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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story_439186
    작성자 : 성성2
    추천 : 64
    조회수 : 3038
    IP : 223.62.***.105
    댓글 : 24개
    등록시간 : 2015/07/27 13:27:16
    http://todayhumor.com/?humorstory_439186 모바일
    옛 사랑 이야기 3
    옵션
    • 창작글

    한 줄 요약 : 은둔하며 지내는 A가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면서 B와 처음 연락을 주고받음. 


    한 줄 요약 : A와 B가 처음으로 만남. A의 죽었던 연애 세포가 아주 조금씩 세포 분열을 하려 준비 중. 


    3. 그녀는 영화 클로저를 좋아했다. 나를 부를 때 가끔 영화 속 대사인 "hello stranger"라고 불렀는데, 낯선 이로 내게 다가와 미친 짓 같던 사랑에 
    빠지게 해주고, 우리가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르는 이별을 경험하게 해 준 그녀는 다시 처음 관계인 낯선 이로 돌아갔다. 

    그녀에게 받은 원고와 메일을 확인하며, 난 고민에 빠졌다. 기본적으로 교정, 교열 할 수 있겠는데 본문의 내용이 내가 생각한 것과는 너무 달랐다.
    물론 사람마다 글을 읽는 취향이 다름을 알고는 있었지만, 이 원고는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이 컸다. 
    결국 그녀에게 약속된 작업과 약간의 수정을 한 원고를 예정일보다 2일 빠르게 장문의 메일로 함께 적어 보냈다.

    메일을 보낸 뒤 받은 메일함의 수신 확인을 온종일 하며 기다렸지만, 늦은 시간이 되어도 그녀의 답신은 없었다.

    '나는 그녀를 실망하게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종일 깡소주를 마셨다. 늦은 밤 소주 몇 병을 사기 위해 편의점으로 가는 데 '앙칼진 년'
    이라고 저장된 그녀에게 전화가 왔다. 그녀와 첫 통화를 한 뒤 나는 그녀를 '앙칼진 년'이라 저장했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A 씨 아직 안 잤나 보네요. 하긴 잠이 올 리가 없지."

    "네 메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제가 보내 드린 작업 내용은 확인해 보셨나요?"

    "네. 예정보다 빠르게 보내주셔서 덕분에 야근했어요. 고맙네요. 간만에 애사심으로 불타오르는 직원으로 만들어주셔서..."

    "아.. 죄송합니다. 급하시다고 해서 빠르게 작업했는데..."

    "죄송할 거 까지는 없구요. 생긴 것과 다르게 꼼꼼하게 작업하셨더라고요. 크게 제가 손 볼 곳도 없을 것 같고 내일 편집장님께 보고 드려서
    오케이 진행 하겠어요."

    "다행입니다. 저 때문에 늦게까지 야근하시게 해서 죄송해요."

    "괜찮아요. 하루 이틀 야근하는 것도 아닌데요. 그럼 전화 끊을께요. 아마 내일 편집장님이 한 번 보시고 연락 드릴 거에요."

    "네.."

    그녀와 전화를 끊은 뒤 '아! 저녁이라도 드셨냐고 물어볼걸' 하면서 후회했다. 그리고 예전 통화 했을 때와 처음 만났을 때 그녀 특유의 
    짜증스러움이 사그라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다음 날 아침 살짝 흥분한 듯한 선배의 전화가 왔다.

    "인마. 봐 봐. 네가 마음먹고 일하면 이렇게 잘할 수 있으면서 왜 그랬냐."

    "뭐.. 하다 보니 그렇게 됐네."

    사회생활을 하면서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인정을 받았다. 나의 능력을 인정받았다는 기쁜 마음도 있었지만, 그녀에게 나의 이미지가 히키코모리에서
    일을 잘하는 히키코모리로 보였다는 점에서 더 기뻤던 것 같다. 

    "야. 오늘 저녁에 지난번 말한 서류 준비해서 홍대 입구로 나와. 술이나 한잔 하자."

    "아.. 저 오늘 비도 내리는 데 나중에 보면 안돼? 나 비 맞는 거 싫어하는데"

    "고기 먹여줄게. 좀 닥치고 나와. 그리고 앞으로 일로도 더 친밀해질 겸 B도 내가 오늘 데리고 나올 거야."

    "알았어. 홍대 입구 7시."

    비 내리는 날 돌아다니는 것을 싫어하지만 딱히 B가 나온다고 해서 나가기로 한 건 아니었다. 단지 고기가 먹고 싶어 나간 것이었다.

    비가 내리는 궂은 날임에도 불구하고 홍대 입구는 지하철역에서 밖으로 나가기도 힘들 만큼 젊은 남녀들도 가득했다. '하긴 나도 어렸을 때
    비가 오건 눈이 내리든 열심히 술 마셨지...' 하면서 그들을 이해하려 노력했다. 그리고 선배와 약속한 식당으로 도착했을 때 선배와 이미 그녀는 
    소주 한 병을 마시고 있었다. 

