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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freeboard_2004557
    작성자 : 15번지
    추천 : 1
    조회수 : 483
    IP : 220.81.***.185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23/03/21 10:46:18
    http://todayhumor.com/?freeboard_2004557 모바일
    sf소설] 인공지능로봇 프네우마 - 하랑의 이름으로 3. 원숭이들의 행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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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원숭이들의 행성




    내륙에 닿기까지 꽤 긴 시간이 소요될 거라 예상했지만, 12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불과 2시간 48분 19초 만에 북미 샌프란시스코 포인트 레이스 국립 해변으로 추정되는 지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전적으로 우연히 나의 낙하지점을 지나쳐가던 ‘생명개체 1호’ 덕분이다.

    그리고 난 녀석의 도움으로 무사히 해변에 도착했다. 


    갑자기 등장한 ‘생명개체 1호’, 그러니까 엘라스모사우르스의 존재가 무척 당혹스럽긴 하지만, 우선 녀석에 대해서는 당장 어떤 딴지도 말아주길 바란다. 녀석에 대해서는 아직 어떤 확신도 가질 수 없는 상태다. 그래서 우선 녀석을 편의상 ‘생명개체 1호’라고 명명했던 것이다. 1년 만에 지구로 귀환하여 가장 먼저 만난 생명체가 하필 녀석이라니? 혼란스럽다는 말밖에는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방대한 양을 학습했음에도 상황에 맞는 적합한 단어를 찾아서 연결할 수가 없다는 말이다. 그러니 내가 녀석의 등지느러미에 매달려 건너온 사건, 아니, 그 시간에 대해서 우선 이야길 했으면 한다.


    지난 2시간 48분 19초 동안 난 녀석의 등지느러미에서 미끄러지지 않고 버티는 게 최우선 과제였다. ‘생명개체 1호’는 나를 매달고 헤엄치는 것에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 덩치와 속도로 봤을 때, 정확하지는 않더라도 이미 성장의 정점기로 보인다. 그리고 낯선 것에 대한 큰 저항이 없다. 해변에 닿고 나서 나를 육안으로 확인했을 때도 녀석은 날 무시했었다. 크기라면 몰라도 무게라면 만만치 않았을 텐데도 녀석은 작은 덩치의 날 전혀 경계해야할 대상으로 인식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녀석에게 ‘생명개체 1호’라는 이름 대신 ‘엘라’라는 이름을 새로 지어줬다. 


    의사소통이 쉽지 않아 전적으로 나 혼자 내린 결정이라서 엘라에게 미안하긴 하지만, 어쩌겠는가? 난 매달려있기 바빴고, 녀석은 내게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러니 말도 통하지 않는 녀석을 상대로 취향이나 성별 등을 알아내고 그걸 바탕으로 이름을 지어 불러준다는 건 너무 사치스러운 과정이란 거다. 

    그러기 위해서는 적어도 녀석이 날 해변에 내려준 후, 우린 서로가 서로를 잠시 마주할 필요가 있었다.


    그렇지만 엘라는 날 쳐다보지도 않았다. 날 내려주고 나서는 그대로 몸을 돌려 일광욕을 즐기기 바빴다. 녀석과 눈인사라도 한 번 나누길 바랐던 입장에서는 다소 민망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괜찮다. 로봇에게 그런 감정 같은 게 있을 리는 없으니까. 

    나 역시도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녀석에게서 등을 돌리고 태양을 바라보며 모든 개폐 장치를 열었다. 인간으로 치면 사지를 쫙 펴고, 기지개를 켜는 모양새다. 신선한 내륙의 공기를 들이마시는 행동 같은 건 하지도 못하고, 할 필요도 없지만, 군데군데 젖은 몸을 말리며, 상태를 확인할 필요는 있었다. 


    우오오오오옹.


    노곤했는지 일광욕을 즐기던 엘라는 금방 잠이 들어 잠꼬대를 했다. 난 엘라의 리드미컬한 숨소리를 뒤로 하고 민물을 찾기 위해 부지런히 발을 굴렸다. 어서 빨리 몸 곳곳에 묻은 바닷물을 씻어내야 부식을 막을 테니까.


