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게분들의 분노 그 자체를 이해합니다.
메갈리아를 품은 패미니즘에 치를 떠는 거 당연하니까요.
게다가 살다보니 꿀빠는 여성들, 직장동료들 많이 보지요. 치를 떠는 거 당연합니다.
그네들은 모두 우리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그래서 익숙해진 폐단들이라 어쩌면 더더욱 화가 나는 것이지요.
골치아플 때는, 다 잘되는 걸 가정해보면 이해하기 편해집니다.
패미니즘이 폐망한다고 가정해봅시다. 메갈리아는 더이상 사회에 나타나지 못하고,
꿀빠는 여성들은 절대 없으며, 남성들의 힘겨운 날들을 이해해주는 따뜻한 사회가 된다고 말이죠.
근데.... 그럼 우리네 삶은 나아집니까? 전 솔직히,
내 월급이 오르고, 퇴근시간이 당겨져 '저녁이 있는 삶' 이 되고,
저 미친 부동산값이 내려가 나도 내 집에서 편안히 살아보고,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 돈걱정 없이 데이트도 좀 해보고, 장거리 연애든 단거리 연애든 교통비, 식비, 선물비용 걱정없이 사랑하다가
혼수걱정 없이 단촐하게 결혼하고, 육아걱정 없이 여유있게 아이도 좀 키워보고,
교육비 걱정 없이 아이가 원하는 데로 공부해도 사회에 잘 적응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고,
젊은 날 고단하게 살아오신 부모님 늙으막에 돈걱정 없이 사는 걸 보는.
그런 삶을 살았으면 좋겠는데 여러분은 어떠십니까?
일단 이렇게 한번 살 수 있다면, 전 더 여유를 갖고 패미니즘에 대한 자료를 단단히 준비하고, 역량을 키워서
여성주의와 한번 해볼 수 있을 거 같은데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지금 후보들 공약 봤느냐... 이대로 생고생하는 남자들의 고통은 외면하는 미친사회가 되도록 놔둘거냐... 맞는 말씀이지요.
그런데 말이죠. 제가 일하는 곳이 일하는 곳이다보니, 여성주의자들이 각 선거캠프에 뭘 어떻게 했을지 대충 짐작이 가겠더군요.
아시겠지만 대선 주자들의 캠프는, 사회 각지에서 '이렇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관련단체, 이익단체들을 매일, 매시간 만나게 됩니다.
단순히 성토하는 정도가 아닙니다. 아예 후보들이 청와대 가면 할 수 있을 법한 '정책'들을 쌔끈하게 만들어서 '이대로만 해다오'하며 요구한다구요.
정부에서 어떤 방식으로 정책을 집행하는 지 빤히 안다니까요. 거기에 딱 맞게 10개면 10개, 5개면 5개 딱딱 정책집 만들어 옵니다. 모두가요.
여성주의를 검색해보면 아시겠지만 의외로 꽤 역사가 깊습니다. 그 긴 기간동안 대선은 몇번이나 있었으며, 총선은 몇번이나 있었을까요.
그동안 여성주의자들이 위와 같이 정책들을 만들어서 요구한 게 몇번이나 있었을 것 같습니까. 정치인들과 밥은, 토론은 몇번이나 했을까요?
지금 캠프들마다 다 한자리 들어가 있는 것도, 공약이 이렇게 나온 것도 다 그 결과입니다.
우리가 팍팍한 삶에 하루하루 살기 위해 노력했다면,
그네들은 이런 공약이 나오는 결과를 위해 그 긴 세월 우리가 보지 않는 곳에서 암약한 겁니다.
이건 이명박이나 박근혜나 재벌놈들과는 또 다릅니다. 그네들은 자신들의 활동을 정의라고 믿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더더욱 시간과 노력을 들어야 하는 일입니다. 결코 단기간에 끝나지 않습니다.
그렇게에 저는 일단 지금 당장 제 삶부터 나아졌으면 좋겠어요. 오랜 싸움을 준비하기 위해선,
여러분도 당장 여러분의 삶을 위한 이기적인 선택들을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절대, 절대 투표포기하겠다 하지 말아주세요. 문재인 찍어달라는 게 아닙니다.
우리가 이렇게 힘들다고, 이렇게 노력했는데 미래가 안보인다고 말했을 때 제대로 들어주는, 안 들어주면 박살나는 기회가 얼마 없잖습니까.
이거 다 우리가 노력해서 만들어낸 성과인데...
전 고작 '패미니즘 따위'가 제 삶을 바꿔줄 천재일우의 이 기회를 해하는 걸 두고 볼 수가 없습니다.
남자들의 권리를 위해 앞으로도 같이 싸워나갑시다. 그러기 위해선 지금 우리가 이기적이 되어야 합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해, 나에게 가장 잘 해줄 후보를 뽑읍시다.
내가 잘먹고 잘 살아야 그네들과 싸울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