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font size="3">요즘 한참 비트코인 같은 가상통화 또는 암호화폐가 인기고 남미의 베네주엘라가 자국의 석유매장량을 담보로 </font><font size="3"> Petro </font><font size="3">(</font><span style="font-size:medium;">1 Petro = 석유 1배럴)</span><font size="3">라는 새로운 가상통화</font><span style="font-size:medium;">를 발행하겠다는 수상쩍은 소식이 들리길래 옛날 남미에서 쓰였던 가상통화가 생각나서 그 얘기를 해보고자 한다.</span></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사실 </font><span style="font-size:medium;">세계 최초의 가상통화는 </span><font size="3">비트코인이 아니다. </font><span style="font-size:medium;">가상통화</span><font size="3">(virtual currency)의 원조는 </font><span style="font-size:medium;">브라질의 헤알화이</span><font size="3">다. </font><span style="font-size:medium;">아니 지금 헤알화는 브라질에서 현재 통용되는 정식 법정화폐 (fiat money)인데 어째서 가상통화냐고?</span><font size="3"> 브라질의 현재 화폐는 브라질 Real 이다. 브라질 포르투갈어론 '헤알', 스페인어론 '레알'로 부르는데 </font><span style="font-size:medium;">이름부터 가상 (virtual)의 반대인 진짜라는 Real 인게 좀 수상하지 않은가? 왜 돈의 이름을 이렇게 지었을까? </span><span style="font-size:medium;">여기에는 엄청난 초인플레에 시달렸던 </span><span style="font-size:medium;">브라질의 </span><span style="font-size:medium;">과거의 경제 역사가 들어있다.</span></div> <div><font size="3"> </font></div> <div><font size="3">브라질은 20세기 중반 쯤에는 개도국 중에서는 아주 잘나가는 국가 중의 하나였다. </font><span style="font-size:medium;">신이 만든 땅이라는 브라질은 광대한 국토와 풍부한 자원, 막대한 인구를 가지고 있었고 </span><span style="font-size:medium;">특히 커피는 전세계 생산량의 90%를 차지할 정도로 브라질을 먹여살리는 산업이었다. </span><span style="font-size:medium;">지금도 고급커피의 대명사 아라비카는 거의 브라질이 독점하고 있다.</span></div> <div><font size="3"> </font></div> <div><font size="3">이런 경제발전에 고무된 브라질은 수도를 상파울로에서 1</font><span style="font-size:medium;">960년 </span><font size="3">브라질리아로 옮기고 계획도시로 설계해 대대적인 건설투자를 하였다. </font><span style="font-size:medium;">하지만 수도 건설에 막대한 예산을 들이느라 발생한 재정적자를 돈을 찍어 메꾸느라 과도한 통화증발이 발생했다. </span><span style="font-size:medium;">이건 멕시코 시티로 수도를 옮긴 이웃국가 멕시코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span><span style="font-size:medium;">그래서 남미의 경제상황 악화와 맞물려 60-70년대 부터 남미의 고질적인 인플레가 시작되었다. </span><span style="font-size:medium;">매년 100% 물가가 배 이상 오르는 인플레가 30년 이상 계속되었고 당연히 브라질이나 남미의 경제는 엉망이 되었다.</span></div> <div><font size="3"> </font></div> <div><font size="3">이에 분노한 국민들로 인해 선거나 쿠데타로 정권의 바뀌어서 새로운 대통령이 당선되면 의례히 </font><font size="3">인플레를 진정시키기위해 물가연동제나 돈의 단위를 바꾸는 통화호칭단위변경 통칭 통화개혁(denomination) 등 </font><span style="font-size:medium;">경제교과서에 있는 이런 저런 경제개혁 조치를 실시하지만 인플레는 더욱 심해지기만 하고</span><span style="font-size:medium;"> 물가가 매달 80%나 오르는 그야말로 교과서에나 보던 초인플레가 지속되었다.