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p> <p> </p> <p>프로식당러로써, 새로 오픈한 매장의</p> <p>대부분 인원이 젊은이들로 이루어진 곳에서</p> <p>일하다보면, 젊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p> <p>나 역시 활력을 얻는다는것이 매우 좋다만,</p> <p> </p> <p>가끔 마주하기 힘든 경우를 겪기도 한다.</p> <p>예를들어 스물 두 살짜리 직원이 씩씩한 목소리로</p> <p>"실장님 담배는 제가 사겠습니다!" 라고 외치길래</p> <p> </p> <p>"니가 내 담배를 왜 사..." 라고 말하며 계산하려는데</p> <p> </p> <p>"이렇게 하지 않으면 제 마음이 편하지 않습니다!"</p> <p> </p> <p>하면서 억지로 카드를 들이밀려는 모습에 이러지도</p> <p>저러지도 못하고 "아니... 그냥.. 괜찮아요..." 라고 말하고</p> <p>내 카드로 결제를 했는데, 그 날 저녁 그 직원이 힘없는</p> <p>목소리로 나에게 말했다.</p> <p> </p> <p>"솔직히 저는 실장님하고 좀 편하게 지내고 싶은데</p> <p>아무래도 실장님이 저를 불편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p> <p> </p> <p>라고 말하길래 굉장히 당황하며 그게 아니라, 나는... 으로</p> <p>시작해 왜 니가 나에게 담배를 사면 안되는지에 대해 설득을</p> <p>하고서야 오해를 푼 적도 있고,</p> <p> </p> <p>일한지 삼일 가량 된 젊은 직원들이 나와 치킨을 먹고 싶다며</p> <p>집까지 찾아온 탓에 문을 열어준 적도 있다.</p> <p> </p> <p>젊음이란 좋구나. 순수하구나. 고맙다. 나를 좋게 생각해줘서.</p> <p> </p> <p>얼마전에 그런 일의 연장선으로 립밤을 선물받았다.</p> <p>한 삼일쯤 집에도 못가고 대충 일하고 있다 보니 그 모습을 본</p> <p>직원이 나에게 립밤을 선물해줬는데...</p> <p> </p> <p>오렌지 립밤이였다.</p> <p>아마 오랜 고생으로 입이 부르튼 내 모습을 보고 준 것 같다.</p> <p> </p> <p>직원의 남자친구가, "근데 이거 오렌지빛 나는거 아냐?"</p> <p> </p> <p>라고 물었고, 직원이 남자친구에게 "아닐걸? 그냥 오렌지 성분만</p> <p>들어있을걸?" 하고 말했고, 나는 음. 하고 고민한 뒤 고마운 마음으로</p> <p>받고 입술에 발랐는데</p> <p> </p> <p>씨부레 진짜 입술이 오렌지색이 되었다.</p> <p>사실 그 전까지는 그냥 '음 부드러워' 하고 바르고 나왔는데 어쩐지</p> <p>내 입술을 본 직원들이 나를 보며 오열하며 웃길래 빠르게 상황을</p> <p>파악하고 거울을 봤는데, 진짜 입술이 오렌지색이였다.</p> <p> <br>심지어 인중을 타고 올라오는 그 냄새가 너무 좋아서 더 당황했다. </p> <p> </p> <p>"오빠 미안해요 난 진짜 그런건줄 몰랐어요."</p> <p> </p> <p>"니가 그렇게 말한들... 나는 앞으로 손님응대를 할 때 메뉴와</p> <p>식사구성을 물을 뒤 '저는 성 정체성이 모호한 것이 아니라 단지</p> <p>립밤제품 선택을 잘못했을 뿐 입니다.' 라는 멘트를 추가해야 하는</p> <p>지경에 이르렀는데, 이건 어떻게 해야 할까."</p> <p> </p> <p>라고 말하자 직원은 꺄아아아 하는 이상한 괴성을 지르며 웃었고</p> <p>지점 사장은 '오랫만에 큰 웃음을 지었다' 라며 만족했으나,</p> <p>나는 앞으로의 거취와, 성 정체성을 이 기회에 바꿔야 하는가 하는</p> <p>깊은 고민에 빠지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p> <p> </p> <p>아무튼 집에 돌아와 대충 컴퓨터를 하며 맥주를 한잔 마시고 있는데</p> <p>문득 입술이 또 까끌한 것을 느껴 무심결에 립밤을 발랐다.</p> <p>오렌지색이긴 했지만, 뭐 집이면 아무도 볼 사람이 없기도 하고...</p> <p> </p> <p>대충 그 상태로 맥주를 한잔 입에 댔는데, 나는 보고야 말았다.</p> <p>컵에 묻은 짙은 오렌지색 내 입술자국을.</p> <p>흔히 영화, 드라마 소설에서 보면 그런 장치로 나오지 않던가.</p> <p>상대방 성별에 대한 환상으로 화면이나 지문 등으로</p> <p>비춰주는 요소로 활용하는, 립스틱 묻은 컵. 상대 성에 대한</p> <p>욕망으로 남녀는 격정적인 사랑에 빠지게 되고 이 씨부레.</p> <p> </p> <p>하도 당황해서 담배를 피우러 잠깐 밖에 나가 한참 피우고 있는데,</p> <p>필터에 묻은 이물감이 느껴져 바라보니 필터에도 오렌지빛 립밤자국이</p> <p>묻어있었다.</p> <p> </p> <p>흔히, 영화 드라마 소설에서 보면 그런 장치로 나오지 않던가.</p> <p>퇴폐적인 사랑 혹은 성적 욕망을 드러내는 장치로 활용하는</p> <p>립스틱 자국 묻은 담배. 그 담배끝에서 피어오르는 생연기.</p> <p>'당신은 나를 사랑할 수 있나요?' 라고 묻는 짙은 화장의 여인</p> <p>이 씨부레.</p> <p> </p> <p> </p> <p>내일 출근하여 물을 것이다.</p> <p>아니 말할 것이다.</p> <p>내 어제 립밤을 바르고 소설의 로맨스 구성 그 기본원리와</p> <p>내가 손님에게 기어코 한마디를 더 덧붙이게 만드는 이 그림,</p> <p>고맙지만 나에게 이런 고뇌를 안겨준 이유가 무엇인가.</p> <p> </p> <p>대답 여하에 따라 차마 고마운 마음에 빠따를 들 수는 없겠으나</p> <p>대체 이런 제품을 어디서 구했는지, 그것도 새것을 가지고 있다가</p> <p>나에게 왜 주었는지, 제품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했다는 너의 이야기는</p> <p>변명인지 기만인지, 그리고 나는 이걸 왜 가슴 속 깊은 곳에서</p> <p>재미있어 하고 있는지에 대해,</p> <p> </p> <p>물어보고싶다.</p> <p> <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2303/16794191701b744628e24549d9a710c55e160147c0__mn665178__w800__h379__f42194__Ym202303.jpg" alt="KakaoTalk_20230322_021802766.jpg" style="width:800px;height:379px;" filesize="42194"></p> <p>문제의 립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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