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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love_20386
    작성자 : 물롱
    추천 : 10
    조회수 : 2740
    IP : 210.107.***.190
    댓글 : 58개
    등록시간 : 2017/01/13 11:51:26
    http://todayhumor.com/?love_20386 모바일
    ㅄ같이 뜸만 잔득 들이다가 썸녀가 소개팅 나간 이야기
    요즘 연게 소개팅글이 많이 올라오길래 생각나서 써보는 어린시절의 ㅄ짓 이야기 입니다.
    다 써보니 재미가 없어서 그나마 읽기라도 쉬우라고 어투를 바꾸어 보았습니다.
    같다 붙일 이유는 얼마전에 물건들을 잔득산다고 통장잔고가 없으므로 음슴체.

    2009년, 대학교 2학년때의 일이었음 
    얼마 전에 있었던 실연의 아픔으로 
    '(술을 마시며) 이젠 정말 공부뿐이야.'
    '(한번도 안해봤지만) 내 인생의 연애 따위는 더이상 없다.'
    를 입에 달고 사는 나날이었음
    그때의 위로자(?) 및 술친구가 '그애' 였음
    어떻게 실연당했는지를 잘알고 있던 그애였기에 가장 잘 위로해주던 이도 그애였음

    맨날 밥도 둘이서만 같이 먹고, 영화도 보러 다니고, 부산 촌놈이 처음으로 에버랜드랑 롯데월드 라는 놀이공원에 놀러도 다녔음.
    수업 시간표도 막 같이 맞추면서 생활의 거의 대부분을 그애와 보냈음.
    그렇게 위로를 빙자한 일상을 함께 보내던 어느날 문득 
    그애가 평소에 생각하던 이상형의 조건에 완벽하게 부합한단 것을 깨달음.

    그 조건이란게
    1. 종교가 같다.
    2. 예쁘다.
    3. 착하다.
    4. 키는 나보다 작아야한다.
    5. 전공이야기를 서로 이해해줄수 있어야한다.

    인데 이 조건이 나는 그렇게 생각안했는데 주변친구들에게 들어보니 생각보다 까다로운거였음.

    아무튼 한번도 그애를 그렇게 생각해본적 없었기 때문에 한번도 제 이상형에 대입조차 안해봤던 거임.
    그런데 그렇게 한번 인식한 뒤로 부터는 왠지 그애를 생각만 해도 가슴쪽이 간질간질거리고,
    그애를 학교에서 다시 만날 시간들이 막 기다려지고 그랬음.

    근데 사실 대놓고 좋아한다고 말하기도 쉽지가 않았음.
    실연 당한게 몇달 되지도 않던 놈이 대뜸 
    '이제 난 너가 좋아.' 라고 한다면 누가 믿겠음?
    가벼운 마음으로 좋아한다고 말하는 놈이 되고 싶지도 않았고,
    그애에게도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음.
    나도 내가 단순히 외롭기 때문에 좋아한다고 착각하는것은 아닐지,
    이상형에 맞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조건을 보고 좋아하는것은 아닐지,
    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을 잡기가 어려웠음.
    주변 사람들이 '맨날 붙어 다니는데 너희 사귀는거 아니냐?'
    할때 괜히 '저는 얘 좋아하는데 얘는 아닌가봐요.' 너스레를 떠는게 할수 있었던 호감 표시의 한계였음.

    그러던중 어느날 아마 중간고사 기간이었을 때 였을거임.
    같이 도서관에서 공부하는데 그애가 
    다음주에는 소개팅을 가서 같이 공부 못하겠다고 하는거임.
    아니 니가 소개팅을 가서 잘되면, 남자친구가 생기는 건데 그럼난??
    하지만 이렇게 얘기할순 없으니
    '그냥 소개팅 안가면 안되?' 라고 물어봤음
    근데 '왜 내가 소개팅 가면 안되는데?' 라고 대답이 돌아올때 할말이 없는거임.

    그렇게 그애는 소개팅을 나가게 되고, 혼자 기숙사에서 하루종잉 끙끙대고 있었음.
    근데 밤 10시인가가 됬는데 애한테 아무 연락이 없는거임.
    참을수 없어서 먼저 연락을 했음.

    '너 지금 어디임? 뭐해?' 
    그러자 '아직 소개팅 중이고 2차로 술집와서 한잔하고 있어.'라는 대답이 돌아왔음.

    진짜 미치고 팔짝 뛰겠는데 할수 있는 일이 없어서 답답한마음에 대뜸 전화를 걸고

    '지금이 몇신데 남자랑 둘이서 술을 마시냐? 너는 진짜 조심성이 없다.'

     라며 되려 화를 내버렸음

    그리고 '왜 이렇게 화를 내?' 
    라고 묻는 그애의 물음에 할말이 없었음.

    평소에 되게 말이 많은 편이라 둘이서 얘기할때도 
    대화 지분의 70프로 이상은 내가 갖고 있는데 마땅한 변명이 생각나지 않는거임. 

    한 10초 고민하다가 나온 대답은 병신 같게도
     
    '시험기간인데 공부를 해야지 무슨 소개팅이야? 생각이 없냐?'였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기껏 생각했다는 변명이 시험공부였음. 
    애는 당연히 되게 황당해 하고 
    '그건 내가 알아서 할게.' 하고 끊음.
    내가 전화한거 때문에 소개팅 분위기 망쳐져서 11시인가에 애는 집에 귀가함.
    (근데 사실 11시까지 소개팅 한거면 되게 오래 잘 논거 아닌가 싶기도 함.)

    결국 그렇게 그애는 작년 12월부터 나랑 같이 살게됬음.
    물롱의 꼬릿말입니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과연 정말로 그때 얘는 소개팅을 나가긴 한건지 의심이 든다.
    손바닥위에서 놀아난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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