    난 모든 개폐 장치를 닫고, 탐사 안테나만을 꺼냈다. 내 키보다도 긴 녀석을 평소 접고 다녔다는 것도 웃기지만, 녀석이 내 어깨에서 솟아나 바람 따라 흔들거리는 모양새도 꽤 봐줄만 하다. 마치 참나무에 매달린 도토리를 직접 따보겠다고 휘두르던 하랑의 속 빈 대나무 장대 같다. 

    이리저리 휙휙 휘면서도 기능은 확실하다. 


    히야아압.


    대나무 장대를 휘두르던 하랑은 어린 시절 봤던 무협영화 이야길 해줬었고, 내 앞에서 꽤나 진지한 얼굴로 비슷한 흉내를 내려고 무던히 노력했었다. 이미 그때 각종 서적과 영화를 다운받아 보고 그런 간접 경험으로도 실생활에 응용되는 데이터를 얻을 수 있는가에 대한 실험을 마쳤던 내 입장에서는 그저 안타까울 뿐이었다. 땀까지 흘리는 하랑이 가엽게 보일 정도로 말이다.


    삐이익.


    가여웠던 하랑을 떠올리며, 나도 일부러 무의미한 비프(beep)음을 내봤다. 삐리릭. 그리고 곧장 뒤를 이어 실제 데이터 확인 결과를 알려주는 비프음이 한 차례 더 울렸다. 예상대로 현재 지구의 공기 밀도는 내가 떠날 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수치였다. 엘라가 돌아다니고, 내 데이터에 없는 식물 종이 웃자라있는 거로 봤을 땐 당연한 결과다. 

    이렇다면, 엘라 외에 다른 녀석들이 활보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전혀 이상할 게 없다는 말이 된다. 


    저장된 데이터에는 ‘거대 생명체 조우 시 행동 방안’에 대한 지침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덩치가 공룡만큼 큰 녀석들을 직접 상대한다는 시뮬레이션을 그간 부지런히 해왔던 건 결코 아니다. 무사히 지구에 도착했다지만, 하랑을 찾아 나서기도 전에 일이 멋대로 꼬여버렸다. 

    이래서는 하랑의 그림자는커녕 하랑의 부패한 사체나 사체가 뿜어낸 가스 한줌조차 찾지 못할 가능성이 커져버렸다. 우연찮게 어떤 흔적을 찾는다고 한들, 그게 과연 하랑의 것이라고 짐작조차 할 수 있을까? 


    버젓이 공룡이 돌아다니는 지구에서 말이다.


    이쯤에서 나는 하랑에게 모든 걸 사실대로 털어났던 순간에 대해 말해야겠다. 내가 행정수뇌부의 명령으로 다수의 영화와 서적을 순식간에 해치워야만 했던 걸 하랑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러니 내 앞에서 가여울 정도로 필사적일 수 있었던 거다. 전혀 닮지 않은 얼굴로 홍콩 배우 흉내를 내기 위해 어떻게든 얼굴을 잔뜩 찌푸려서 뭔가를 보여주려던 하랑. 

    하랑은 그런 식이었다. 선진 기술을 연구하는 과학자이면서도 디지털보단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좋아했었고,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선호했던 만큼 내게도 그런 면을 기대했었다. 웃기지 않은가? 세계 공동 연구협약으로 탄생한 인류 최고의 AI로봇에게 아날로그 감성을 기대하고, 그런 걸 학습시키려 했으니 말이다. 


    그렇게 엉뚱한 하랑이라서 당연히 화를 낼 줄 알았다. 내가 강압적으로 순식간에 방대한 데이터를 받아들인 것에 대해서 말이다. 그렇지만, 하랑은 오히려 박장대소를 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내게 어렵게 흑백영화나 그 시대 필름이 주던 독특한 감성에 대해 설명하지 않아도 되니 잘되었다고만 했다. 


