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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bestofbest_390352
    작성자 : 그냥노동자
    추천 : 137
    조회수 : 39565
    IP : 58.77.***.217
    댓글 : 27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18/04/22 12:38:27
    원글작성시간 : 2018/04/22 06:25:08
    http://todayhumor.com/?bestofbest_390352 모바일
    병신과 나이.SSul
     
     
     
     
    불판 위에 고기가 올려진 지 수 분이 지났다.
    고기가 익어가던 것을 말없이 지켜보던 병신의 친구 아무개가 입을 열었다.
     
     
    "어렸을 때는 몰랐는데 아이를 키우는게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네."
     
     
    "아무렴 자네 키우시던 자네 부모님 만 하겠는가?"
     
    "글쎄..."
     
    아무개는 술이 오른지 한참 되었지만 오늘만큼은 그만 마시자는 말을 하지 않았다.
    서른 셋 남자 둘의 술자리가 고깃집 소음 너머로 천천히 페이드아웃 되었다.
     
     
     
     
     
     
    현실.
     
     
     
    "미1친놈아 카라 리즈시절은 구하라지"
     
    "개소리하고 자빠졌네 뇌없냐? 니콜모르냐? 한진택배 전화해줘? 니 정신 언제 배송되냐고?"
     
    "응 다음 페도새끼"
     
    "뭐래 니마누라 니랑 결혼함 ㅋ"
     
    "시발 모욕은 참을 수 없다"
     
    "고기탄다 미1친놈아 좀 뒤집어라"
     
    "담배없냐?"
     
    "니 줄 담배는 없는데요 담배없는 찐따새꺄"
     
    "형님제발 형님형님"
     
     
    우리는 문제해결을 항상 싸움과 저질수준의 개드립으로 해결하곤 한다.
    나는 아직도 아버지가 친구분들과 대화하시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아버지가 나와 같은 나이셨을 때 나는 여섯살 쯤 됐었는데
    술상을 앞에 놓고 소주잔을 위엄있게 든 채 "자네도 한잔 하시게" "술이 오르니 흥도 오르는구먼 허허" 하던 그 위엄있는 모습을.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분명 같은 나이가 되었는데 진지라고는 어제 저녁에 먹은 숯불닭갈비 뿐이다.
     
    진지함이라는 단어는 우리네 삶의 선택지에서 아예 빠져 있는 듯한 단어가 되어버린 것 같다.
    가끔- 아주 가-끔 술을 마시는 우리 무리는 진지한 척을 하려고 노력해보지만 최근에 했던 가장 진지한 대화란...
    타노스와 헐크가 싸우면 누가 이기나 였다.
     
    "야 갑자기 생각난건데 타노스하고 헐크하고 싸우면 누가 이김?"
     
    "타노스는 5대원소 아니냐? 근데 헐크 ㅈ찐따는 걍 초록괴물 ㅋㅋ"
     
    "니가 이제 입으로 똥을싸네 헐크가 5대원소 동급인거 모름? 로키 쳐바를때 안봤냐? 로키가 무슨 찐따처럼 나오는데
    그거 상대가 헐크라서 그런거임;; 로키도 탈우주급임"
     
    "토니가 헐크버스터만 입어도 빤쓰런하겠던데 무슨 오대원소같은 소리하네 철원오대쌀같은 새끼야"
     
    "넌 그런 드립좀 안치면 안되는 뭐 그런 병에 걸렸냐?"
     
     
    우리에게 결여된 것은 진지함이 아닌 정신줄이라는 상대적 평가에 대해 상당부분 동의는 한다만, 글쎄다 거기에 첨언을 좀 더 하자면
    어른으로써의 정신줄이 결여된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래서 남들보다 덜 이성적이고 더 감성적인 것 같다.
    어른이 되면 나는 내 감정을 내 생각대로 조절할 수 있게 될 줄 알았다.
     
     
    "엄마 나 저거 사줘"
     
     
    "안돼. 안돼."
     
     
    "빨리 사줘어어어!! 시러어어어어!"
     
     
    어렸을 적 누구나 장난감 앞에서 어머니와 실랑이를 벌인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 때는 우리에게 그 장난감이 인생 최초이자
    최후의 즐거움이였고 그 즐거움을 소유한다는 욕망의 발현이 우리를 비이성적으로 만들었을 것이다.
     
     
    "이제 그만 만나. 그만하자. 나도 좋은 사람 만나고 싶어."
     
    "싫어! 싫어! 안가! 너도 가지마!! 어딜가!! 가지마!!"
     
     
    이제 그만 만나고 싶다는 그녀의 앞에서 나는 어린시절 우뢰매를 사달라고 떼쓰던 아이처럼 소리를 지르며 울고 발버둥을
    쳤다. 멀어져가는 뒷모습은 어머니나 그녀와 똑같았다. 다만 어머니는 나의 손을 잡아주었고, 그녀는 끝내 나의 손을 잡아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휴지 세 통을 다 쓰며 밤새 울어도 멈추지 않는 눈물과 콧물은 과장이 아닌 현실이였다.
     
     
    떼쓰기만 해서 얻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만약 내가 떼를 써 얻어낸 것이 있다면 그건 동정으로 적선을 받은 것이다.
    그것을 깨닫고 내가 떼쓰기를 참았을 때 나는 헛기침으로 못내 아쉬움을 표현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지만
    정신적인 안정이 결여된 나의 지난 몇몇 순간에 나는 또 참을 수 없이 비이성적으로 행동했고 모든것은 단지 후회가 되었을 뿐이다.
     
     
    뜬금없는 개드립과 절제하지 못하는 욕망, 때로는 심수봉의 구구절절한 노래가 가슴을 울릴 때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아이유와 트와이스를 흠모해 마지않는 내 나이는 서른셋.
    아이도 아니지만 어른도 아니고 그렇다고 미성숙한 것도 아닌 것 같은데 하는짓 가만히 보고 있으면 저래 살아도 살아지는구나 싶은 나이.
    어떻게 살다보니 여기까지 오긴 왔다. 좀 힘들긴 했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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