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동네 아이들에게 "존나 센 아저씨" 라고 불리게 된 이후 일요일 아침이면 두 세 명의 어린아이들이 초인종을 눌러대기 시작했다.</div> <div> </div> <div>존나 센 아저씨가 된 안타까운 사연 : <a target="_blank" href="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humorstory&no=447683&s_no=447683&page=3" target="_blank">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humorstory&no=447683&s_no=447683&page=3</a></div> <div> </div> <div>"누구세요?"</div> <div> </div> <div>"존나 센 아저씨! 우리 딱지 쳐요!!"</div> <div> </div> <div>"이놈들아.. 일요일 아침부터!!"</div> <div> </div> <div>그때 아이들 노는 데서 같이 양팔 걷고 딱지를 쳤을까 후회도 되지만, 형들과 딱지치러 나가자며 좋아하는 삼삼이와 와이프에게 </div> <div>일요일 오전 잠시나마 혼자만의 시간을 만끽할 수 있는 여유를 느낄 수 있게 한다는 것을 위로 삼으며 삼삼이를 데리고 놀이터로</div> <div>향했다.</div> <div> </div> <div>2017년 새해 아침 일어나서 가장 먼저 한 일이 세수 다음으로 동네 아이들과 딱지 치는 거라니..</div> <div>놀이터에 내가 등장했을 때 자기들끼리 놀고 있던 아이들은 '존나 센 아저씨'와 그 아들의 등장에 하나둘 긴장한 모습이었다.</div> <div> </div> <div>"얘들아.. 너희는 딱지말고 터닝메카드 같은 거 안 하니?"</div> <div> </div> <div>"딱지가 더 재미있어요! 요즘은 터닝메카드 안 해요!"</div> <div> </div> <div>"알았다. (플라스틱 딱지 하나를 바닥에 던지며..) 자.. 차례대로 덤벼.."</div> <div> </div> <div>이제는 놀이터의 아이들도 "저 아저씨는 딱지를 따도 다시 돌려준다는 사실을 알기에 이놈 저놈 달려들어서</div> <div>'존나 센 아저씨"에게 도전을 시작했다. 오늘은 딴 딱지를 들고 그대로 집에 들어가서 놀이터를 통곡의 장으로 만들어볼까</div> <div>생각도 해봤지만 평균연령 9세 이하로 추정되는 아이들에게 어른으로서 못 할 짓 같았다. </div> <div> </div> <div>매주 내게 리벤지!! 라는 단어를 남발하던 우리 아파트 딱지 고수 초딩 녀석도 그리고 내 소문을 듣고 다른 아파트에서 횡단보도를 건너</div> <div>원정 딱지를 온 녀석도 검은 딱지는 1번 부활 가능하다며 좀비같이 달려들던 아이도 40년 전통의 딱지 고수 '존나 센 아저씨'에게 상대가 </div> <div>되지 않았다. </div> <div> </div> <div>'오늘도 어김없이 점심 먹기 전까지 이렇게 딱지만 하염없이 치겠구나..' 라고 생각할 때 한 아이가 아버지를 데리고 나타났다.</div> <div>순간 놀이터의 아이들 사이에는 정적이 흘렀다. 애들 노는 놀이터의 딱지판에 어른이 둘 이라니.. </div> <div>아이의 손에 이끌려 나온 아버지 머리에 부시시하게 까치집이 완공 되어 있는 것을 보아 '저 양반도 곤히 잠들어있다 나처럼 끌려 나왔군..'</div> <div>하며 안쓰러운 마음도 들었다. 그는 잠시 내가 아이들과 딱지치는 것을 구경하더니 </div> <div> </div> <div>"삼삼이 아버지 딱지 좀 치시네요?" 라고 했다.</div> <div> </div> <div>"어.. 저 아세요?" </div> <div> </div> <div>"네.. 얘는 저희 큰 애고 둘째가 삼삼이랑 같은 어린이집 다닙니다. 