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오늘 경향신문에 흥미로운 기사가 하나 올라왔습니다.<br>박근혜 정부 4년 동안 아파트를 3채 이상 소유한 다주택자가 매우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는 기사입니다.<br>당연히 그런 일이 벌어졌을 거라고 짐작은 했지만, 막상 이를 입증하는 구체적인 통계자료를 보니 입맛이 매우 씁쓸하더군요.<br>“빚내서 집 사라.”고 등을 떠밀 때부터 불안불안 하더니 결국 올 것이 오고야 말았네요. <br><br>이 기사에서 인용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2년에서 2016년의 4년 동안 아파트를 3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는 6만 6,587명에서 11만 5,332명으로 늘어났다고 합니다.<br>불과 4년 동안의 짧은 기간 동안 무려 73.2%의 급증세를 보인 것입니다.<br>같은 기간 동안 아파트를 5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는 1만 7,350명에서 2만 4,789명으로 42.9%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있습니다.<br><br>박근혜 정부가 국민에게 빚내서 집 사라고 등 떠민 이유가 어디에 있었겠습니까?<br>다주택자들에게 더 많은 집을 사라고 등을 떠밀었을 리는 없습니다.<br>집 없는 서민들에게 대출을 받아 내 집 마련을 하라고 등을 떠밀었다고 해야 맞는 말일 겁니다.<br>만약 다주택자로 하여금 더 많은 집을 사재기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그 정책의 목표였다면 한 마디로 말해 “쓰레기”나 다름없는 정책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었을 겁니다.<br><br>그런데 다주택자가 그렇게 빠른 속도로 증가한 반면 무주택자였다가 아파트를 1채 사게 된 사람은 같은 기간 동안 고작 10.9% 증가했을 뿐이라고 합니다.<br>이는 박근혜 정부의 빚내서 집 사라는 정책이 명백한 실패로 돌아갔음을 의심의 나위 없이 보여주고 있습니다.<br>서민들의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시켜 주기 위해 풀어놓은 대출의 끈이 부자들의 집 사재기에 활용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br><br>최근 들어 왜 주택 가격이 그렇게 미친 듯이 치솟아 올랐을까요? <br>문재인 정부의 잘못된 부동산 정책 때문일까요?<br>난 그게 아니라고 봅니다.<br>박근혜 정부의 바로 그와 같은 잘못된 정책의 후유증이 지금 터진 거라고 봅니다.<br>멀게는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투기 조장책도 영향을 미쳤을 거라고 보구요.<br><br>아파트를 몇 채씩 갖고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이 사겠다고 덤비는데 아파트 값이 오르지 않고 배길 수 있겠습니까?<br>단기적으로 아파트의 공급은 거의 고정되어 있는데 투기수요가 몰리면 가격 급등은 필연적인 결과입니다.<br>공급이 부족한 게 문제라고 중얼거리는 사람이 있지만, 결정적인 원인은 투기적 수요임에 의문의 여지가 없습니다.<br><br>여러분, 아직까지도 주택 가격 급등의 원인이 과연 어디에 있었는지 잘 모르시겠습니까?<br>주택 투기 하라고 대출의 끈을 한껏 풀어주고 임대주택사업자 등록제도로 온갖 세제혜택까지 주지 않았습니까?<br>그러니까 얼씨구나 좋다 하고 너도나도 집을 사재기한 결과 주택 가격이 미친 듯이 뛰어오른 겁니다. <br><br>현 정부에 잘못이 있다면 좀 더 이른 시점에서 부동산 투기에 결정적인 쐐기를 박는 조처를 취하지 못했다는 데 있을 겁니다.<br>여러분이 잘 아시다싶이 정부는 애당초 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보유세 부담을 급격히 올리는 데 상당히 소극적인 태도를 취했습니다.<br>그것이 다주택 보유자들에게 심적인 안정감을 가져다주는 동시에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의심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었습니다.<br><br>그런 미봉책으로 일관하다가 불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질 기미가 보이자 뒤늦게 던진 카드가 바로 ‘9.13조치’였습니다.<br>만시지탄의 감이 있지만 그래도 뒤늦게나마 단호한 태도를 보인 것이 불행 중 다행입니다.