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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freeboard_2005175
    작성자 : 염소네
    추천 : 7
    조회수 : 1086
    IP : 162.158.***.19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23/04/02 03:15:51
    http://todayhumor.com/?freeboard_2005175 모바일
    외삼촌의 토마토
    호상이라고 우는 이 하나 없던,
    외할아버지 장례식에서도, 
    상주복을 입고 나란히 선  세 분의 외삼촌 사이에서도
    둘째 외삼촌의 
    그 슬픈건지 애매하게 구겨진  표정은 그저 궁상이였다
    그게 15년 전이였다

    외가는 전주다
    외삼촌이 셋이지만 두 외삼촌은 거의 서울에 사셨고
    집안 행사때 가끔이라도 만났지만
    둘째 외삼촌은 15년전 그 무렵에 사별을 하고
    전주 모처에서 홀로 사셨다.

    유난히 왜소했던  외삼촌,
    게다 어릴때 앓았던 병으로 얼굴에 곰보자국이 많아
    주름인지 곰보자국인지
    그저 일그러진 얼굴이였던 것만 기억이 났다

    큰외삼촌께서 몇 년전 김제로 이사를 가셨고
    이쁜 전원주택을 지으셨고
    하도 안와보냐고 하셔서
    남편과 내가 군산여행 하는 길에 전주를 지나가다
    한우를 넉넉하게 사서 김제에 들렀다.

    김제에 가서 보니
    같은 동네에 둘째 외삼촌도 사신다고 하셨다
    5년 전쯤, 재혼을 하셨고
    그 분이  이 동네에서 요양보호사로 일하고 계신다고,
    곧 퇴근 하실 거고
    저녁시간에 맞춰 오실거라고 하셨다

    둘째 외삼촌은 말이 없었고
    어디서든 남 눈에 띄는 걸 싫어하셔서
    어린 내 눈에도 항상 어른 같지 않게 
    구석져 계셨으니 
    그 날도 별반 다르지 않으리라...

    저녁 상이 다 차려질 무렵
    둘째 외삼촌 내외분이 오셨다
    그런데 마당을 들어서는 외삼촌이 내가
    기다린 그 외삼촌이 아니었다
    아주 밝은 핑크 스트라이프, 그것도 빈폴마크를 붙인 
    셔츠를 입었고
    그 구부정한 어깨가 한 뼘이나 넓어진
    아주 밝은 외삼촌이 한참이나 어린 분의
    손을 잡고 들어오셨다

    나이 오십에 뭐 그리 놀랄 일도 없는데,
    나는 그 두 분에게 저녁내내 놀라고 신기하여 흥분했다
    외삼촌 손에는 토마토 한박스가 들려 있었는데
    큰외삼촌은 또 토마토냐..
    박스를  받아들며 놀리시는 건지..

    나는 너무 궁금했다
    나이 50에 그만한 궁금증이 생기는게 신기했다

    곰보자국에 왜소한 둘째 외삼촌은 전기기술자셨는데,
    김제시 요양원에 전기공사를 하러 왔다가
    며칠 밥을 잘 챙겨주신 요양사분께서
    집에 전기가 말썽이다 하셨고
    얻어먹은 밥정에 전기콘센트를  갈아주다
    또 그 분의 밥을 얻어먹게 되었는데
    그 솜씨 좋은 밥에 이끌려
    전주에서 하던 공사를 마다하고
    김제로 시도 때도 없이 드나들었단다

    곰보자국에  왜소한 외삼촌이 
    그 귀한 밥에 이끌린건지
    11살 차이나는 고운 요양사분께 이끌린건지
    이제는 궁금하지도 않았다

    그렇게 전주 집을 팔고 세간살이를 다 챙겨
    김제로 이사 간 둘째외삼촌은
    1년여을 졸라 재혼하셨고
    그 곱디고운 외숙모는
    재혼을 결정하고 제일 먼저
    외삼촌의 옷을 거의 다 버리셨단다

    그래, 그 핑크며 스트라이프며 
    선명한 빈폴셔츠가 줄줄이 외삼촌 옷장을 채웠고
    외숙모가 두번째로 한 일이
    새로 산 냉장고에
    토마토를 채우는 일이였단다

    환갑을 훌쩍 넘기고 재혼한 외삼촌,
    11살 차이나는 신부는 
    토마토를 줄창나게 사들였고
    그 나이에 신혼이 그립냐며
    사람들의 놀림과 비아냥에도
    열심히 갈아서 외삼촌에게
    아침이고 저녁이고 들이  밀었다고 하셨다

    그래서일까,
    외삼촌의 볼이 제법 차오르고
    그 핑크 스트라이프에  어깨도 넓어 보이는게,

    유쾌한 큰외숙모께서 보태신다
    얼마전 건강검진을 했는데
    니네 둘째외삼촌 신체나이가 
    60으로 나왔다며
    그래서 자기네도 열심히 토마토를 박스째 사서 먹는다고,

    딸 많은 집 둘째라 어려서 외가에 맏겨져서 자랐고
    지 신세도 야박한 어린 내 눈에도 심한 곰보자국으로 
    그렇게 구겨져서 살았던 외삼촌,

    50년이 지난 그 때,
    처음으로 외삼촌의 눈코입을 보았다
    그 눈코입으로 
    일흔을 앞둔 남자의 웃음은 더 활짝 열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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