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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soda_3389
    작성자 : 포도맛바람
    추천 : 21/21
    조회수 : 4751
    IP : 222.120.***.85
    댓글 : 27개
    등록시간 : 2016/04/20 16:10:47
    http://todayhumor.com/?soda_3389 모바일
    화장실 새치기하던 그 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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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오후에 대형문고에서 책을 열심히 고르던 도중에 신호가 뾰르륵 오길래 곧장 화장실로 달려갔습니다.

    4칸에 사람들이 다 들어가 있었지만 아직 기다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길래 다행이라 생각하며 옆에 서 있었죠.

    그러다 그 할배(할아버지라는 말도 아까움)가 등장했습니다. 겉모습부터 뭔가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집니다.

    내가 버젓이 서 있는 걸 보면서도 내 앞으로 가 문을 계속 서성거리면서 '으음~으음~' 이런 소리를 내더라고요.

    마치 나 급하다 정말 급하다 지금 안 들어가면 쌀 것 같다 라는 걸 저에게 어필하려는 것처럼 말이죠.

    할배를 계속 쳐다보니 제 쪽을 흘끔흘끔하는 것도 느껴졌답니다.

    설마 내가 여기 서 있는데 먼저 들어갈까 하며 반신반의 했는데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네요.


    볼일을 끝마친 누군가가 시원한 표정으로 나오는데 사람이 채 나오기도 전에 그 할배가 비집고 들어가려고 합니다.

    후후후 꼴사납다.

    옛날의 저였다면 '짜증나지만 참아야지.... 싸워서 뭐 해! 에휴' 이렇게 넘겼겠지만

    오늘의 저는 아니였습니다.

    문을 닫으려 하길래 바로 달려가서 잡고 홱 열었어요.


    나눈 대화입니다.

    나 : 이봐요 제가 먼저 기다리고 있었는데 순서 지키셔야죠.

    할 : (성질 돋은 목소리로) 아 아 나 급해 급해

    나 : 급한 건 저도 마찬가지고요. 제가 먼저 서 있는 걸 보셨는데도 들어가시네요.

    할 : 아 아 옆에도 바로 나올거라고 그 때 들어가 그 때 (????? 바로 나온다면 당신이 그 때 들어가시면 될 텐데요)

    나 : 말이 안 되는데 계속 우기시네요 나와요. 나와요.

    할 : 아 나 급하다고 급하다고 


    나올 기색이 전혀 없어 보이길래 저도 문을 잡고 있던 손을 놨어요.

    그러면서 문 닫히기 전에 얼굴을 보며 

    '아 그렇게 급하시면요 죽을때도 꼭 먼저 뒤지세요'

    하고 뱉어줬습니다.

    그러고 나서 밖에 계속 서 있었는데 안에서 할배가 씩씩 거리며 거칠게 움직이는 게 느껴지네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반말 안 써도 백퍼센트 이긴 것 같습니다.
    출처 그저께 밤에 먹었던 불닭볶음면의 행적
    포도맛바람의 꼬릿말입니다
    문 앞에서 계속 기다리고 있었더니

    그 할배가 들어간 곳 바로 옆 칸에서 아저씨가 나왔다.

    그 아저씨가 나를 보는 진한 눈빛에서 무언의 응원을 느낄 수 있었고,

    나 또한 보일 듯 말 듯한 미소로 대답하였다.

    그리고 나는 옆 자리에서 계속된 씩씩거림과 화장지를 거칠게 뜯는 

    할배의 숨결을 고스란히 느끼며 다음단계를 생각했다.

    내 경험상 이 할배는 화장실을 나오자마자 날 찾아나설 확률이 높았다.

    자신이 옳고 그르든간에 나에게 분풀이를 해야하는 그런 부류일테니까.

    할배에게는 안타깝지만 평소에 나의 해피타임은 언제나 4분을 채 넘기지 않기 때문에 

    평소보다 더 빠르게 행동에 들어간 나는 옆 자리의 할배보다 빨리 화장실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리고는 멀리 떨어진 책장 코너 사이에서 책을 고르는 척 하며 화장실 입구를 주시했다.

    아니나다를까 성난 표정의 할배가 빠르게 걸어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이 곳이 어딘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하고 사람 많다는 광화문의 그 대형서점이 아니던가

    할배의 레이더망 밖에 존재하던 나는 할배를 그대로 따라다녔고

    몇 분 뒤에는 포기한 그의 뒷모습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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