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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sisa_805032
    작성자 : 박재이
    추천 : 27
    조회수 : 1175
    IP : 121.141.***.247
    댓글 : 19개
    등록시간 : 2016/12/03 02:00:10
    http://todayhumor.com/?sisa_805032 모바일
    문재인의 한수에 응합니다.
    그제, 혼란스러운 탄핵 정국에서 글을 올렸고, 많은 분들이 봐주셨습니다.

    힘이 난다는 분, 눈물이 났다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같이 힘이 나고, 같이 눈물이 났습니다. 

    다행입니다.

    -

    저는 문빠는 아닙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전 유빠입니다. 유시민을 쫓아다녔죠. 

    하지만, 언제부턴가 문재인을 계속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유시민도 노무현도 아주 오래전부터 원하고 바라던, 그 일들을 해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얘기는,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하도록 하죠.

    -

    문재인 전대표가 한 수를 두었습니다.

    뉴스광장에 출연하고, 국회 앞에서 탄핵 연설을 한 것. 문재인이 한 수 둔 것이죠.

    물론 신의 한 수 같은 것은 아닙니다. 문재인은 그런 스타일이 아니니까요.

    오히려 포석을 깔며 한 돌 한 돌 두다가 반집 승으로 이기는 그런 스타일입니다. 바둑은 모르지만, 이창호 같은 느낌입니다.


    문재인 전대표가 어째서 지금, 이렇게 나왔을까요?

    그건 단순합니다. 

    이 싸움의 승리의 핵심은 결국 민심에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모든 것은 곁가지 입니다. 스타 플레이어도, 사건 하나도, 사안 하나도 다 곁가지이죠.

    그저 민심 하나가 모든 것을 가르는 준엄한 기준입니다.

    문재인은 처음부터 이를 얘기했습니다.

    민심을 앞서가지 않고 뒤에서 든든하게 받치겠다는 말은 탄핵 정국 전, 하야 정국 때 부터 계속 한 말입니다. 

    항상 해결책을 물으면 답답하게 말하던 '촛불 민심'도 사실은 그냥 수사가 아니고 두리뭉실한 이야기도 아니고, 그것이 진정한 답이기 때문에 그렇게 말한 것입니다.

    문재인이 이 하야정국의 시작 때부터 꾸준히 말하던 것은, 우리에게 3번째 기회가 왔다는 것입니다.

    문재인은 역사속에서 지금을 찾으려 했습니다.

    첫번째의 실패, 두번째의 실패. 그리고 거기서 찾은 답은 '정치의 문제'였습니다.

    국민들에게 배신을 안긴 것은 결국 누구입니까? 

    박정희를 물러나게 해 놓고도 다시 전두환을 불러 들였고,

    전두환을 끌어내려 놓고도 결국 노태우를 당선 시킨 주범은 누구입니까?

    국민입니까? 

    아니요. 정치인이었죠. 

    국민은 여지껏 진 적이 없습니다. 박정희도, 전두환도 이긴 것이 국민입니다.

    그 이후에 정치인들이 잘 못 했을 뿐입니다.


    문재인이 다들 속시원하게 탄핵을 말할 때도, 군부대를 방문하고, 원로들을 찾아가고, 계속 청년들의 말을 들은 이유는, 

    그가 국민이 이길 것임을 믿었기 때문이며, 동시에 중요한 것은 그 이후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겁니다.

    문재인은 탄핵을 본 것이 아니라, 그 이후를 봤습니다.

    국민의 승리를 물거품으로 만들지 않는 것. 박근혜를 끌어내려 놓고 다시 제대로 된 시스템 개혁을 하지 못하는 것. 그는 그것을 걱정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어쩌면, 탄핵은 훨씬 쉬울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어려워진 이유는, 박근혜가 내려와도 다시 자기들의 천하가 되지 못할 거란 두려움이 들었기 때문일 겁니다. 박근혜 게이트 이후, 단 한 번도 주도권을 뺐기지 않은 야당이 있었고, 단 한 번도 물러나지 않고 그 자리를 제대로 지켰던 문재인이 있었으니까요. 

    문재인은 탄핵 후를 봤습니다.

    그러니 그들도 총력전 입니다. 이합집산이 일어나고 살아보려 난리를 칩니다.


    이 시점에서, 문재인이 한수를 또 두었습니다. 

    국민에게 말합니다. 탄핵에 반대하는, 나라의 개혁을 반대하는 세력에게 촛불을 들어달라.

    이는 격려이자 고무입니다. 

    언제나 이겨왔던 국민이지만, 그 승리가 두 번이나 물거품 되면서 패배주의를 갖게 된 국민들에게 보내는 응원입니다.

    부패로 얼룩진 기득권을 언제나 이겨왔던 것은 국민입니다. 

    국민이 스스로 멈추지 않는 한, 무조건 이기도록 이미 게임의 추세도 많이 기울었습니다. 탄핵이요? 그게 없어도, 이제 새누리당은 3당이 됐고, 대권은 넘어올 가능성이 높아 졌으며, 의원내각제로의 개헌은 국회통과도 힘들겠지만, 국민투표에서 끝날 것이 확실합니다. 

    상대는 이제 우리를 지게 할 방법이 없습니다. 단 한가지, 스스로 손을 떼게 만드는 것을 제외하면 말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끝까지 버틸 것이며, 분탕질을 칠 거고, 내부를 교란할 것입니다. 어떻게든 머리를 굴리겠지요. 지금 처럼 말입니다. 실망하는 사람들을 만들고,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들을 충돌시키고, 민의를 왜곡합니다. 국민들이 손을 놓는 것이 그들에게는 유일한 살길이니까요.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계속 국민이 촛불을 들고 나선다면, 오래지 않아 그들은 다시 또 한 번의 패배를 맛보게 될 것입니다.


    탄핵 정국이 가장 크게 요동친 바로 이 시점에 그래서 문재인은 한수를 둔 겁니다.

    간절하게 이거 아니면 죽으니까, 탄핵도 물건너 가고 하니까 반드시 나와달라? 아니요. 한 방 더 제대로 꽂아 주고 오자는 거죠. 그렇게 나대다가 더 쳐 맞을 수 있다는 것을.


    저는 그래서 문재인의 한수에 응할 생각입니다. 광화문으로 갑니다. 할 일이 있으니, 할 거는 다 하고 가렵니다. 핀치에 몰린 상대가 허세 떤다고 게임 더럽게 한다고 그냥 '안해!' 이럴 생각은 없습니다. 허세를 떨면 떠는대로, 더럽게 하면 더럽게 하는대로 다 갚아주고 싶으니까요.


    -

    어쩌면, 문비어천가 같은 글이지만,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나갑니다.

    문비어천가가 싫다면, 그래도 나오십시오. 박근혜의 대한민국은 그 보다는 몇 만배 더 끔찍할 테니까요.

    함께 믿고 갑시다. 

    잊지 마세요. 국민은 결국 계속 이겨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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