</span></div> <div><font size="3"> </font></div> <div><font size="3">브라질은 만성적 인플레를 잡기위해 197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초까지 통화개혁을 포함한 몇 차례의 강력한 경제개혁 조치를 실시했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어서</font><span style="font-size:medium;"> 1992년에는 브라질의 물가인상률이 1200%, 1993년에는 2400% 라는 살인적인 초인플레(Hyperinflation)가 계속되었다.</span><span style="font-size:medium;"> 아마 여기 좀 연배가 있으신 분들은 80-90년대 브라질의 무시무시한 초인플레에 대해 들어봤을 거다 </span><span style="font-size:medium;"> 매일 매일 가격이 오르니까 브라질의 수퍼마켓 점원은 근무시간의 절반 이상을 </span><span style="font-size:medium;">매일 가격표를 갈아붙이는 데에만 </span><span style="font-size:medium;">쓸 정도였다. </span><span style="font-size:medium;">그래서 주부들은 매일 가격표 갈아붙이는 직원을 앞서서 달려가며 어제 가격으로 물건을 사는게 일상이었다.</span></div> <div><font size="3"> </font></div> <div><font size="3">그러던 1992년, 부통령이었다가 전임 대통령의 탄핵으로 대통령직을 물려받은 프랑쿠 대통령은 페르난두 카르도주를 재무장관으로 기용한다.</font><span style="font-size:medium;"> 카르도주는 미국 등 선진국들이 브라질 같은 후진국을 착취해서 후진국들이 못산다는 소위 "종속이론"을 주창한 유명한 사회학자 출신이었고 외무장관을 한 정치인이었지만</span><span style="font-size:medium;"> 재정이나 경제 운용에는 경험이나 전문지식이 없었다. 그런 사람을 경제학자들도 해결하지 못한 초인플레를 잡으라고 재무장관을 앉힌 것 부터가</span><span style="font-size:medium;"> 보통의 상식적인 경제 조치로는 수 십년간 지속된 인플레를 잡을 수 없다는 판단이었던 거다.</span></div> <div><br></div> <div><font size="3">카르도주 재무장관은 자기는 재정에 대해 아는게 없으니까 비주류 소장 경제학자들을 동원해서 20여년 이상 계속된 브라질의 만성적인 초인플레를 잡을 소위 "레알플랜"을 입안한다. </font><span style="font-size:medium;">이 소장 경제학자들은 브라질의 인플레를 연구해온 경제학과 대학원 동창 4인방들이었다. </span><span style="font-size:medium;">이 계획은 일반적 주류 경제학자라면 상상도 하지못할 "가짜 돈으로 진짜 돈을 잡는다"는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아이디어였다. </span><span style="font-size:medium;">아마 재무장관이 경제와 재정을 잘아는 전문가였다면 절대로 승인하지 못할 황당하기 이를 데 없는 엉뚱한 계획이었다.</span></div> <div><font size="3"> </font></div> <div><font size="3">그당시 브라질의 통화는 1940년대 부터 사용되던 "크루제이루"(브라질 축구팀 이름과 같다) 였는데 초인플레로 작년에 </font><span style="font-size:medium;">100 크루제이루이던 달걀 1판 값이 올해에는 1,000 크루제이루가 되는 식이라 </span><font size="3">이미</font><span style="font-size:medium;"> 몇 번이나 통화개혁을 겪은 터였다. 레</span><span style="font-size:medium;">알 플랜은 이 크루제이루를 폐지하고 또 다른 새로운 신 크루제이루로 바꾸는 일반적인 통화개혁 대신</span><span style="font-size:medium;"> (그건 그동안 이미 몇 번이나 해봤고 다 실패했다) 기존의 크루제이루를 계속 통화로 쓰면서 URV 라는 새로운 통화를 도입하였다.</span><span style="font-size:medium;"> 이 URV 는 안정된 통화인 미국 달러와 연동을 시켜서 1 URV = 1 USD 달러에 peg 시키는 고정환률제로 가격의 변동이 거의 없게했다.</span><span style="font-size:medium;"> URV 는 Unidade Real de Valor(포르투갈어)의 약자로 영어로는 Real </span><span style="font-size:medium;">Unit </span><span style="font-size:medium;">of Value(진짜 가치 단위) 라는 뜻.