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 쌀국수 다 먹으면 나랑 사귀는거다!

오늘이 세번째 만남

오늘은 꼭 말해야겠다

주변에서는 될일은 빨리 되는거고, 안될일은 안되는건데

굳이 오래 끌 이유가 없는 거라고 한다

그것보다는 그녀에게 너무 많이 빠져서

마치 X꼬에 X이 낀 강아지처럼 전전긍긍하다가

혹시나 어느 날 술에 쩔어 전화하고

바보같이 고백해버리는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섰다

그녀와 갔던 덕수궁은 아늑했지만 초조했고

그녀와 같이 했던 덕수궁 미술관의 그림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녀와 같이 먹던 쌀국수는 맛있었지만 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보지는 않았지만 내 머리속의 지우개라는 영화에 이런 장면이 나온다지

"이거 다 마시면 우리 사귀는 거다!"

이걸 써먹으란다

쌀국수는 줄어들어가고 있었고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드디어 입을 열었다

"쌀국수...............

맛있네요"

다시 용기를 냈다

아니 꼭 냈어야했다

"쌀국수......아니 아니 그게 아니고, 우리... 사...귈...래...요?"

어렵게 목을 넘기고 있던 쌀국수가 목에 걸릴것 같다

켁...켁켁

그날의 쌀국수는 참 맛있었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