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div> <div> </div> <div>회사 동생이 참 좋은 놈이다.</div> <div>품절남에서 독거노인 으로 전직한 작금의 현실에도 말없이 이틀동안 이사한 집에서 먹고자고싸며 내 옆을 지켜준</div> <div>(이러니까 되게 한거 없어보인다. 실제로 한것도 없지만.) 그놈에게 나는 이틀동안 칙사대접을 하며 놀아주었다.</div> <div>가령, "포테토스틱좀 내오소" 하면 군말없이 사다주고 면상에 과자를 집어던지는 뭐 그런사이다.</div> <div> </div> <div>내가 호랑이새끼를 키웠어.</div> <div> </div> <div> </div> <div>아무튼 이놈과 나는 회사에서 덤앤더머, 병신과 머저리, 악어와 악어새 등 수많은 별명으로 불린다.</div> <div>그도 그럴 것이 아침에 뒤지게 싸우고 공병을 집어던지다가도, 퇴근시간 맞으면 근처 술집에서 술을 빨아제끼기 때문이다.</div> <div>그놈이나 나나 이 저주받은 오버워치를 하는데, 이제부터 할 이야기는 어느 푸른날 벌어졌던 경쟁전에 관한 이야기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그날도 주말인데, 우린 만나고 있었다. 피씨방에 앉아 크린베리 음료수 두개를 놓고 우리는 남들이 픽을 할 때까지 간단한 대화를 나눴다.</div> <div> </div> <div> </div> <div>"66번 국도네. 맥크리할거?"</div> <div> </div> <div> </div> <div>"ㅇㅇ... 행님은 뭐하실낀데요"</div> <div> </div> <div> </div> <div>"메르시 아니면 아돈빠가돈 하려고"</div> <div> </div> <div> </div> <div>"보막걸다가 뒤지실라 그랍니까"</div> <div> </div> <div> </div> <div>"조용히 해 미1친놈아 어린이들이 듣는다."</div> <div> </div> <div> </div> <div>나는 별로 고딩들이나 중딩들이 우리 뒤에 와서 구경하는걸 좋아하지 않는다. 난 세자리수 심해빨판상어급 점수대고,</div> <div>그놈도 네자리긴 하지만 나와 매칭이 되는 수준의 브실레기이기 때문이다. 마리아나 해구에 있느냐 동해 독도 밑 매탄가스 층에 있느냐</div> <div>그정도 차이일 뿐이다. 하지만 우리는 한번도 게임을 던진 적이 없다. 항상 최선을 다 했고 그 결과 이런 점수대에서 머물 수 있었다.</div> <div>잘하는것과 노력하는건 그 궤가 분명히 다르다는걸 다시한번 깨달았다.</div> <div> </div> <div> </div> <div>아무튼 픽은 이러했다. 나는 자리야, 녀석은 맥크리. 그러자 팀원 중 하나가 말한다.</div> <div> </div> <div> </div> <div>"님 맥크리좀. 저 맥크리 캐리함. 프로필 보시면 암"</div> <div> </div> <div> </div> <div>그놈이 그래? 하는 표정으로 놈의 프로필을 본다. 그리고 광분한 듯 채팅에 써내려갔다.</div> <div> </div> <div> </div> <div>"목처 1.3 맥크리로 뭘 캐리하냐. 니가 힐해라."</div> <div> </div> <div> </div> <div>"심해 수준보소. 나 이거 친구꺼임 몰라 던진다 ㅅㄱ"</div> <div> </div> <div> </div> <div>66번 국도 공격인데 그놈이 쏘옴브라를 픽하자 전체 채팅창에서 탄식과 아픔섞인 채팅내용들이 올라온다.</div> <div> </div> <div> </div> <div>"님 그냥 줘여"</div> <div> </div> <div>"뭘해도 솜브라보단 나아여"</div> <div> </div> <div>"그래도 쟤는 목처 2는 넘네"</div> <div> </div> <div>"아몰라던짐 ㅅㄱ 솜브라 개꿀잼"</div> <div> </div> <div> </div> <div>아주 자유분방학 픽에 대해 다시 한번 절감한 그날의 픽은, 자리야(나) 맥크리(그놈) 리퍼 메르시 쏘옴브라 토르비욘 이였다.</div> <div> </div> <div> </div> <div>"얘네 진짜 막사네"</div> <div> </div> <div> </div> <div>우리가 자주 출몰하는 그 피씨방엔 역시 자주 출몰하는 중딩들도 있었는데, 마침 그놈들이 지나가다 우리 픽을 보며 이렇게 말했다.</div> <div> </div> <div> </div> <div>"와 저게 심해야"</div> <div> </div> <div> </div> <div>팍씨 저리 안가? 라는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자 중딩애들이 움찔하더니 갈 길을 간다.</div> <div>아무튼 이혼크리로 별로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한다면 한다. 얘네가 공토르의 대가일수도 있고 리퍼로 파라를 잡는 개고수일수도 있다.</div> <div>(사실은... 김일성이 솔방울로 수류탄을 만들어 나선탄환을 박정희한테 발사했다는게 현실적이겠다 라는 생각을 했다.)</div> <div>애써 그렇게 생각하며 5 4 3 2 1 공격을 시작합니다. 오케이 우선 리퍼 짜르고.... 아니 짤리고...</div> <div> </div> <div> </div> <div>정크 덫폭탄 크리에 리퍼가 짤리고 이따온다는 말을 하고 떠난 쏘옴브라는 영영 돌아오지 않는다.<br>일단 만들고 부수라는 토르비욘은 만들기도 전에 부서지고 앞구르기로 컨테이너까지 진출한 맥크리 뒤에 겨우 살아남은 나와 메르시는</div> <div>포화가 빗발치는 노르망디의 군인들이 이런 기분이였나 싶을 정도로 잠깐 서 있었다.</div> <div> </div> <div> </div> <div>"야. 저새끼들 올때까지...아니다. 