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class="se_doc_title_middle"><br></div> <div class="se_container"><span><span class="__se3tag"><a class="tag" href="http://blog.naver.com/PostListByTagName.nhn?blogId=ha_eun_love&encodedTagName=60" target="_blank">#60</a></span><br></span></div> <div class="se_component_wrap sect_dsc __se_component_area"> <div class="se_component se_paragraph default"> <div class="se_sectionArea"> <div class="se_editArea"> <div class="se_viewArea se_ff_nanumgothic se_fs_T3 se_align-left"> <div class="se_editView"> <div class="se_textView"> <p class="se_textarea"><span>하루가 또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br></span><span>해는 뉘엿뉘엿 저편으로 마지막 붉은 빛을 쏟아내며 사위어가고 있었고, 집사는 오늘따라 조금 늦게 길냥이 녀석들을 만나 식사하는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br></span><span>언제 봐도, 게걸스럽게 먹는 그 모습이 참으로 보기 좋습니다. <br></span><span>냠냠 쩝쩝거리는 그 소리 또한 참으로 듣기 좋습니다. <br></span><span>어느덧 봄은 색색의 물감을 우리 주위에 뿌려대고 있었고, 그 알록달록한 세상 가운데서 우리네 생명은 그렇게 뭉쳐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br></span><span>그러고 시름없이 앉아 있노라니, 시나브로 해가 떨어지며 땅거미가 어둑하게 깔리고 있었습니다. <br></span><span>이젠 일어서야 할 시간이었습니다. <br></span><span>그네들 또한 배부르게 먹은 탓인지 집사 주위에서 널브러져, 몸단장을 하거나 스트레칭을 하고 있었습니다. <br></span><span>딱 봐도 저네들은 집사에게, 집사야 오늘도 니 할 일은 무사히 끝났구나. 이젠 니 볼 일 보거라, 하는 식으로 데면데면하게 굴고 있었습니다.</span><span>   <br></span><span>예전 같으면 이런 모습들이 버르장머리 없고 은혜도 모르는 녀석들처럼 보여 꽤나 속상했을 터인데, 이제는 그런 모습조차도 그네들의 인정 내지 배려로 보일 만큼 우리는 돈독해져 있습니다.<br></span><span>소위 고양이와 함께 하는 인간을 '집사'라고 하는데, 그 '집사' 중의 하나인 이 집사는 종종 그 '집사'의 의미를 망각해버릴 때가 많았음을 지금에 와서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br></span><span>말로만 '집사', '집사' 그러지, 정말로 집사가 '집사'로서 고양이와 함께 지냈는지 톺아보면, 반드시 그렇지는 않았음을 토로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br></span><span>만물의 영장이라느니, 만물의 척도라느니, 인간을 여러 동물 가운데서 고귀한 인간으로 드높일 때, 우리는 다른 동물들을 아래로 떨궈내고 있었음을, 그리고 그런 관습적 사유와 행태가 이 집사에게도 여전히 각인되어 실행되고 있었음을, 집사는 고양이들과 함께 지내면서 종종 그 불편하고 불안한 감각으로 감지하곤 했었던 것입니다. <br></span><span>하지만 이제는, 고양이들과 함께 지내면서 그러한 감각들을 조금은 자연스럽게 떨어버릴 수 있게 되어, 집사는 그 특유의 인간중심주의랄지, 인간주의랄지 하는 이데올로기들을 조금은 버려두고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br></span><span>그리고 딱 그만큼 집사는 인간으로서의 자유를 더욱더 만끽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br></span><span><br></span><span><br></span><span>그렇게 조금은 홀가분한 기분으로 녀석들끼리 뒤풀이를 하도록 내버려 두고, 집사는 어느덧 어둠이 사락거리며 떠돌고 있는 골목길을 따라 집으로 돌아오고 있었습니다. <br></span><span>그런데 그 순간이었습니다. <br></span><span>무언가가 저기 어디쯤에서 움직이는 듯했습니다. <br></span><span></span><span>집사가 사는 곳과 바로 맞댄 빌라 뒤꼍으로 나 있는, 매우 협소한 통로 그 끄트머리에서였습니다. <br></span><span>어둠에 가려 잘 보이진 않았지만 분명 그쯤 걸린 채, 이젠 자기를 쳐다보는 집사 때문에 얼어붙은 듯 사뭇 그 움직임조차도 놀리지 않고 있었습니다.   <br></span><span>그저, 종전의 움직임이 남긴 그 바스락거리는 소리만 주위를 살금거리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br></span><span>집사는 본능적으로 그쪽을 향해 조심스레 다가갔습니다. <br></span><span>혹시나 하는 일말의 기대 때문이었습니다. <br></span><span>그리고 이 기대는 야옹이를 잃어버리고 난 뒤 유감없이 수행되는 집사의 반복 패턴이기도 하였습니다.<br></span><span>그동안 얼마나 이런 패턴에 속절없이 당했었던가 깨닫는 순간조차도 지금은 잠시 버려두고, 집사는 또 다시 그 무망한 기대로 혹시나? 하며 다가갔던 것이었습니다.<br></span><span>아.<br></span><span>분명한 것 같진 않지만, 그래도 그 녀석은 야옹이와 비슷한 색깔의 삼색이었습니다. <br></span><span>하지만, 바로 그 색깔만 아스라이 분별할 정도로 다가갔을 때에도 이미 그 색깔의 주인은 달아나기 시작하였습니다. <br></span><span>집사 또한 곧장 뒤쫓았습니다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 끄트머리에서 꺾인 저 어둠 속으로 그 녀석은 이제 전혀 보이질 않았습니다. <br></span><span>야옹이였을까?<br></span><span>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발길이 떨어지질 않았습니다. <br></span><span>돌아오다가 다시금 돌아가서 주저하며 기다려보길 몇 차례, 하지만 그 미련은 매번 허탕일 것이 뻔했고, 그래서 그것은 또 다시 뻔한 집착으로 매번 묻힐 뿐이었습니다. <br></span><span>한 번 놀란 녀석이 허투루라도 그 날 다시 되돌아올 리는 없었습니다.<br></span><span>차라리, 이젠 그저 조용히 집으로 되돌아가는 게 현명하리라 생각되었습니다.  <br></span><span></span><span>그리고 결국은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되돌리면서, 집사는 몇 가지 생각을 정리하였습니다.  <br></span><span>어차피 그 녀석이 야옹이라면 아직은 살아있다는 말이었고, 또 다행스럽게도 이 근처 어딘가에서 숨어있다는 말이었습니다. <br></span><span>그리고 그 말은, 그 언젠가, 아니, 이제는 향후 멀지 않은 앞날에 곧, 그 녀석을 다시 볼 확률이 상당히 높아졌다는 말이기도 하였습니다.<br></span><span>하지만 설령 그것이 야옹이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집사는 더 이상 실망하지 않기로 다짐하였습니다. <br></span><span>이미 야옹이를 잃어버린 지 2-3주가 지나가고 있는 시점이었습니다. <br></span><span>사실 더 기대할 것도, 그래서 더 실망할 것도 거의 남아 있질 않은 형편이었습니다. <br></span><span>하지만, 그럼에도, 이번엔 기필코 그 녀석이 야옹이이진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를 집사는 지레 접어버릴 순 없었습니다. <br></span><span>그도 그럴 것이 분명한 건 아니지만, 거의 그 녀석의 색깔이 삼색이처럼 보였던 것입니다. <br></span><span>그리고 삼색이는 최소한 이 동네에서만큼은 매우 희귀한 색깔이었습니다. <br></span><span>집사가 야옹이를 잃어버리고 그 녀석을 찾아 동네방네 다 돌아다닐 때, 삼색이를 띤 고양이는 야옹이 어미밖엔 보질 못하였기 때문이었습니다. <br></span><span>그래서 종종 집사를 뒤따라오던 야옹이 어미를 집사는 야옹이를 찾은 것인 양 착각하며 기뻐하던 해프닝 또한 벌어지곤 하였던 것이었습니다. <br></span><span>그렇다면, 만약 그 녀석이 정말로 삼색이었다면, 조금은 더 희망을 가질 여지가 충분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span></p> <p class="se_textarea"><span><br></span></p> <p class="se_textarea"><span><br></span></p><span></span></div><span></span></div> <div class="se_editView"><span></span><span> </span><p class="se_textarea"><br></p> <div class="autosourcing-stub-extra"></div></div></div></div></div></div></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