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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bestofbest_413571
    작성자 : 나눔계
    추천 : 157
    조회수 : 19965
    IP : 121.164.***.134
    댓글 : 23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19/07/30 12:22:28
    원글작성시간 : 2019/07/30 03:14:00
    http://todayhumor.com/?bestofbest_413571 모바일
    (편갤문학) 청소의 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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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맙소사.
    아니야 분명 무언가 착각일거야
    정신차리자.
    뺨을 때려보고 두 눈을 씻고 찾아보았지만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2019년 07월 27일 22시 까지'
    '2019년 07월 26일 14시 까지'
    '2019년 07월 25일 22시 까지'

    폐기가 없다.
    유통기한 지난 상품이 없다.

    냉장고에 들어가봐도 폐기바구니는 텅 비어있었다.
    텅 비어있었다.

    도대체 어찌된 일이지.
    전 시간대 근무자가 다 먹은건가.
    성수기임에도 매출이 늘지 않는 편의점사정을 받아들인 점장님이 발품을 줄인건가.
    후자라면 곤란한데.

    나는 어릴적부터 먹는 데 돈을 쓰는걸 극한으로 아끼는 타입이었다.
    중학생때부터였을까. 
    집 사정이 녹록지 않았던 탓도 있었지만, 우리 부모님은 자정이 돼야 집에 들어오셨고 그랬던 탓에 매일 저녁을 사먹으라며 삼 천원을 주고 가셨다.

    하지만 그 때의 나는 돈을 쓰고 싶은 곳이 많았고 한정된 용돈으로는 내 바람을 이루기 힘들어 부모님이 주신 밥값을 목돈으로 모으곤 했다.

    지금생각하면 참으로 멍청한 생각이었으나 그 때의 나는 칼로리가 높을수록 포만감이 높은 음식이라 생각했다. (얼추 맞는 말이긴 하지만) 
    그래서 편의점이나 마트 등에 가면 가격대비 칼로리가 가장 높은 음식만을 샀으며, 제품을 사기 전 가격과 칼로리를 꼼꼼히 보는 습관을 가졌다.

    가격대비 칼로리가 높은 가장 최고의 음식은 건빵이었다.
    중학생 쯤에는 천 원으로 사흘의 끼니를 때울 수 있었고, 고등학생 쯤에는 쿠팡으로 1kg당 만원에 판매되는 인간사료를 시켜먹었는데 이건 건빵보다 맛도 있고 저렴해서 좋았다. (거의 한달을 먹었다.)
    가끔은 헌혈을 하며 헌혈의집에있는 몽쉘 등의 과자 따위와 사은품으로 먹는 햄버거세트는 인생의 낙이었지.

    편의점 음식은 대부분 비싸지만 다행히도 최고의 선택이 하나 있다.
    천 원인데 112그램에 510칼로리라는 오버스펙을 가지고있는 과자 '뻥이요'
    대부분의 한국 과자는 60그램에 1500원이 평균치이다.
    포카칩은 67그램에 1500원이었던가.
    좌우지간 이 친구는 건빵도 한 수 접고 들어갈정도의 압도적인 가성비를 자랑한다.
    뻥튀기 특유의 바삭한 단맛으로 인해 크게 물리지도 않으니 이 얼마나 훌륭한 친구인가.

    판매량이 저조한 상품이라 진열대엔 꽉 차있었지만, 다시 진열하는게 귀찮아 창고에서 꺼내오려하던 참이었다.


    뭔가 이상했다.

    편의점이 이상했다.

    이 시간대라면 당연히 바닥에 널브러져있어야되는 비닐조각들.
    꽉차 문이 닫히지 않는 쓰레기통.
    그로인해 테이블 위에 빼곡히 올려져있어야하는 컵라면 용기들이 없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쓰레기통을 열어봤다.
    텅 비어있었다.
    비닐조차도 씌어져있지 않았다.

    매장 밖의 야외테이블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나무바닥에 빠져서는 안되는 수십대의 담배꽁초는 온데간데 없었으며
    빈 테이블을 아름답게 장식하는 다 녹은 얼음컵과 맥주캔들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그냥 깨끗했다.

    쓰레기통도 전부 비워져있었다.

    전시간대 근무자가 비우고 간건가?
    아닌데, 두 시까지 밖에서 손님들이 술마시고있었잖아.
    그때의 쓰레기들조차 없었다.
    애초에 오후 시간대엔 손님이 많아 계산하느라 바빴을테니 쓰레기를 비울 시간을 낼 수 없었을 것이다.

