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n style="color:#333333;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font-size:13px;">10개월 딸과 연말연시를 미국 시댁에서 보내고 온 후기 두번째 입니다.</span> <div><span style="color:#333333;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font-size:13px;"><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미국이란 나라가 워낙 다양한 인종과 민족들이 섞여 있는 곳이니 제 경험이 미국을 대표하진 않을겁니다.</span></div> <div>저희 시댁은 미국의 전형적인 백인 워킹 클래스 같습니다.</div> <div>유색인종이라고는 없는 교외 한적한 주택가에 아담한 이층집에서 아들딸 대학 보낸 그런 집입니다.</div> <div><br></div> <div>저는 아기를 키우는 데 딱히 자신만의 고집이랄 게 있는 편도 아니고, </div> <div>대체로 제 모국 한국이나 현재 거주중인 일본의 엄마들에 비해 좀 게으른 편입니다.</div> <div>얼마나 미덥지 않으시면, 제 친정어머니께서 아기 낳은 저를 보러 오셔서는 로봇청소기를 사 주고 가셨어요.</div> <div>너처럼 쑥쑥한(지저분한) 엄마 밑에서 자랄 손녀가 안쓰럽다시며.</div> <div>하지만 지금도 집안은 난장판입니다.</div> <div><br></div> <div>이유식은 일단 만들어 먹이고 있긴 하지만, 그건 일본에는 배달 이유식도 없고 시판 이유식은 비싼데다가 아기도 안좋아해서입니다.</div> <div>초기에는 이것저것 열심히 만들어봤으나, 중기 이후로 아기가 별로 안먹기도 하고 귀찮기도 해서 저도 대충 만들어 먹이고 있습니다.</div> <div>한국에서는 돌전에는 간을 전혀 안한다고 들었는데 일본에서는 중기 이후로 간장 된장 조금씩 써도 된다고 해서 간도 하구요.</div> <div>아기용 과자도 당연히 먹입니다.</div> <div><br></div> <div>미국 시댁에 가서도 아기 이유식을 만들어서 냉장고에 넣어놨는데, 저희 어머님이 아주 신기해하시더라구요.</div> <div>시어머님이나 주변에서 아기 이유식을 만드는 걸 본 적이 없으시대요.</div> <div><br></div> <div>저희 시어머님이 울 남편과 시누를 키울 때는 3~4개월 부터 분유에 아기용 시리얼을 불려서 젖병에다가 주고</div> <div>그 뒤에는 거버처럼 수퍼마켓에서 파는 퓨레 형식의 이유식을 주다가</div> <div>8개월 쯤 부터는 어른들이 먹는 음식을 잘게 썰어주고</div> <div>10개월 쯤에는 거의 어른들 먹는 음식을 먹였다고 하십니다. </div> <div>물론 그렇다고 10개월 아기에게 스테이크를 썰어먹이신 건 아니시지만, 엄마아빠가 먹는 음식 중에 먹을만 한 건 간도 따로 안하고 그냥 주셨다네요.</div> <div>진짜루.</div> <div><br></div> <div>크리스마스 이브에 남편 외할머니댁에 놀러갔는데, 어머님이 귓속말로</div> <div>"할머니께는 아기가 아직 어른음식을 나눠먹지 않는다는 얘기 안했어. 좀... 싫어하실거야..."라고 하시더라구요.</div> <div>마치 10개월 아기에게 손수만든 이유식을 먹이는 제가 유난한 엄마로 보일 수 있다는 느낌이었어요.</div> <div>신선하더군요. 내가 그런 고집있는 엄마가 되다니!! </div> <div><br></div> <div>친척 중에 18개월 된 아기 엄마도 있어서 얘기를 했는데 어머님과 비슷하게 </div> <div>4개월부터 거버, 8개월쯤 부터 자기들 먹는 음식을 잘게 잘라서 먹였다고 하네요.</div> <div><br></div> <div>시누가 곧 서른이라 주변에 아기 키우는 친구들 많은데 "우리 한국 올케는 이유식을 만들어 먹인대"하면 다들 깜짝 놀란다고 합니다.</div> <div>"이유식=수퍼에서 사먹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한가봐요.</div> <div><br></div> <div>저도 수퍼에 가서 아기 이유식을 유심히 봤는데 대부분이 과일 채소 퓨레 종류로, 음식스러운(?) 건 못봤어요.</div> <div>한국이나 일본은 9개월 이후로는 시판 이유식도 밥알이 남아있거나 우동면같은 게 보이는데 말이죠.</div> <div><br></div> <div>진짜 집에서 이유식을 안만드는구나 싶었던 건 서점에 가서 느꼈습니다.</div> <div>미국 서점에서 가장 큰 영역을 차지하는 건 요리책이지 싶거든요. </div> <div>채식주의 요리책만 해도 몇십권이죠.</div> <div>근데 이유식 만드는 책은 다섯권밖에 없더라구요.</div> <div>오가닉 재료로 만드는 이유식(대부분 과일 채소 퓨레 만드는 법), 아이주도 이유식 정도.</div> <div><br></div> <div>이러니 아기 먹이겠다고 시금치 데치고 당근 삶고 화이트소스 만드는 제가 시댁 식구들 눈에는 "유난하고 까다로운 엄마"로 보일 수 밖에 없었겠죠.</div> <div>후후훗. </div> <div><br></div> <div>이런 상황을 겪고, 저는 아... 지금까지도 대충 먹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더 대충 먹여도 되겠구나!!란 생각이 들면서 편해졌습니다.</div> <div><span style="font-size:9pt;">8개월 때부터 엄청난 편식으로 맥앤치즈와 치토스(!)만 먹었다던 남편이 지금은 누구보다 건강한 식생활을 하고 있는 걸 보니</span></div> <div>지금 내가 아기에게 먹이는 음식이 아기의 평생을 좌우할 것 같은 중압감이 사라졌거든요.</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이게 이번 미국 여행에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이라면 수확입니다.</span></div> <div>대충 해도 괜찮다는 거. 크하하하하하!</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