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div> <div>고등학교 다닐 때였는데요. 당시 집이 좀 시골이었습니다.</div> <div> </div> <div>하지만 도시 인근이라서 고등학교는 시외버스를 타고 20분이면 갈 수 있었죠.</div> <div> </div> <div>그 때 강아지를 한 마리 키웠었는데요.</div> <div> </div> <div>방에서 기르던 애완견에서 아버지께서 냄새가 난다고 밖으로 내 쫒는 바람에</div> <div> </div> <div>이 강아지는 집을 지키는 흔한 시골견이 됩니다. 짖기도 잘 짖어서 잘 어울렸다고 생각해요.</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근데 이 강아지가 귀엽긴 한데... 참 사고뭉치였거든요.</div> <div> </div> <div>목줄을 싫어하는지 목줄을 제대로 차고 묶여 있는 걸 잘 못 봤구요.</div> <div> </div> <div>나중에 가니 포기를 해서 아무도 목 줄 채울 생각을 안했어요.</div> <div> </div> <div>그래서 동네 돌아다니다 더러워지면 그래도 가끔 씻겨주고 그랬어요.</div> <div> </div> <div> </div> <div>문제는 아침에 등교를 하려면 15분 거리에 있는 버스 정류장에 가야했습니다.</div> <div> </div> <div>그런데 이 강아지가 아침마다 따라오는거에요!</div> <div> </div> <div>동생이랑 둘이서 아침에 버스정류장까지 걸어가는데 자꾸만 따라옵니다.</div> <div> </div> <div>처음엔 나름 귀엽고 배웅해주는 것 같기도 하고 쫄래쫄래 등교길이 덜 심심하고 나쁘지 않았어요.</div> <div> </div> <div>그리고 배웅하다 제 풀에 지쳐서 집으로 돌아가기도 했구요.</div> <div> </div> <div> </div> <div>하지만 이 강아지가 자꾸 아침에 길을 따라 다녀서 그런지 길도 익혔겠다. 아주 끝까지 따라오는거에요.</div> <div> </div> <div>버스를 타야하는데 버스정류장 근처에 앉아서 알짱대더군요.</div> <div> </div> <div>뭐 학교가기 바쁘니까 동생이랑 잽싸게 버스타고 등교를 하곤 했죠.</div> <div> </div> <div> </div> <div>헌데 이 강아지가 흰색 강아지였는데, 동네를 뒹굴고 오는지 새카매져서 따라오는 경우도 있었단 말입니다.</div> <div> </div> <div>결국에는 이 지저분한 강아지가 저랑 동생이 버스를 타는데 같이 올라타기에 이르렀네요.</div> <div> </div> <div>할머니들이 아는 강아지냐고 물어보는데 창피해서 후다닥 버스 뒷자리로 가곤 했어요.</div> <div> </div> <div> </div> <div>그런 일이 있고서는 아침 등교길이 스펙타클 해집니다.</div> <div> </div> <div>간식을 들고 강아지를 유인해서 잡아 놓고 현관문 유리문 쪽에 가둬놓고 잽싸게 간다거나</div> <div> </div> <div>이 좋아 죽겠는 것도 아닌 강아지가 어딨는지 아침부터 찾아 헤매게 되구요.</div> <div> </div> <div>그리고 얘가 아침부터 자꾸 그러니까 놀이하는 줄 알고 잡혀 주지도 않아요.</div> <div> </div> <div>버스 시간을 맞추다보면 도저히 그 시간들 들여서 강아지를 포획할 수 없는 지경에 다다랐을 때는</div> <div> </div> <div>15분 동안 버스 정류장으로 가는 길 중에 강아지가 못 따라올 만한 곳으로 우회를 하곤 했어요.</div> <div> </div> <div>예를 들면 일부러 돌아서 담장 위쪽으로 간 다음에 거길 뛰어 내려서 가면 강아지는 다시 왔던 길을 돌아서 따라 와야하니</div> <div> </div> <div>그 사이에 동생이랑 저는 버스를 타고 잽싸게 가버리곤 하는 식이었죠.</div> <div> </div> <div>아니면 지금 생각하면 좀 웃기긴 한데 문이 있는 곳으로 일부러 들어가서 강아지가 따라들어오면 살짝 닫아 놓고 우린 가고 그랬죠.</div> <div> </div> <div> </div> <div>끈질긴 이 강아지가 아침 등교길에만 따라 나오진 않았죠.</div> <div> </div> <div>제가 자전거를 타고 나갈 때도 용감하게 따라 나서곤 했습니다.</div> <div> </div> <div>왠만큼 죽도록 밟아서 전속력을 내지 않는 한 이 강아지를 따돌리는 건 불가능했습니다. 달리기도 좀 빨라야지요.</div> <div> </div> <div> </div> <div>한 날은 겨울이었는데요. 자전거를 타고 나갈 일이 있었네요.</div> <div> </div> <div>포장도로가 높게 있고 양 옆으로 논이 있는 그런 길이었는데 시골길이라 자동차 두 대가 겨우 지나갈 폭이었죠.</div> <div> </div> <div>S자 코스는 차가 두 대 지나기엔 좁고 양 옆에 논두렁은 3~4 m 아래 쪽에 얼어있었죠. 벼는 베어진 채로 얼어있었구요.</div> <div> </div> <div>그 날 무슨 생각이었는지 이놈의 강아지를 떼어 놓고 가야겠다는 생각에 전력으로 자전거 페달을 밟았습니다.</div> <div> </div> <div>성공적으로 강아지와의 거리가 멀어지는 걸 확인하고 앞을 보는 그 순간,</div> <div> </div> <div>S자 코스에 진입하는 자동차를 딱 발견하고는 그 좁은 길을 미쳐 지나가지 못하고</div> <div> </div> <div>논두렁으로 전속력을 점프를 했습니다.</div> <div> </div> <div>그 무심한 자동차 운전자는 한 번 내려보지도 않고 휑하니 가더군요.</div> <div> </div> <div>아 어찌나 아픈지 자전거는 휘어져있고 여기 저기 타박상에 피도나고 욱씬욱씬하기도 하고, 이 놈의 강아지가 원망스럽기도 하구요.</div> <div> </div> <div>정신이 혼미해져있는 사이에 강아지는 돌아 돌아서 제가 넘어져 있는 곳으로 내려와선 알짱댑니다. 날 위로하는 거였을까요. 놀린 거였을까요.</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추석연휴인데 사람보다 문득 제가 창피해했던 그 강아지가 보고 싶네요.</div> <div> </div> <div> </div> <div>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