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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love_9216
    작성자 : 한번해봐요
    추천 : 15
    조회수 : 2090
    IP : 175.195.***.209
    댓글 : 80개
    등록시간 : 2016/08/22 20:26:00
    http://todayhumor.com/?love_9216 모바일
    넌 나같은 여자 다시 못 만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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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다. 우린 젊고 인생은 만에 하나라는 게 있으니까 만날지도 모르겠다.
    나보다 더 나은 사람을 만날지도 모를 일이긴 하다.


    네가 직업이 없었어도 난 좋았다.
    나는 항상 네가 있는 곳으로 갔다.
    네가 직장을 구하고 드디어 회사 동료가 생겨 평일 저녁에 나를 찾는 일이 적어졌어도, 나는 네가 더이상 외롭고 재미없게 지내지 않아서 좋았다.
    나는 술을 잘 못마시니까 너한테 술 친구가 생겨서 다행이었다.
    네 기준과 고집이 강해서 화가 많았지만, 나는 미안하단 말을 아끼지 않았다. 가끔은 안 미안한 것도 미안했다. 그냥 다 미안했던 적도 있다.
    고지식한 면이 있는 부모님과 같이 살아서 저녁 8시만 되도 집에서 나가기 힘들었지만.. 네가 날 찾으면 그게 10시든 11시든 택시를 타고라도 갔다.
    허세가 있었지만 그것도 귀여웠다.
    너는 항상 힘들고 화나는 일이 많은 유별난 성격이었지만 그래도 난 네 편에서 위로했다.
    남들하고 비교도 해본 적이 없다. 단 한 번도 남이 아쉬운 적이 없다. 나한테 너는 최고였고, 언제나 만족했다.
    결혼을 준비하면서 너나 나나 가진 것이 없었기에 아무 것도 바라지 않았다. 내가 바란 건 그냥 우리가 같이 나눠 낄 커플링 뿐이었다.
    원룸도 투룸도 좋았는데.. 너랑 있을 수 있으면..
    결혼식 준비도, 집도, 같이 대출받아서 아끼면서 갚으면 된다고 생각하고 너한테 부담주지 않으려고 했다.
    너는 툭하면 나를 놀리고는 했고, 그게 때론 너무 서운했지만 서툰 너의 표현이라는 것을 알아주고 서운해하지 않으려고 했다.
    네가 화나면 나는 눈에 들어오지도 날 배려하지도 않았지만 네 기분을 풀어주려고 노력했다.
    그저 너의 속풀이를 들어주고 또 들어주고, 위로하고 또 위로했다.
    네가 갖고 싶다면 조금 비싸도 카드 긁기를 망설이지 않았다. 너한테 선물하고, 네가 기뻐하는 건 나한테도 큰 기쁨이었으니까. 카드 할부는 위대하다!
    애교가 없다는 네 구박에 나는 진짜 죽을 힘을 다해 부린 게 그게 애교였다. 그건 내가 미안하다.
    동갑 주제에 심지어 지는 빠른년생이라 실제로는 나보다 어린 게 오빠 소리를 좋아해서 넌 무조건 나한테 오빠였다.
    너한테 상처입는 일이 있어도, 나는 조금 아프고 또 널 보면 마냥 좋아했다. 그리고 믿었다.
    네 가족들과 어울리길 좋아해서 나는 너희 가족하고도 잘 지내려고 했다. 밥도 먹고 카페도 가고... 결혼 날짜도 잡기 전이었는데ㅎㅎ
    끝도 없이 술을 마시고, 노래방에서 도우미를 부르고, 바를 다니는.. 사람들은 좋을지 몰라도 그 행실은 썩 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네 지인들과도 나는 제법 잘 어울렸다.
    너의 사람들이니까. 너를 많이 생각해주고 너도 그 사람들을 많이 생각한다니까.
    철이 없고 말도 안 되는 논리로 우겨댈 때도 나는 그냥 네 말이 맞다고 해줬다. 어쨌건 너는 혼자 당당하고 뿌듯해하고 그럴 때가 제일 귀여웠거든.

