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div> <div><font size="2">가로등 조차 없는 밤거리를 얼마나 뛰었을까. 이미 숨은 턱까지 차오르고 살을 에는 겨울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질 정도로 </font></div> <div><font size="2">몸은 뜨거워져 있었다. 이게 다 싼맛에 교외에 있는 집을 계약한 탓이다. 거기다 집 앞에 있는 유일한 편의점 마저 직원이 </font></div> <div><font size="2">자리를 비웠는지 문이 굳게 잠겨있는 탓이다. 하지만 손놓고 앉아있을 수 많은 없었다. 뛰어야 한다. 쉬지말고 뛰어야 한다. </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오늘은 역사적인 날이 될것이다. 나에게도 그녀에게도. 만리장성처럼 굳건하던 그녀의 성벽이 오늘 드디어 허물어졌다. </font></div> <div><font size="2">결혼 전엔 절대로 안된다는 그녀의 맘을 돌리기 위해 그동안 얼마나 인고의 세월을 보냈던가. 수없이 좌절하고 다시 도전하기를 </font></div> <div><font size="2">얼마나 반복했던가. 그리고 마침내 절대 열릴것 같지 않던 그녀의 마음을 열 수 있었다. </font></div> <div><font size="2">그리고 오늘밤. 뜬눈으로 지새던 밤들의 보상을 받게 될 참이었다. 하지만 없었다. 콘돔이. </font></div> <div><font size="2">예상치 못한 사태에 힘들게 열었던 그녀의 마음의 문은 다시 조금씩 닫히기 시작했고 난 집을 뛰쳐 나왔다. </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이것이 내가 광인처럼 밤거리를 배회하고 있는 이유였다. 얼마나 달렸을까. 아무리 달려도 가게는 보이지 않았고 발걸음은 </font></div> <div><font size="2">조금씩 무거워졌다. 그렇게 좌절감이 발목을 붙잡고 절망이 어깨를 짓눌러 걷는것 조차 힘에 부치기 시작할 때 마침내 </font></div> <div><font size="2">가게를 발견했다. 성인용품이라는 간판을 보았을 뿐인데 나는 사정할 것 같은 희열을 느끼며 떨리는 손으로 문을 열었다. </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카운터엔 노인이 앉아있었다. 성인용품점이라는 가게 이미지와는 맞지 않게 노인의 눈은 맑고 깊었다. 성인용품점 특유의</font></div> <div><font size="2">빨간 조명이 노인의 뒤로 후광처럼 비치고 있었다. 하지만 경박스럽다거나 음란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오히려 붉은 빛에 둘러싸인</font></div> <div><font size="2">노인의 모습에선 경건함 마저도 느껴지고 있었다. </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무슨일로 날 찾아 왔는가?"</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콘돔... 콘돔을 주시오..."</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노인은 미동조차 없었다. 한참을 기다리다 다시 얘기를 꺼내려는 찰나에 노인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자네... 먼길을 걸어왔군. 아마도 절실히 원했겠지. 하지만 나는 길거리에 널린 시시한 장사치가 아닐세."</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이런 말을 들어 봤을걸세. 콘돔을 끼우려는자 그 질김을 견뎌라."</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처음 듣는다. 시끄럽고 그냥 빨리 콘돔이나 달라고 말하려는데 노인은 내게 물었다. </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어떤 콘돔을 찾으러 왔는가?"</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말문이 턱 하고 막히는 느낌이었다. 거기까진 생각해 보지 않았다. 사실 찢어진 콘돔만 아니면 뭐든 상관 없었다. </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대답하게."</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 딸기맛?"</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그럴 줄 알았다는 듯한 표정을 한 노인의 얼굴엔 비릿한 미소가 떠올랐다.</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달콤한 사랑을 원하는군. 하지만 사랑을 나눈다는 행위가 자네 생각처럼 그렇게 달콤한 일은 아니지."</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 어째서?"</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자네가 한번 사정할 때 마다 나오는 정자의 숫자가 일억마리일세. 콘돔을 사용하는 순간 자네는 일억의 생명을 앗아가는거지. </font></div> <div><font size="2"> 정자도 생명인데 같이 살아야지 어떻게 그럴수 있나?"</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미친 그러면 애초에 성인용품 가게를 하지 말아야 하는것 아니냐는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font></div> <div><font size="2">시간을 보니 이미 집을 나선지 꽤 오랜시간이 지났고 나는 점점 초조해 지기 시작했다. </font></div> <div><font size="2">괜한 다툼을 벌여봤자 시간만 더 지체할 뿐이었다. 나는 노인의 말에 대충 맞장구쳐주기로 마음먹었다.</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그 아이들까지 품고 더 열심히 살겠습니다. 항상 미안한 마음으로."</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노인은 짐짓 놀라더니 </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아직도 자네같은 청년이 있었다니! 놀랍구만.. 좋네. 자네에겐 내 특별히 가장 아끼는 물건을 주지. 기다리게."</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노인은 어디론가 향하더니 빛바랜 낡은 상자를 하나 가지고 나왔다. 꽤 오랜시간 묵혀둔 물건인지 상자 위엔 뽀얗게 먼지가 쌓여있었다.</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죽기 전에 이 물건을 다시 꺼내게 될 줄이야. 이 콘돔은 내가 젊은 시절 세계를 유랑하다 우연히 손에 넣게 된 물건이지.</font></div> <div><font size="2">천년된 브라질 고무나무의 수액으로 만든 마법의 콘돔일세. 말 그대로 천년에 한번 만들어 질까 말까 한 물건이지."</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나는 시간이 가는것 조차 잊은 채 노인의 신비한 이야기에 빠져들었다.</font> </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이 콘돔은 개기일식과 리오카니발이 겹치는 첫번째 날 밤에 반달레이 실바가 브라질리언 킥으로 벌목한 고무나무의 수액으로 </font><font size="2">만든 </font></div> <div><font size="2">콘돔일세. 이 콘돔은 아주 특별한 힘을 지니고 있지."</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노인은 주변을 살피더니 나에게 귀를 가까이 대라는 손짓을 보냈다. 나는 마른침을 삼키며 노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 이 콘돔을 사용해서 관계를 가지면.... 절대 임신이 되지 않는다네."</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노인의 측두부에 브라질리언킥을 꽂아넣고 싶은 욕구를 겨우 참아내고 나는 말했다.</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 알겠습니다. 이런 귀한물건을... 잘 사용하겠습니다."</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마음에도 없는 감사의 말을 남기고 나는 집으로 향하기 위해 문으로 향했다. 문밖을 나서려는 순간 노인이 나를 다시 불러세웠다.</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잠깐! 이거 큰일날뻔 했구만. 그 콘돔을 사용할때 꼭 조심해야 할 일이 있다네. 허허 참... 이걸 깜박하다니 나도 죽을때가 됐나부이."</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그리고 노인은 말했다.</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그 콘돔.... 만든지 오래되서 조그만 마찰에도 잘 찢어진다네.. 조심히 사용하게.. "</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노인의 말이 맞았다. </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노인은 죽을 때가 됐다. </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내 발이 춤췄고 노인의 목덜미가 활처럼 휘었다.</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font>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