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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freeboard_1344904
    작성자 : 워크맨
    추천 : 6
    조회수 : 343
    IP : 220.116.***.168
    댓글 : 3개
    등록시간 : 2016/08/22 02:00:27
    http://todayhumor.com/?freeboard_1344904 모바일
    바보 운영자 형님
    옵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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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님, 일면식도 없지만 형님이라고 할께요. 
    지금 형님이 어떤 고민을 하실지는 사실 상상도 가지 않습니다.

    커뮤니티 운영이 주 수입원이실테니,
    늘 오유를 수리하고 가꾸는 일에 최선을 다하시겠지만
    개인적인 일도 많이 바쁘시리라 생각합니다.
    갑작스럽게 어느 분 부친상에 다녀오셔야 할 수도 있고,
    사업차 어떤 분들을 급히 만나야 할 수도 있겠죠.
    오유니 일이니 해도 가족이 최우선이겠고요.

    떤 거대 커뮤니티를 홀로 운영하는 문지기이기 전에,
    한 가정의 아빠이자 남편이고, 누군가의 친구이자 사업 비즈니스 파트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말씀 드리는 것이 사실 좀 조심스럽기도 해요. 

    이번 사태로 형님이 어떻게 반응하고 움직이실까, 저도 예의주시하고 있네요.
    그리고 문득문득, 예전에 터졌던 사태들 때처럼
    "도대체 이 형님은 맨날 반응이 이렇게 느려터졌어?"
    "사람들 대판들 다 싸우고 나서야 뭐 이러네 저러네야?"
    라며 불평하는 일도 있었지만
    한 편으론 형님의 말 한 마디에 커뮤니티 전체 구성원이 이리저리 움직이는 모양새도
    퍽 웃기겠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반대도 마찬가지겠죠.
    "이 관리자야! 이거 옳지 않잖아! 그러니 조치하겠다는 공지띄워!"
    라고 명령하는 이용자나, 그걸 곧이곧대로 예예 거리면서 수행하는 관리자나.

    여시사태 때였나요? 그 때 형님이 때린 공지 중에
    거대 커뮤니티를 이끌어가는 '지도자'가 아닌,
    오유를 가꾸는 '정원사'의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말씀이 문득 생각납니다.
    (저 말들이 정확한 것은 아니고, '정원사' 정도가 확실 한 것 같네요.)
    사실, 그 때 좀 감동먹고 형님이 조금 더 좋아졌어요.

    형님이 어떻게 말하고 행동한다고 해서 의도대로 되지도 않을 뿐더러
    가만히 있어도 욕을 먹을테고,
    억울하시겠지만
    원하지 않는 이 사태로 형님이 책임지시는 모양새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슬프게도, 저도 알고 있습니다.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관리자'라는 甲의 위치에 있는 것 같지만
    사실상 뭐 하나 뜻대로 하지 못하는 乙.

    형님은 그냥 정원사가 되고 싶으셨던 것을 요즘들어 많이 느꼈습니다.
    갈수록 추가되는 편의 기능, 추천/비공감 시스템 개편, 단축키 적용, 기타 각종 편의사항...
    운영자가 커뮤니티를 '대표'하는 것보다,
    많은 사람들이 서로의 의견을 나누면서 점차 발전하는 것을 옆에서 도와주는 것.
    형님은 그것을 꿈꾸셨을지 모르겠습니다.

    어떤 결론을 내리시고, 어떻게 오유징어분들께 말씀하실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제가 하나 말씀드릴 것이 있다면,
    조금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려고 노력해주세요.
    공지는 타이밍이 빠른 것보다 느린 것이 더 안좋더군요. 받아들이는 이용자 입장에서는.

    왜, 우스갯소리 있잖아요? 게임 3대 명검이 정기정검, 임시점검, 긴급점검이라는...
    온라인게임 점검 공지 하듯, 공지 하는 것에 인색하지 않으셨으면 해요.
    '고민 중이다'라는 것도 공지해주세요.
    '고민이 더 길어지고 있다. 죄송하다. 함께 해결책을 찾아보게 의견을 달라'라는 공지도 해주세요.

    형님이 말을 아끼실 수록, 커뮤니티는 카오스가 된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해요.
    정원사이시지만, 그래도, 가장 오랫동안 이곳을 가꾼 분으로서,
    조금은 영향력 있는 '지역 토박이 현자'로서 위치를 가지셔도 좋을 것 같아요.
    조금, 아주 조금만이라도 더 많이 말씀하시다 해도
    그걸로 핀잔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오히려 반기는 사람이 수천 배 많을 것입니다.

    더운 날씨에 이런 골치아픈 일들도 너무 많아서 고민하실 형님께,
    주접 한 번 떨어봤습니다. 
    워크맨의 꼬릿말입니다
    미안하지만 나는 이제 희망을 노래하련다 
    마른 나무에서 연거푸 물방울이 떨어지고 
    나는 천천히 노트를 덮는다 
    저녁의 정거장에 검은 구름은 멎는다 
    그러나 추억은 황량하다, 군데군데 쓰러져 있던 
    개들은 황혼이면 처량한 눈을 껌벅일 것이다 
    물방울은 손등 위를 굴러다닌다, 나는 기우뚱 
    망각을 본다, 어쩌다가 집을 떠나왔던가 
    그곳으로 흘러가는 길은 이미 지상에 없으니 
    추억이 덜 깬 개들은 내 딱딱한 손을 깨물 것이다 
    구름은 나부낀다, 얼마나 느린 속도로 사람들이 죽어갔는지 
    얼마나 많은 나뭇잎들이 그 좁고 어두운 입구로 들이닥쳤는지 
    내 노트는 알지 못한다, 그동안 의심 많은 길들은 
    끝없이 갈라졌으니 혀는 흉기처럼 단단하다 
    물방울이여, 나그네의 말은 귀담아들어선 안 된다 
    주저앉으면 그뿐, 어떤 구름이 비가 되는지 알게 되리 
    그렇다면 나는 저녁의 정거장을 마음속에 옮겨놓는다 
    내 희망을 감시해 온 불안의 짐짝들에게 나는 쓴다 
    이 누추한 육체 속에 얼마든지 머물다 가시라고 
    모든 길들이 흘러온다, 나는 이미 늙은 것이다 

    기형도, <정거장에서의 충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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