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예정일을 10일 넘긴 오늘, 제왕절개 수술 예정인, 일본 거주 임산부입니다. </div> <div>저 아래 마흔이 되기전에 낳고 싶었다고 글 썼던… 결국 제왕절개로 정해졌습니다. </div> <div><br></div> <div>수술은 오후 4시쯤인데 어제 8시 이후로 금식, 오늘 아침 6시 이후로 물한모금도 못마시는 상황이라 배고프고 목말라요… </div> <div><span style="font-size:9pt;">그저께부터 입원해 있던 상태라 아침부터 링겔맞고 있는데 목마른 건 바뀌질 않네요.</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텔레비전 틀면 먹는 얘기들 뿐이고, 인터넷도 볼만큼 봤고 뭘해도 시간이 안가서 글을 쓰기로 했습니다. </span></div> <div><br></div> <div>저는 일본의 적십자병원(종합병원)에 다니고 있습니다. </div> <div>이 병원은 임신중독증같은 치명적인 이유가 있지 않은 이상, 예정일+일주일(41주 0일)까지는 유도분만이나 제왕절개를 하지 않아요. </div> <div>대신 예정일+일주일 되는 날부터 입원을 합니다. </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입원 후, 6일 이내(41주 6일)까지는 반드시 출산을 하게하는 시스템입니다.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유도분만이든 제왕절개든요.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덕분에 저는 한국같으면 “애기가 너무 크니 유도분만하자”는 말을 들었을 법한 상황이었지만 41주차까지 계속 아이를 키워왔습니다. </span></div> <div><br></div> <div>41주 1일차인 월요일에 입원을 하니, 일단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자궁입구를 부드럽게 해주는 약을 링겔로 맞고 시작했습니다. </div> <div>촉진제와는 다르다고 하네요. </div> <div><br></div> <div>그거 다 맞고는 초음파로 아기 사이즈도 재고, 제왕절개를 대비해서 심전도 검사도 하고, 골반 엑스레이도 찍었습니다. </div> <div>앞으로 어떻게 할지는 다음날 의사선생님 내진 받고 정하자고 하더이다. </div> <div><br></div> <div>그럴거면 전 왜 건강보험 적용도 안되는데 <span style="font-size:9pt;">입원을 해야하나요…</span><span style="font-size:9pt;"> </span></div> <div>(일본은 임신/출산 관련 비용은 기본적으로 건강보험이 적용 안됩니다. 출산은 “병”이 아니라 “생리현상”이니까요-_-;;) </div> <div>싶었지만, 예정일 넘긴 후부터 매일밤 불안했던 거 생각하면 차라리 병원에 있는게 마음편하기도 합니다.</div> <div><br></div> <div>일본생활이 벌써 13년차, 건강한 체질 덕에 입원은 처음입니다. </div> <div>첫날은 6인 1실 병실에 묵었어요. </div> <div>저처럼 예정일을 넘겨서 들어온 사람도 있고, 조산 징후가 있어서 절대 안정을 위해 입원한 임산부들도 있었습니다. </div> <div><br></div> <div>조산방지를 위해 입원한 분들은 링겔이랑 기계장치를 항상 끌고 다녀야해서 화장실 한 번 가는 것도 여간 번거로워보이지 않더라구요. </div> <div>그렇게 몇 달을 병원생활해서 아기를 지켜내시는 모습, 대단하다 싶었습니다.</div> <div><br></div> <div>반면에 여기도 민폐인 사람들 있어요. </div> <div>제가 다니는 병원의 경우, 다인실 병실에는 가족들도 못들어갈 뿐 아니라(면회실이 따로 있음), 병실 내에서 통화도 하면 안돼요. </div> <div>개인별로 텔레비전이 있어도 다들 이어폰을 사용하구요. </div> <div>그러니 병실 안이 아주 조용합니다. </div> <div><br></div> <div>그런 속에서 자기 남편은 물론이고 회사 동료들에게 전화를 걸어 한참 통화하는 사람이 있더라구요. </div> <div>한국이었으면 “통화는 밖에서 하세요”라고 한소리 하는 사람이 있었을 법도 한데 여긴 다들 불쾌해 하면서, 아무도 말은 못하는 느낌이었습니다. </div> <div><br></div> <div>9시 소등 후, 자려고 무던히 애를 썼지만 바뀐 환경과 불안함에 쉽게 잠이 들지 않았어요. </div> <div>어두운 공간 안에서 조산방지를 위해 입원한 환자들의 기계 시그널들이 점등하다보니 천정이 사이키조명처럼 번쩍거리는 것도 신경쓰였구요. </div> <div>뭐랄까… 천정만 보면 이 곳은 지금 한창 파뤼 나잇한 느낌? 결국 누워만 있을 뿐 3시간쯤 잤나 싶네요.</div> <div><br></div> <div>입원 이틀째였던 어제, 아침에 담당 의사선생님과 내진이 있었습니다. </div> <div>내진받고 상담하는 공간이 커튼 한장으로만 가려진 형태라 앞사람과 의사샘의 대화가 다 들렸습니다. </div> <div><br></div> <div>제 앞에 내진을 받은 사람이 저와 예정일도 같고, 아기가 아직 완전히 내려오지 않은 점, </div> <div>자궁입구가 열리지 않았고 산도가 아직 단단하다는 점, <span style="font-size:9pt;">골반크기는 문제가 없다는 점까지 완전히 똑같았어요.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의사샘이 그 분에게 “오늘부터 분만 촉진제를 써보자. 