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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bestofbest_385007
    작성자 : 박준준준
    추천 : 154
    조회수 : 32133
    IP : 118.33.***.88
    댓글 : 22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18/01/22 16:37:54
    원글작성시간 : 2018/01/22 10:59:51
    http://todayhumor.com/?bestofbest_385007 모바일
    어느 산골총각의 사랑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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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p class="바탕글"></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경북 어느 깡촌 작은 회사를 다닌지 2년 째.</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드디어 마음에 드는 여자를 만났습니다. </p> <p class="바탕글">이런 시골에선 보기 힘든 정장과 하이힐, 스타킹과 향수를 사용하는 그녀였죠. </p> <p class="바탕글">그녀는 보험설계사였습니다.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안 그래도 과도한 자위와 야근으로 생명의 불꽃이 미미해져감을 느껴, 내 죽더라도 효도 한 번 하자는 생각으로 보험사에 연락을 했습니다.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그날 저녁 달려온 그녀가 내준 견적을 인터넷에 물어본 결과 썩 나쁘지도 좋지도 않다는 답을 들었지만 저는 그 자리에서 쉽게 승낙하지 않았습니다.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서명을 하는 그 순간 다시는 그녀를 볼 수 없을 테니까요.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다시 생각해보겠다며 퇴짜를 놓고 며칠이 지났습니다. </p> <p class="바탕글">그녀가 과일을 한바구니 사들고 왔더군요.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눈물이 날것만 같았습니다. </p> <p class="바탕글">지금까지 여자에게 그런 선물을 받아본 적 없었거든요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과일을 본 순간 직원들이 멧돼지처럼 달려들어 과일을 먹어치우는데, 그들이 베어 무는 사과조각이, 거칠게 벗겨내는 귤껍질이 마치 그녀의 살과 옷자락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결국 치사하다는 험담들을 뒤로 하며 남은 과일들을 품에 꼭 안아 집으로 향했습니다.</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그 다음 주에 그녀는 아이스크림을 사왔고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그 다음 주에는 영양제를 사들고 왔습니다.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단순히 고객에게 대하는 태도가 아니라 분명 그녀도 도시 출신인 나를 한 남자로 느끼는 게 당연했고, 때문에 저는 사인할 듯 말듯 하며 그녀를 애태웠습니다.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그것이 내가, </p> <p class="바탕글">그리고 그녀가 원하는 것이었기 때문이죠.</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시간이 지나자 그녀는 업무에 방해가 될 정도로 하루에 너댓 번씩 내게 전화를 했고, 그녀가 날 얼마나 갈구하는지 잘 알았지만 쉬운 남자가 될 수는 없어 번번이 만나자는 약속을 거절했습니다.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얼마 남지 않은 크리스마스가 되면 멋들어지게 사인을 휘갈긴 후, 사인란 밑에 한 달 동안 궁리한 멋진 문구를 남기기로 다짐했기 때문입니다.</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그대를 처음 본 순간 사랑에 빠졌습니다. </p> <p class="바탕글">내 그대의 불기둥이 되어 영원히 타오를 테니 나의 영원한 불구덩이가 되어주오’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12월 17일 월요일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그녀가 예고도 없이 회사로 찾아왔습니다. </p> <p class="바탕글">너무도 갑작스런 방문이라 커피를 타는 내 손이 다 떨리더군요.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벌써 세 달이 지났어요.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진짜 고객님 같은 분도 처음이네요.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내년 1월 1일부로 고혈압과 당뇨가 약관에서 빠지거든요?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거기다 나이 때문에 보험료도 올라요. 늦어봤자 손해 보는 건 고객님뿐이에요 오늘 결정을 내려주세요!”</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떨리는 오른손을 왼손으로 억누르며 최대한 다정다감한 목소리로 그녀의 속내를 떠봅니다.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네 잘 알겠습니다. 정말 빨리 들어야겠군요. </p> <p class="바탕글">오늘은 좀 무리고 24일 저녁에 찾아오시면 확실히 결정을 내리겠습니다.”</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죄송하지만 그 날은 일하지 않는데요...”</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뭐 약속 있으세요?”</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네 딸아이랑 온천 가기로 했어요”</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결혼 하셨어요?...”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아이 참, 다들 그렇게 물어보는데 호호호호 딸애가 중1이에요”</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순간 흐릿하게만 보였던 그녀가 점점 선명해지면서 부드럽던 눈매의 주름이 하나 둘씩 드러나고,</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말끔하던 입가에는 번진 립스틱과 잔주름이 또렷하게</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새하얗기만 하던 치아는 치석과 립스틱 묻은 자국이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곱디 곱던 손등은 하얀 때비듬이 내려 앉아있었습니다.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정신을 차려보니 그녀는 사인을 끝낸 서류를 주섬주섬 챙기고 있더군요... 마지막 운명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듯 무의식적으로 물었습니다.</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월급 90만원인 제가 19만 원짜리 종신보험을 드는 건 좀 무리가 아닐까요?”</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3개월 내내 내게 환한 웃음을 내려주던 그녀가 무표정한 표정으로 “글쎄요?”라는 말을 짧게 내뱉는 순간 그녀와 나를 연결해주던 운명의 끈이 '톡'하고 끊어지는 것이 느껴졌습니다.</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그렇게 그녀는 떠나갔습니다.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앞으로 20년간</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매달 10일이 되면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통장에서 19만원이 인출되었다는 문자를 받으며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그녀를 추억하겠죠.</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안녕 내 사랑.</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p> <p class="바탕글"></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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