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160%;text-indent:0px;margin:0px;font-family:'궁서체';color:#000000;font-size:10pt;"><span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21px;font-family:'궁서체';letter-spacing:0px;color:#000000;font-size:10pt;"><strong> 오랜 가뭄에 쩍쩍 갈라진 논바닥마냥 벗겨지고 갈라 진 페인트 표피가 군데군데 시멘트벽을 밀어 재낀 마을 회관 옆, 폐목으로 조잡하게 만든 하지만 제법 웅장해 보이는 정자에 걸터앉은 노인은 갑작스레 찾아 온 젊은 장교를 지긋이 바라보더니 헤진 흰색 셔츠 윗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 </strong></span></div> <div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160%;text-indent:0px;margin:0px;font-family:'궁서체';color:#000000;font-size:10pt;"><span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21px;font-family:'궁서체';letter-spacing:0px;color:#000000;font-size:10pt;"><br><strong></strong></span></div> <div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160%;text-indent:0px;margin:0px;font-family:'궁서체';color:#000000;font-size:10pt;"><span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21px;font-family:'궁서체';letter-spacing:0px;color:#000000;font-size:10pt;"><strong>“맨날천날 술 묵꼬 월산띠기 패싼께네 우예 견디겐노, 하루 이틀도 아이고 말이다..., 하도 그카이께네 월산띠기가 야반도주해뿐는기라..., 그라마 일마가 두 알라들을 바서라도 정신채리야 델낀데 어데?, 걸마가 도망간 월산띠기 찾는다고 씨가빠지게 돌아댕기따아이가...” </strong></span></div> <div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160%;text-indent:0px;margin:0px;font-family:'궁서체';color:#000000;font-size:10pt;"><span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21px;font-family:'궁서체';letter-spacing:0px;color:#000000;font-size:10pt;"><br><strong></strong></span></div> <div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160%;text-indent:0px;margin:0px;font-family:'궁서체';color:#000000;font-size:10pt;"><span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21px;font-family:'궁서체';letter-spacing:0px;color:#000000;font-size:10pt;"><strong> 마을 뒤 조그만 야산 꼭대기 쪽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노인은 거칠고 투박한 엄지손가락으로 단박에 라이트를 척 켜더니 천천히 담배에 불을 붙였다. </strong></span></div> <div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160%;text-indent:0px;margin:0px;font-family:'궁서체';color:#000000;font-size:10pt;"><strong><span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21px;font-family:'궁서체';letter-spacing:0px;color:#000000;font-size:10pt;"> </span> </strong></div> <div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160%;text-indent:0px;margin:0px;font-family:'궁서체';color:#000000;font-size:10pt;"><span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21px;font-family:'궁서체';letter-spacing:0px;color:#000000;font-size:10pt;"><strong>“한 두어 달을 미칭게이맹키로 거카다가, 마 쩌거 저 소나무에 목을 메달았뿐는기라, 두 알라들 학교 보내놓고 말이다.” </strong></span></div> <div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160%;text-indent:0px;margin:0px;font-family:'궁서체';color:#000000;font-size:10pt;"><span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21px;font-family:'궁서체';letter-spacing:0px;color:#000000;font-size:10pt;"><br><strong></strong></span></div> <div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160%;text-indent:0px;margin:0px;font-family:'궁서체';color:#000000;font-size:10pt;"><strong><span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21px;font-family:'궁서체';letter-spacing:0px;color:#000000;font-size:10pt;"> 담배를 깊고 길게 한 모금 삼킨 그는 후~ 하는 소리와 함께 서서히 연기를 코로 내뿜더니 야산 꼭대기에 홀로 우뚝 서 있는 당산나무를 가리켰다.