</div> <div>그제서야 정말 이친구가 세상을 떠났구나</div> <div>라고 실감이 조금은 되었던것 같아요</div> <div><br></div> <div>어머니는 이 늦은시간에 </div> <div>어떻게 여기까지 왔냐고 계속 이야기하셨고</div> <div>항상 저를 너무나도 좋아해주시던 </div> <div>아들처럼 좋아해주시던 그 어머니께서</div> <div>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니</div> <div>그때는 정말 저도모르게 눈물이 나올뻔 했어요</div> <div><br></div> <div>시간도 새벽 세시가 넘은 너무 늦은 시간에</div> <div>또 비까지 내렸고</div> <div>식장 위치 또한 수도권이 아닌 지역이었기때문에</div> <div>조문객은 정말 없었습니다</div> <div><br></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새벽 세시반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같이갔던 제 친구와 저를 제외한</span></div> <div>마지막 한팀마저 집으로 돌아갔고</div> <div>저희도 그 이후 조금 더 자리를 지키고 있다가</div> <div>집으로 돌아왔네요</div> <div><br></div> <div>한숨자고 조금 전에 일어나</div> <div>그친구와 함께했던 사진들을 하나둘 보니</div> <div>그때의 추억들이 하나둘 생각나고</div> <div>마음 한쪽이 먹먹하네요</div> <div><br></div> <div>당신이 그렇게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전에</div> <div>한번만 더 연락을 하지</div> <div>조금이라도 도움을 줄수 있었을텐데</div> <div>분명히 도움을 줄수 있었을텐데</div> <div><br></div> <div>라고 말해봤자 이미 늦은거겠죠</div> <div><br></div> <div>언젠가 꿈에서라도 한번 만나서</div> <div>마주보고 웃으면서</div> <div>이런저런 얘기라도 하고싶네요</div> <div><br></div> <div>스물여덟이라는 이 꽃다운 나이에</div> <div>안타깝게도 먼저 하늘로 날아가버린</div> <div>내가 정말 사랑했던 당신</div> <div>그곳에서는 슬프지말고 아프지말아</div> <div><br></div> <div>어제 네 사진볼때도 울지않았는데</div> <div>왜 갑자기 집에와서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여기서 눈물이나지</span></div> <div><br></div> <div>마치 이건 내가 당신께 띄우는 편지에요</div> <div>너 오유 좋아했잖아</div> <div>여기라도 쓰면 당신이 볼수있지 않을까</div> <div><br></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고마웠어요</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당신덕분에 사랑의 달콤함을 알았고</span></div> <div>또 헤어짐의 아픔을 배웠어요</div> <div><br></div> <div>부디 행복하세요</div> <div><br></div> <div>삼가고인의명복을빕니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