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나이 마흔에 겨우 결혼하여 만나게 된 아기가 이제 다음 달이면 첫 돌을 맞이하게 됩니다.</p> <p> </p> <p>모든 부모가 그렇겠지만, 그래서 제겐 참 여러모로 의미와 변화를 안겨다 준 자식입니다.</p> <p>아내와 아기와 함께하는 시간을 최우선으로 두고자 육아휴직 따위 구차하니 회사도 그만두겠다 하여 </p> <p>벌써 백수 2년차에 접어드는 중이니까요 ㅎㅎㅎㅎ</p> <p> </p> <p>요즘 저의 낙은 아기와 '대화를 하는 척'하는 겁니다. </p> <p>아기는 11개월차 주제에 두 다리로 종횡무진 걸으면서 하고 싶은 말이 많은지 옹알이도 곧잘 합니다.</p> <p> </p> <p>물론, 또래의 다른 아기들 비해 뒤쳐지는 부분도 많습니다. 주로 개인기 면에서 그렇습니다.</p> <p> </p> <p>안녕하며 손흔들기 -> 알아서들 내게 흔들어라, 난 흔들지 않는다.</p> <p>곤지곤지 잼잼 -> 알게 뭐냐, 손바닥 따위 귀찮게 오므렸다 펴지 않겠다.</p> <p> </p> <p>이런 류의 개인기는 오로지 아빠와 손가락을 마주치는 이티 놀이에만 응해줍니다.</p> <p> </p> <p>여튼 그런 아기와 붙어 있으면서 제가 요즘 자주하는 놀이는 </p> <p>외계어에 가까운 아기어에 호응해주며 대꾸를 해주는 겁니다. </p> <p>아내는 처음에는 그런 저를 기특하게 바라봐 주었지만, 최근의 대화 이후 절 좀 불쌍한 놈으로 보고 있습니다.</p> <p> </p> <p> </p> <p>"어우후, 우아아콰아."</p> <p> </p> <p>"웅 그래? 아빠도 그렇게 생각을 해."</p> <p> </p> <p>"당신은 그걸 어떻게 알아들어? 둘이서 무슨 대화를 하는 거야?"</p> <p> </p> <p>"별거 아냐, 양자역학과 끈이론에 대해서 이야길 해봤어."</p> <p> </p> <p> </p> <p>"빠, 빠빠, 마마빠빠빠, 아이이힝"</p> <p> </p> <p>"맞아, 아빠도 소쉬르의 언어학을 처음 들었을 때 그랬어. 단시간에 이해가 안되니 엄청 난감했지."</p> <p> </p> <p> </p> <p>이게 반복되다 보니 아내가 결국 그러더군요.</p> <p> </p> <p>"당신은 당신도 모를 이야기를 아기한테 해봤자, 애가 잘도 알아듣고 그러겠다."</p> <p> </p> <p>"아냐, 우리 아기는 다 알아 들어. 천재니까! 누가 뭐래도 천재인겨!!"</p> <p> </p> <p> </p> <p> </p> <p>뭐, 결과적으로는 </p> <p>최근에 돌잔치가 다가오니 애가 무작정 악을 쓰며 떼를 쓰기 시작해서 </p> <p>'우리 아기 천재설'은 씨알도 먹히지 않는 썰이 되었지만, </p> <p>전 요즘도 아기가 얌전할 때면 둘이서 대화 아닌 대화를 나누며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p> <p> </p> <p>"아후아, 바우하, 캬캬크아."</p> <p> </p> <p>"그래, 잘 생각했어. 아빠도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관해서는 별로 이야기 하고 싶진 않아."</p> <p> </p> <p> </p> <p> </p> <p> </p> <p>- 육아에 지치신 모든 분들 힘내시길 바라며, 아기가 잠자는 틈에 뻘소리 쓰고 퇴장합니다.</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