</span> </strong></div> <div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160%;text-indent:0px;margin:0px;font-family:'궁서체';color:#000000;font-size:10pt;"><span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21px;font-family:'궁서체';letter-spacing:0px;color:#000000;font-size:10pt;"><br><strong></strong></span></div> <div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160%;text-indent:0px;margin:0px;font-family:'궁서체';color:#000000;font-size:10pt;"><span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21px;font-family:'궁서체';letter-spacing:0px;color:#000000;font-size:10pt;"><strong>“하기사 걸마도 불쌍하제, 어데 물리 받은 재산이 있었나..., 꽁보리밥에 김치 한 쪼가리 몬 묵는 집구석에 태어나 가, 절므쓸적에 씨가만바리빠지게 고생했제..., 지 땅이 있었나, 전부 부치 묵었다 아이가... 그카다가 마산에 무슨 공단 들어선다꼬 그 서 이년인가 삼년인가 일 해가 목돈을 쪼메 모았능기라. 목돈에다가 월산띠기하고 고생해가 논 두 마지기를 장만했다. 남부럽지 않게 살았제. 두 마지기 논에서 나오는 거는 저거 양석하고 부치 묵는 다섯 마지기에서 버는 거는 저금하고 했응께네, 그때만 해도 두 알라들도 따시게 살았다.” </strong></span></div> <div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160%;text-indent:0px;margin:0px;font-family:'궁서체';color:#000000;font-size:10pt;"><span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21px;font-family:'궁서체';letter-spacing:0px;color:#000000;font-size:10pt;"><br><strong></strong></span></div> <div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160%;text-indent:0px;margin:0px;font-family:'궁서체';color:#000000;font-size:10pt;"><strong><span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21px;font-family:'궁서체';letter-spacing:0px;color:#000000;font-size:10pt;"> 초콜릿 색 얼굴에 각 진 갸름한 얼굴이 단단해 보이는 젊은 장교는 꼿꼿이 선 자세로 미동도 않은 채 시골 늙은이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span> </strong></div> <div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160%;text-indent:0px;margin:0px;font-family:'궁서체';color:#000000;font-size:10pt;"><span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21px;font-family:'궁서체';letter-spacing:0px;color:#000000;font-size:10pt;"><br><strong></strong></span></div> <div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160%;text-indent:0px;margin:0px;font-family:'궁서체';color:#000000;font-size:10pt;"><span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21px;font-family:'궁서체';letter-spacing:0px;color:#000000;font-size:10pt;"><strong>“민수아바이가 노름꾼들한테 말릴 줄 누가 알았겠노..., 노름질로 두 마지기 논 다 팔아 묵더니 마 그질로 이상하게 되뿌따아이가. 그전에는 민수아바이 술 안무거꺼덩, 얼마나 순핸는데. 월산띠기하고 금술도 좋았고..., 그때가 내가 구장질할 땐데, 민수아바이가 노름에 미치 가 마 집에를 안 가는 기라. 월산띠기가 쫌 찾아달라꼬 하도 부탁을 해싸서 내가 걸마 찾는다꼬 온 장터를 디비따 아이가. 어데 노름판 벌어졌는지 수소문도 해싸가면서 말이다..., 그케샀는데 영산장에서 민수아바이을 봤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또 한판 벌어진다꼬 누가 거카는기라.“ </strong></span></div> <div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160%;text-indent:0px;margin:0px;font-family:'궁서체';color:#000000;font-size:10pt;"><span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21px;font-family:'궁서체';letter-spacing:0px;color:#000000;font-size:10pt;"><br><strong></strong></span></div> <div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160%;text-indent:0px;margin:0px;font-family:'궁서체';color:#000000;font-size:10pt;"><span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21px;font-family:'궁서체';letter-spacing:0px;color:#000000;font-size:10pt;"><strong> 느릿느릿 말을 이어가던 노인은 사내 얼굴을 한 번 휙 쳐다보더니 마늘이며 양파 싹이 막 오른 초록의 들로 고개를 돌려 한동안 쳐다보았다. </strong></span></div> <div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160%;text-indent:0px;margin:0px;font-family:'궁서체';color:#000000;font-size:10pt;"><span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21px;font-family:'궁서체';letter-spacing:0px;color:#000000;font-size:10pt;"><br><strong></strong></span></div> <div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160%;text-indent:0px;margin:0px;font-family:'궁서체';color:#000000;font-size:10pt;"><span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21px;font-family:'궁서체';letter-spacing:0px;color:#000000;font-size:10pt;"><strong>“영산장에 가서 무조껀 기다렸다. 