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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테비아쩔어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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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freeboard_2004691
    작성자 : 15번지
    추천 : 1
    조회수 : 492
    IP : 220.81.***.185
    댓글 : 6개
    등록시간 : 2023/03/23 11:11:57
    http://todayhumor.com/?freeboard_2004691 모바일
    sf소설] 인공지능로봇 프네우마 - 하랑의 이름으로 5. 동굴
    옵션
    • 창작글

    이거슨 나름 연재소설입니다ㅎ

     

    조회수를 보면 확실히 재미도 별로고, 

    여기랑 맞지도 않는 듯 합니다만 ㅡ 일단 여긴 뻘글도 환영이니까효ㅎ

     

    철저히 종이책 단행본만을 우선적으로 염두에 두고 쓴 형태라 읽기 매우 곤욕스럽다는 걸 잘 압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표합니다.

     

    앞으로는 한 주에 한 번씩 뵙겠습니다.

     

     

    5. 동굴

     

     

     

    스스로 로봇이라서 쌈박하다고 느끼는 점이 있다면, 그건 바로 무호흡이다. 

    지구상의 모든 유기물 생물체는 호흡을 한다. 산소와 포도당을 필요로 하고, 호흡을 통해 에너지를 생성한다. 삶을 살아간다. 먹이사슬의 정점이었던 인간도 마찬가지다. 쉼 없이 숨을 들이쉬고 내쉬어야 한다. 호흡이 끊기면, 수 십초에서 수 분 안에 저승 문턱에 발을 들이게 된다. 그러니 호흡은 치명적인 약점이다. 

    그리고 내겐 그런 약점 따위는 없다는 거다.


    덕분에 인간들의 일반적인 기준보다 조금 더 비굴할 수 있었다. 살아남기 위해 몸을 늪에 빠트린 채 절전모드를 유지했다. 시야확보를 위한 보조카메라조차 꺼내지 않았다. 그냥 그대로 시간이 흘러가도록 내버려두었다. 흐르는 시간 속에서 대지를 울리는 진동을 감지했고, 불규칙적인 소음들을 채집해 분석했다. 이따금씩 진흙 속에서 꿈틀거리는 생명체가 감지되기도 했다. 아주 미세한 힘으로 금속합판을 밀어보려고 용을 쓰는 존재가 있다는 게 그리 달갑지는 않았다. 인간들이었다면, 이것들에게 살가죽이 파였을까? 그렇다면, 경험해 본적 없던 바이러스에 감염되거나 몸에 기생충을 달고 사는 경우가 일어났을까? 전혀 중요하지 않은, 그런 잡스런 의문들이 들기도 했지만, 굳이 검토하지는 않았다. 그마저도 에너지낭비고, 인기척을 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논리사고회로마저 운영을 중지시켜 버렸다. 그저 외부 충격감지 장치만을 켜둔 채 늪 한가운데에 잠겨있었다. 

    정말, 그게 내가 했던 전부였다. 비굴하게 살아남은 거 말이다.


    그렇다고 생존하는 것 외에 다른 수확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인류의 조상격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니, 그 이전 세대의 유인원들도 취했을 전략적인 방법을 나도 취하기로 했고, 성공적으로 실행에 옮겼다는 거다. 바로, 

    동굴에 몸을 숨기고 기회를 엿보는 것. 


    비굴하게 생존한다는 점에서는 큰 틀에서 같아보일지 몰라도 늪과 동굴은 엄연히 다르다. 확실히 늪보다는 동굴이 여러모로 선택지가 많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호흡을 할 필요는 없지만, 태양열 축전지에 에너지를 비축할 필요는 있었다. 그러니 다음 작전 수행을 위한 기동력 확보를 위해서도 늪보다는 동굴이 훨씬 유리했다. 


    산에 어스름이 내려앉을 때쯤, 늪에서 몸을 일으켜 나왔다. 바퀴를 땅에 굴릴 때마다 캐터필러 체인 사이로 모래가 엉킨 진흙이 뚝뚝 떨어졌다. 늪에서 빠져나오긴 했어도 몸에 묻은 채 굳어진 진흙 덩어리들 덕에 천연위장 상태가 유지되었다. 무작정 걸음을 산자락으로 향했다. 동굴은 위성으로도 확인이 어려우니 직접 이동하며 수색하는 수밖에 없었다. 

    순간 나를 덮어버릴 정도로 거대한 곤충 두 마리가 내 머리 위로 지나갔다. 어스름이 내려앉으니 야행성 곤충들과 짐승들이 슬슬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나 보다. 난 두 팔과 손가락의 압력을 체크했다. 여차하면 호신(護身)을 위해 두 팔이라도 휘둘러야 했다. 덩치가 얼마나 큰 녀석들이 나타날지 가늠조차하기 어려웠지만, 당장 손에 잡히는 만큼은 바로 살점을 뜯어내거나 뼈를 부수어버릴 각오가 필요했다. 