    "아... 안녕하세요."

    "어.. 성성이 왔어?" 선배가 먼저 나를 반겼다. 그리고 처음 만난 날처럼 여전히 사무용 노란 고무줄로 머리를 앙증맞게 묶은 그녀가 뒤돌아보며
    인사했다.

    "터미네이터 씨 오셨네요. 안 올 수도 있다고 들었는데."

    "고기나 좀 얻어 먹으려고 왔어요. 딱히 그쪽이 나온다고 해서 온 건 아니에요."

    셋이 앉아 고기와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손님이라고 초대해놓고 둘은 회사 일로 열띤 토론을 나눴고, 나는 열심히 갈매기살을
    굽고 있었다. 그리고 회사 일에 대한 토론이 끝나자 그들은 드디어 내게 관심을 가지고 대화를 시작했다.

    "성성이 네가 올해 몇 살이지?"

    "올해 31살. 형 알면서 왜 물어봐."

    "B 씨가 올해 30이니까 1살 차이네. 둘이 친구 해도 되겠다."

    "형 술 취했어? 1살 차이도 엄연한 ...." 내가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그녀가 내 말을 끊고 물었다.

    "생일 몇 월인데? 취했는지 살짝 반말투로 내게 물었다. 
    평소 같았으면 기분이 나빴을 텐데 오랜만에 고기를 먹은 포만감에 전혀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1월이요." 

    "그럼 빠른 생일이잖아?"

    "네. 그런 셈이죠."

    "난 3월이야. 그리고 당신 30이잖아. 어디서 나이를 속이려고 그래. 나이 드는 게 그렇게 좋아. 30대의 중후함은 개뿔도 없으면서"

    "그럼.. 30살 동갑으로 하죠."

    "뭐가 하죠야?.. 동갑이지...."

    그 뒤 그녀는 내게 계속 반말로 이야기하고, 나는 그녀에게 존댓말로 이야기하는 술자리가 이어졌다. 대화 내용은 주로 앞으로 진행할 일과 
    나의 전 직장에 대한 내용이었다. 옆에서 혼자 소주에 콜라를 희석해서 음료수 잔에 마시던 선배는 '고기 탄다~ 타서 먹지 못하는 고기를 보니
    돈 아까워서 내 마음이 탄다~' 이러며 취해가고 있었다. 선배가 취할 때 평소 같았으면 '탄 고기는 형이 다 먹어~ 일찍 온 사람이 일찍 가야지' 
    이러며 장유유서의 정신을 발휘하며 함께 취했을 텐데 그날따라 전혀 취하지 않았다. 절대 그녀가 옆에 있기 때문은 아니었다. 
    그날 먹은 갈매기살이 너무 신선해서 나의 간을 포함한 오장육부가 그날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했기 때문이라 믿고 있었다.

    술을 마시고 나올 때 즈음 낮부터 계속 내린 비는 그쳤다. 술에 취한 선배를 먼저 택시로 태워 보낸 뒤, 살짝 술에 취한 듯한 그녀도 내게 인사를 
    하려 했다. 무슨 용기에서인지 나는 그녀에게 

    "저.. 저기 편의점에서 메로나 라도 같이 드실래요? 술 좀 깨서 가시는 게.."

    그녀는 얼굴에 비해 커 보이는 뿔테 안경을 코 아래쪽으로 살짝 걸친 체 내게 말했다. 

    "메로나 무슨 메로나." 그리고 손을 나를 향해 들면서 

    "아~ '올 때 메로나!" 다 큰 남녀가 둘이 편의점 앞에서 메로나 나 먹고 있자고? 그냥 맥주나 한 캔 더 해."

    미꾸라지 잡으려 넣어 놓은 어항에 거대 메기가 잡힌 기분이었다. 월척이다! 절대 좋아하는 표정을 지어서는 안 되는 데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
    웃음을 참으며 실쭉샐쭉하게 말했다.

    "저. 그럼 맥주는 제가 살게요."

    "그럼 당연하지 나한테 커피 얻어먹고 맨입으로 입 닦으려 했어! 깡통 맥주라도 하나 접대해야지."

    "커피는 법인 카드로..."

    "법인 카드는 아무한테나 주는 거 같아? 내가 청춘을 희생해서 일 한 대가 중의 하나일 뿐이야!""

    그녀와 나는 편의점 앞에서 맥주 캔 하나씩 들고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그녀는 내게 

    "이봐 A 군, 일 이야기 말고 나랑 그렇게 할 이야기가 없어? 뭐 나한테 궁금한 거 없어?"