가자! 메르시님 공버프요!"</div> <div> </div> <div> </div> <div>채팅창에 쓰며 동시에 외친 내가 두 대를 쳐맞자마자 동시에 방벽을 쓰고 앞구르기로 피스키퍼를 쏴대는 맥크리에게 방벽을 씌워주자</div> <div>고맙게도 픽을 바꾼 토르비욘이 플라잉 원숭이가 되어 오리사에게 날아갔다.</div> <div> </div> <div> </div> <div>"저럴거면 방벽 저새끼한테 씌웠지"</div> <div> </div> <div> </div> <div>근데 날아가자마자 공중에서 죽는다. 파라가 다이어트에 실패했나 싶었지 난.</div> <div> </div> <div> </div> <div>"ㅡㅡ덩치년아 방벽 안씌우고 뭐함"</div> <div> </div> <div> </div> <div>"니가 말도 안하고 픽 바꿨잖아요."</div> <div> </div> <div> </div> <div>그리고 이쪽도 별로 좋은 상황은 아니다. 앞구르기에 와리가리를 하며 총을 쏴대던 맥크리는 겐지에게 기스하나 못내고 죽었고,</div> <div>방벽 쿨 돌아온김에 고에너지 스택쌓던 내가 에너지탄을 뿡뿡 쏴댔지만 하여튼 일본놈이 문제라. 쓸 쓸 하면서 날파리처럼 날아다니는</div> <div>겐지때문에 빡친 상황에서 쏘옴브라가 한마디 한다.</div> <div> </div> <div> </div> <div>"하. 좆노잼이네. 이제부터 내가 캐리한다."</div> <div> </div> <div> </div> <div>그리고 나가버렸다.</div> <div> </div> <div> </div> <div>야 이...!</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그래 니가 없는게 캐리라면 캐리겠지.</div> <div>팀원들은 별로 빡치지도 않았다 그러던 와중에 메르시가 한마디 한다.</div> <div> </div> <div> </div> <div>"어? 쏨브라 나감?"</div> <div> </div> <div> </div> <div>... 이제알았냐.</div> <div> </div> <div> </div> <div>메르시는 매우 빡이 쳐 있었다. 힐할 상황도 안돼고, 하려고 하면 케어도 안되고, 그래서 그는 바람... 아니 바람같은 트레이서가 되었다.</div> <div>하지만 해결사는 우리의 빡침을 해결해주지 못했다. 그는 시간역행을 써서 경쟁전을 하기 전 상태로 돌아가버렸다. 물론, 점수는</div> <div>시간역행의 대상이 아니겠지만.</div> <div> </div> <div> </div> <div>이제 남은 사람은 네명이다. 나는 결단을 내려야 했다. 최초로 우리는 합의하에 게임을 던지기로 했다.</div> <div> </div> <div>"얘들아 잘들어"</div> <div> </div> <div> </div> <div>시작지점에서 나는 비장한 마음으로 채팅을 써내려갔다.</div> <div> </div> <div> </div> <div>"난 던진다."</div> <div> </div> <div> </div> <div>그리고는 한조를 픽했다. 이제 모든 것이 끝났다.</div> <div>그 말과 동시에 맥크리놈은 어 그래? 하고 위도우를 픽했다. 그러자 남은 두 사람이 주저하더니 하나는 겐지, 하나는 솔져를 픽했다.</div> <div>이 상황에서는 솔져가 그나마 제일 정상적인 놈이였다. 겐지를 픽한 놈이 전챗창에 올렸다.</div> <div> </div> <div> </div> <div>"적군은 들어라. 우리는 이제 항복을 한다. 백기를 올리고 나갈테니 제네바 협정에 의거 포로대우를 해주기를 바란다."</div> <div> </div> <div> </div> <div>뭐 미1친놈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고 웃고있는데 의외로 상대방에서 응답이 왔다.</div> <div> </div> <div> </div> <div>"좋다. 무기를 버리고 나와라."</div> <div> </div> <div> </div> <div>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div> <div> </div> <div> </div> <div>우리는 미친듯이 웃어대고, 질서정연하게 줄을 서 나갔다.</div> <div>상대놈들은 사격도 하지 않고 구르지도 않고 뛰지도 않은 채 우리를 맞이해줬다.</div> <div>그런데 갑자기 상대방 파라가 우리에게 난사를 하기 시작했다.</div> <div> </div> <div> </div> <div>"아 공격 안한다매"</div> <div> </div> <div> </div> <div>"너네무기들고있음 무기 버린다매"</div> <div> </div> <div> </div> <div>"이걸어떻게버려"</div> <div> </div> <div> </div> <div>"동정따위는 없다"</div> <div> </div> <div> </div> <div>"아니 무기를 어떻게 버리냐ㄱ"</div> <div> </div> <div> </div> <div>일렬로 서서 예쁘게 죽은 우리들이 재차 항복을 요청했지만 항복요구는 들어지지 않았다.</div> <div>슬슬 빡친 우리는 하나 둘 씩 게임에서 나갔고, 나는 컴퓨터를 끈 채 놈에게 말했다.</div> <div> </div> <div> </div> <div>"망했어. 술이나 빨러가자."</div> <div> </div> <div>"...ㅇㅇ.."</div> <div> </div> <div> </div> <div>최초로 인생에서 게임을 던졌다는 배덕감과 묘한 흥분에 그날도 술을 진창 마셔댔고, 당연히 다음날 방에 누워</div> <div>멍하니 천장만 바라보게 되었다. 망할놈의 오버워치같으니.</div> <div>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