    정말 받아들이기 난해한 데이터다.


    잘 되었다니? 대체 뭐가? 내가 수뇌부 결정에 따라 군인들 앞에서 영화를 본 게? 아니면, 녀석들이 내 다운로드와 스트리밍 속도를 보고 놀라서 나자빠진 게? 난 정말 그런 것 외에는 전혀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고속 다운로드 한번으로 코드를 단숨에 읽어내기만 하면 될 것들을 일부러 시간을 내어 느릿느릿하게 보여주는 노력들, 그런 시간 속에서 흑백영화나 그런 필름이 주는 감성 같은 걸 로봇인 내가 정말 알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다니 너무 어처구니없지 않은가? 


    그래서 난 영화나 영화에 사용된 필름과 필름이 안겨주는 감성 같은, 내가 소화해내기 힘든 난해한 데이터보단 지금 당장 ‘내가 품은 물음에 근접한 무엇’을 말해볼까 한다. 우선 그러기 위해서 하랑이 단연 최고라며 흥분하던 영화가 우습게도 흑백영화가 아니었단 사실부터 밝혀야겠다. 


    하랑은 직접 본 영화들 중 최고는 1968년에 개봉했던 <혹성탈출>이었다고 내게 몇 번이나 말했었다. 충격적이고 매력적인 반전이라나, 뭐라나. 웃긴 건 그의 기억이 일으킨 오류 덕에 그는 그 영화를 인생 최고의 흑백영화로 기억한다는 거다. 단지 너무 어렸을 때 봤던 영화라서 흑백으로 기억했을 뿐인데, 나를 만나기 전까지 그걸 진실로 믿고 있었던 거다. 


    하여튼 난 그때마다 영화가 흑백이 아닌 칼라 영화였으며, 오리지널 결말을 따로 가지고 있긴 하지만, 영화보다는 소설이 먼저 나온 원작이고 제목도 <혹성탈출>은 수입배급처의 의도적 번역일 뿐, 원제는 <Planet of the Apes(원숭이들의 행성)>이었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그럼에도 말을 아꼈던 것은 어디까지나 그 이야길 할 때마다 들뜬 표정을 짓는 하랑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다. 


    하랑의 기억이나 들뜬 표정과는 전혀 별개로 <원숭이들의 행성>은 지금 내게 굉장히 의미 있는 영화로 다시 찾아왔다. 

    영화가 가진 기본적인 설정 때문이다. 영화에서 사건의 발단은 우주와 지구 사이의 상대적 시간 흐름에서부터 시작된다. 나 역시 엘라를 만난 순간부터 의심을 아끼지 않았다. 혹시 내가 지구 밖으로 나온 어느 시점에서부터 시간이 상대적으로 흐른 건 아닐까? 


    제법 그럴싸한 가설이다. 


    그리고 사실 난 물리적으로 엘라에게 매달려 있는 동안 나의 논리 회로는 계속 그 가설에, 지구 밖에서 상대적으로 다른 시간을 보냈을지 모른다는 명제에, 매달려 있었다. 


    상대적으로 시간을 보냈거나, 내가 인지하지 못했던 순간에 다른 차원의 틈새로 빠져버렸거나.


    해변을 벗어나 수풀을 헤집으며 탐사를 하는 지금도 여전히 매달려 있다. 이미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분명히 결론을 냈음에도 말이다. 


    우선 다른 차원의 틈새로 빠졌을 가능성이 희박한 이유부터 말해보자면, 우연적인 요소가 너무 많이 겹치고 있다. 그래서 전혀 신뢰할 수가 없다. 쉽게 말해, 내가 출발한 지구를 A. 내가 돌아온 지구를 다른 차원의 A`라고 가정을 해보자. 

    A와 A`가 내외부적으로 유사한 환경을 가질 수 있다는 가정은 성립이 가능할지 몰라도 A에서 인위적으로 생성된 가공품마저 동일한 상태와 형태로 있을 수 있다는 건 지나친 우연이다. 거기에 더해 그 가공품의 작동법과 패스워드마저 동일하다는 건 일반적인 우연을 초과한다. 

