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쥔 배는 단단한 것이, 손 끝에 힘을 살짝 줘보면 탱탱한 과육을 느낄 수 있지.
배의 겉면은 살짝 말라있어.
냉장고 안이라는게 뭐 다 그렇잖아?
과일을 먹을땐 항상 물에 씻어야 하지.
싱크대까지 가져오는 잠깐동안 이미 쥐고 있던 손을 바꿀거야.
손이 시릴 정도로 차가운 그 배는, 입안에 퍼질 그 과즙을 상상만 해도 이미 입안에 침이 고이지.
특유의 까끌까끌한 그 껍질에,
농담삼아 기절시킨다고 하는 그 칼집을 한번 탁 내주고
살살살 돌려가며 깎을거야.
상처입은 과육에서 흘러내리는 차가운 액체는 손끝에 기분좋은 냉기를 뿜어내고 있지.
하지만 그건 빨리 먹어달라는 신호에 지나지 않을거야.
다 깎은 배는, 뽀얀 빗깔이 정월 대 보름날 밤하늘에 뜬 그 것 같아.
이제 썰어서 먹기만 하면 되는데, 또 다른 충동에 빠지게 돼.
그냥 들고 통째로 먹으면...
하... 입안 가득 마음껏 머물고 그 아삭한 과육과 과즙을 즐기는거야.
충동에서 그 상상이 태어나, 다시 그 충동을 불러 일으키지.
하지만 난 문명인이니까.
예쁘게 다 썰어놓은 배는 섹시하기 그지없어.
누구도 그 유혹에서 벗어날 수 없지.
가장 먼저 집는건 가급적 씨에서 가장 먼 부위가 집중된 한 조각.
가장 맛있는 바로 그.
씨에 가까워질수록 새콤한 맛이 강해지고 과육도 단단해져.
그걸 크게 한입 깨물면 비로소 입안에 맑은 가을하늘을 연상케 하는 청량감이 감돌고
그 향기와 달콤함.
풍부한 과즙이 딱히 삼키지 않아도 목구멍을 시원하게 적시며 내려가지.
씹을 때 마다 아삭거리는 매력적인 식감에, 혀를 자극하는 농후한 풍미...
일부러 냉장고에 식힌 보람이 있는 그 맛은 가히 천상의 맛이라 할 수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