<br>그 조처가 없었다면 아마도 우리 주택시장은 공전의 혼란상태에 빠져들었으리라고 생각합니다.<br><br>9.13조치가 나오자 보수정치인과 보수언론은 꼬투리 잡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더군요.<br>그 중 웃기는 논리 중 하나는 투기억제책이 남발되면 시장에 내성이 생겨 정책효과가 제대로 나지 않는다는 주장입니다.<br>그런 주장을 듣고 “별 희한한 논리가 다 있구나.”라고 혼자 감탄했습니다.<br><br>정부가 이랬다저랬다 해서 국민의 신뢰를 잃을 때 정책의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은 맞는 말입니다.<br>노무현 정부의 투기억제 기조를 이명박근혜 정부가 투기조장 기조로 바꾸고 이를 문재인 정부가 다시 투기억제 기조로 바꿨습니다.<br>이처럼 부동산정책의 기조가 오락가락해 왔기 때문에 정부에 대한 신뢰가 떨어져 있을 가능성은 충분히 인정할 수 있습니다.<br><br>9.13조치도 이와 같은 기본적 제약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따라서 정책의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입니다.<br>내가 이명박근혜 정부의 잘못된 정책기조 변경을 늘 비판해온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br>주택 가격이 조금 떨어졌다고 호들갑스럽게 투기조장 기조로 바꿀 것이 아니라, 긴 안목에서 주택시장의 연착륙을 유도했어야 오늘의 비극을 막을 수 있었다고 믿습니다.<br><br>그런데 이와 같은 신뢰의 문제가 단지 과거의 문제만은 아닙니다.<br>바로 이 순간에도 그 신뢰의 문제 때문에 9.13조처가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좌초할 수 있는 위험성이 있기 때문입니다.<br>정부의 정책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남아 있는 한 9.13조처는 성공을 거둘 수 없습니다.<br><br>역설적이게도 지금 이 신뢰의 문제를 심각한 국면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은 오늘의 난국을 초래한 원초적 책임을 져야 할 야당 정치권입니다.<br>주택가격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것을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라고 인정한다면 야권도 투기억제 방침에 흔쾌히 힘을 합쳐야 합니다.<br>그러나 야권은 투기 억제책에 내성이 생겼다느니, 수요가 아닌 공급에 문제가 있다느니 하는 식의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br><br>다주택 보유자에게 무거운 세금을 물리겠다고 해도 왜 그들이 선뜻 집을 팔려고 나서지 않는다고 생각하십니까?<br>혹시라도 9.13조치가 완전 무력화되는 일이 벌어지지나 않을까라는 기대 때문일 거라고 봅니다.<br>과거에도 그런 일이 가끔 벌어지지 않았습니까?<br>바로 그런 기대 때문에 집을 처분하지 않고 눈치게임을 벌이고 있는 것입니다.<br><br>다주택자들이 집을 처분하지 않고 이런 눈치게임을 벌이는 한 9.13조처는 눈에 띄는 효과를 거둘 수 없습니다. <br>이 점에서 본다면 9.13조처의 성공 여부는 그 정책 자체의 내용이 아닌 외부적 요인에 의해서 갈리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br><br>혹시라도 정치적 상황의 변화에 따라 주택정책의 기조가 다시 한 번 뒤집어진다면 정부에 대한 신뢰는 회복불능의 상태로 추락할 것이 분명합니다.<br>그것은 이제 주택시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도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도 남지 않는다는 것을 뜻하게는 것이구요.<br><br>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는 법입니다.<br>어떤 이유에서든 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면 반드시 투기가 일어난다는 것이 의심의 나위 없이 증명된 상황입니다.<br>다시는 빚내서 집 사라고 등을 떠미는 식의 졸렬하기 짝이 없는 정책을 반복해서는 안 됩니다.<br>어느 누가 집권하든 간에 집 없는 서민들이 절망의 늪으로 빠져 들게 만드는 일만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야 합니다. <br></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