그때 운동회 때 인사드렸었는데.."</div> <div> </div> <div>"아! 그러시군요.... 제가 못 알아봤습니다.."</div> <div> </div> <div>"제가 지금 자다나와서.. 몰골이..."</div> <div> </div> <div>그리고 내가 다시 삼삼이에게 자랑스러운 존나 센 아빠의 모습으로 딱지치기를 하고 있을 때 아버지를 데리고 온 아이가</div> <div>"아빠도 딱지 쳐 봐!!" 라며 내게 도전장을 강제로 던지게 되었다. </div> <div> </div> <div>그 아이의 아버지는 플라스틱 딱지를 쳐 본 적이 전혀 없다고 하지만, 확실히 그동안 상대했던 애들과 달랐다. 처음에는 애들 장난이라</div> <div>생각하며 무심히 던지던 몇 번의 합이 오간 뒤부터 힘을 집중하기 시작했고 예상을 뒤엎고 쉽게 뒤집어지지 않던 나의 딱지가 뒤집어졌다. </div> <div>이 놀이터에서 기록한 공식적인 첫 패배였다. </div> <div> </div> <div>"하.. 한 판 더 하시죠.." </div> <div> </div> <div>"네. 뭐 그러시죠."</div> <div> </div> <div>그 아이의 아버지 목소리에는 처음 놀이터 왔을때의 '내가 여기 왜 있지.' 하는 귀찮음이 아닌 딱지 고수를 첫판에 눌렀다는 자신감이 </div> <div>묻어 있었다. 그리고 나는 승부욕 아니 40년 딱지 인생의 자존심이 걸고 말했다. </div> <div> </div> <div>크기와 위엄을 자랑하는 대왕 딱지로 승부를 볼까 생각했지만, 진정한 딱지 고수는 크기와 신분으로 승부하는 것이 아니라 스킬로 </div> <div>승부하는 것이라는 자존심으로 일반 딱지를 바닥에 내려놓았다.</div> <div> </div> <div>"선공하시죠.."</div> <div> </div> <div>"네.. 그럼.."</div> <div> </div> <div>몇 번의 합이 오갔고 놀이터의 아이들은 자신들의 딱지치기를 뒤로 한 채 두 아저씨의 진검승부를 침을 꼴깍 삼키며 지켜봤다. </div> <div>그리고 온 힘을 다해 날린 나의 딱지에 그 아버지의 딱지가 뒤집어졌다. 나의 승리였다. </div> <div> </div> <div>"이번 판은 제가 가져갑니다..."</div> <div> </div> <div>"저기 한 판 더 하셔야죠!" 이제 그도 승부욕에 불타오르고 있었다. </div> <div> </div> <div>"저 이번 판이 마지막입니다. 점심 먹을 시간도 됐고 저기 애 엄마가 기다리고 있어서요."</div> <div> </div> <div>멀리서 팔짱 끼고 우리를 바라보는 삼삼이 엄마를 가리키며 말했다.</div> <div> </div> <div>"네 그러시죠. 삼 세판 딱 좋습니다." </div> <div> </div> <div>이제 그도 플라스틱 딱지에 대한 파악이 끝나 장기전을 예상했지만 첫 공격부터 너무 힘을 실어 던진 그의 딱지가 뒷면으로 뒤집어졌다.</div> <div>나는 그 피니쉬 찬스를 놓치지 않았다. 신중하게 그리고 힘을 실어 던진 나의 딱지는 그의 딱지를 다시 정면으로 돌아섰고 놀이터에는</div> <div>아이들의 탄성이 오갔다. </div> <div> </div> <div>나는 어깨를 약간 들썩이며 자신에 찬 목소리로 딱지들을 아이들에게 다시 나눠주며 "그럼 먼저 들어갑니다.." 라며 삼삼이를 안고 와이프가 </div> <div>있는 쪽으로 걸어갔다.</div> <div> </div> <div>등 뒤에서 아이들의 "저 아저씨 존나 센 캐 보스다!!" 라는 외침이 들렸다.</div> <div> </div> <div>이제 난 "존나 센 캐 보스"다!!</div> <div> </div> <div> </div> <div>아.. 쪽팔리다.</div> <div> </div> <div>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