    좀처럼 짚이지 않는 상황에 내 뇌는 니코틴을 바라고 있었고, 일단 내게 일어난 이 행운을 의심않고 받아들이자 결정했다.

    대충 30분의 여유시간이 생긴건가.
    쓰레기를 비우는 중간중간 손님이 오는것까지 생각하면 1시간 가까이의 여유시간이라 볼 수 있다.
    손님이 가장 없는 시간대에 생긴 1시간의 여유시간은 달콤했다.

    다음날 교대하자마자 야외 쓰레기통부터 확인했다.
    썩은 맥주냄새가 코끝을 강하게 자극해 나도모르게 인상이 찌푸려졌고, 맥주캔으로 가득찬 쓰레기통은 뚜껑이 제대로 닫히지 않았다.
    다른 쓰레기통도 마찬가지였는데, 그중 하나는 쓰레기통 뚜껑 위에도 여러개의 맥주캔이 놓여있었고 날파리가 득실거렸다.
    그럼그렇지.
    오늘 청소는 쉽지 않으리라.

    인수인계를 끝마치고 오후근무자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혹시 어제 교대전에 쓰레기통 비우셨나요?"
    오후근무자는 어이없다는듯이 답했다.
    "아니요? 제가 굳이 해야되나요?"
    거 참 인간이 날 서있네.
    "아뇨아뇨, 해달라는 게 아니라 어제 비워져있길래 혹시 하신건가 해서요."
    내 말 뜻을 이제야 이해한 그는 안심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아, 아니에요. 오후엔 손님이 워낙 많아서요."
    "그렇겠지요."
    댁은 손님이 적어도 굳이 그런일은 안하겠지만.


    교대직후 새벽 두 시까지는 매장을 찾는 발걸음이 적지 않았다.
    어차피 곧 끊길 손님들이니 영혼없는 계산과 감사인사를 하고 적당히 돌려보내면 되지만
    가장 두려운 손님은 단체로 와서 맥주와 안주를 사는 손님이었다.

    남자 둘과 여자 셋, 나이는 20대 초반정도일까.
    아마 대학생인것 같았다.
    적당히 취기있어보이는 그들은 즐거운듯이 냉장고 문을 벌컥 열어 맥주를 꺼내기 시작했다.
    이 때부터 나의 기도는 시작된다.
    5분.. 10분.. 두려운 시간은 계속해서 흘러가고 그들이 들고있는 바구니엔 점점 공간이 없어져간다.

    그들은 결국 고민이 끝났는지 바구니를 들고 카운터에 왔다.
    스텔라 3캔, 호가든 2캔, 발랑스 2캔, 기네스 2캔, 도도한 나초 치즈맛, 고래밥, 오징어는 땅콩을 좋아해.

    다행이야. 이렇게나 많으면 매장에서 먹을수 없을거야.
    무엇보다 기네스가 있잖아.
    여긴 컵이 없으니 분명 누군가의 자취방에서 먹을것이다.
    기네스를 캔 채로 먹는 사람이 어딨어.

    안도의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이 만 육 천 이 백원 계산해드릴게요. 봉투 필요하시죠?"
    이렇게 많은 짐은 당연히 봉투가 필요하다싶어 봉투를 꺼내려는 참이었다.
    일행중 가장 키가작아 앳되보이는 여자가 말했다.
    "아니요 괜찮아요. 여기서 먹고 갈 거예요."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

    "네...? 드시고 가신다구요?"
    일행중 가장 키가작아 어려보이는 여자가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네!"

    아니야 방법이 있을거야.
    나는 다시 말했다.
    "신분증 한 번만 확인할게요."
    제발 고등학생이기를
    혹은 신분증이 없기를
    제발

    하지만 내 물음에 그녀는 매우 기분좋다는듯이 신분증을 꺼내 보여줬고, 주변의 일행은 '오오~ 희연이 민증검사도 하고' 라며 치켜세워줬다.

    오늘의 청소는 분명 역대 최악이리라.

    그 일행을 마지막으로 한동안 손님이 오질 않았다.
    그 일행이 가면 쓰레기통을 비워야겠단 생각으로 나는 창고 안으로 들어가 설거지부터 시작했다.
    튀김 진열대와 튀김용 오븐의 설거지를 끝내고, 냉장고 속으로 들어가 캔맥주와 소주, 물 등의 재고를 채웠다. (전문용어로 워크인이라고 한다.)