</span><span style="font-size:medium;"> 그리고 매일 크루제이루와 달러 환률을 고려해 URV 와 크루제이루 간의 교환비율을 공시하였다. </span><span style="font-size:medium;">예를 들어 오늘 1 URV = 100 크루제이루 였다면 내일은 크루제이루 가치가 10% 가 떨어지면 1 URV = 110 크루제이루가 되는거다.</span></div> <div><font size="3"> </font></div> <div><font size="3">그런데 URV 는 실제로 1 URV 지폐나 동전이 발행된 게 아니고 순수하게 표시만 하는 가상통화였다. </font><span style="font-size:medium;">그래서 물건의 가격이나 월급이나 세금 등 모든 지불액수의 표시는 URV 로 하지만 </span><span style="font-size:medium;">실제로 돈을 지불을 할 때는 URV 화폐가 아닌 기존의 크루제이루 지폐와 동전으로 URV 교환비율로 환산해서 지불하도록 했다. 그러니 URV는 실제로 발행되거나 통용되는 화폐가 아닌 순수한 가상통화였고 그러니 과도하게 발행되어 통화량이 늘어나는 통화증발을 할 수도 없었다.</span><span style="font-size:medium;"> 그래서 크루제이루는 인플레로 매일 가치가 떨어지지만 URV 로 표시되는 가격은 거의 일정하게 유지되었다.</span><span style="font-size:medium;"> 수퍼마켓 점원 들도 이제 매일 가격표를 갈아치울 필요가 없어졌다.</span></div> <div><font size="3"> </font></div> <div><font size="3">이런 조치는 강제적 조치가 아니고 정부의 권장사항이었지만 이미 수 십 년간 지속적인 인플레에 </font><span style="font-size:medium;">지친 브라질 국민들은 순순히 따라주어서 이 URV 정책은 큰 성공을 거두게 되었다. </span><span style="font-size:medium;">크루제이루는 여전히 가치하락이 심했지만 URV 로는 물가가 아주 안정적으로 유지되었던 거다.</span></div> <div><font size="3"> </font></div> <div><font size="3">그렇게 URV 물가가 완전히 잡히고 인플레가 안정화 되자 1994년 7월달에 전격적으로 </font><span style="font-size:medium;">크루제이루와 URV 를 폐지하고 1 URV 를 1 헤알로 바꾸는 통화개혁을 실시하였다.</span><span style="font-size:medium;"> 통용중인 크루제이루 화폐는 그 당시의 교환 비율에 맞춰 2750 크루제이루 = 1헤알의 교환비율로 바꾸어 주었다.</span><span style="font-size:medium;"> 그 때 등장한 새로운 화폐가 바로 현재의 브라질 화폐인 브라질 헤알 또는 레알이다. 이름은 URV 의 중간 단어 Real을 딴 거다. </span><span style="font-size:medium;">2018년 현재는 1 USD 달러 = 3.2 헤알 정도의 환률을 유지하고 있고 인플레율은 연간 3% 정도로 안정적이다.</span></div> <div><font size="3"> </font></div> <div><font size="3">그후에 브라질 경제는 안정된 헤알화 덕에 악성 인플레가 완전히 사라지고 안정된 물가를 유지하였고 </font><span style="font-size:medium;">경제도 정상화되어 경제가 크게 발전하게 된다. 이런 놀라운 경제적 성과 때문에 이 정책을 성공시킨 </span><span style="font-size:medium;">카르도주 재무장관은 국민들의 지지를 받아서 당시 프랑쿠 대통령 다음의 대통령으로 당선되어 1995년 부터 2003 년까지 8년간 브라질의 대통령을 역임하였다.</span><font size="3"> 브라질은 불과 20여년 전에는 초인플레에 시달리고 경제가 엉망인 전형적 남미의 후진국이었지만 </font><span style="font-size:medium;">2000년 무렵부터는 경제발전이 매우 빠른 모범적 개발도상국 5개국을 의미하는 </span><span style="font-size:medium;">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첫머리 멤버가 되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medium;"> </span></div> <div><font size="3">수 십년간 만성적인 초인플레에 시달리던 브라질에서 단기간에 기적같이 초인플레를 잡고 </font><span style="font-size:medium;">안정적이고 빠른 경제성장을 이루는 기적을 만든 것이 바로 브라질의 URV라는 존재하지도 않았고 발행도 되지않은 가상화폐였다.</span></div> <div><br></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