    마냥 비굴한 채로는 전진할 수가 없으니까.


    지구에 도착한 이후 처음으로 내장된 무기를 점검했다. 정확히는 무기용도로 장착된 게 아닌 탐사과정 필수품인 레이저 절단기이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당장에는 일격필살의 무기로 써먹어야할 판이다. 고출력 레이저 절단기 장착 과정에 관한 에피소드도 제법 재미나지만, 우선 그 이야기는 다음으로 미뤄야겠다. 음파탐지기를 통해 인근에서 박쥐 떼가 날아오른 게 감지되었다. 동굴이 멀지 않은 곳에 있음이 분명하다. 

    위성에 접속하여 현재 위치의 평면도(平面圖) 사진을 불러오고, 음파탐지기를 이용해 분석한 인근 지형의 외부입면도(外傅立面圖)를 불러왔다. 둘의 레이아웃을 겹치고 각각의 정보를 토대로 분석하여 3D모델링 작업을 했다. 동굴의 정확한 위치를 찾고자 조감도(鳥瞰圖)형태로 지도를 재구성하기 위해서였다. 어려운 작업은 아니지만, 부족한 정보들, 측면도(側面圖)와 단면도(斷面圖)를 여럿 채우기 위한 노력이 필요했고, 덕분에 적지 않은 시간이 허비되었다.


    그 사이에 해가 완전히 떨어졌다. 동굴의 위치를 대략적으로 파악한 건 희소식이지만, 해가 진 건 완전히 나쁜 소식이다. 함부로 길을 밝힐 수도 없고 소리를 내서도 안 된다. 야행성으로 진화한 녀석들 중에는 필시 내가 감당 못할 덩치를 가진 녀석들이 제법 될 터였다. 제한적인 선택지인 것도 모자라, 엄격한 통제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소음을 줄이고자 몸을 숙여 두 팔로 땅을 짚고 끌어당겼다. 바퀴만 굴릴 때보단 확실히 소음이 줄어들었다. 

    디스플레이창에 완성된 지도를 펼쳤다. 그리고 다음 순간, 다음 임무 수행을 위한 구분 동작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현재 위성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는 범위에서는 인류의 흔적을 찾을 수가 없다. 그렇다면, 그건 일반적으로 겉으로 드러나서 확인할 수 있는 곳이 아니라, 투시할 수 없는 곳을 확인해야만 한다는 말로 치환이 된다. 단서다운 단서를 찾기 위해서는 위성이 제공하는 일반적인 평면도가 아니라, 지금처럼 직접 현장을 탐사하며 측면도를 확보하거나 드러나지 않은 곳을 직접 파헤쳐보고, 단면도를 채울 수 있어야 한다는 거다. 

    그러니까 훨씬 더 쉽게 말하자면, 


    당장 땅위에서 흔적을 찾을 수 없다는 건 하랑이, 하랑과 인류가, 지상의 어딘가가 아니라, 동굴이나 지하로 숨어들었을 가능성이 엄청 농후하다는 거다.


    가능성을 기반으로 시뮬레이션을 실행해 보았다. 벙커의 좌표만 찾아낼 수 있다면, 도전해볼만한 가설이다. 

    출발 전까지 승인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던 프로젝트라서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던 게 허점이었다. 정확히는 내가 제조되기 이전에, 사전 작업으로 진행되었어야할 프로젝트였다. 인류가 지하벙커를 설계하고, 대량 이주를 하여 우주에서 날아올 희소식을 기다리며 훗날을 도모하자는 단순한 내용이었다. 처음 내용을 듣고서는 데이터를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생존을 이유로 자연을 파괴하고, 쳔연 자원을 소모하며 팔아치우기 바빴던 그들이 자연으로부터 배척받게 되자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아닌 임시방편으로 위기를 대한다는 게 너무 모순적이었다. 

    그러고 보면, 하랑의 현실 인식 감각은 정말 매우 독특한 편이었다. 


    중력 테스트를 실패했었던 첫 날. 하랑의 관심사는 중력과 무중력 상태를 오가는 동안 이탈되어 버리는 나의 내장부품들에 있지 않았다. 두 손은 나의 메인보드를 꺼내들고, 이탈된 칩과 잭을 되짚고 있었지만, 나를 돌아보며 했던 말은 엉뚱하게도 공책과 지우개에 관한 것이었다. 밑도 끝도 없이 시작된 그 이야기는 실험이 끝난 한참 뒤까지 이어졌다. 