    설거지와 워크인이 끝나고나자 시간은 네 시 즈음이었고 야외테이블에 있던 일행은 이미 떠난 뒤였다.
    다행히. 정말 다행히도 일행이 먹었던 테이블 위는 깨끗했다.
    설마 먹고 쓰레기를 다 치우고 간 건가?
    훌륭한 젊은이들이었다.

    야외테이블과 쓰레기통의 상태를 보고자 매장 밖으로 나갔는데 익숙한 위화감이 나를 반겼다.
    어제와 같은 상황이었다

    네 개의 테이블 위에는 아무것도 놓여있지 않았으며
    테이블 밑에 빼곡히 있어야하는 꽁초들은 온데간데 없었다.
    혹시나에서 열어본 쓰레기통엔 날파리 외엔 아무것도 없었다.

    담배를 하나 꺼내물고 머리를 굴렸다.
    환경미화원?
    아니다. 그들은 6시쯤 돼야 올 것이며 편의점 인근 아스팔트를 쓸어주긴 하지만 테이블 근처엔 얼씬도안한다.

    설마 아까 그 젊은이들이 내 처지가 불쌍해 정리해주고간건가?
    아니야. 이건 너무 현실성이 없다.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나는 한가지 결론을 냈다.
    이건 '청소의 요정'이 다녀간 것이다.
    이게 아니면 설명이 안된다.
    내가 낼 수 있는 가장 현실성있는 결론이었다.
    분명 열심히 살고 열심히 일하는 내게 감탄한 신께서 나의 부담을 덜어주고자 청소의 요정을 보내준것이다.

    다음날은 청소의 요정을 의도적으로 떠보기로했다.

    손님의 발걸음이 본격적으로 끊기는 2시가 되었다.
    쓰레기통은 꽉차있었고, 나무바닥엔 수십개의 꽁초가있었다.
    테이블 위엔 국물이 남은 컵라면과 얼음이 다 녹아 탁한 액체와 담뱃재가 들어있는 컵, 맥주가 반 정도 남아있는 맥주캔 등 치우기 싫은것들만 잔뜩 놓여있었다.
    나는 쓰레기통 인근에 갈아끼워야될 쓰레기봉투를 갯수에 맞게 놓았다.

    그리고는 설거지와 워크인을 시작했다.
    할 일이 끝나자 네시가 되었다.

    반쯤 설레는 마음으로 문 밖에 나갔다.
    이제는 위화감이 아닌 안도감이 느껴졌다.
    테이블과 바닥은 모두 깨끗이 정리되어있었고, 쓰레기통은 비운것도 모자라 새로운 봉투가 씌여 있었다.

    요컨대 오늘도 '청소의 요정'이 지나갔다.

    누구일까.
    도대체 누구일까.
    도대체 누가 쓰레기통을 비우고 청소를 해주는걸까.

    벌써 사흘째다.
    이제는 청소의 요정의 존재가 확실해졌고, 그의 존재를 확인 해야 될 필요가 있었다.

    다음날 두 시경, 어제와 같은 준비를 해두고(쓰레기봉투를 가져다두고) 매장 밖을 힐끗 홈쳐보며 청소의 요정을 기다리고 있었다.
    2시~4시의 공백에 항상 청소가 되어있으니 기다리면 분명히 올 것이다.
    혹여나 나를 보고 피하는게 아닐까 싶어 CU유니폼을 벗고 편의점 밖에서 기다리기 시작했다.
    손님이 온다면 여차 뛰어갈 수 있는 거리지만, 이렇게 유니폼을 벗고 근처 주점앞에 서있다면 내가 직원이란 것을 모르리라.


    담배 세 대를 피웠을 즈음, 드디어 한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두리번 두리번 눈치를 살피고는 편의점 정문에서 카운터를 확인하더니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한 듯 쓰레기통 뚜껑을 전부 열었다.
    30대 초중반즈음일까, 수염하나없는 입가와 깔끔하게 정돈된 머리로 보았을때 누구에게나 호감살법한 그런 인상이었다.
    그런 사람이 도대체 왜 이런일을 하는걸까.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그런 걸 본 기억이 났다.
    취한채 반 나체로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청소했던 연예인의 이야기.
    취해도 참 곱게 취한 그의 미담은 그를 재평가하고 호감상이 되게 해줬다.(물론 현행범으로 체포됐다고 한다.)
    지금 눈 앞에 보이는 청소의 요정도 그 연예인과 같은 케이스인게 아닐까?

