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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gomin_932050
    작성자 : kwangaeto
    추천 : 27
    조회수 : 1269
    IP : 121.67.***.188
    댓글 : 247개
    등록시간 : 2013/12/08 22:57:52
    http://todayhumor.com/?gomin_932050 모바일
    오유분들께 염치없는 부탁 하나 드려도 될까요?
    안녕하세요, 내년이면 36이 되는 남자 오징어 입니다.

    오유는 거의 눈팅만 해 왔지만, 하루일과의 대부분을 눈팅으로 채우고 있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저에게는 오는 21일 결혼하는 사랑하는 여자가 있습니다.

    2년전에 만나 결혼까지 골인하게 되었는데요,

    지난 9월초 5박 7일로 태국으로 늦은 여름휴가를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태국 입국 둘째날, 파타야에서 사랑하는 그녀와 저의 분신인 '보름이'가 우리에게 와 주었어요.

    갑작스럽게 생긴 아이로 인해, 처음에는 둘다 당황했지만 '보름이'가 우리에게 와준 이유가 분명 있을것이라는 생각에

    모두의 축복을 받으며 우리앞으로 와줄 날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지난 10월 24일, 웨딩촬영을 한 다음날. 임신 7주차인 그녀에게 입덧이 시작되었습니다.

    며칠동안은 속이 메스껍고, 냄새에 민감해지는 정도로 시작하다가..

    8주차로 접어들자 마자 먹는 족족 토해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녀가 건강해야 보름이도 건강하게 잘 클거라는 생각에 입덧 초기에는 토하면서도 억지로 뭐라도 먹으려고 했던

    그녀였지만,

    9주차가 지나면서 먹은것도 없는데 하루에 20여번 이상을 토하는 상태까지 악화되어,

    결국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었어요.

    그녀와 저는 8월달에 미리 신혼집을 구해서 함께 살고 있는 상태이며,

    저의 본가는 경기도 양주, 그녀의 본가는 대전이라 주변에 연고가 없어 제가 회사에 있는 시간동안은 언제나 병실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는 그녀입니다.

    저는 어머님이 안계셔서 따로 그녀를 봐주실 예비 시어머니가 없는 상화이구요,

    대전에 계시는 가족들 역시 사정상 수도권까지 올라와서 그녀를 간병해주시기 힘든 상황이네요.



    저는 퇴근 후, 그녀가 있는 병원으로 바로 퇴근해서 두세시간 함께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와 늦은 저녁을 먹고

    다음날 출근을 위해 잠을 청하구요.

    이런 생활이 벌써 4주차에 접어들었네요.

    지난주 토요일과 어제 새벽에는 갑작스런 복통으로 새벽시간에 응급실을 두번이나 다녀오기도 했어요.

    어제 찾아왔던 복통은 산부인과에서 맹장이 의심된다고 하여 마음을 졸이며 아파하는 그녀를 앰뷸런스에 태우고

    응급실에 갔는데, 다행이 충수돌기는 정상이라는 진단을 받고 새벽 4시가 넘어 다시 원래 병원으로 복귀한 상황이네요.


    글 제목을 염치없는 부탁 하나 드려도 될까요? 라고 적은 이유는,

    입덧은 아기를 가지게 되면 의례히 거치는 과정중에 하나 일 수 있어서 입니다.

    그녀와 저 둘다 초보맘, 초보아빠 이고 아직 경험이 없어 남들 다 겪는 입덧을 가지고 유난 떠는 것일 수도 있을것 같아서 입니다.


    본래 오늘은 그녀의 본식 드레스의 가봉을 하는 날 이었어요.

    오후시간에 수액을 잠시 빼고, 외출을 하려고 했었지요. 

    그런데 어제 밤에 응급실을 다녀오면서 무리를 해서 인지 밤새 그녀의 상태가 더욱 안좋아 져서 

    움직일 수가 없는 정도까지 되어 어쩔 수 없이 없는 시간 겨우 빼서 가봉일을 미뤄놓았네요.

    결혼 전, 청첩장을 들고 여기저기 인사드리러 갈 곳도 많은 그녀지만, 

    곧 괜찮아 질거야, 괜찮아 질거야 라는 희망을 가지고 쌓여있는 청첩장의 스티커를 하나 둘 붙힌 그녀지만,

    결혼식을 2주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카톡으로 모바일 청첩장을 보내는 것이 전부인 그녀가 너무 안스럽습니다.


    입덧이 시작한 7주차부터 12주 3일차인 오늘까지, 그녀가 먹은 음식의 양은 평소 그녀가 먹던 이틀치 식사량이 될까 말까 입니다.

    49킬로그람이 나갔던 몸무게는 40킬로대 초반까지 떨어졌고,

    먹는 족족 바로 토해내버리는 상태라 위장병이 온지 오래되어, 늘 위통을 달고 괴로워 하는 그녀입니다.

    오늘도 조금전까지 병원에 함께 있다가 내일 출근하는 저를 한사코 집에 보내려는 그녀를 뒤로 하고 집에 오는 길에

    너무 힘들고 속상하다며 전화상으로만 눈물짓는 그녀에게

    "힘내자..조금만 더 버티면 금방 괜찮아 질거야."

    라고 늘 했던 말을 또 하면서 아무것도 대신 감당해 줄 수 없는 저 스스로 무력감까지 느껴지더라구요.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 질 입덧이지만,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가 병원에서 늘 혼자 밤을 지새우는 것이 맘이 많이 아프네요.


    집에 오면서 내가 무엇을 해 줄 수 있을까 생각하던 중,

    그녀에게 짧은 댓글이라도 힘내라는 말을 해주시는 것을 그녀가 보면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이렇게 긴 글을 남기고 있습니다.

    수액을 빼버리면 물을 못먹기 때문에 조금만 지나도 바로 탈수 증세가 오고..

    너무 많이 토를 해서 피는 물론이거니와 담즙까지 토해내면서,

    입덧이 끝나면 꼭 먹으러 간다며 핸드폰에 맛집을 하나 둘 스크랩 해 놓는 그녀에게

    오유 여러분들께서 힘내라는 따듯한 말 한마디씩 해주시면 그녀가 버텨 나가는 데에 조금이나마 힘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이런 염치없는 부탁을 드리게 되었습니다.


    분명 저보다 더 힘들고, 더 어려운 분들이 계시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하던 중, 이것도 할 수 있는 것 중에 하나라는 생각에,

    늦은 일요일 밤, 장문의 글을 남깁니다.

    부디 돌아오는 21일에는 예전처럼 환하게 웃는 얼굴로 함께 식장으로 들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몇분이나 이 글을 읽어주실지는 모르겠지만, 긴글 읽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고개숙여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그녀에게 한마디 남깁니다.

    "사랑한다 은혜야. 이제 조금만 더 참으면 곧 편해질거야. 이 말을 5주째 하고 있지만, 그게 사실일 거니까. 죽을때까지 너만 사랑할께."


    SAM_1103.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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