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저는 평소 예지몽이나 이런건 전혀 못 꾸고, 거의 심리상태나 잠재의식을 반영한 꿈을 꿔요.</div> <div>아래는 작년에 꿈 내용이 너무 생생해서 메모해두었다가 쓴 일기입니다.</div> <div>나름대로 의미있게 다가왔던 꿈이라 오유에도 한번 올려봐용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간밤에 꿈을 꾸었다.<br><br>꿈 속에서 나는 자살을 하려고 어떤 약을 마셨다.<br>나처럼 자살하려는 사람이 옆에 많이 있었고, 다 같이 약을 마셨다.<br>모두들 죽고싶다는 자기 희망에 따라 자살기도 서비스를 이용한 것이었고, 마치 우리 모두를 여행길에 인솔하기라도 하듯이 자살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자가 우리에게 약을 나눠주었다.<br><br>약을 마셨더니 점점 몸에 힘이 빠져나가는 게 느껴졌다.<br>가이드의 설명에 의하면 약이 온 몸에 퍼질 때까지 고통은 없으며, 어느 순간에 단말마를 느낄 새도 없이 숨이 끊어진다고 했다.<br>그리고 약 기운이 퍼질 때까지 마지막으로 유서를 남길 시간을 주었다.<br>나는 웬 허름한 종이박스 뜯어놓은 것 같은.... 낙서도 있고 재활용하는 거 같은 종이에 유서를 쓰기 시작했다.<br><br>부모님께 먼저 가서 죄송하다고, 내게 무슨 나쁜 일이 있었던 게 아니라 그냥 내가 염세적인 사람이라서 죽기로 한 거라고, 자살의 이유를 설명했다.<br>동생에게도 그동안 내 동생으로 지내느라 고생했다며 마지막 작별인사를 썼고, 남자친구에게도 무언가 메시지를 남겼다.<br>이 네 사람에게 사랑한다, 그동안 고마웠다는 말을 전하며, 마지막 추신에는 내 장례식에 남자친구도 꼭 불러달라며 남자친구 전화번호까지 적어두는 디테일.<br><br>유서 쓰기를 거의 마쳤을 때, 같이 약을 마셨던 다른 사람의 눈동자 속에서 불꽃놀이처럼 빛이 튀었다. 하나둘씩 눈동자에 빛이 튈 때마다 사람들의 생명의 불꽃은 사그라들었다.<br>유서를 쓰는 동안 아직 못 다 한 말이 많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죽음의 순간이 임박해오니 더욱 아쉬움이 남았다.<br><br>내가 죽는 장면은 기억이 나지 않은 채로, 아직 이른 시간에 잠에서 깼다.<br>몽롱한 상태로 그 모든 게 꿈이었다는 걸 알았을 때, 아직 나는 죽기에는 하고싶은 말도, 해보고싶은 것도 너무나 많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br><br>요즘 내게 흔히 말하는 '현자타임'이 와서, 재미없고 지루하고 질리고 무기력하고 자존감도 많이 떨어져있는데, 나의 무의식세계가 이런 정신 상태를 탈피해보려고 호접지몽같은 생생한 꿈을 보여준 것 같다.<br><br>아직 나에게는 열심히 살아봐야할 이유가 있다.</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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