성공 가능성은 반반이다”라는 말을 했기 때문에 저도 같은 이야기를 들을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span></div> <div><br></div> <div>하지만… 저에게는 그분과 다른 점이 있었습니다. </div> <div>아기가 추정 체중이 4킬로그램을 넘는다는 점이었죠. </div> <div>게다가 아기 머리가 아래로 향해있기는 하지만 측면을 보고 있다는 것도 달랐습니다. </div> <div><br></div> <div>“이런 경우 분만하는 동안 아기가 회전을 잘 해주면 나올 수도 있지만, 너님은 아기가 너무 커서 뱃속에서 회전하는 게 그리 쉽지 않겠다. </div> <div> 머리가 걸려서 결국 응급제왕절개 수술하는 상황이 될 듯. 솔직히, 유도분만이 실패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div> <div> 진통은 진통대로 느끼고, 체력은 체력대로 쓰고, 돈은 돈대로 들고, 수술 후 회복도 느릴 수 있다. </div> <div> 물론, 의외로 쉽게 나올 가능성도 없는 건 아니니 선택해라”</div> <div><br></div> <div>방침 상, 가능한 제왕절개는 권하지 않는 병원이라 조심스럽긴 했지만, 의사선생님도 제왕쪽으로 더 기우신 것 같았습니다. </div> <div>저도 여기서 굳이 유도분만을 시도하는건 오히려 위험할 수도 있다 싶어서 제왕절개 수술을 받기로 했습니다. </div> <div><br></div> <div>솔직히, 예정일 지나면서부터 너무 갑갑했고, 유도분만을 할지 말지 혼자 고민하다 지친 상태라 결정이 났다는 것 만으로도 일단 속이 시원했어요. </div> <div><br></div> <div>병실로 돌아와 눈누난나 혼자 좋아하고 있던 와중에, 간호사가 와서 내일 수술에 간호학부 학생 두명이 견학을 하고 싶은데 괜찮겠냐길래 흔쾌히 OK했습니다. </div> <div>기분도 좋았고 참관인이 있으면 더 신경써서 수술을 잘해주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ㅎㅎㅎ </div> <div><br></div> <div>잠시 후 해당 학생들이 인사차 왔는데, 온 김에 제 털깎는 것부터 견학해도 되냐길래 그것도 OK 했습니다. </div> <div>자연분만의 제모와는 달리 수술로 절개할 부분을 바리깡으로 깎는거라 딱히 부끄럽지는 않았지만, 이런 것 까지 견학이 필요한가… 란 생각은 들었어요. </div> <div>남산만한 배에 가려 저에게는 보이지도 않는 털이 깎이는 모습을, 공부하는 자세로 보고있는 학생들이 좀 웃기기도 했구요.</div> <div><br></div> <div>마취과 의사샘이 수술에서 사용할 마취에 대해 설명도 해주셨습니다. </div> <div>아기 나올때까지는 척추 하반신 마취하고, 끝나고 나면 “가볍게” 전신마취한 상태에서 뒤처리 한다구요. </div> <div>전신마취는, 완전히 잠이 들라고 하는 게 아니라, 뒤처리 시간이 길기 때문에 불안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서 진정시키기 위한 목적이라, 아주 약하게 전신마취를 한다고 합니다. </div> <div>그래서 사람에 따라 잠이 드는 경우도 있고 그냥 정신이 몽롱한 정도인 경우도 있다고 하네요. </div> <div>척수마취의 사망률은 100만분의 1이하(원 인 어 밀리언?)이니 걱정하지 말라는 설명도 들었습니다. 이렇게 의료 지식이 1 늘었어요.</div> <div><br></div> <div>원래는 출산 후부터 독방을 쓰려고 했는데, 마침 수술 전날 독방이 비어서 방도 바꿨습니다. </div> <div>6인실은 기본요금, 4인실은 기본요금+3000엔, 독방은 기본요금+8000엔. </div> <div>총 11일동안의 입원이라 적지않은 부담이지만 한국처럼 산후조리원이 있는 것도 아니고, </div> <div>병실에서의 면회가 금지된 다인실과 달리, 독방은 남편이 병실 안으로 들어와서 함께 시간을 보낼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서 </div> <div>이번에는 사치를 부리기로 했어요. </div> <div><br></div> <div>병문안 올 부모님도, 형제도 없는 제 입장에서는 남편이라도 최대한 오래 함께 있어주는 환경이 절실하니까요.</div> <div><br></div> <div>독방으로 옮긴 덕분에 어젯밤에는 가진통으로 몇번 잠이 깨긴 했지만 곧바로 다시 잠 들 수 있어서 체력도 보충했습니다. </div> <div>목마르고 배고프고, 가끔 가진통 오는 거 빼면 하이힐 신고 축구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ㅎㅎ</div> <div><br></div> <div>수술당일인 지금까지도 사실 실감이 안납니다. </div> <div>내 뱃속에 진짜 사람이 들어있다는 것도, 이제 남편과 단둘(+고양이)이 아닌 세 사람(+한 고양이)으로 이루어진 가족이 된다는 것도요. </div> <div>나이 마흔, 남들에 비하면 뒤늦은 변화이긴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의연하게 잘 대처해 나갈수 있겠죠? 아마? 아닌가? </div> <div><br></div> <div>아… 이렇게 글을 썼는데 아직 이 시간…. 남편 올 때까지 아직 2시간이나 남았는뎅… </div> <div>배고파... 앙... </div> <div><br></div> <div>얼릉 다 끝내고 보리차 한 모금 쭉 들이키고 싶네요!!!</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