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br></div> <div>큰 형과는 9살, 죽은 작은 형과는 7살 차이가 납니다.</div> <div>큰 형과는 사이가 별로 좋지 않았는데</div> <div>- 큰 형은 현재 저와의 사이도 안 좋습니다. 아주..... - </div> <div><span style="font-size:9pt;">부모님께서는 공부도 제일 잘 하고 속을 썩이는 일이 없어서</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가장 많이 좋아하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그런 작은 형이 처음으로 부모님의 속을 상하게 만든 일은</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 아마 부모님께서는 속 상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span></div> <div>대학에 다니던 중 데모를 하다가 1년 더 학교를 다니게 되었다며</div> <div>부모님께 죄송하다고 무릎 꿇었던 겁니다.</div> <div>서울대에 입학할 정도의 성적은 못 되었지만 서울대를 포함해 </div> <div>세 손가락에 들어갈만한 곳에 충분히 들어갈 수는 성적이었음 불구하고</div> <div>돈이 없어서 <span style="font-size:9pt;">입학금과 수업료 전액 및 기숙사에 숙식까지 무료였던 곳으로</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보낼 수 밖에 없었던 부모님께서는 그렇게 큰 걱정은 하지 않으셨습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단지, 그 일로 인해 졸업 후 교사가 되는데에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을까 걱정하셨는데,</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다행히도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공고에 진학해서 졸업하기 전부터 반도체 생산라인에 입사하여</div> <div>졸업하자마자 이직 때문에 자취를 시작했던 제가</div> <div>한동안 집과의 연락을 끊게 된 후 나중에 알게된 사실은</div> <div>작은 형이 레저를 즐긴다는 거였습니다.</div> <div>등산을 좋아해서 지리산이나 설악산에도 갔었다고 하고.....</div> <div>나중에는 왼쪽 무릎을 다쳤다는데 이유를 알고 보니</div> <div>스키를 타다가 넘어져서 인대가 끊어져 수술한 거였다더군요.</div> <div>그런 작은 형이 나중에 재미를 붙힌 것이 윈드 서핑인데,</div> <div>틈만 나면 한강에 가서 탔다고 합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97년 가을, 부대 ATT를 앞둔 토요일 오전에 사열 때문에</div> <div>모두 연병장에서 집합한 상태였는데 그 날 따라</div> <div>왜 이렇게 바람이 심하게 부는지 연병장이 온통</div> <div>모래 바람, 먼지 바람 투성이였습니다.</div> <div>4월까지도 눈이 내리기도 한다는 곳이었지만</div> <div><span style="font-size:9pt;">아직 10월인데 뭔 놈의 바람이 이리 세차게 부냐 싶었는데,</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그 날 오후, 부대로 걸려온 전화를 받고 훈련에서 열외되었네요.</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당직사관이 전화 좀 받아보라며 행정실로 부르길래 받아봤는데,</span></div> <div>작은 형이 한강에서 윈드 서핑을 타다가 실종되었다는 아버지의 전화였습니다.</div> <div>다른 사람에게 가르쳐 줄만큼 실력이 좋아졌는데, 강사 자격증 시험을 앞두고</div> <div>사람들이 타기 꺼려 하는 날씨에도 계속 나가서 타던 중에 이런 일이 생겼다네요.</div> <div>훈련에서 열외되어 말뚝보초를 서면서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div> <div>입대해서 그 때까지 정말 열심히 교회도 다녔고요.</div> <div>- 그렇게나 기도했는데...<span style="font-size:9pt;">우리 가족 잘 보살펴 달라고 기도했는데,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이런 결과가 나온 이유가 뭐냐고 물었을때,</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span><span style="font-size:9pt;">하느님의 뜻'이라는 대답을 들은 후부터는 교회 안 다닙니다 -</span></div> <div><br></div> <div>며칠 후에 휴가를 얻어서 나올때까지 작은 형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div> <div>요즘 날씨로는 빨리 떠오르지 않겠지만 <span style="font-size:9pt;">고무 슈트를 입고 있었기 때문에</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그래도 조금은 빨리 떠오를 거라고 동호회 사람들이 얘기해 주더군요.</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며칠 후, 물 위로 떠오른 시신을 수습하고 모두들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수습 장소에서 </span><span style="font-size:9pt;">가장 가까웠던 병원으로</span><span style="font-size:9pt;"> 갔습니다.</span></div> <div>형사님께서 조용히 저를 따로 부르시는 이유가 있었죠.</div> <div>신원을 확인해야겠는데 한동안 물속에 있어서 도저히 얼굴로는 확인할 수가 없다,</div> <div>부모님께서 보시면 쓰러지실지도 모르니 저보고 확인하라는 거였네요.</div> <div><span style="font-size:9pt;">체격은 비슷한데, 정말 얼굴만 봐 가지고는 </span><span style="font-size:9pt;">도저히 알 수가 없을 정도가 아니라,</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이게 사람의 얼굴이 맞는지도 모를 정도였습니다.</span></div> <div>그러다가 왼쪽 무릎의 수술 자국을 보고 나서야 왈칵 눈물이 쏟아졌죠.</div> <div><br></div> <div><br></div> <div>그 이후로, 한강만 지나가면, 뉴스를 보다가 익사 사고를 접하면</div> <div><span style="font-size:9pt;">신원을 확인해야 했던 그 장면이 자주 생각납니다.</span></div> <div>한동안 좀 잊혀졌나 싶었는데,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죠.</div> <div>그 이후로는 수시로 생각나네요.</div> <div>그나마 다행이라면 지금까지 꿈에서 몇 번 본 적이 있었는데,</div> <div>그때만큼은 멀쩡한 모습이었다는 겁니다.</div> <div><span style="font-size:9pt;">그런데, 꿈에서 볼 때마다 '작은 형을 꿈에서 보게 되면 이 말을 꼭 해 줘야지'</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라고 생각하는 말을 </span><span style="font-size:9pt;">바보처럼 못 하고 맙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그 끔찍했던 일은 없었다는듯이 자연스럽게......</span></div> <div>그러다가 잠에서 깨고 새벽에 작은 형이 나온 꿈을 꿨다는 생각이 나면</div> <div>왜 그 말을 못 했을까 하는 후회를 하고.....계속 반복되네요.</div> <div>그래도(?) 저는 사고인데.......세월호와 관련된 분들은 오죽 원통할까요.</div> <div>그 분들로서는 완전한 평안을 얻을 수 없겠지만, 최대한 빨리 슬픔이 덜어지기를 기원합니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