    나는 조심스럽게 그에게 다가갔다.
    가까이 가자 그가 입고있는 옷에 눈이갔다.
    무언가의 유니폼으로 보이는 빨간 조끼였는데 등에는 BIG ISSUE라는 글자가 새겨져있었다.

    "저기.. 실례합니다."
    내가 조심스럽게 말을 걸자 그는 화들짝 놀라며 나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입을 열었다

    "재..재..쟤.... 째성합미다. 째성합미다."
    한쪽 눈을 제대로 뜨지 않고 질끈 감은채 몹시 말을 더듬으며 대뜸 사과인사를 했다.

    "아뇨아뇨, 저한테 사과 안하셔도 돼요."
    내 말을 듣고 그는 무릎 꿇으며 말을 이었다

    "뎌..뎌..뎌....뎡말 째성합미다."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뇌전증 환자인걸까.
    훤칠했던 그의 인상과는 정반대로 그의 목소리는 뇌전증 환자를 연상케했고 부자연스러운 그의 표정은 점점 편견이란 틀에 넣기 알맞게 변화하고있었다.

     "얼마전부터 여기 청소해주신 분 맞으시죠.?"
    나는 최대한 그를 안심시키고자 말을 이었다.
    도대체 그가 뭐때문에 사과를 하는지는 모르지만, 그가 오지 않으면 곤란하다.

    내게 악의가 없다는 걸 간신히 깨달은 그에게 나는 몇 가지 질문을 했다.

    "혹시 편의점 쓰레기통을 비워주시는 이유를 여쭤봐도 될까요?"
    내 질문에 그는 눈을 질끈 감고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캐.캐..캔이랑..공병...가져가고 싶어서요..."
    고작 그런 이유였단말인가?

    "쓰레기통...뒤...뒤지면...다들 쪼..쫓아내서... 그래서... 죄송해서... 청소까지...했어요..."
    그는 어느정도 진정됐는지 듣는게 거북하지 않을정도로 말을 이었다.

    캔을 가져가고자 쓰레기통을 뒤지는 어르신은 몇 번 본적이 있었다.
    어차피 정리할테니 쓰레기통을 뒤집던 어지르던 크게 신경쓰지 않았는데, 그를 저렇게까지 위축되게 만든 건 다른 편의점의 역할이 크리라.

    나는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혹시 폐지도 필요하세요?"
    내 말을 들은 그는 몹시도 놀라며
    "뎌...뎡말요?" 
    라고 대답했고
    나는 그를 편의점 창고로 안내했다.

    즉석에서 맥주, 과자, 컵라면 등의 빈박스를 찢어 포개 그에게 건넸다.
    "매일 청소해주시는 게 너무 감사해서 그래요. 죄송해할 필요 없으세요 선생님. 오히려 제가 죄송하죠."
    진심이다.
    일말의 거짓도 없는 진심이다.
    난 그가 매일 편의점에 왔으면 좋겠다.
    그가 없으면 곤란하다.

    그는 쓰레기통의 캔과 병을 전부 꺼내고 폐지와 같이 구루마에 묶은 뒤 의자에 있던 가방을 메고 떠날 준비를 했다.
    그는 내게 고개숙여 '감사합미다.' 라는 인사를 전하며 떠나기 전 잡지 하나를 내게 건넸다.

    그 잡지엔 BIG ISSUE라고 적혀있었고
    잡지의 표지엔 위안부 소녀상이 그려져있었다.
    '누구도 책임지지않는 우리의 소녀들 위안부' 라는 타이틀이 눈에 들어왔다.

    자리에 앉아 잡지를 펼쳐보기 시작했다.
    타이틀을 메인으로 한 위안부 할머님들의 가슴아픈 이야기, 인문 사회/정치에 관련된 이야기, 짧은 만화와 글귀 등 영락없는 잡지였다.
    문득 잡지의 제목이 빅 이슈인것과 그가 입고있는 유니폼의 뒷면에 빅 이슈라고 적힌 게 생각나 인터넷에 검색했다.

    *사회복지 관련뉴스 - 잡지가 '노숙인의 꿈' 만들어줬다.

    *빅이슈 : 노숙자에게도 희망은 있다.

    *노숙자가 파는 잡지 '빅이슈' 출범... "그들에게 빵 대신 빵틀을!"

    여럿 뉴스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교대 시간까지 5시간정도 남았을까.
    청소의 요정이 내게 내려준 한 시간은 자유의 한 시간이 아닌, 반성과 속죄의 한 시간이었다.

    내일은 꼭 폐기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 참에 잡지를 정기 구독하는것도 좋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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