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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gomin_824236
    작성자 : 익명a2tqZ
    추천 : 11
    조회수 : 599
    IP : a2tqZ (변조아이피)
    댓글 : 100개
    등록시간 : 2013/08/31 03:32:41
    http://todayhumor.com/?gomin_824236 모바일
    저는 사람을 참 좋아했던 여자입니다.


    저는 '사람'을 참 좋아하는 여자입니다. 
    애석하게도 이제는 '좋아했다'라고 말해야겠죠. 
    감동도 쉽게 받고, 눈물도 많았고, 좋아하는 모든 사람들에게는 마음도 많이 내어주었습니다. 
    술자리도 좋아하고, 친구들과 노느라 외박도 자주 하고, 그 덕분에 성적은 엉망이었지만 
    많은 사람들과 걱정없이 웃고 떠드는 그런 시간들이 얼마나 즐거웠는지 모릅니다. 


    내가 참 인복이 많구나, 나는 사랑받는 사람이구나 
    그런 생각을 많이 했는데, 
    저는 세상 물정 모르고 그저 덩치만 커버린 아기였나봐요. 


    내 가족이라 여기고 정말 마음을 많이 줬던 내 친구, 
    무조건적이었던 내 방법이 문제였는지 
    하지만 나를 더이상 '편안한 친구'가 아닌 '쉬운 사람'으로 여기던...  
    아직도 사랑하는 내 친구의 변해버린 모습, 


    애초에 처음 알게 되었을 때부터, 사람 심리를 이용해 한 사이비 종교의 포교 목적으로 접근한... 
    한때 좋은 인연이라 여겼던 또다른 친구와 사람들, 


    모든 사람들과 원만하게 지내려는 
    나의 노력을, 나의 웃음과 인내와 용서와 낮춤을 
    쉽게 여겨 이용하던 사람들까지. 


    '사람'과 관련된 수많은 일들, 그들과의 복잡한 이해관계. 
    그로 인해 육체적 정신적으로 상처를 심하게 받았고, 저는 사람들에게 지쳐버렸습니다. 
    그럼에도 스스로를 완전히 사회에서 격리하지 못하고 
    이곳에 넋두리 하는 것은 참 우습고 모순되기도 하지요. 


    그래서 아무런 의심없이, 나를 방어하기 위해 이것저것 재어보지 않았던 
    그리운 때도 생각해보았다가, 마음도 돌려보았지만 
    결국 저는 사람들을 대하는 것이 어려워지게 되었습니다. 


    아무 생각없이 가볍게 즐겨도 될 수다에 대해서, 이제는 그 재미를 느끼지 못합니다. 
    친구들과 모였을 때 당연히 하는 이야기들이 
    '가치없는 입놀림'으로 처음 여겨지던 때, 


    어느 순간부터 까르르 웃으며 박수치는 내가 아닌 
    경직된 얼굴 근육을 일부러 움직여 웃는 척하는 그런 제 모습을 발견하고 
    저는 소름이 돋았습니다. 
    그 부정적인 감정이, 사람들을 향한 것이었는지 
    아니면 나 자신을 향한 것이었는지는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어른들이 그러셨죠. 
    사람을 너무 믿지 말아라. 
    그리고 사람을 대하는 것에 있어서 
    일정한 선은 긋되 벽은 만들지 말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저는 지금 
    쌓지 말아야 할 벽돌을 추려서 하나하나 쌓아가고 있는 중인 것 같아요. 


    나에게 상처를 줬던 이기적인 사람들에게 무어라 할 틈도 없이 
    방어할 목적으로 오로지 나만의 세상을 만들고 
    그렇게 이기적인 사람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이상한 걸까요? 
    이제서야 드디어 내가 나 자신을 위해주는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지금 살아가고 있구나' 
    이 기분을, 사람들과 멀리 떨어진 지금에서야 느끼고 있습니다. 


    그동안 나는 누구에게 내 인생을 붙잡혀 
    누구를 위해 시달리며 살고 있었는지. 
    그 '누구'는 저 자신이 아니었다는 것은 확실하고, 
    조금은 이기적으로 사는 것이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요즘 들어서야 처음 했습니다. 


    그렇게 점점 말수도 줄었고, 
    어색하지만 마지못해 대화를 이어가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느끼고 싶지 않아 
    사람들과 연락도 거의 하지 않으며 지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쓸데없는 말이 줄어든 
    조금은 적막한 새로운 세상에서 사는 것이 
    쓸쓸하거나 그렇진 않네요. 


    요즘, 본의 아니게 그간 멀리 했던 책을 많이 읽고 있습니다. 
    의미없고 가치없는, 혹은 더 나아가 욕설이나 험담에 상처주는 말을 자신도 모르게 내뱉는 사람들과 말을 섞느니 
    차라리 말없는 작가, 철학자, 사상가들이 
    지금의 제게는 더 반갑습니다. 


    이런 변화는 제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너무 극적이라 처음에는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그동안 많이 지쳐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 마음을 파악하고 나니 
    이제는 이렇게 혼자 지내는 스스로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저에게 굳이 사람이 필요하다면 


    곁에 앉아있어도 아무 말 없이 
    함께 앉아서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자신이 맡은 일에 집중하고, 
    군더더기 없는 최소한의 말로 생각을 나누고 들어주는 
    그런 사람들이 필요한 거겠지요, 저에게는... 
    일단 제가 그런 사람이 되어야 겠지만 말이에요. 


    고민 게시판인데, 
    지금 적어내려간 말들을 고민이라고 하기는 조금 부끄럽기도 하네요. 
    정말 큰 고민을 하고 계신 분들도 많으니까요. 


    이건 그냥 저의 푸념일지도 모르겠어요. 
    오늘따라 왠지 속마음을 토로하고 싶었는데 
    이곳에 뭔가 쭉 적고 나니 싱숭생숭했던 마음이 한결 나아졌습니다. 
    감사합니다. 


    혹시 이곳에도 저와 같은 분이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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