쩨까난 일층짜리 목욕탕에서 판이 벌어진다카이 무신 노름을 목욕탕에서 하노 이래 생각하믄서 민수아바이를 기다리는데 안 오는기라.... 저녁때가 한참 지나가 목깐 손님들도 다 가고 아이다 싶어 갈라는데 저짝에서 시커먼 기 하나 오는데 딱 보이 민수아바인기라. 하이고, 그기 사람 얼굴이 아인기라. 야가 내를 보고 깜짝 놀라더마는 아재 여 우얀일인교 카는데 걸배이 새끼가 따로 엄는기라. 그래 가 내가 야 이사람아 달포넘께 집에 안 들어가마 우야노, 자네 처가 걱정이 이마저마이 아인께네 어여 집에 가자꼬 팔을 안 잡았더나. 그라이 걸마가 아재요 오늘이 마지막임미더, 이판 끝나고 내 깨끗하게 손 텀미더 카는데 우짜겐노... 혹시나 시퍼서, 안 된다카는 거 우기가 나도 민수아바이하고 같이 목깐으로 들어가따아이가. 신간 안 하고 가마이 있는 조건으로 들어갔제. 타짜들 노름하는 거 그날 나도 첨 봤는데, 우짜는가 카마 일마들 목깐에서 빤스도 안 걸치고 전부 뺄가버꼬 하는데 옆에 봉께네 화투가 얼렁 셀라바도 수백 모는 대는 기라... 손대면 기술 들어간다꼬, 선 잡은 사람이 나무 저까치로 패를 돌리는데 보통 솜씨들이 아이데. 그기 다가 아잉기, 내는 화투를 말라꼬 저래 마이 쌓아난노 속으로 생각했는데 알고봉께네 화투 한번만 돌리도 패를 다 안다꼬 한번만 치고 애삐리뿌는기라, 칠 때마다 새 화투 쓰능기라. 나무저까치로 패를 돌리는데도 말이다. 마 시간이 우째 가는 지 모르겠더라... 가마이 봉께 민수아바이가 초장에는 쪼메 따는가시푸더니 어데!, 마 안 데는기라, 민수아바이같은 사람은 낄 자리가 아인기라, 호구잡힌기지.“ </strong></span></div> <div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160%;text-indent:0px;margin:0px;font-family:'궁서체';color:#000000;font-size:10pt;"><span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21px;font-family:'궁서체';letter-spacing:0px;color:#000000;font-size:10pt;"><br><strong></strong></span></div> <div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160%;text-indent:0px;margin:0px;font-family:'궁서체';color:#000000;font-size:10pt;"><span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21px;font-family:'궁서체';letter-spacing:0px;color:#000000;font-size:10pt;"><strong> 그때의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지는 듯 늙은이의 말투가 갑자기 빨라졌고 자신이 노름꾼이라도 된 양 입맛을 쩍쩍 다시며 나무젓가락으로 패 돌리는 동작이며 쪼는 모습을 어설프게 흉내 내기까지 했다. 담배 불이 필터까지 타들어가자 그는 꽁초를 정자 앞 도랑으로 아무렇게나 던지고선 이내 한 개피를 더 꺼내 물었다. </strong></span></div> <div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160%;text-indent:0px;margin:0px;font-family:'궁서체';color:#000000;font-size:10pt;"><span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21px;font-family:'궁서체';letter-spacing:0px;color:#000000;font-size:10pt;"><br><strong></strong></span></div> <div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160%;text-indent:0px;margin:0px;font-family:'궁서체';color:#000000;font-size:10pt;"><span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21px;font-family:'궁서체';letter-spacing:0px;color:#000000;font-size:10pt;"><strong>“마, 전재산 다 날리고 맨날천날 술 묵다가 민수 어마이 도망가자 마 죽었뿐는기라. 불쌍한 놈... 초상을 치라야 되는데 통기할 때가 있어야제, 민수아바이는 먼 친척 하나 없었다. 그래가 동네 사람들이 어불라가 우째 초상은 치랏다. 문제는 그담부턴기라.... 그때 민수가 국민학교 5학년인가, 6학년인가 됐고, 밑에 여석아가 막 학교 들어갔을 땐대, 알라 둘이 우예 살겐노 말이다. 면에 가서 알아봤더마는 미성년자라서 보호자가 없으면 시설에 보내야댄다 카데.... 민수 가가 보통 영리한 아가 아이라서 알아묵겠지 시퍼서 내가 안 그켄나, 시설에 가면 고등학교까지는 보내준다카이 마음에 준비를 해라, 동생하고 떨어질 염려도 없다. 