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회식을 했다.</div> <div>술이 어느정도 들어간 뒤에 사장이 짐짓 진지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div> <div>"○○씨 한테 할말이 있어 내가"라고 하길래</div> <div>업무적인 불만인 줄 알고 잔뜩 긴장했다</div> <div> </div> <div>그러나 내 예상과는 달리</div> <div>"살 좀 빼는게 좋을 거 같아"로 시작된 그의 말은</div> <div>"나이가 아깝다", "아무래도 뚱뚱하면 날렵하지 못하다는 선입견이 있지 않느냐"로 귀결되어</div> <div>결국 "넌 게으르다"라는 결론에 다다랐다.</div> <div>울컥 차올라 얼른 뒤로 삼킨 눈물이</div> <div>입에 털어넣은 소주잔보다 더 썼다.</div> <div> </div> <div>옆자리에 있던 사수가 가만히 손을 잡아주었다.</div> <div>나는 눈물을 꾹 참고 술을 따라 마셨다.</div> <div>사실 처음은 아니었다.</div> <div>푸드코트에서 돈까스를 시키던 내게,</div> <div>"튀김은 살찌는데 꼭 저런 것만 먹는다"고 했던 것도</div> <div>보쌈집에서 보쌈을 먹는 내게 "비계를 떼고 먹어라"고 했던 것도</div> <div>너는 잊었겠지만</div> <div>나에겐 남아있었다.</div> <div> </div> <div>나는 이력서에 사진을 붙였었다.</div> <div>사진 없는 이력서도 아니었으며,</div> <div>면접 없이 구두로 채용한 사람도 아니었다.</div> <div>사진에 뽀샵을 한 것도 아니었고</div> <div>면접날 내 살을 최대한 가리고자 노력한 적도 없었다.</div> <div> </div> <div>나는, 면접을 보고 입사하여 오늘날까지</div> <div>늘 그 모습이었는데</div> <div>왜 나를 뽑은 당신에게 그런 말을 들어야 하는가.</div> <div> </div> <div>회식이 끝난 뒤,</div> <div>맞은편에 앉아 있던 남자동료가 </div> <div>'기분 나빠하지 마요. 기분 나쁘면 지는 거에요'라고 카톡을 보내왔다.</div> <div>나는 '기분이 나쁜데 어떡해요? 저상황에서 기분이 좋을 수 있나요?'라고 되받아쳤다.</div> <div>조금 날카로웠는지도 모르겠다.</div> <div>그의 대답 역시 '기분 나쁠 수 있어요. 하지만..○○씨가 이해해야죠' 라는 말이었다.</div> <div>분명 카톡이었는데, 텍스트가 조금은 차가웠다.</div> <div>나는 '내가 그 상황에서 웃어넘기질 못해서 분위기가 싸늘해진 것이 짜증났다면, 과연 누가 더 잘못이었나요' 라는 투로 카톡을 보내고</div> <div>핸드폰을 꺼버렸다.</div> <div> </div> <div>집에 오는 내내 눈물이 났다.</div> <div>하루 12시간, 심할땐 15시간 일하고, 손에 쥐는 월급이 백만원도 채 안되는 사회초년생인 나는</div> <div>그사람들한테 동료로써, 직원으로써도 존중받지 못했다.</div> <div>퇴직을 하게 되면</div> <div>퇴직사유에 비만이라고 적어야겠다.</div> <div>뚱뚱해서 회사를 나올수밖에 없으니.</div> <div> </div> <div>하늘이 흐리다.</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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