    ‘나도 인간이지만, 인간들은 참 희한하단 말이야. 자기의 내적 상처 외에는 뭐든 다 지우개로 쉽게 지울 수 있다고 생각하나 봐. 정말이야, 이 구제불능 멍청이들의 인식이 그렇다니깐? 거대한 우주의 역사, 인류의 역사도 공책 위에 낙서하듯이 아무렇게나 썼다가 아니다 싶으면 수정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나봐. 뭐든 만만한 거 같아. 지우개 정도로도 얼마든지 인류 전체의 존망을 지우고 다시 쓰는 게 가능하다고 믿고 있다니깐?’


    - 내가 인간들에 대해서 뭐라고 말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지만, 지우개로 뭐든 지울 수는 없어. 볼펜만 하더라도 볼펜 전용 지우개나 수정액을 따로 써야 해. 


    ‘하하하, 프네우마. 아니, 아니야. 지금은 그런 이야기가 아니야. 넌 아직 책을 좀 더 읽고 학습할 필요가 있어. 지금 하는 이야기는 있는 그대로 들을 게 아니야. 비유라는 거야.’


    - 그럼, 좀 쉽게 말해줬으면 좋겠어. 네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내 회로가 엉켜버릴 거 같거든. 비유나 상징 같은 게 아니라, 정말로 말이야. 지금도 또 엉켜버린 거 같아. 아님, 방금 네가 꽂을 때 엉텅리로 꽂아 넣었거나.


    ‘하하, 역시 바로 써먹어 버리는구나. 그래도 적당히 웃기라고. 적어도 나는 믿어도 좋아. 저 멍청이들과 달리 실수해도 좋을 일과 아닌 일들 정도는 구분할 줄 알거든.’


    - 대체 무슨 일을 겪어서 그래?


    ‘별일 아니야. 늘 있는 일이지 뭐. 윗선의 누군가가 배우자 몰래 바람을 폈고, 덕분에 그 배우자가 여기까지 쳐들어왔다지 뭐야. 믿을 수 있어? 겹겹으로 보안을 강화하고, 기밀유지를 해왔던 곳인데, 기껏 치정 문제 때문에 보안 체계가 다 무너진 거야. 바람피우는 상대를 잡아낼 거라고 소지품 곳곳에 위치추적기를 달았나 봐. 물론, 일방적으로 당한 그 사람 입장에서는 우주가 무너지는 기분이긴 했겠지만… 진짜 인류나 우주 문제를 다루는 입장에서는 기가 찬다고. 그렇잖아? 어쩌면 여길 또 옮겨야할지도 모르는 거야. 그럼, 그 동안은 또 연구를 못하고 있겠지. 우리에겐 남은 시간이 얼마 없는데도 말이야. 아니, 그 이전에 어떻게 우리들 전체가 셧다운(shut down) 될지도 모를 판에 바람을 필 수 있는 거지?’


    - 역시. 공책과 지우개가 아니었어. 불륜과 치정 문제였지. 


    ‘아니, 정확히 공책과 지우개 문제야. 그런 인식이 문제라고. 무슨 문제든 대충 수습하고, 수정하면 그만으로 안다는 게 정말 문제라고. 

    이번에 지하 벙커 프로젝트도 그래. 내가 이전부터 우주 식민지 개척이 실패했을 때를 대비해야 한다고 그렇게 노래를 했는데… 아무도 관심 없었어. 당장 어쩌기 힘든 문제라는 걸 알게 되니까 다들 발등에 불이 떨어지기 직전까지 모르쇠만 하더라고. 

    시스템 개혁이나 민간의 인식 개혁 같은 걸 할 생각은 전혀 없는 거야. 모두가 살기 위해선 모두가 인내해야할 방안을 제대로 전파하고 알려야 하는데, 그게 아니라고. 뭐든 쉬운 방법만 고집을 하지. 가장 쉬운 방법은 내가 아닌 남을 잘라내는 거고. 하여튼 이런 식이라니까? 나만 다치지 않고, 나의 내면의 안정과 지위, 명예, 자산만 무사할 수 있다면, 뭐든 지우개로 지워버리듯이 지워버리면 그만이라고 생각한다니깐! 하… 이런 식이면 지하로 이주하는 과정에서 과연 대체 몇이나 지하로 넘어갈 수 있겠어?’


    - 뭐야? 그럼, 하랑도 그 명단에 들 수가 없다는 거야?


    ‘그건 아직 아무도 몰라. 왜냐고? 프로젝트를 이행하기로만 결정을 했지. 나머지 문제는 그냥 또 다들 눈치만 보고 있는 중이거든.’


