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라텍스 매트리스의 진실, 매트리스 관리 방법 등의 글로 베오베를 간 적 있는 오유인입니다.
글을 읽으신 분들은 기억하실 수도 있겠지만, 저는 한 매트리스 회사의 공동창업자입니다.
(이번에도 역시, 광고가 될 수 있으니 회사나 브랜드 이름은 포함하지 않겠습니다.)
사실...
1년 전까지만 해도 저는, 제가 매트리스를 만들 거라는 상상은 못 했습니다.
저는 남들과 같이 평일에는 일하고, 주말에는 늦잠과 취미 생활을 즐기는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사람입니다.
그런 제가 멋진 매트리스를 하나 만들었습니다.
이 녀석을 만들기 위해 지난 1년 얼마나 노력했고,
어떻게 탄생했는지 알리고 싶은 마음이 가득해 자랑게시판에 글을 적어봅니다.
먼저 저에 대해 조금 더 자세하게 이야기하겠습니다.
앞에서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이라고 말했지만, 다른 점이 한 가지 있습니다.
저는..
희귀난치성질환 중 하나인 기면증 환자입니다.
기면증은 갑자기 잠이 빠져드는 병으로 알려져 있는 질환입니다.
증세의 특이함 때문에 이따금 드라마와 영화 등의 소재로 쓰여, 알고 계신 분들도 꽤 있을 겁니다.
저는 매일 7~8시간 잘 자고, 아침마다 약을 먹으면 큰 지장없이 일상 생활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약을 먹지 못 했거나, 전날 잠이 부족했거나, 깊은 잠을 못 잤다면... 그 누구보다 하루가 괴롭습니다.
이런 제가, 오랜만에 아는 형을 만났습니다.
제 기억 속의 형은 똑똑하지만 항상 배우려고 노력하고, 열정이 넘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랜만에 만난 형은 사업의 실패로, 말 그대로 얼굴이 썩어 있었습니다.
넘치는 열정에 몸을 혹사하고, 사업이 실패하자 잠도 안 자며 더더욱 몸을 혹사했기 때문입니다
며칠 뒤 만난 형은 얼굴이 달라졌습니다. 다시 열정이 넘쳐 보였고 내일을 꿈꾸는 사람이 됐습니다.
이유는 '잠을 잘 잤다'는 것 하나 였습니다.
저는 병 때문에 잠의 중요성을 알긴 했으나, 잠으로 사람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처음 깨달았습니다.
잠의 소중함을 더 알게 된 그날 이후,
형은 오직 '완벽한 수면' 만을 위한 매트리스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발품을 팔아가며 공장을 찾아 매트리스를 설계하는 법을 배우고,
수백 개의 폼으로 수천 번 조합하며 단 하나의 멋진 매트리스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런 노력에 반해 저와 다른 한 분이 동참했습니다.
우리 세 명은 업계를 하나하나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고객이었을 때 몰랐던 수많은 진실을 알게 됐습니다.
- 값비싼 제품들의 대략적인 원가와 마진 (많게는 원가 대비 12배 이상)
- 유명 브랜드 제품이라고 마냥 신뢰할 수 없음 (세계적인 브랜드 중 하나인 T사는 VOCs 검출로 소송 문제가 있었죠)
- 고객을 현혹하는 바르지 않은 정보 전달 (예를 들어 '천연' 라텍스. 천연 라텍스는 결코 건강한 소재가 아닙니다)
- 안 팔릴 것 같은 정보는 전달하지 않음 (예를 들어 본드 사용. 거의 모든 폼 매트리스는 본드를 사용해 폼을 접착합니다)
이후 정말 고객 입장에서 하나하나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안전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공장장님을 설득해 공정을 추가하고
때론 대출까지 받아가며 전문 설비를 마련했습니다. 배송 방식부터 반품 가능 기간까지,
얼마 전까지 고객이었던 사람의 입장에서 하나하나 꼼꼼하게 챙겼습니다.
그리고 이번 달 초에 자식 같은 녀석을 세상에 내놨습니다.
그러나 멋진 제품을 만들기 위해 자본금을 너무 많이 사용해서...
모 대기업처럼 멋지게 광고도 못 했고 공식 홈페이지도 만들지 못 해, X이버 등에서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알았는지 몇몇 분들이 구매해주시고 좋은 평을 주셔서 큰 기쁨을 느끼고 있습니다.
1년 전까지만 해도 제조업의 '제'자도 몰랐던 사람들이지만,
정말 고객 입장에 서서 제품의 가장 중요한 가치 만을 생각하며 노력한 제품이 세상에 나왔다는 점을
이렇게나마 알리고 싶습니다.
그렇게 느껴졌다면, 잘 되길 응원 부탁합니다.
ps. 이번에도 매트리스 관련 질문을 댓글로 남겨주시면, 답 드리겠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