    "딱히.. 궁금한 건...."

    이 여자가 지금 내게 자신의 호구조사를 원하는 건지, 아니면 축적된 재산을 물어보길 원하는 건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나도 모르게 마음속에 있던 것을 물어보고 말았다.

    "저기 남자친구 있어요?"

    "없어."

    오늘 들은 말 중에서 나의 귀를 가장 번뜩이게 하고, 가장 기쁘게 하는 말이었다.

    "왜 없으면, 들이대 보게?"

    "아니요. 그냥 궁금해서..."

    "대학 2학년 때부터 공들여서 키운 놈이 있었는데, 그놈이 ROTC 장교 돼서 군대 가더니 군화를 거꾸로 신었어. 그것도 양다리를 걸쳤어. 내게"

    "아.. 양다리 걸쳤는데 그냥 뒀어요?"

    "아니, 그런 인간을 그냥 내버려둬? 만나서 불알 두 쪽을 손으로 확 잡아 뜯어 버렸지."

    그녀의 말을 들으며, 그녀라면 당연히 그랬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고, 불알 두 쪽 뿐만 아니라 방망이까지 부러뜨리고도 남았을 거로 생각했다. 

    "아.. 그러셨구나."

    "뭐가 그러셨구나!야. 그냥 보내 줬어. 나보다 어리고 예쁜 아가씨랑 잘 꺼지시라고."

    그녀는 살짝 웃음은 띠면서 말했지만, 나는 물어봐서 안되는 그녀의 상처를 건든 것 같아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그쪽은? 여자친구 있어?"

    "....."

    "하긴 여자 친구 있는 사람이 머리를 산발하고 다니면서 티셔츠에 쌈장이나 묻히고 다니지는 않겠지."

    그녀의 말을 듣고 놀라 티셔츠를 살펴보니 고깃집에서 묻은 듯한 쌈장이 묻어 있었다. '얌전한 고양이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는 속담처럼
    그날 조용하고 차분한 모습을 보이고 싶었던 나의 모습은 수염에 사료를 묻히고 다니는 고양이처럼 보이고 말았다.

    "아.. 내일 출근하기 싫다. 직장인은 먼저 들어가야겠어. 내일도 아침에 출근해야 하든. 좋겠다! 백수는..."

    그녀는 이제 서로의 집으로 들어가자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 택시 잡아 드릴게요."

    "됐어. 내가 20대 예쁜 아가씨도 아니고, 혼자 잘 찾아가요~~~"

    "아.. 네 그럼 조심히 들어가세요."

    그녀는 택시를 잡다 뒤에 멀뚱멀뚱 혼자 서 있는 내게 말했다.

    "이봐. 스트레인저~ 다음에는 편집장 빼고 동갑끼리 한 잔 마시자. 그리고 그쪽 존댓말 쓰면서 연하남 코스프레 하지 마! 당신 외모에서
    전혀 연하남 같은 귀여운 모습은 눈곱만큼도 보이질 않거든."

    "아.. 네" 

    "또 존댓말 하네.."

    "그래.."

    그녀는 서울에서나 볼 수 있는 주황색 택시를 타고 유유히 사라졌다.
    그리고 그날 우리가 서로에게 '아침' 같은 존재가 될 수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날 티셔츠에 묻은 쌈장은 작은 하트 무늬였다.

    출처 사랑 이야기는 가장 쓰기 힘든 글 인것 같습니다.

    성성2의 꼬릿말입니다
    그녀를 먼저 보낸 뒤 나도 택시를 타고 집에 가고 있는데 선배에게 전화가 왔다.

    "어디냐..?"

    "택시 탔어. 가려고."

    "너 빨리 상봉역으로 와야겠다. 나 좀 데려가." 평소보다 더 취한 듯한 선배의 목소리는 제대로 알아듣기 힘들었다.

    "웬 상봉? 상봉에서 뭐해?"

    "택시 기사가 나를 여기 떨궈두고 홀연히 사라졌다."

    "알았어. 곧 갈게." 

    왜 이 형이 상봉에 있지. 나랑 한 잔 더 하고 싶어서 그런가 하는 생각을 하며 나의 자취방은 상봉에서 가까운 면목동이라 방향도 맞아 
    상봉역으로 도착지를 수정했다.

    상봉역 앞에는 나와의 상봉이 감격에 겨웠는지 취권을 하는 성룡처럼 비틀거리며 달려오는 선배가 있었다.

    "형 여기서 뭐 해?"

    "내가 상봉역 가자고 했더니 기사가 상봉역에 내려놨어 나를..." 
    선배의 몸과 목소리는 스크류 바처럼 꼬여 있었다. 

    "무슨 소리야?"

    아... 순간 형의 집이 군포시 산본이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그리고 택시 기사님이 얼마나 억울하셨을까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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