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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freeboard_1670082
    작성자 : Xiupecial
    추천 : 11
    조회수 : 362
    IP : 115.40.***.126
    댓글 : 32개
    등록시간 : 2017/11/29 23:34:10
    http://todayhumor.com/?freeboard_1670082 모바일
    대학에 떨어졌다.
    수시 8개 넣은 것 중 벌써 4개가 떨어졌다. 
    미적분과 생명과학2 모두 3등급을 받았을 때 '사실 나는 결국 3등급 짜리 사람이던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3년 중 올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해라고 느껴졌는데 다 겉보기 용이였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무리 학생부 종합 시대라지만 결국 제일 좋은 스펙은 성적이다. 
    그 자체만으로도 '내가 이렇게 우수한 사람이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분명한 자료이긴 하지만 왠지 씁슬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이렇게 계속 떨어지니까 나에게 문제가 있나 싶기도 하다.

    매 순간 열심히 살지는 않았지만 내 선택에 후회는 하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 했다.
    주말마다 실험반 수업을 들은 것도, 
    이과면서 쓸데없이 한국사 자격증을 딴 것도,
    방학 때 우쿨렐레 수업을 들은 것도,
    조별과제를 혼자 떠맡게 되어도 포기하지 않은 것도.
    나 스스로 값진 시간이라 생각했는데 결국 다 부질없던 짓 같다. 학교생활만큼은 누구못지 않게 했다고 생각했는데
    왠지 내 3년이 부정당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이제는 친구들한테도 결과를 말하지 않는다. 누구에게 위로를 받는 것도
    괜찮다고 말하는 것도 사실 괜찮지 않기 때문에 불합격 창을 보고 난 뒤 조용히 핸드폰 화면을 끄는 것으로 대신했다.
    11시에 결과 발표를 보고, 학교 특강을 듣고, 점심 급식을 먹고, 그렇게 아무일 없었던 하루처럼 집으로 돌아왔다.
    너무 우울했는데 난 또 늘 그랬듯 하루 일과를 반복한다.
    가기 싫었던 운동도 결국 다녀왔다.

    이제 남은 것은 하향 1개, 적정 1개, 상향 2개 남았다. 
    오늘 떨어진 것은 적정이었는데 남은 결과는 어떻게 될지 벌써부터 두렵다.
    이제는 받아들이려 한다. 이것역시 나에게 과분한 것이었다는 것을.
    주저앉아있지만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아가기 전에 오늘은 나에게 좀 더 위로를 해주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넌 가치있는 사람이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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