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500자 소설 쓰기 1.</p> <p> </p> <p>"무섭냐고? 굿값이라고 불렀을 금액을 모르니 전혀 모르겠는데? 원귀? 그런 거야 믿는 사람들 문제고, 난 귀신보단 매달 내는 전기세가 더 무섭거든."</p> <p> </p> <p>병오의 말에 방금 전까지 무서운 이야기로 쫄아들고 있던 얼굴들이 활짝 펴졌다.</p> <p> </p> <p>"그럼, 살면서 보지 못한 귀신보단 돈이 더 무섭긴 하지."</p> <p>"듣고보니 최후의 승자는 무당이네. 퇴마도 하고 지갑도 배불렸으니까!"</p> <p> </p> <p>공포에 물들어 창백했던 얼굴들이 이젠 희희낙락 조명보다 밝은 빛을 낸다. 오히려 점점 얼굴이 굳는 건 병오였다.</p> <p> </p> <p>"생각해봐. 얼마까지 치를 생각이었을까? 뭐, 대충 억 단위로 넘어가면 자기 딸년보고 그냥 귀신이랑 한 몸에 살아보라고 하지 않았을까? 서울 아파트 한 채 가격이었어도 무당을 찾았겠냐고? 반대로 몇 천 만원에 퇴마가 된다면, 원귀의 한이 신형차 한 대 값이란 말인데, 내가 원귀면 당장 무당 모가지부터 비틀어버리지. 그깟 푼돈으로 합의가 말이냐?"</p> <p> </p> <p>셈하느라 바쁜지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p> <p> </p> <p> </p> <p> </p> <p>500자 소설 쓰기 2.</p> <p> </p> <p>문이 만들어졌다.</p> <p>말은 할 수 있어도 생각하지 못하고 감정표현만 가능한 특이한 문이었다.</p> <p> </p> <p>"오늘 날씨 좋지 않아?"</p> <p>"맞아, 하늘이 아름답네!"</p> <p> </p> <p>사람들은 오고가며 문에게 말을 걸었다. 덕분에 사람들은 지루하거나 외롭지 않았다. 문은 어땠는지 몰라도.</p> <p> </p> <p>"점심은 뭐가 좋을까?"</p> <p>"몰라! 난 못 먹는다고."</p> <p> </p> <p>오래지 않아 문은 친절함을 잃었다. 어째서인지 늘 화가 나 있었다. 더는 누구도 문에게 인사하지 않았다.</p> <p>문은 금방 낡아버렸다. 기름칠하지 않은 경첩은 삐걱삐걱 소리를 냈다.</p> <p>하루는 그런 문에게 낯선 여인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p> <p> </p> <p>"맞은편의 문이 네가 보고싶데."</p> <p>"맞은편? 거기도 문이 있어? 나같은?"</p> <p> </p> <p>그 후로 문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조금이라도 더 좋은 말을 맞은편 문에게 전해주고 싶어서. 덕분에 문은 다시 사람들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p> <p>지켜보던 여인은 바닥에 분필로 문을 그렸다. 엉성하게.</p> <p> </p> <p>"뭐, 누구도 손해보지 않았으면 된 거 아냐?"</p> <p> </p> <p> </p> <p> </p> <p>500자 소설 쓰기 3.</p> <p> </p> <p> <br></p> <p>슈퍼맨이 베트맨보다 못한 게 있다면, 딱 하나다.</p> <p>사회성.</p> <p>대부분 베트맨의 돈부터 떠올리지만, 아니다. 슈퍼맨이 돈? 지나가던 개가 웃을 소리다. 그에게 돈이 문제일 수 있을까? 문제였다면, 진작 렉스 루터부터 삥 뜯었겠지.</p> <p> <br></p> <p>자유민주주의라 쓰고 자본주의라 읽는 나라에서 영웅이던 슈퍼맨이지만, 그가 영웅일 수 있었던 건 사회성의 결여 때문이다. 돈이 문제인 나라에서 돈으로부터 자유로운 초월자. 사회성이 정상적으로 형성되었을 리가?</p> <p> <br></p> <p>그러니 요령 있게 살아온 베트맨 눈에는 슈퍼맨은 그저 철부지다. 그가 인생의 무게를 알까? 접시만 닦아도 기계보다 빨라 시급도 두 배로 받을 놈이? 덕분에 뭐든 아낄 줄 모른다. 최악의 파트너다. 최근에도 악당에게 베트카를 내던졌다.</p> <p> <br></p> <p>그럴 때마다 베트맨은 클립토나이트를 만진다. 렉스 루터를 불러 슈퍼맨 목에 클립토나이트를 휘감는 상상을 한다. 물론, 상상은 오래가지 않는다.</p> <p> <br></p> <p>그런다고 애송이가 돈 무서운 줄 알게 되는 건 아니니까.</p> <p> </p> <p> </p> <p> </p> <p>-</p> <p> </p> <p>어쨌든 늘 쓰고는 있네요;;;</p> <p> </p> <p>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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