    여기서 말하는 가공품은 바로 위성이다. 


    이미 난 우주선 회항 이후 지구에 도착한 지금까지 여러 차례 위성에 접속했었고, 그때마다 직접 수동으로 접속, 제어하기 위해 패스워드를 입력했었다. 내가 다른 차원으로 빠진 거라면, 내가 속한 곳이 현재 A가 아닌 A`라면, 위성의 실물이며 작동법이 동일한 것도 말이 되지 않고, 패스워드마저 동일한 건 더더욱 말이 되지 않는다. 


    그럼, 상대적으로 시간이 흘렀을 가능성은? 내가 매달려 있을 수밖에 없던 물음이다. 그렇지만, 이것 역시 어떤 식으로 접근을 해도 전제가 충돌하게 된다. 모순적인 결과만 나온다는 말이다. 


    이런저런 논리 점검보다 우선 건축물 콘크리트에 대해 말할 필요가 있겠다. 콘크리트의 경우 기본적으로 1백 년 정도를 사용 가능한 수명이라 보지만, 완전히 부식되어 먼지가 되기까지는 대략 1천 년 정도다. 그러니까 내가 잠시 자리를 비웠던 지난 1년간 인류가 자기네들끼리 세계 3차 대전을 치렀다거나 기후 이변이나 전염병 등으로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었다 하더라도 폐허가 된 건물의 잔해들은 곳곳에 산적해 있어야 정상이다. 그런데 현재 여기가 해안가라는 걸 감안하더라도 그런 문명의 흔적들을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는 건 매우 이상하다. 

    물론, 그래서 위성으로 다시 살펴본 것도 맞다. 더욱 세밀하게. 카메라의 줌을 당겨보았지만, 나는 인류의 어떤 흔적도 마주하지 못했다. 도로나 이정표, 건물은커녕 인간, 아니, 인간을 닮은 유인원조차 잡히지 않는다. 지나쳐간 건 이름 모를 녀석들뿐이다. 백과사전에도 등재되지 않은 식물들과 동물들. 


    그럼에도 위성의 신호가 잡히고 이용 가능하다는 게 무엇을 말해주는 것인지 전혀 짐작조차 되지 않을 뿐이다.


    이쯤에서 내가 최소 3천년 정도는 더 오랜 시간 후에 도착했을 가능성도 고려해봤지만, 그렇다고 하기에는 위성의 상태가 너무 양호하다. 아무리 넉넉하게 위성의 수명을 쳐준다고 하더라도 반세기 이상을 버틸 수는 없다. 교신을 위한 내부 장비야 반영구적이더라도 궤도를 유지하기 위한 외부 동력 장치는 소진되어서 이미 진작에 궤도를 이탈했어야 한다. 


    난감하다. 

    내 디스플레이창에서는 모순되는 전제조건들로 인해 오류코드만 반복된 지 오래다. 결과적으로 받아들이기 버거운 충격적인 사실만 바로 앞에 던져졌을 뿐, 어쩌다 지구가 이렇게 변해버린 것인지, 그것에 관한 건 전혀 알아낸 바가 없다. 아니, 알아낼 수가 없었다. 아주 작은 단서조차 없었으니 말이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건 위성들의 마지막 기록들이지만, 이것 역시 그리 쓸모 있지는 않다. 


    모두다 한낱 한시에 퓨즈가 나가버린 전구처럼 일제히 기록을 멈췄으니 말이다. 덕분에 무언가 ‘강력한 개입, 누구도 피하지 못한 절대적 사건이 있었다’라고 짐작만 할 수 있을 뿐. 미지의 사건과 하랑과의 연결고리는 여전히 찾지 못한 채다. 