    - 그럼, 하랑. 불합리하고 옳지 않은 명령이면, 따르지 않도록 프로그래밍해줄 수는 없어? 적어도 그러면, 내가 너를 우선시 하고 지하로 데려갈 수는 있을 텐데 말이야.


    ‘확실히 넌 인간에 대한 학습이 더 필요해. 내가 비밀을 하나 알려줄게. 자신이 지우개를 들고 있다고 착각하는 건 모든 인간들의 공통점이란 거야. 누구도 합리적이지 못해. 다들 감정적으로 돌아버리는 스위치의 형태와 위치만 다를 뿐이야. 

    나만 하더라도 누가 널 고철 취급하거나 지워버리려고 하면, 난 지우개 정도가 아니라, 그 녀석의 인생, 영혼, 공책 자체를 다 찢어버릴 거야.’


    - 그래? 뭔가 눈물이라도 흘려줘야할 거 같은데? 미안하지만, 난 그런 게 없으니까. 여기 팔꿈치에서 찔끔찔끔 새어나오는 유압 오일이라도 나눠줄까? 아님, 여기 디스플레이 창 밑에 찍어둘 테니까 네가 모른 척 기름걸레로 닦아주는 건 어때?


    ‘하하하, 그래! 이제야 학습시킨 보람이 있구나!’


    하랑이 갑자기 말꼬리를 비튼 느낌이 강했지만, 난 거기에 딴죽을 걸지 않았다. 그보다는 눈치껏 하랑에게 농담을 보태어주는 거로 대화를 끝맺었다. 그건 지금 생각해봐도 참 잘한 짓이다. 하랑은 매번 에둘러 표현하거나 말하기를 꺼려하며 대화를 전환했지만, 난 알고 있었다. 하랑이 내게 그토록 학습시키고 싶어 했던 불합리한 애정이나 헌신, 인내 같은 불안정한 인간의 감정들을 전혀 달갑지 않게 여기는 존재들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들은 늘 하랑에게 그런 불안정한 감정들이나 나눔의 비전 같은 것보단 ‘어른들의 사정’ 같은 걸 늘 먼저 확인하고 처리해줄 것을 요구했었다. 


    어른들의 사정.


    그런 걸 로봇이 알아서 제대로 챙겨줄 거라고 믿는 이들이 있었다면, 참 불우한 인생들이 아닐 수 없다. 로봇은 비합리적인 명령 앞에서 오류로 발작을 일으키면 일으켰지, 절대 하랑처럼 녀석들 앞에서 자존심과 허리를 함께 접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얌전하게 응대했다 하더라도 기껏해야 인식 오류를 핑계로 멍청하게 작동을 멈춘 척 했을 게 뻔하다. 그러니 결국, 

    놈들은 하랑을 지하로 끌고 내려갔을 거다. 자신들의 편리와 안위를 위해서. 


    미세하게 공기의 흐름이 바뀌었다.


    접어뒀던 음파탐지기를 꺼내서 탐색을 시도했다. 지도가 표시해주는 포인트와 얼마간 차이는 있었지만, 정확한 측정값으로 만든 지도는 아니니 얼마간의 오차는 어쩔 수가 없다. 아니, 오히려 이 정도 오차라면, 급조한 것 치고는 정말 세밀하게 만든 지도라고 할 수 있겠다. 


    휘이이잉. 


    바위의 결을 따라서 걷던 바람이 파인 골을 향해 휘몰아쳤다가 빠져나오며 거친 소리를 냈다. 동굴은 필시 지척에 존재한다. 바람이 엉키는 곳을 향해 다가서며 상체를 일으켰다. 만만치 않은 바람의 저항 속에서 하랑이 몸을 숨겼을 곳을 유추해봤다. 연합군의 군사기밀이기는 했지만, 현실적으로 막대한 규모의 지하 벙커가 있을 수 있는 곳은 한정적이었다. 

    마침내 동굴 문턱에 이르렀다. 다행히 박쥐들 외에 다른 생명체가 기거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문턱에서 발을 들이지 않은 채 안테나를 뽑아들고 위성에 접속했다. 그리고 의심되는 곳의 좌표를 입력하여 카메라 줌을 끌어당겼다. 


    역시.

    그곳은 변함없었다. 쓸데없이 넓고, 바람만이 머물다가는 광활한 평원 그대로였다.

    출처 https://m.roseandfox.kr/
    15번지의 꼬릿말입니다
    글로 밥을 빌어먹고 싶은데, 글 짓는 솜씨가 시원치 않아서 요즘 공책을 팔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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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3/03/23 12:58:35  14.48.***.139  말미잘  18013
    푸르딩딩:추천수 3이상 댓글은 배경색이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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