그래떠마는 민수 야가 눈물이 그렁그렁하더마는 내 얼굴을 빤히 보면서 아재요, 우리 여서 살게 해주이소 카는데, 하이고 내사마 더 말 몬하겠다.” </strong></span></div> <div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160%;text-indent:0px;margin:0px;font-family:'궁서체';color:#000000;font-size:10pt;"><span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21px;font-family:'궁서체';letter-spacing:0px;color:#000000;font-size:10pt;"><br><strong></strong></span></div> <div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160%;text-indent:0px;margin:0px;font-family:'궁서체';color:#000000;font-size:10pt;"><span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21px;font-family:'궁서체';letter-spacing:0px;color:#000000;font-size:10pt;"><strong> 너무 오래된 일,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 더욱이 자신과는 무관한 일, 오로지 말 벗 삼아 젊은 사내와 무료한 오후를 떼우 듯 무심한 척 얘기를 하던 노인의 눈이 갑자기 붉어지더니 목소리까지 조금씩 떨리기 시작했다. </strong></span></div> <div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160%;text-indent:0px;margin:0px;font-family:'궁서체';color:#000000;font-size:10pt;"><span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21px;font-family:'궁서체';letter-spacing:0px;color:#000000;font-size:10pt;"><br><strong></strong></span></div> <div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160%;text-indent:0px;margin:0px;font-family:'궁서체';color:#000000;font-size:10pt;"><strong><span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21px;font-family:'궁서체';letter-spacing:0px;color:#000000;font-size:10pt;">“마산 진동에 있는 천주교에서 운영하는 시설에서 차가 온 날이다, 쩨께난 수녀 둘하고 덩치 큰 남자 하나가 왔제..., 민수 가가 지 동생을 꼭 붙들고 안 갈끼라고 악을 쓰고 난린기라, 동네 사람들 다 모이가 보는데 눈물 안 흘리는 사람이 없었제. 힘이 되나, 시설에서 온 남자가 민수 어깨 들쳐 메고 수녀가 민수 동생 안고 갔다. 마, 그래 다 끝났다 싶었제, 불쌍해도 우야겐노... 근데 말이다, 한 보름 됐을 끼다. 아무도 엄는 민수 집에서 인기척이 나는 기라, 머가 퍼뜩 지나간 거또 같고..., 잘 몬들었나시퍼서 그냥 갈라는데 아무래도 이상한기라. 그때가 저녁따배 쯤 됐제, 내가 문을, 정지 문을 사알 열어봤다 아이가. 하이고, 놀라자빠지는 줄 알았제, 민수하고 여석아하고 정지 구석에서 둘이 꼭 보듬고 벌벌 떨고 있는기라. 집에 델꼬 가가 밥부터 먹였다. 얼마를 굶었는지 한 양푸이를 다 묵때. 지는 그카는기라, 저거 엄마가 틀림없이 찾아올낀데 지가 집에 없으면 안 댄다 이깅기라, 그래서 도망치 나왔다 이깅기라. 내가, 아이다. 니가 어데 있는 지 우리가 다 알고 있응께네 너거 엄마 오면 연락해줄끼다케도 아이다 이깅기라, 저거 엄마가 몰래 올 수도 있다 이긴기라....”</span> </strong></div> <div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160%;text-indent:0px;margin:0px;font-family:'궁서체';color:#000000;font-size:10pt;"><span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21px;font-family:'궁서체';letter-spacing:0px;color:#000000;font-size:10pt;"><br><strong></strong></span></div> <div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160%;text-indent:0px;margin:0px;font-family:'궁서체';color:#000000;font-size:10pt;"><strong><span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21px;font-family:'궁서체';letter-spacing:0px;color:#000000;font-size:10pt;"> 마을 서쪽의 우포늪 가까이로 태양이 기울자 초록의 들은 이내 검푸른 빛을 내기 시작했다. 동네 곳곳에선 무얼 태우는 지 연기가 났고 하늘을 향해 직선으로 솟아오른 연기는 이리저리 흩날리더니 이내 풀어헤쳐 허공으로 사라졌다. 제법 선선해진 바람이 두 사람을 슬쩍 지났다.</span> </strong></div> <div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160%;text-indent:0px;margin:0px;font-family:'궁서체';color:#000000;font-size:10pt;"><span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21px;font-family:'궁서체';letter-spacing:0px;color:#000000;font-size:10pt;"><br><strong></strong></span></div> <div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160%;text-indent:0px;margin:0px;font-family:'궁서체';color:#000000;font-size:10pt;"><strong><span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21px;font-family:'궁서체';letter-spacing:0px;color:#000000;font-size:10pt;">"우짜겐노 면서기 만나가 내가 보호자 서고 민수아바이, 월산띠기하고 친한 사람들이 돌아가면서 봐주기로 했다. 마 그카기로캔는기라 동네에서 함 키아보기로. 민수 가가 억쑤로 영리한 아였다, 촌학교지만 시험만 치면 일등했고 또 공도 잘 찼거덩. 군대표로 나가기도 했다아이가. 동네 사람들도 민수 저거 잘 키아보면 한 인물 할끼다 이래 생각도 했제. 또 민수아바이 친구가 읍네서 자전거빵하고 있었는데 민수가 학교마치고 쪼께마 거들어 주마, 한달 양식은 챙겨줄라카이 게안았재. 민수 일마가 애법 살림을 사는 기라, 지 동생을 울매나 끔찍하게 살피는지 새벽부터 일어 나가 밥해 믹이고 옷 챙기 입히가 손 꼭 잡고 학교 델꼬 가고... 마치면 지 동생 집에 델다노코 읍내 자전거빵까지 가는데 그기 십리 길이라 아한테는 짧은 길은 아이였제. 여석아도 저거 오빠 올 때 되마 동네 입구까지 가서 기다릿제. 해지름 질 때마다 두 아이가 손을 꼭 잡고 동네로 들어서곤 했다. 