    사실 너는 객관적으로 썩 좋은 사람은 아니다.
    내가 몹시 사랑했고 미래를 같이 하고 싶긴 했지만.. 내가 참 많이 좋아한 너지만.
    화도 잘 내고, 욕도 잘 하고, 지멋대로고, 화나거나 짜증나면 며칠이고 말도 안 하고... 아주 그냥 못되처먹어가지고...
    인간이 한결같이 잘해야지, 기분 나빠지고 상황 힘들면 나고 뭐고 없지 그냥.

    에이.. 내가 좀 많이 작고.. 통통..해서 그렇지..아주 못생긴 것도 아니고, 돈은 적지만 그래도 안정적으로 꾸준히 벌고,
    고분고분하지 않고 승질 떤다고 툭하면 그랬지만, 야... 내가 네 뜻에 안 따라준 게 결국 어디있냐? 네 말대로 지랄을 해대도 결국 다 네가 하잔대로 했지.
    너한테 서운해도 3일을 안 넘겼다. 게다가 화해한 일을 툭하면 꺼내던 너와 달리 나는 화해하면 지나간 일은 꼬투리 잡은 적이 없다.
    임마! 내가, 어? 어디 내놓을만 한 외모나 뭐는 아니더라도, 엉? 그래도 객관적인 여러 상황은 너보다 낫거든? 성격도 훨씬?!

    안다.
    그래도 너는 나한테 만족하지 못한 무언가가 있었고, 아쉬웠을 것도.
    내가 너한테 잘했던 건 어쨌건 내 기준에서의 일이고, 너는 아니었을 수 있지.
    너나 나나 좋았을 때가 참 많았는데.. 헤어지면서 네가 했던 모진 말들이 그 시간들도 다 부정해버렸지만... 그래도 나는 여전히 너랑 나눈 따뜻한 기억이 참 많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널 다시 만나야만 하는 건 아니야.
    너한테 다시 죽어라 매달릴 일도 아니야.
    여전히 내가 너와 헤어지고 연락이 오지 않는 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게 너무 어색하고 힘들지만.. 그래도 널 다시 만나지 않아도 난 괜찮아.
    물론 아직 네가 좀 모든 면에서 나아져서 날 다시 찾진 않을까 생각하다가 내가 뭔 멍청한 생각을 하고 있나 하기는 하는데...
    그냥 세상 살만 해.

    아직도 혼자 차를 운전하면서 너와의 좋은 기억을 떠올렸다가,
    네가 아쉬워지지 않게 너의 못난 점, 너의 죽어도 못 고칠 그 성격들.. 그런 것들을 떠올리며
    나를 일으켜세우고 웃게 했던 기억들을 억눌러 너에게 미련갖지 않게 해야만 하는 지금의 내가 불쌍해서 라디오에서 나오는 노래를 따라부르며 서럽게 울지만.
    블랙박스 소리도 녹음되는데... 사고 나서 블랙박스 볼 일 없기를 바라고는 있었다...ㅎㅎ

    야, 난 앞으로 너같은 인연을 못 만날지도 몰라. 그래도 난 안 아쉬워. 내 인생에서 너를 사랑한 일도 후회 안 해. 나는 내 인생에서 참 기쁜 시절을 보냈어.
    근데 내가 장담하는데 너는 나같은 여자 다시 만나기 어려워. 그건 꼭 깨달아라.
    혹여 나보다 더 괜찮은 사람을 만나면 꼭 그 사람의 존재를 많이 고마워하고 네 성질 다 부리지 마라.

    행복하자. 으이구 못난아.
    나도 언젠가는 애쓰지 않아도 네가 아쉬워지지 않겠지... 언젠가는 그러지 않겠니.
    아니면 그냥 계속 아쉬워하지 뭐. 좋은 기억이나 꺼내 들면서 아직은 물든 네가 다 빠지지 않은 마음이나 달래며 그렇게 지내지 뭐.




    ㅎㅎ
    퇴근하면서 운전하다가.. 진짜 간만에 또 펑펑 울어서 속풀이 해요...ㅎㅎㅎㅎㅎㅎㅎ
    다들 좋은 사람, 좋은 인연으로 만나서 오래오래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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