    이럴 땐 최첨단 AI로봇이라고 해도 전혀 쓸모가 없다. 주어진 데이터를 기반으로 무엇 하나 제대로 재발견하거나 창조해 내지 못하는 고철에 불과하다. 괜히 CPU리소스를 점검하고 백그라운드 작동프로그램들을 닫았다. 마치 인간들이 처진 어깨 아래까지 고개를 푹 숙이듯이 말이다.


    연못을 찾았다. 

    개폐 장치를 모두 닫고 과감하게 몸을 연못 안으로 밀어 넣었다. 그리 깊지도 않아서 딱 좋았다. 예상대로 빠르게 전신 세척이 가능했고, 못의 생명체들도 관찰할 수가 있었다. 그중에서도 장구벌레가 가장 인상 깊었다. 엘라를 봤을 때부터 염려했지만, 예상대로 모기 유충인 장구벌레의 사이즈가 정상보다 대략 3배 정도는 더 커보였다. 산소 밀도가 터무니없이 높아진 탓이다. 

    모기 유충이 이 정도로 커졌다면, 다른 녀석들은 어느 정도일까? 


    걱정이 확신으로 변하게 되는 원치 않는 발견이었다. 하랑의 뒤를 밟을 단서를 구하기 전에 급변한 환경에서 생존하는 게 최우선 과제로 변경되는 순간이었다. 

    지금까지 탐색한 결과로는 환경적 요건이 충분한 상태다. 필시 엘라 뿐만이 아니라, 엘라의 친구들도 내륙의 곳곳을 휘젓고 있으리라. 직접 확인한 것은 아니라서 무슨 종이 얼마나 돌아다니고 있을지는 아직 모르지만, 적어도 몸길이 1~2미터 정도의 에오랍토르(Eoraptor)나 트로오돈(Troodon) 같은 녀석들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어느 날 갑자기 인류가 사라지고, 공룡이 다시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별다른 수식어 없이 덤덤하게 쓴 문장이지만, 문장을 바라보는 나는 결코 덤덤할 수가 없다. 수만 가지의 경우의 수를 시뮬레이션 하는 것으로 당혹스러움을 감춰보지만, 근본적인 물음은 변하지 않는다. 

    녀석들을 상대하면서 무사히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당장 무엇부터 시작해야할까? 


    못에서 나와 몸을 말리기 위해 개폐 장치를 열었다. 그러자 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머리 위로 나무들이 세차게 흔들렸다. 


    끼오오옹.


    북을 두드리는 듯한 낮은 주파수의 중저음. 엘라의 날개 달린 친구가 내는 소리가 틀림없었다.

    출처 https://m.roseandfox.kr/
    15번지의 꼬릿말입니다
    글로 밥을 빌어먹고 싶은데, 글 짓는 솜씨가 시원치 않아서 요즘 공책을 팔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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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3/03/21 11:46:23  162.158.***.19  말미잘  18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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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on't click this post. 거대호박 24/04/17 22:52 56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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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정 링크를 클릭하지마시오 계룡산곰돌이 24/04/17 22:33 578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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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놈 참 잘생겼네 [9] 외부펌금지 계룡산곰돌이 24/04/17 22:08 787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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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리아나 이번 앨범 명반이네요 [5] 새끼둘고릴라 24/04/17 22:08 649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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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래서 안되다 저래서 안된다.......... [2] 약국 24/04/17 22:03 613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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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아 오늘 아이템 좋은거 먹었어여 [1] 새끼둘고릴라 24/04/17 21:57 57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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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기 검진 결과입니다. [26] 미께레 24/04/17 21:50 773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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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 이고기 [7] 계룡산곰돌이 24/04/17 21:18 548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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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나가는 바보 A 올림. [31] REDRRR 24/04/17 21:09 790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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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 pc 부품 많이 비싸졌네요; [12] 크라카타우 24/04/17 20:48 749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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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저녁은 좀 늦었네요 [15] 계룡산곰돌이 24/04/17 20:38 52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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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팡은 검색 기능이 매우 뒤떨어져있네요.. [1] TY 24/04/17 20:37 680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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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비고 [10] 센치한하하. 24/04/17 20:13 56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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