한날은 민수 가가 읍네 자전거빵에서 일찍 오더마는 아재요 오늘 저녁 진지는 드시지 말고 아지메하고 꼭 우리집에서 드시고 가이소 이카는기라. 하도 신신당부를 하길래 안사람하고 저녁따배 가봤다아이가.... 애법 맜있는 냄새가 나는 기라, 민수 가가 정지서 나오더마는 방으로 들어가이소 카는데 방에 더가봉께네 돌방판에 김치 한 접시하고 꼬봉밥 두 그럭이 있능기라, 쪼메 있응께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대접이 두 개를 들고 오는데 본께네 라면잉기라. 그때마해도 라면이 귀했제, 국시는 끼리묵고해싸도 말이다. 가마이 봉께 이상하제, 두 그럭빼께 없응께네, 그래가 내가 와 너거는 안 묵노 이카이께네 우리는 쫌전에 묵었심미더 이칸다아이가.“</span> </strong></div> <div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160%;text-indent:0px;margin:0px;font-family:'궁서체';color:#000000;font-size:10pt;"><span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21px;font-family:'궁서체';letter-spacing:0px;color:#000000;font-size:10pt;"><br><strong></strong></span></div> <div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160%;text-indent:0px;margin:0px;font-family:'궁서체';color:#000000;font-size:10pt;"><span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21px;font-family:'궁서체';letter-spacing:0px;color:#000000;font-size:10pt;"><strong> 노인은 무슨 일인지 무릎을 탁하고 쳤다. </strong></span></div> <div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160%;text-indent:0px;margin:0px;font-family:'궁서체';color:#000000;font-size:10pt;"><span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21px;font-family:'궁서체';letter-spacing:0px;color:#000000;font-size:10pt;"><br><strong></strong></span></div> <div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160%;text-indent:0px;margin:0px;font-family:'궁서체';color:#000000;font-size:10pt;"><strong><span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21px;font-family:'궁서체';letter-spacing:0px;color:#000000;font-size:10pt;">“그래 내가 먼 일잉가시퍼 우얀 라면이고 오늘 먼 날이가 물어봤제, 그래떠마는 일마가 하는 말이 자전거빵에서 첫 월급을 받았다면서 한턱 내는 기라 이카는기라. 내가 아부지 역할 해주고 안사람이 살림 봐준께네 지딴에는 억수로 고맙게 생각했겠제. 집사람이 눈이 토깨이맹키로 뻘게 가지고 음식은 이래 묵는기 아이다, 같이 무거야 된다믄서 정지 가더마는 대접이를 가꼬 와서 라면을 퍼줬제, 묵기는 머가 묵어, 게눈 감추듯이 묵더라. 퍽 퍼진 라면을 한 젓가락 삼키는데 목이 콱 메이는기라, 이래 이뿐 알라들을 나놓고 간 월산띠기가, 목 메고 디진 민수아바이가 그러케 원망스럽는기라.“</span> </strong></div> <div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160%;text-indent:0px;margin:0px;font-family:'궁서체';color:#000000;font-size:10pt;"><span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21px;font-family:'궁서체';letter-spacing:0px;color:#000000;font-size:10pt;"><br><strong></strong></span></div> <div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160%;text-indent:0px;margin:0px;font-family:'궁서체';color:#000000;font-size:10pt;"><span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21px;font-family:'궁서체';letter-spacing:0px;color:#000000;font-size:10pt;"><strong> 창산, 이 마을은 옹기종기 집들이 모인 다른 동네와 달리 길다랗게 늘어 진 조그만 야산을 따라 집들이 따닥따닥 붙어 있었다. 멀리서 보면 꼭 갈치처럼 보였다. 말하기 좋아 하는 타동네 사람들은 이곳을 창산이라 칭하지 않고 꼭 칼치꼬랑댕이, 창미라 부르며 놀려대기도 했다. 회관은 동네 중간쯤에 있었다. 때문에 회관 옆 정자에 있으면 마을을 들고나는 사람들이 다 보였다.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멀리 마실 다녀오는 듯한 늙은 여인, 경운기를 몰고 들어서는 사람, 몸빼 바지에 수건으로 머리를 대충 둘러 멘 젊은 여인... 마을 회관을 지나는 이들은 정자 쪽을 바라보며 노인을 향해 눈인사를 보냈고 또 어떤 이는 호기심 어린 얼굴로 낯선 사내를 쳐다보았다. 그러든 말든 이 늙은 남자는 아랑 곳 않은 채 낮은 소리로 말을 이어 갔다.  </strong></span></div> <div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160%;text-indent:0px;margin:0px;font-family:'궁서체';color:#000000;font-size:10pt;"><span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21px;font-family:'궁서체';letter-spacing:0px;color:#000000;font-size:10pt;"><br><strong></strong></span></div> <div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160%;text-indent:0px;margin:0px;font-family:'궁서체';color:#000000;font-size:10pt;"><strong><span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21px;font-family:'궁서체';letter-spacing:0px;color:#000000;font-size:10pt;">“회관 앞에 심어 놓은 목단이 처음으로 꽃을 피울 때였다..., 그날은 우짠 일인지 아침부터 비가 억쑤로 내렸다. 