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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animal_186578
    작성자 : synousia
    추천 : 6
    조회수 : 433
    IP : 1.249.***.43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7/08/25 06:47:52
    http://todayhumor.com/?animal_186578 모바일
    그저 감사드릴 따름입니다.
    옵션
    • 창작글

    #59
    이제는 굳이 야음을 틈타서 남의 눈을 피해 가며 밥을 주지 않게 되었습니다.
    멀쩡한 오후나 해거름쯤 되어, 대충 그 녀석들과 약속이 되어 있는 시간 즈음에 집사는 집을 나섭니다.
    오후 6-7시쯤입니다.
    아직도 여전히 밝을 때인지라, 예전 같으면 거의 엄두도 내지 못했을 시각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딱히 그런 신경과민에 휩쓸리지 않을 만큼 무던히도 집사는 그 녀석들과 함께 하였습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힐끗 쳐다봐도, 이리 다가와서 신기한 듯 우리에게 이야기를 건네도, 집사는 마냥 태평할 수 있는 여지를 조금은 더 넉넉하게 가지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 녀석들에게 밥을 주면서 느낀 건, -참으로 개인적인 견해에 불과하지만,- 고양이에 대한 주위 사람들의 시선이 싸늘하다거나 날이 서 있다라거나 하는 느낌을 거의 받지 못했다는 점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관심도 없이 우리들을 스쳐 지나다녔고, 도리어 소수의 몇몇은 그런 우리에게 사소하나마 위로와 용기를 주는 응원 내지 호감을 표현하곤 했던 것이었습니다.
    특별히 그런 소수의 몇몇은, 바로 이 근처 밭뙈기에서 일하시는 아주머니, 아저씨들이었고, 이 근처 주위 빌라에서 사는 이름 모를 서민들의 전형이었는데도 불구하고, 그런 우리에게 동감을 표하셨던 것입니다.
    집사가 보는 앞에서도, 그 밭을 뒤집어엎고 갈아 마시던 녀석들이었고, 밤에는 이 근처 빌라 곁에 자리 잡고 종종 앙칼지게 울어대는 녀석들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그런 것을 보며, 집사는 먼저 이 시공간이 참으로 넉넉하고, 푸근하다 생각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런 시공간이, 여러 이웃 사람들로 인해서 참으로 감사하게 느껴졌습니다.
    애초에 별 볼 일도 없이 태어나, 어느 이름 모를 구석탱이에서 자신의 삶을 살고, 또 그렇게 죽어갈 우리네 한살이가 어쩌면 그런 이웃들의 작디작은 관심과 애정으로 피어나는지도 몰랐습니다.
    그저, 악다구니와 생채기 속에서 길고양이들이 가뭇 숨죽이고 숨어 있는 줄로만 알았던 이 세상, 그렇게 삭막한 세계가 이런 이웃들로 인해 조금은 벗겨지는 것 같아 내심 기분이 좋았습니다. 
    처음엔 그저 우연인 줄로만 알았으나, 나중엔 거의 확실하다시피 우리에게 매번 안전한 밥 장소를 제공해주신 2587 차주 분, 언젠가 녀석들에게 밥 주고 있는데 다가오셔서 "그 녀석들 아버진가 보다? 녀석들이 되게 귀엽네" 하고 정겹게 말 걸어주신 밭뙈기 아주머니, 그 녀석들을 보고 "와, 고양이들이다!" 동네방네 다 떠나갈 듯이 외치고 다니던 동네 어린아이들 등등, 이네들은 참으로 고양이들뿐만 아니라 집사 또한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도와주신 분들이었습니다.   
    그러니, 사소하나마 결코 사소하지 않은 애정과 동감을 표해주신 그분들께 집사는 그저 감사드릴 따름입니다.




    출처 http://blog.naver.com/ha_eun_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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