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아버지와 밭을 갈다가 "아버지는 민들레 같아요.."라고 말씀 드린 적이 있다. 아버지께서는 "내가 일편단심으로 너희 엄마만 사랑해서 그러니?"</div> <div>라며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씀하셨다. 나는 단호하게 "아뇨. 민들레 홀씨가 바람에 날아가듯 아버지 머리카락도 바람에 날아가서</div> <div>이제 얼마 없잖아요."라고 말씀 렸다. 아버지께서는 삼강오륜을 무시하고 나를 죽이겠다는 눈빛으로 조용히 땅을 파는 용도로 쓰는 삽을 휘두르셨다. </div> <div> </div> <div>그렇다. 우리 아버지는 대머리이시다. </div> <div>어느 누군가는 말했다. 대머리는 한 대 걸러서 나온다고 나는 그런 유언비어를 퍼뜨린 사람을 잡아다 핀셋으로 그 사람의 머리카락을 한 올 한 올</div> <div>뽑으면서 유언비어를 퍼뜨린 대가를 응징하고 싶다. 아니 온 몸의 털을 하나 하나 뽑아 버리고 싶다. </div> <div>과거 청춘시절 장국영의 5대5 가르마도 소화했던 나였는데, 이제는 머리에 장난을 치면 머리속이 비치기 시작했다. </div> <div>한때는 대머리가 되면 구차하게 하이모 따위에 의지하지 않고 당당하게 대머리로 살아갈거야! 라고 했지만, 막상 대머리의 조짐이 보이니 </div> <div>머리를 관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다리에 털은 아마존 원시림처럼 많은데, 왜 하필 모든 사람들이 보기 싫어도 봐야 하는 </div> <div>머리의 털은 벌목기가 헤치고 간 개발도상국의 민둥산 처럼 되어야 하는지 억울했다. </div> <div> </div> <div>결국 나는 나처럼 탈모가 진행 중인 친구와 무료로 검사를 해준다는 탈모 클리닉을 가보기로 했다.</div> <div>우리는 클리닉으로 향하면서 이나중 탁구부에 나왔던 무지개 원리를 이야기 했다. </div> <div>(대머리 노인 7명이 햇빛을 머리로 반사시켜 무지개가 생긴다는 전설)</div> <div>친구는 빨강, 나는 보라색을 맡자 이런 의미없는 농담을 하며 클리닉으로 입장했다. </div> <div>클리닉에서 우리의 상담을 맡은 실장님. 그녀의 눈빛은 "내가 너희들에게 북을 선물해줄께. 수북 수북" 이라는 강렬한 사인을 보내고 있었다.</div> <div>먼저 친구가 검사를 받고, 그 뒤 내가 받았다. 우리 둘 다 증상은 탈모 진행중으로 비슷했다. </div> <div>일단 무료 검사를 받고 나가려는 찰나 실장은 우리에게 관리의 중요성을 친절하게 30분이 넘게 설명해주고 다양한 대머리 유형과 </div> <div>그리고 대머리에서 머리털이 솟아나는 마치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에서 유전이 발견되는 기적과도 같이 머리털이 난 사람들의 </div> <div>성공 사례도 이야기 해주었다. 결국 나와 친구는 탈모 관련 샴푸와 정체불명의 액체(생약 성분이므로 반드시 냉장보관을 하라고 했다.)</div> <div>그리고 머리 감을 때 쓰는 탈모 전용 도구를 구매하고 나왔다. </div> <div> </div> <div>집에 도착해 탈모 관련 샴푸와 정체불명의 액체를 잘 모셔두고 시키는 대로 열심히 바르고, 전용도구를 사용해 머리를 감았다. </div> <div>왠지 거울을 볼 때마다 웰라스틴 했나요? 라는 질문을 듣던 20대의 수북한 찰랑찰랑한 머리결로 돌아가는 느낌이었다. </div> <div>하지만 거울에 내 모습을 볼때면 눈이 부셔서 눈을 감고는 했다. (물론 외모 때문에 눈이 부셨을까? 당신의 상상에 맡기겠다.)</div> <div> </div> <div>그러던 어느 날 친구와 진탕을 술을 마시고 어떻게 데리고 왔는지 몰라도 친구를 집에 데려왔다. 다음 날 아침 정체불명의 샴푸와 </div> <div>섞어 쓰라고 준 액체가 빈병으로 바닥에 있는 것이다. 난 친구의 멱살을 잡고 말했다. "야이 개객기야 이게 얼마 짜린데, 이걸 니 오장육부에</div> <div>쳐 넣어"  친구에게 친절히 그 액체의 용도를 말해주고 이제 너의 위장에 융털이 자라서 너의 온 몸을 뒤덮을 거라고 협박했다.</div> <div> </div> <div>그리고 퇴근을 앞둔 지금 나는 그곳으로 또 다시 정체불명의 액체를 구매하러 갈 예정이다.</div> <div> </div> <div>스트레스 받지 마세요. 탈모에 최악이랍니다.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