맞다, 딱 이때쯤이었제, 민수가 급하게 내를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 기라. 일마가 우산도 안 쓰고 비를 쫄딱 맞고 아재요, 우리 순영이 못봤습니까 이카는데 느낌이 이상한기라. 와그라는고카마 아까 전에 내가 순영이가 우산 들고 민수 마중 나가는 거를 봤거덩. 그래가 내가 순영아 비가 이래 억쑤로 오는데 머할라꼬 나가노 마 집에서 오빠 기다리라 이켔거덩, 그냥 함 해본 소리였제 내가 그칸다꼬 가가 다부 돌아갈 아도 아이고. 근데 장대비가 철철 내리는 데 민수가 순영이를 찾응께네 순간적으로 이기 무슨 일이 생긴기 아인가 이런 생각이 퍼뜩 드는기라.”</span> </strong></div> <div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160%;text-indent:0px;margin:0px;font-family:'궁서체';color:#000000;font-size:10pt;"><span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21px;font-family:'궁서체';letter-spacing:0px;color:#000000;font-size:10pt;"><br><strong></strong></span></div> <div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160%;text-indent:0px;margin:0px;font-family:'궁서체';color:#000000;font-size:10pt;"><strong><span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21px;font-family:'궁서체';letter-spacing:0px;color:#000000;font-size:10pt;"> 노인은 하던 말을 멈추고는 천천히 오른 팔을 들어 마을 입구 쪽을 가리켰다..</span> </strong></div> <div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160%;text-indent:0px;margin:0px;font-family:'궁서체';color:#000000;font-size:10pt;"><span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21px;font-family:'궁서체';letter-spacing:0px;color:#000000;font-size:10pt;"><br><strong></strong></span></div> <div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160%;text-indent:0px;margin:0px;font-family:'궁서체';color:#000000;font-size:10pt;"><span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21px;font-family:'궁서체';letter-spacing:0px;color:#000000;font-size:10pt;"><strong>“오다보이 저 짝에 저수지가 하나 있더라 아이가, 거기 둑에서 순영이 운동화 한짝이 발견된 기라. 저수지 둑에 올라서면 멀리 읍에서 오는 길이 다보이제, 저거 오빠가 늦어도 안 옹께네 가가 거기 저수지까지 올라갔는 모양인기라. 저거 오빠 오능거 볼라고 말이다, 하필이면 비가 억쑤로 오는 그날 말이다.”     </strong></span></div> <div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160%;text-indent:0px;margin:0px;font-family:'궁서체';color:#000000;font-size:10pt;"><strong><span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21px;font-family:'궁서체';letter-spacing:0px;color:#000000;font-size:10pt;"> </span> </strong></div> <div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160%;text-indent:0px;margin:0px;font-family:'궁서체';color:#000000;font-size:10pt;"><span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21px;font-family:'궁서체';letter-spacing:0px;color:#000000;font-size:10pt;"><strong> 순식간이었다. 가죽만 남아 윤기라곤 찾아 볼 수 없는 이 늙은 남자의 마른 뺨 위로 한 가닥 눈물이 주르르 흘러 내렸다. </strong></span></div> <div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160%;text-indent:0px;margin:0px;font-family:'궁서체';color:#000000;font-size:10pt;"><span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21px;font-family:'궁서체';letter-spacing:0px;color:#000000;font-size:10pt;"><br><strong></strong></span></div> <div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160%;text-indent:0px;margin:0px;font-family:'궁서체';color:#000000;font-size:10pt;"><span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21px;font-family:'궁서체';letter-spacing:0px;color:#000000;font-size:10pt;"><strong>“온 마을 사람들이 저수지를 뺑 둘러 횃불을 키고, 젊은 아들이 타이어 쥬브 몇 개를  어디서 구해 왔는지 가꼬 와가 바람을 넣어 엉글러 가지고 그 우에 타고는 저수지 여기저기를 긴 장대 가꼬 쿡쿡 찔렀다아이가. 