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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story_438916
    작성자 : 소울메이커
    추천 : 181
    조회수 : 12570
    IP : 175.192.***.11
    댓글 : 56개
    등록시간 : 2015/07/19 23:24:02
    http://todayhumor.com/?humorstory_438916 모바일
    오빠 둘, 남동생 하나12-발레리나를 꿈꾸던 소녀
    옵션
    • 창작글
    한 소녀가 있었다.
    어린 소녀는 발레리나를 꿈꿨고, 또래 소녀들과의 대화가 마냥 즐거웠다.
    먹고 싶은 것을 마음껏 먹는 일보다, 발 끝으로 서는 일이 즐거웠다는 소녀였다.
    소녀에게는 단짝 친구가 있었다. 말은 틱틱거려도 언제든 속내를 드러 낼 수 있는 친구,
    서로의 집에 언제든 찾아가 함께 밤을 지내울 친구였다.
     
    친구에게는 오빠가 하나 있었다. 두 살 위의 오빠는 어릴 때부터 보던 사람으로 별로 특별할 것도 없는
    또래의 소년이었다. 긴 속눈썹을 가진 까만 눈동자가 맑은 소년.
    가끔 집에서 보면 짖궃게 놀리고, 머리를 잡아당기는 친구의 오빠는 밉살맞았다.
    새카맣게 탄 얼굴에 흰 이를 가진 소년은 대학생이 되었고, 소녀는 서울에 대학을 간 소년을 까맣게 잊고 지냈다.
     
    대학에 갈 때쯤, 서울에 놀러온 소녀는 친구의 소개로 소년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그저 밉살 맞던 동네 오빠는 어느새 남자가 되어 있었고, 이상하게 예전에 없었던 감정이
    마음속에서 요동치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옆에 서 있는 남자에게 미묘한 떨림을 갖게 되자 마치 죄를 진 것처럼
    후끈거리는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고 했다.
     
    자신의 머리를 무심히 쓰다듬는 남자의 행동에 불현듯 화를 내고 돌아서는 순간,
    소녀는 어쩌면 자신의 미래를 예감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두 사람은 이유도 없이, 대책 없는 사랑에 빠졌다.
     
    소녀의 학교 앞에는 언제나 그 남자가 있었다.
    그렇게 남자는 소녀를 언제나 기다렸고, 소녀는 기다림을 아는 남자의 웃는 얼굴을 사랑했다.
    그러나 행복은 짧아야 인생인지라, 소녀에게는 큰 시련이 있었다.
     
    바로 남자가 군대에 입대해야하는 것이었다. 남자는 소녀에게 청혼을 했고,
    두 사람은 이리저리 재지 않고, 부모님의 허락도 없이 친구를 증인 삼아 그날 바로 결혼을 했다.
    남자는 그렇게 입대를 했다. 소녀는 자신의 몸에 벌어진 이상한 변화를 눈치 채고, 학교를 그만 두었다.
    그 소식에 화가난 소녀의 부모는 소녀를 집에서 쫓아냈고, 소녀는 이상해게 울음도 나지 않았다.
     
    소녀의 동그랗게 부풀어 오른 배 속에 있는 아기는 엄마 목소리만 들리면 배를 팡팡 찼고,
    소녀는 이상하게 그럴 때마다 군대에 간 남편이 보고 싶어 눈물을 흘렸다.
     
    오빠 대신 먹을 것을 조달해 오던 친구의 도움으로 출산을 하던 날,
    남편이 없는 출산, 친정 부모님을 부를 수 없어, 시부모의 도움으로 병원을 잡고
    친구의 도움으로 스무 시간의 진통의 시간을 견뎌냈다.
     
    아이는 건강했고, 팔다리가 길었다. 손가락도 발가락도 모두 붙어있었고 소녀를 빼닮아 있었다.
    긴 속눈썹과 새카만 눈동자는 남자의 것의 그대로 빼닮았다.
    느긋한 성격에, 크는 동안 애 한번 먹이지 않았던 장남을 낳은 날이다.
    어렵기만한 시댁 살이에서도 아이만 보면, 서운한 것도 사라지고 서글픈 것도 사라졌다.
     
    그렇게 눈치 빠른 둘째도, 예민하고 입 짧은 셋째도 낳았다. 소녀는 또래의 친구들이 사회생활을 할때,
    등에 아이를 업고 양 손에 아이를 들고 시장을 보러 다녀야 했다.
    앳된 소녀는 여자가 되었고, 엄마가 되어 가고 있었다.
     
    우아한 발레리나의 꿈은 멀어졌어도, 그 꿈을 포기하고 얻은 것들이 많아 후회하지는 않았다.
    셋 쯤 낳고 사니, 소녀의 부모님은 소녀와 남자를 용서했다.
    몇년이 지나서야 손자들을 안아 보는 부모님을 보고 소녀는 많이 울었다.
     
    아이들이 크는 재미에 소녀는 지루할 틈이 없이 삼십년이 지나갔다고 한다.
    넷째를 가졌을 때는, 어려운 가정 형편에 아이를 지우려고 병원까지 갔다가 집에 있는 어린 아들, 딸을 낳았던 순간이 생각나
    펑펑 울면서 돌아왔고, 어려우면 더 쪼개서 살림하고 더 아껴서 같이 살아보자 생각하고 낳았다.
    넷째를 낳은 일을 한 번도 후회한 일이 없었다. 어린 세 자식 덕에 제대로 된 태교를 해본 적도 없는데,
    기특하게도 아이는 밝고 긍정적이었고 애교도 넘쳐 누구에게나 사랑을 받는 존재였다.
    넷째가 태어나면서 일도 잘 되었고, 웃을 일도 많아졌다.
    소녀는 시어머니보다 아들을 더 많이 낳았다는 승리감을 가지기도 했다.
     
    넷을 데리고 다니면 언제나 행복했고 든든했다.  
    속깊은 첫째와, 애교 많은 둘째, 아빠 껌딱지 셋째... 그리고,
    넷째는 소녀를 닮아 몸이 날랬고 어느 아이보다 동작을 잘 따라했다. 소녀의 기쁨이되었다. 
     
    한 소녀가 중년이 될 만큼, 긴 시간이 지났다.
    발레리나를 꿈꾸던 소녀는 여자가 되었다.
    사랑에 빠진 소녀는 엄마가 되었다.
    늙을 수록 멋져지는 남자와 함께 이제는 소소한 행복을 누리고 있다.
     
    출처 엄마친구 고모의 증언
    소울메이커의 꼬릿말입니다
    고모: 네 엄마가 그렇게 용감했다.
    엄마: 그래. 내가 그때 뭐가 씌였어가지고...
    나: 할머니 할아버지 엄청 속상했겠네.
    엄마: 나도 속상해도 좋으니까 어디가서 남자라도 물어와.
    고모: 얘도 재주없는게 딱 나네. (미혼의 고모)
    나: 이러다 우리 넷이 사는 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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