한참을 저수지 이쪽에서 저짝으로 쿡쿡 찔렀다. 자정이 넘었을 끼다, 글마들이 뭔가를 건지 올리는 기라, 어으, 뭔가를, 흑!” </strong></span></div> <div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160%;text-indent:0px;margin:0px;font-family:'궁서체';color:#000000;font-size:10pt;"><span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21px;font-family:'궁서체';letter-spacing:0px;color:#000000;font-size:10pt;"><br><strong></strong></span></div> <div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160%;text-indent:0px;margin:0px;font-family:'궁서체';color:#000000;font-size:10pt;"><strong><span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21px;font-family:'궁서체';letter-spacing:0px;color:#000000;font-size:10pt;"> 가늘게 울음을 삼키던 노인는 갑자기 이상한 소리를 내며 울기 시작했다. 미어지는 듯 가슴을 쳤는데 퍽퍽 소리가 날 정도였다. 젊은 장교는 이 장면이 낯설지 않았다. 언젠가 사관학교 선배 모친상에 간 적이 있었다. 동기생들과 소주를 마시다 짐승 울음 같은 소리를 들었었다. 그 음산하고 기괴한 소리는 장례식장이 주는 분위기와 묘하게 어울렸다. 화장실 가는 김에 소리가 나는 쪽으로 가 보았다. 꺽꺽 숨 넘어 가는 소리가 나더니 갑자기 쾅쾅 무언가를 두들기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검은 옷을 입은 한 여인이 보였다. 실성한 듯 창백한 얼굴의 그녀는 눈이 풀려 있었는데 그 와중에도 마지막 남은 힘을 쏟아 그녀의 가슴 중앙을 주먹으로 치고 있었다. 퍽,퍽... 그리고는 숨이 넘어가는 듯 꺽꺽 기괴한 소리를 냈다. 제단 위에는 유치원생 복을 입을 앳띈 소녀의 영정이 보였다.</span> </strong></div> <div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160%;text-indent:0px;margin:0px;font-family:'궁서체';color:#000000;font-size:10pt;"><strong><span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21px;font-family:'궁서체';letter-spacing:0px;color:#000000;font-size:10pt;"> 더 이상 흘러내릴 액체가 없을 때쯤이야 노인은 두 손을 펴 얼굴을 훔치고는 허공을 멍하니 쳐다보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말하기 시작했다.</span> </strong></div> <div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160%;text-indent:0px;margin:0px;font-family:'궁서체';color:#000000;font-size:10pt;"><span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21px;font-family:'궁서체';letter-spacing:0px;color:#000000;font-size:10pt;"><br><strong></strong></span></div> <div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160%;text-indent:0px;margin:0px;font-family:'궁서체';color:#000000;font-size:10pt;"><span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21px;font-family:'궁서체';letter-spacing:0px;color:#000000;font-size:10pt;"><strong>“순영이 초상 치고 얼마 안 되었을끼라, 민수가 안보이능기라, 학교 담임선생도 민수가 학교 안 온다고 몇 번 동네 찾아 왔었다. 그래도 마 우리는 민수 찾을 생각 안했다. 마 나이 묵은 우리도 살이 떨리는데 안자 열 서너 살 묵은 가가 우째 감당이 됐겠노. 내가 이런 말하마 천벌을 받겠지만 그때는 하도 기가 막히니 마 그런 생각도 드는 기라, 민수야, 일마야 이런 세상 살아서 머하노, 그냥 니도 마 너거 아부지, 니 동생 따라가뿌라, 마 그런 생각 말이다. 그 뒤로 한참 민수를 본 사람이 없었제.” </strong></span></div> <div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160%;text-indent:0px;margin:0px;font-family:'궁서체';color:#000000;font-size:10pt;"><span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21px;font-family:'궁서체';letter-spacing:0px;color:#000000;font-size:10pt;"><br><strong></strong></span></div> <div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160%;text-indent:0px;margin:0px;font-family:'궁서체';color:#000000;font-size:10pt;"><span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21px;font-family:'궁서체';letter-spacing:0px;color:#000000;font-size:10pt;"><strong> 느릿느릿 말을 이어가던 노인은 갑자기 사내를 바라보더니 눈을 크게 뜨고 바짝 다가서며 속삭였다.   </strong></span></div> <div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160%;text-indent:0px;margin:0px;font-family:'궁서체';color:#000000;font-size:10pt;"><span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21px;font-family:'궁서체';letter-spacing:0px;color:#000000;font-size:10pt;"><br><strong></strong></span></div> <div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160%;text-indent:0px;margin:0px;font-family:'궁서체';color:#000000;font-size:10pt;"><strong><span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21px;font-family:'궁서체';letter-spacing:0px;color:#000000;font-size:10pt;">“내는 있다아이가, 민수를 한 번 봤다. 저 저수지에서...” </span><span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21px;font-family:'궁서체';letter-spacing:0px;color:#000000;font-size:10pt;"></span></strong></div> <div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160%;text-indent:0px;margin:0px;font-family:'궁서체';color:#000000;font-size:10pt;"><span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21px;font-family:'궁서체';letter-spacing:0px;color:#000000;font-size:10pt;"><br><strong></strong></span></div> <div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160%;text-indent:0px;margin:0px;font-family:'궁서체';color:#000000;font-size:10pt;"><span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21px;font-family:'궁서체';letter-spacing:0px;color:#000000;font-size:10pt;"><strong> 고개를 돌려 까닥이며 마을 입구 저수지 쪽을 가리켰다. </strong></span></div> <div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160%;text-indent:0px;margin:0px;font-family:'궁서체';color:#000000;font-size:10pt;"><span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21px;font-family:'궁서체';letter-spacing:0px;color:#000000;font-size:10pt;"><br><strong></strong></span></div> <div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160%;text-indent:0px;margin:0px;font-family:'궁서체';color:#000000;font-size:10pt;"><strong><span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21px;font-family:'궁서체';letter-spacing:0px;color:#000000;font-size:10pt;">“십년은 족히 지났을 끼다, 마을 사람들이 민수하고 순영이 일을 이자묵을 때쯤이었제.... 저수지에서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이 동네에 돌았는기라, 밤늦게 여자 울음소리가 늘린다카는 아도 있고, 아이다 여자가 울음소리가 아이고 남자 귀신이 우는기다 카는 사람도 있었고. 마 그렁갑다 켔제. 근데 우리 동네 아들만 카능 기 아이라 다른 동네에서도 석동 저수지에 귀신 나온다는 소문이 막 들리는 기라, 마 그래가 저수지를 막아야 된다는 사람도 나오고, 어두우면 무서버서 글로 몬 간다는 사람도 나오고..., 안개가 마이 낀 새벽이었다. 그날따라 무슨 일인지 일찍 깨가 잠도 안 오고 느낌도 이상해서 내가 저수지로 나가봤다 아이가. 안개가 끼가 잘 안 보이는데 둑 중간에 뭔가 시커먼 기 보이는 기라. 귀신인지 사람인지 서 있는 기 보이능기라. 내사 마 오금이 저리가 저기 귀신인가 싶어가 마 꼼짝 몬 하고 서 있었제. 사람인지 귀신인지가 꼼짝을 않고 저수지 쪽으로 바라보고 있능기라, 한참을 그라더마는 읍내 쪽으로 설 움직이데. 해가 올라올라카고 화왕산 꼭대기가 벌겋게 되고 안개가 설 걷히는데 가마이봉께 귀신은 아이다 싶능기라. 또 짚히는 게 있어가꼬 설 다가가면서 물었다아이가. 그 누궁교? 이 동네 사람은 아잉거 같은데 여서 뭐하능교? 그랬더마는 얼굴이 허연 남정네가, 어디서 마이 본 듯한 얼굴이 내를 이래 슬쩍 쳐다보는가 싶더마는 다시 한 번 빤하게 내 얼굴을 쳐다보는기라. 내가 바로 말했다, 니 민수 아이가, 민수 맞제. 그랬더만는 휙 돌아서더니 암 말도 안하고 읍네 쪽으로 뚜벅뚜벅 걸어가는 기라. 내가 마 붙잡을 엄두가 안 나능기라, 다리에 힘이 탁 풀리데.... 그 후로도 이상한 말들이 들렸제, 맞다 매년 딱 이맘때쯤이었다, 목단이 저래 흐드러지게 필 때쯤 말이다. 다른 사람들이 암말해싸도 내는 그리 생각했다, 민수가 또 왔다갔는 갑다하고 말이다.”</span> </strong></div> <div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160%;text-indent:0px;margin:0px;font-family:'궁서체';color:#000000;font-size:10pt;"><span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21px;font-family:'궁서체';letter-spacing:0px;color:#000000;font-size:10pt;"><br><strong></strong></span></div> <div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160%;text-indent:0px;margin:0px;font-family:'궁서체';color:#000000;font-size:10pt;"><strong><span style="text-align:justify;line-height:21px;font-family:'궁서체';letter-spacing:0px;color:#000000;font-size:10pt;"> 어둑해진 시골 동네에 부슬부슬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span> </strong></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